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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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받은지 몇년은 지난 책인데 사놓은지도 한참 된 책인데 이상하게 인연이 없었나보다. 책장을 보니 이 아직 손길을 기다리는 책이 몇권 더 있다. 누군가 그랬던가 책은 팔리는 순간 소임을 다한거라고, 읽힘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선물받아서 그대로 책장으로 들어간 책도 몇권 보이는데 내가 선물한 책도 대부분 같은 신세이려나 싶다. 그래도 뒤늦게나마 읽게된건 얼마전 작고소식을 들은 후 책장에서 책상으로 거처가 바뀌었고 자꾸만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자꾸 보아야 사랑스럽다라는 시가 있듯이 눈에 자주 띄어야 한번이라도 더 만져보게 된다.


그래서일까 한번도 꺼내보지 않을때가 많음에도 노트북과 태블릿 두개, 전자책은 보조배터리와 더불어 외출시 항상 지참하는 것들이다. 왜이렇게 가방을 무겁게 들고 다니느냐는 물음엔 운동삼아서라고 답하지만 외양을 보건데 믿어주진 않는 눈치. 이걸로 책보다가 지치면 저걸로 바꿔보는 식으로 용도를 구분한다고 하지만 당연하게도 하나로도 가능한 일이다. 단지 가지고 나간김에 한번이라도 켜보게된다면 단 한페이지라도 더 읽어보게 될거라는 믿음. 그 믿음마저 스스로 배신할때가 있는데 충전을 위해 가방에서 꺼낼때면 작은 후회로 달래주곤 한다. 더 많은 밥을 먹여야 했는데.


묵혀있는 책을 꺼내 얼른 스캔하여 태블릿에 담아야겠다. 껍데기는 버리고 영혼만 담아다니는 것이 오히려 책의 가치를 드러내게 하는 셈이겠거니. 나의 무게는 줄이지 못하더라도 방의 무게는 그만큼 줄어들게 하는 것이겠거니. 디지털라이징을 통한 미니멀리즘의 실천이겠거니. 그리고 밤을 선생삼아 침대 위에서 꿈나라의 동반자로 삼을 있겠거니좋은 글을 읽는 기분 좋은 일인데 없다고 생각하니 안타깝다. 생전 한번 뵌일이 없음에도 따스하면서도 날카로운, 올곧음이 느껴졌던 한겨레신문, 국민일보 등에 실렸던 칼럼과 몇개의 글을 엮어낸 산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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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사이어티 없는 카페 - 어느 글쟁이의 소소한 기록들
성일권 지음 / 르몽드코리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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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저명한 시사잡지로 알고 있는 르몽드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책임자로 있는 저자가 그간 썼던 글을 엮어낸 책이다. 칼럼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정치비평은 물론 문화비평, 사회비평까지 서문에서 이야기한데로 갈지자(之) 글쓰기 셋트라고 볼 수 있을것 같다. 


매월 주어지는 편집인의 글을 채울때면 술술 글이 풀릴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때도 있었다고 하는데 그중 술술풀린 글만 골라 실은건지는 모르겠지만 지루한 글 하나 없이 재미나게 볼 수 있었다. 저자의 식견 및 간혹 보이는 위트있는 문장에 감탄하면서. 지금 읽기에는 다소 시의성이 떨어져보이는 글까지.


저자는 프랑스 파리8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으신 분이서인지 68혁명에 관한 글도 있는데 얼마전 접했던 테마여서 반갑기도 했다. 그밖에 영화 기생충 관련 이야기나 O리단길에 관한 글도 좋았는데 나도 들어가자마자 알아서 메뉴를 준비해주는 단골집이 있었으면, 아니 만들어볼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이 책을 포함하여 칼럼을 엮은 식으로 된 책을 볼때마다 느끼지만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글을 풀어내는 글솜씨가 참 부럽더라는. 오래전 잠깐 뵈었던 분이신데 뒤늦게 새로이 내신 책을 발견하여 일독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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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이 바꾼 세계사 - 대량해고, 불황, 빈곤은 세상을 어떻게 움직였을까?
도현신 지음 / 서해문집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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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이 바꾼 세계사라는 제목부터 흥미롭다. 얼핏 전혀 조화가 안되보이는데 책을 보니 납득이 되는걸 넘어 제목부터 다루고 있는 챕터까지 참 잘 잡았다라는 생각이 든다. 헬레니즘 시대의 시작과 실업의 관계, 삼별초의 난과 실업의 관계, 의화단의 난과 실업의 관계 등. 저자 프로필을 보니 역사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테마를 역사기반으로 쓰고 있는 분이라고 되어있는데 그간 출간한 책 제목을 살펴보니 역시나 이 책이 가장 눈에 띄어 보였다.


그리스 실업자들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페르시아 이주정책을 시작으로 중국 및 영국, 미국, 멕시코 이야기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삼별초 및 생소했던 이필제의 난을 비롯하여 국민방위군, IMF때 이야기까지 각 주제별 20페이지 정도로 소개하고 있는데 이자성의 난이나 의화단의 난처럼 실업자가 일으킨 사건에서부터 인클로저 운동이나 산업혁명, 경제대공황처럼 어떤 사건에 의해 발생한 실업자들에 의한 영향 등 대부분 이렇게 엮어볼 수 있구나 생각하면서 재밌게 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주제랑 관계없이 눈에 띄는 부분 몇가지는.


- 알렉산드로스 3세의 페르시아 정복이 성공하면서 그리스 각지에 들끓던 실업자와 빈민, 용병들이 대거 아시아의 식민지로 이주하기는 했으나, 그로 인해 그리스 각 도시국가들의 인구유출이 늘어나 그리스 본토의 인구가 크게 줄어들게 되었다. (중략) 약 140년 후, 로마가 그리스를 침공하자 페르시아군보다 로마군이 수적으로 훨씬 적었음에도 속수무책으로 정복당하고 말았다.


- 스코틀랜드는 로마 시대에는 칼레도니아라고 불렸다. 9세기 무렵 켈트족 계열의 스코트족이 원주민인 픽트족을 제압하고 스코트족scot족이 사는 땅land라는 뜻의 스코틀랜드 왕국을 세웠다.


- 이필제는 동학의 2대 교주인 최시형을 찾아가 자기가 고조선의 단군왕검의 환생이라며 장차 자신이 조선과 중국을 지배할 제왕이 될 것이니 동학교도를 지원해달라고 했고 그러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정말인지 궁금할 정도로 안믿겼던 부분)


- 의화단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집단은 백련교였는데 세계는 선과 악의 대결장이며 곧 세상이 끝나고 구세주가 나타난다는 종말론을 핵심교리로 삼으며 손오공과 저팔계, 관우, 장비, 조자룡 등을 신으로 섬기며 100일을 무예연마하면 어떤 무기도 자신의 몸을 상하게 하지 못하며 1000일을 연마하면 초능력으로 하늘을 날아다닐수 있다고 믿었다고. (이것도 황당한데 백련교도로 1000일 이상을 산사람이 없어서였으려나.)


- 청년단에 가입한 사람들이 300만명을 넘은 것은 좌우익 이념대립이 이나라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실업자들이 생계를 위해 자구책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심지어 벌이가 작지도 않았는데 1946년 노동자 평균 하루 일당이 61원일때 대한노총 상대로 폭력을 벌인 청년단원들은 300~500원의 일당을 받았다고.


- 1950년대 말 한국의 실업률 공식 집계는 30% 정도였는데 대학생 실업률이 높아서 졸업한 학생들의 약 절반이 실업자가 되어 언론에서도 고등실업자 양성소, 대학망국론이 거론될 정도였다고. 1960년 3.15부정선거 이후 4.19에 이르기까지 이승만 정권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대학생을 중심으로 거세진 것은 이런 배경도 있었다는 식으로 설명을 하고 있다.


- 소말리아 해적이 늘어나 문제가 된 주된 이유는 내란으로 인한 가난, 실업도 있지만 정부가 제기능을 못하다보니 외국어선들이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더 좋은 장비로 수산자원을 쓸어가는 바람에  소말리아 어선이 제기능을 할수 없었으며 심지어 산업 폐기물까지 소말리아 바다아 무단으로 버리고 가기 일쑤 였기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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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김누리 지음 / 해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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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는 클라스 방송을 통해 인상깊었던 분인데 당시 강연과 방송에 나가지 못한 부분을 보완하여 낸 책이라고 한다. 주요 메시지는 이미 한번 접한바 있었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공감되서인지 글로 다시 읽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심지어 책에서의 내용과 겹치는 방송의 한장면을 중간중간 넣어줘도 좋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는데 단순한 스틸샷이 아니라 방송중에서의 자료화면과 더불어 볼 수 있다면 더 오래 기억에 남을것 같았기 때문이다.


방송에서든 책에서든 저자가 꼽는 가장 안타까운 순간이 68혁명의 물결에서 우리나라가 비껴갔다는 것이다. 모든 형태로부터의 억업에서 해방되어야 한다는 기치를 지닌 68혁명의 물결이 파리를 중심으로 유럽 및 아메리카를 거쳐 일본까지도 전해져 국민들의 의식을 바꾸고 사회구조를 바꾸었으나 우리나라는 베트남전쟁 및 군사정권의 눈가리개속에서 기형적인 성장을 하고 말았다고 진단하고 있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으나 독일의 극우정당이(대학교까지 모든 학자금 무료 및 생활비까지 지원) 우리나라에서는 극좌정당이 되어버리고 마는 기형적인 정당구조의 원인 또한 여기서 찾아볼 수 있을 듯.


또한 방송에서도 다뤄진 독일통일 이야기(절대 흡수통일이 아니었다.) 부풀려진 통일 비용 문제(여러 요소를 고려해보면 통일비용을 과하게 추정하고 있으며 심지어 독일에서는 그 비용 때문에 주저하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우리나라의 교육 문제(교육은 주입이 아니라 에듀케이트라는 말에서 처럼 밖으로(e-), 끌어낸다(duc-)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독일은 언제든 본인이 원할때 본인이 원하는 학문을 공부할 수 있도록 사회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음), 86세대의 한계 등(파시즘이 남긴 최악의 유산은 파시즘과 싸운 자들의 내면에 파시즘을 남기고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베르톨트 브레히트) 우리가 왜 불행하다고 볼 수 있는 사회에 살게 되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전반적으로 가슴아픈 현실이고 조언들이었으나 마무리즈음에서 다룬 우리나라의 외교정책을 비판하는 부분은 쉽게 동의하긴 어렵긴 했다. 방위비 협상은 물론,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중재자, 운전자가 아니라 주체적으로, 독자적으로 외교노선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상적이긴 하나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글로벌 시대에서 초강대국 사이에낀 우리나라 현실에서 선택하긴 불가능에 가까운 선택지가 아닐까 싶더라는. 다만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라는 용어에 대한 새로운 시각(북한 입장에서는 자기를 대상화하고 굴복시키겠다는 의미로 받아들 수 있는 불쾌하게 느낄 용어)은 그렇게 볼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책에서 몇가지 책을 추천하고 있는데 언제 볼지 모르겠지만 적어둔다.

-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 / 밴디 리

- 베트남 전쟁에 대해 다룬 성공회대 한홍구 또는 서울대 박태균 또는 성신여대 홍석률 교수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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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차별주의자 - 보통 사람들의 욕망에 숨어든 차별적 시선
라우라 비스뵈크 지음, 장혜경 옮김 / 심플라이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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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전에 읽었던 우리나라 저자의 '선량한 차별주의자'라는 책이 생각났다. 역시나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우리가 사회문화적으로 별다른 의심없이 받아들고 있었던 가치관, 사고체계에 대해 되짚어보게 만드는 기회를 던져주는 책이었다. 젠더문제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개선되고 있는 편이라 보여지는데 여기선 아직도 이정도 수준인가 싶을정도로 거리감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이성관계가 복잡한 남성을 바람둥이, 카사노바 정도로 부르지만 여성의 경우에는 창녀라는 험한말이 튀어나온다는 부분 등) 


정말일까? 우리나라는 어디쯤일까? 싶었던 부분도 있었다. 음성학적으로 여성은 남성의 저음목소리에 끌리고 남성은 여성의 고음의 귀여운 목소리에 끌리는데 200년 전보다 남녀의 음정 차이가 8도에서 5도로 줄었다는 부분, 그러니까 요즘 여성들은 달라진 사회 환경으로 인해 목소리를 다르게 사용한다는 증거들은 흥미로웠다. 문화차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일본 여성의 목소리가 세계에서 제일 높은 반면 남녀평등 인식이 높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여성 목소리가 세계에서 가장 저음이라고.


또 미용실의 경우 머리 길이와 관계없이 성별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며 심지어 2012년 문구회사 Bic이 Bic for her라고 이름붙여 여성용 볼펜을 출시했는데 색깔만 분홍색으로 해놓고 가격을 두배로 받았다는 사례에서는 우리나라 미용실 가격체계가 오버랩되었다. 커트 뿐만 아니라 머리 시술 비용에 있어 차이가 큰걸로 아는데 문제 삼는 사람이 있었나 싶기도. 이 밖에도 사회적 지위에 따른 차별사례, 큰 도둑은 놓아주고 좀도둑만 잡아들이는 부분이나 경제사범에 대한 저평가된 경계의식, 심지어 저지르고 싶어도 아무나 할 수 없는 범죄이므로 지능적이고 스마트하게 보이기까지 한다는 부분은 유럽도 비슷하구나 생각했다. (저자는 오스트리아 사회학자이다.)


이렇듯 상품소비에서나 범죄 뿐만아니라 이민자를 대하는 시선, 소셜네트워크의 팔로워 수(관심 수)에 따른 차별에 이르기까지(팔로워수과 영향력은 비례하며 이는 곧 권력이 된다.) 공평한 세상 가설 같은 심리적인 함정과 흑백논리 같은 제목 그대로 내 안의 차별주의자적 요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책을 덮으며 ‘차별’이라는 단어가 어디서 발생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본다. 나와 같지 않음을 다름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즉 사회문화적인 다름에 의한 울타리를 치는 것이 일반인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아닐까. 책 서두의 한 문단을 마지막으로 옮겨본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도 그리스 문화가 아닌 모든 것을 '야만'이라는 한마디 말로 요약 정리해 버렸다. 이런 세계관은 매우 재미난 역설을 포함한다. 오늘날 야만적이라는 말은 현실을 '우리' 아니면 '남', 흑 아니면 백, 찬성 아니면 반대로 양분하는 무식한 논리를 뜻한다. '우리'가 아닌 것을 무조건 무시하는 태도를 야만적이라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야만적'인 인간들을 거부하는 그 사람들 스스로가 '야만인'과 똑같이 이분법적 태도를 취한다. 야만인이란 그 누구도 아닌 야만을 믿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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