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스캔들 -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예술가들의 삶과 사랑
박은몽 지음 / 책이있는풍경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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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여기서 만나게 된 것은 어느 별이 도운 것일까요?"

아, 정말이지...... 이렇게 오글거리는 '대사'를 니체가 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말은 38세의 니체가 21세의 루 살로메에게 인사하면서 건넨 말이었다고 하는데, 콧수염을 잔뜩 기른 니체의 사진을 기억하고 있는 나에게, 그것도 이런 말을 했을 당시의 니체는 38세였다니!!!
뭐, 이런 표현을 가능케 하는 것도 사랑의 힘이지 않을까?

사랑은 연인의 이름까지 바꾸어 주기도 한다. 루 살로메의 본명은 루이즈 살로메였는데, 그녀의 첫사랑이었던 길로트 목사 때문에 이름을 '루'로 바꾸었으며, 릴케를 사랑했던 루 살로메는 릴케의 이름을 본명인 르네 마리아 릴케에서 '라이너' 마리아 릴케로 바꾸게 했다. 화가 로트레크가  마리 클레망틴 발라동을 '쉬잔' 발라동으로 바꾸어 주었듯이, 에디트 피아프가 자신의 마지막 사랑이었던 젊은 연인 테오파니스 람보우스키의 이름을 테오 사라포라는 이름으로 바꾸는 것을 조언했듯이 말이다.

에디트 피아프와 테오 사라포의 사랑 이야기는 가슴을 울렸다. 그들을 보면서 이번에 당선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떠올랐다. 24세 연상인 부인과 함께 환하게 웃던 사진도 함께 말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기사를 먼저 읽었던 터라 테오 사라포 보다 20세 연상이었던 에디트 피아프와의 사랑 이야기를 읽으니 자연스럽게 그 두 사람이 오버랩되었다. 21세기인 지금도(물론 프랑스에서는 아니겠지만) 우리에겐 어색한(?) 만남처럼 보이는 프랑스 대통령 내외의 모습이기에, 그 당시의 에디트 피아프와 테오 사라포의 결합은 많은 비난 섞인 시선을 받았을 수밖에 없었으리라.

저자의 재미있는 글도 있다. 로댕과 클로델의 사랑을 다루는 이야기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로댕과 클로델의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작가적 냉정함은 잊어버리고 나도 모르게 아줌마 마인드가 되어 '로댕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게 되곤 한다."라고 말이다. 하하.  솔직히 손뼉을 치며 정말 동조하고 싶었다. 나 또한 로댕과 카미유 클로델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로댕 나쁜 놈'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사랑을 통해 남겨진 로댕의 작품을 보면서 감탄을 한다. 물론 좀 씁쓸하기는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절박하고 광적이다. 그들의 사랑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다. 그들의 사랑은 불멸이고 헌신이다. 누군가는 이해할 수 없다 해도 몸과 혼이 함께하는 그들만의 사랑은 그들의 삶이었다........ 여기 이 책에 실린 16편의 '스캔들' 속 사랑이 그렇다. 이 책 '스캔들' 속 주인공들은 우리에게는 철학자로, 작가로, 미술가로, 시인으로, 무용가로, 화가로, 가수로서 익히 알려진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사랑을 통해서 자신의 저작들에 그 흔적을 남겨 놓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에게 흔적을 남긴다. 저자가 에필로그에 쓴 문장 "모든 사랑은 흔적을 남긴다"라고 쓴 글이,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가슴에 콕 박히며 긴 여운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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