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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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저 결혼을 위한 결혼은 하기 싫어. 대화를 나눌 수 없는 사람, 더 심하게는 침묵을 나눌 수 없는 사람과 여생을 함께 보내는 것보다 더 외로운 일은 없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위에 인용한 글은 본문 17쪽에 나오는 문장이다. 물론 첫문장부터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책들도 있다. 나는 17쪽에 적힌 이 문장에 이책의 첫밑줄을 그었더랬다. 특히 '침묵을 나눌 수 없는 사람과 ...... 더 외로운 일은 없다'는 말에 잠시 읽는 걸 멈췄다. 책 속 주인공인 줄리엣의 결혼관이 나와 같아서 갑작스레 줄리엣이 확~ 좋아졌기 때문이다. 줄리엣에 대한 나의 애정은 여기서부터 싹튼듯한데 1부를 지나 2부에 들어서면서는 줄리엣의 사랑스러움에 완전 빠져들게 되었다. 어떻게 이렇게 사랑스러울수 있을까? 지금 리뷰를 쓰는 중에도 줄리엣을 생각하면 입꼬리가 샐쭉거리며 들썩인다. 여주인공에게 이토록 매력을 느끼며 책을 읽은지도 꽤 오랜만이다.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 리뷰를 쓰려고 앞부분을 다시 살짝 열었다가 앞부분을 처음부터 다시 읽고 있는 나를 발견했는데, 아마도 다시 읽으라고하면 또다시 즐거운 마음으로 읽게 될 책이지 싶다. 


이책은 10년전쯤 출간된 책이다. 당시에도 입에 오르내렸던 책이었는데 읽는 시점을 놓쳤다가 이번에 영화개봉에 맞춰 책이 새로 출간되면서 눈에 띄게 되었다. 읽지 못하고 지나갔다면 꽤나 아쉬웠을 책인데 이렇게 영화제작되어 나오면서 원작에 대한 관심에 따라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기쁘고, 영화에까지 관심이 쏠려서 아직 개봉전이지만 예고편을 찾아보기도 했다. 영화는 책과는 조금은 다르게 진행되려나~싶은 생각도 든다.

10년전에 출간되었을 때도 책제목 때문에 눈길을 끌었더랬다. 매우 독특한 제목이지 않는가! 북클럽의 명칭이 책제목인데 '건지 감자껍질파이'가 북클럽의 이름이라니 말이다. 건지가 건지섬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니 그 이름을 감자껍질파이와 하나로 묶어 읽을 때 느껴지는 입안에 굴려지는 생소한듯 독특함이 내게 기억하도록 붙든 듯하다. 파이를 감자껍질로도 만들수 있다는 것도 흥미롭고!


책의 시대배경은 1946년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얼마되지 않은 영국을 배경으로 런던과 채널제도 건지섬에서의 등장인물들이 편지글이라는 형식으로 사건을 펼쳐내고 있다. 놀랍게도 꽤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라는 말로 쓰인 편지글로 사건을 이어가는데, 등장인물 마다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으며, 다수의 인물들에 작가가 입힌 맛깔스러운 향기가 인물을 생생하게 표현해준다. 

여러 등장인물 중 줄리엣 다음으로 내 마음을 사로잡은 이는 '이솔라'다. 나와는 다른 성격인데 실제 이런 여성을 만나면 금방 친구가 될듯하다. 그리고 그렇게 친구가 되면 끝까지 변치 않을 우정을 지켜줄 친구, 진솔함으로 무장된 이솔라의 매력이 줄리엣 만큼이나 좋았다. 이책의 크라이막스라 할 수 있는 '이솔라의 탐정수첩'도 그녀의 매력을 한껏 보여준 대목이라하겠다.ㅎㅎ

이외에도 '엘리자베스', '도시', '킷' ...... 개성 만점의 멋진 캐릭터들을 한가득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시대배경이 2차 세계대전 후인 만큼 전쟁 종결 이후의 영국 모습을 살펴 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전쟁 당시 유일하게 독일 점령지였던 영국영토 건지섬에서의 나치들의 행각도 이야기의 주춧돌이다. 

2차 세계대전의 관련된 책을 읽다보면 나는 우리나라의 일제강점기를 떠올리게 된다. 건지섬에서의 나치의 모습과 비교하면서 읽었는데 전쟁의 참혹함은 늘 씁쓸하고 떫고 가슴 아릿하다. 책 속에서는 당시 나치점령 시기를 버텨내야 했던 등장인물들에게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 심리적으로 큰 유대감과 안정감을 주었을듯하다. 

참혹한 시기를 버텨내게 하는 건 무언가 하나로 이어져 소통할 수 있는,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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