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만 나면 딴생각 - 아무 것도 아니지만 무엇이든 되는 생각
정철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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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미있게 읽었어요."

책 읽고난 후 소감을 물어봤을 때 이렇게 말하면 더없이 진부하다. 책을 열심히 읽고 있는 아이들에게 "이 책 어때?"라고 질문을 던지면 100에 90은 "재밌어요."라고 대답한다. 그냥저냥 해도 재밌다고 하고 딱히 재미있지는 않지만 흠잡을 만한 얘깃거리가 없어도 그냥 재밌다고 하고 혹은 재밌어서 재밌다고도 한다. 말을 표현하는 표현법이 궁색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정말정말정말 재밌다고 느낀 책은 그렇게 단문으로 대답하지 않는다. 재밌다고 한 후에 내용이 어떠하다느니, 어느 부분이 마음에 남는다느니, 그런 문장은 도대체 뭘 먹으면 나오는지 궁금하다느니, 노트에 옮겨 놓은 부분이 있다느니, 어떻게 결말이 그러는지 모르겠다느니, 이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느니, 아니면 역시 이 작가의 책 답다느니 등등 부록처럼 말들이 착착 붙어 나오게 된다. 


<틈만 나면 딴 생각>은 읽고나서 어땠나? 이 책은, 할 말이 많은 책이다. 그럼 앞에 쓴 글에 따라 부록처럼 착착 붙여보자.^^*

이 책은, 책을 읽기 시작하고 50페이지를 넘기기도 전에 아이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한 책이다. 중학생인 우리아이의 글쓰는 시간을 즐겁게 만들어줄 책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글을 써보세요."라고 하면 무얼 쓸까 생각한다. 글의 제재를 찾는 거다. 글감을 찾지 못하면 한줄 쓰기도 어려운데, 글을 술술 쓸 수 있는 그러한 글감에 대해서 기발한 글감찾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는 거다.


이 책은, 글쓰기 방법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 주고 있다. 그냥 "재미있게 읽고나면 써져요."가 아니다. 우리가 책을 읽으면 저절로 뭔가가 될거라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책을 덮고나면 그냥 끝! 그냥 몇 만 자 활자를 읽고 기억에 몇 줄 남기거나, 담소 나누는 자리에서 몇 분짜리 얘깃거리로 남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잊혀져서 제목조차 가물가물한 책도 있다. 이 책도 언젠가 그럴 수 있겠지만, 이 책은, 읽고 난 후에도 몇 번 펼쳐봐진 책이다. 펼쳐서 읽을 때마다 사물에 대한 작가의 관찰력과 관찰을 통한 생각 꼬리물기가 놀랍다. 작가의 통찰력과 참신하거나 혹은 위트 있는 문장에 덧입혀진 글은 나도 그와 같이 써보고 싶게 만든다.


이 책은, 글쓰기에 재미를 갖게 해주기 딱 좋은 책이다. 12개의 챕터, 일명 '꼬리'로 표현한 것 중에서 특히 따라해보고 싶었던 꼬리는 도둑질하기와 국어사전 펼치기이다. 격언이나 명언, 속담을 비틀고 흔들고 뒤집고 패러디하고 재해석해보는 것 등등 챕터4인 '도둑질하기'는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사고 모두가 필요한 글쓰기인만큼 이 방법을 통한 글쓰기의 효과가 매우 기대되는 글쓰기이다. 이런 효과기대를 위해 시간을 가지고 아이들과 꼭 해보고 싶은 글쓰기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도둑질하기'였다면, 새롭게 글감을 찾고 연결하여 글쓰기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 것이 '국어사전펼치기' 챕터다. 글감이 없다고 고민할 필요가 없었단 생각을 갖게 해준 챕터다. 그냥 사전을 펼쳐서 한 글자를 찾고 그 위 아래로 포진한 글자들을 가지고 충분히 이렇게 멋진 글을 쓸 수 있다는 걸 이제껏 몰랐다니!


이 책은, 웃음과 함께 공감을 갖게 해주는 책이다. 챕터8 '입장 들어보기'를 읽으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동물들이 던지는 자신의 입장 표명을 꽤나 즐겁게 경청(?)했다. 나름 설득되었다. 이 챕터의 유머러스함으로 인해 이 책에 대한 매력이 더 깊어진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삽화도 한 몫한다. 많이 한다, 한 몫! 글도 삽화처럼 느껴지게 한다. 글과 삽화의 그 역할의 모호함이 신선함으로 느껴져 즐겁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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