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시집 - 오감도와 날개 그리고 권태 윤동주가 사랑한 시인
이상 지음 / 스타북스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유명한 <날개>의 첫문장이다. <날개>의 이 문장으로 인해 몇몇 사람들은 이상(본명 박해경)에게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란 호칭를 쓰기도 한다. 정말 천재였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은 <날개>라는 단편소설보다 그의 시들에서다. 시대를 너무 앞서간 시인은 그래서 그 시대(일제강점기)에 스스로 박제가 될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1910년은 망국의 해이다. 그리고 이상이 태어난 해이기도 하다. 그의 생애를 보면 건축과 수석 졸업생이면서도 그림에 뛰어난 소질이 있었던 듯하다. 이상의 보성고보 시절 교내 유화 1등 수상작을 볼 수 있다면 좋았겠단 생각을 하면서 그의 약력을 읽었다. 화가 구본웅과의 친분이 그림에 대한 관심 때문이 아니라 7살 때부터 친구였다는 사실도 놀랍다. 구본웅이 그린 그림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 바로 이상을 그린 초상화다. 몇 년 전 미술전시회에서 그 그림을 보고 한 눈에 반했었는데, 어쩌면 20년지기 친구를 물감으로 표현하면서 이상의 생각과 감정까지도 넣어 그렸던듯하다. 매우 강렬한 느낌의 초상화였는데 이 시집에 실려 있는 이상의 사진을 보노라면 초상화와는 좀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상의 부인 변동림은 구본웅의 이복동생이기도 하다. 이상이 요절하는 바람에 변동림은 후에 다시 재혼하게 되는데 이후의 남편은 김환기이다. 변동림에겐 그런 남성들이 매우 끌렸던듯하다. 천재를 알아보는 눈을 가진 변동림!!! 흠!!


이상의 시를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묶여진, 더구나 단편소설<날개>와 수필<권태>까지 만날 수 있어 더욱 기쁘다. 본책에는 미발표 유고시 아홉편까지 실려있어 이상의 다양한 시들을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오감도> 15편, <조감도> 8편을 한 번에 모두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흡족했다.

익숙하다고 생각되었던 이상의 몇몇 시들은 읽을 때마다 새롭고 또 새롭다. 새로움이 당연하다는 듯 어쩌면 이상의 시는 늘 새롭지 않을까 싶다. 여전히 이해가 어려워 반복해서 읽어가야 하는 시들도 많다. 그럼에도 내게 이상의 시들은 많은 생각들을 불러오기도 했다. 그 중 <지비 1,2,3-어디갔는지모르는아내->를 읽으면서 <날개>를 떠올리기도 했다. 


......

역사는 무거운 짐이다

세상에 대한 사표쓰기란 더욱 무거운 짐이다

나는 나의 문자들을 가둬버렸다

도서관에서 온 소환장을 이제 난 읽지 못한다


나는 이젠 세상에 맞지 않는 옷이다

봉분보다도 나의 의무는 적다

나에게 그 무엇을 이해해야 하는 고통은 완전히 사그라져버렸다

......

<회환의 장> 중에서 일부


1937년, 27살의 나이로 요절한 이상은 일제강점기때 태어나 조국의 해방도, 새로운 조국의 달라지는 모습도 전혀 보지 못하고 그 시대만을 살다가 숨을 거둔 시인이다. 이상의 알다가도 모를 난해한 시들을 접할 때마다 그가 살면서 부대껴야 했던 그 '이상의 시대'는 혹 자신의 시 만큼이나 모호하고 까다로우며 무언가 꼬여서 풀기 어려운 모습이지 않았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