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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이 바꾼 세계사 - 대량해고, 불황, 빈곤은 세상을 어떻게 움직였을까?
도현신 지음 / 서해문집 / 2017년 11월
평점 :
실업이 바꾼 세계사라는 제목부터 흥미롭다. 얼핏 전혀 조화가 안되보이는데 책을 보니 납득이 되는걸 넘어 제목부터 다루고 있는 챕터까지 참 잘 잡았다라는 생각이 든다. 헬레니즘 시대의 시작과 실업의 관계, 삼별초의 난과 실업의 관계, 의화단의 난과 실업의 관계 등. 저자 프로필을 보니 역사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테마를 역사기반으로 쓰고 있는 분이라고 되어있는데 그간 출간한 책 제목을 살펴보니 역시나 이 책이 가장 눈에 띄어 보였다.
그리스 실업자들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페르시아 이주정책을 시작으로 중국 및 영국, 미국, 멕시코 이야기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삼별초 및 생소했던 이필제의 난을 비롯하여 국민방위군, IMF때 이야기까지 각 주제별 20페이지 정도로 소개하고 있는데 이자성의 난이나 의화단의 난처럼 실업자가 일으킨 사건에서부터 인클로저 운동이나 산업혁명, 경제대공황처럼 어떤 사건에 의해 발생한 실업자들에 의한 영향 등 대부분 이렇게 엮어볼 수 있구나 생각하면서 재밌게 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주제랑 관계없이 눈에 띄는 부분 몇가지는.
- 알렉산드로스 3세의 페르시아 정복이 성공하면서 그리스 각지에 들끓던 실업자와 빈민, 용병들이 대거 아시아의 식민지로 이주하기는 했으나, 그로 인해 그리스 각 도시국가들의 인구유출이 늘어나 그리스 본토의 인구가 크게 줄어들게 되었다. (중략) 약 140년 후, 로마가 그리스를 침공하자 페르시아군보다 로마군이 수적으로 훨씬 적었음에도 속수무책으로 정복당하고 말았다.
- 스코틀랜드는 로마 시대에는 칼레도니아라고 불렸다. 9세기 무렵 켈트족 계열의 스코트족이 원주민인 픽트족을 제압하고 스코트족scot족이 사는 땅land라는 뜻의 스코틀랜드 왕국을 세웠다.
- 이필제는 동학의 2대 교주인 최시형을 찾아가 자기가 고조선의 단군왕검의 환생이라며 장차 자신이 조선과 중국을 지배할 제왕이 될 것이니 동학교도를 지원해달라고 했고 그러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정말인지 궁금할 정도로 안믿겼던 부분)
- 의화단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집단은 백련교였는데 세계는 선과 악의 대결장이며 곧 세상이 끝나고 구세주가 나타난다는 종말론을 핵심교리로 삼으며 손오공과 저팔계, 관우, 장비, 조자룡 등을 신으로 섬기며 100일을 무예연마하면 어떤 무기도 자신의 몸을 상하게 하지 못하며 1000일을 연마하면 초능력으로 하늘을 날아다닐수 있다고 믿었다고. (이것도 황당한데 백련교도로 1000일 이상을 산사람이 없어서였으려나.)
- 청년단에 가입한 사람들이 300만명을 넘은 것은 좌우익 이념대립이 이나라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실업자들이 생계를 위해 자구책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심지어 벌이가 작지도 않았는데 1946년 노동자 평균 하루 일당이 61원일때 대한노총 상대로 폭력을 벌인 청년단원들은 300~500원의 일당을 받았다고.
- 1950년대 말 한국의 실업률 공식 집계는 30% 정도였는데 대학생 실업률이 높아서 졸업한 학생들의 약 절반이 실업자가 되어 언론에서도 고등실업자 양성소, 대학망국론이 거론될 정도였다고. 1960년 3.15부정선거 이후 4.19에 이르기까지 이승만 정권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대학생을 중심으로 거세진 것은 이런 배경도 있었다는 식으로 설명을 하고 있다.
- 소말리아 해적이 늘어나 문제가 된 주된 이유는 내란으로 인한 가난, 실업도 있지만 정부가 제기능을 못하다보니 외국어선들이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더 좋은 장비로 수산자원을 쓸어가는 바람에 소말리아 어선이 제기능을 할수 없었으며 심지어 산업 폐기물까지 소말리아 바다아 무단으로 버리고 가기 일쑤 였기 때문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