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세이디 할러웨이에서 마스턴 부인으로

#5화. 세이디 할러웨이에서 마스턴 부인으로 

1915년 6월 15일, 세이디 할러웨이는 마운트홀리오크대를 졸업했다. 술이 달린 학사모를 쓴 할러웨이는 목덜미가 훤히 드러나는 단발을 하고 있었다. 1912년경 그리니치 빌리지의 페미니스트들이 머리를 단발로 자르기 시작했지만 1915년까지도 단발은 급진적인 헤어스타일이었다. 『뉴욕 타임스』는 이렇게 보도했다. “단발 개념은 러시아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여성 지식인들은 혁명가들이었다. 그들은 경찰에게 쫓길 때 쉽게 변장할 수 있도록 머리를 잘랐다.”

마스턴은 할러웨이에게 프러포즈했다. 할러웨이는 승낙했다. 마스턴은 『겁쟁이 잭 케너드』의 상금으로 약혼반지를 사서 할러웨이에게 주었다. 마스턴은 그녀가 자신의 성을 따르기를 바랐다. 할러웨이는 성을 바꾸긴 했지만 분개했다. “이름에 관한 한 여자들은 아버지 이름 아니면 남편 이름을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니까, 마음에 드는 쪽을 골라. 이 문명에는 ‘여자 자신의 이름’ 같은 건 없거든.” 할러웨이는 친구에게 조언했다. 세이디 엘리자베스 할러웨이는 베티 마스턴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할러웨이와 마스턴(1916년)

마스턴은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한편 할러웨이는, 그녀 자신의 표현을 빌면, “하버드대 바보 멍청이들이 여자를 받지 않아서 보스턴대에 진학했다.” 보스턴대는 1869년 설립 당시부터 여학생을 받은 매사추세츠 최초의 남녀공학 대학교였다. 그러나 1915년에 로스쿨을 다닌 여학생은 단발머리 할러웨이를 비롯해 3명이 다였다. 형법 강의에서 강간 같은 주제를 다루면 여학생들은 교실 밖에 나가 있어야 했다.

홀리데이대학교 강의를 듣기 위해 변장하는 원더우먼. 

신문연재만화 『원더우먼』 (1944년 9월 14일)

1917년 1월, 여성참정권론자들은 백악관 밖에서 “여성들은 언제까지 자유를 기다려야 합니까?”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그들은 헌법수정안이 통과될 때까지 집회를 해산시키지 말라고 간청했다. 윌슨의 취임식 전날인 1917년 3월 4일, 차디찬 빗속에 백악관 주위를 행진한 여성의 수는 1천 명이 넘었다.

백악관 바깥에 결집한 전미여성당의 여성참정권론자들(1917년)

윌슨의 취임식 직후 독일 U보트가 미국 선박 3척을 침몰시켰다. 4월 2일,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헌법수정안이 의회에 제출되었다. 같은 날 윌슨은 의회에 미국 참전을 발표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백악관으로 돌아가 눈물지었다고 한다. 백악관을 둘러싼 시위자들은 집회 해산을 거부하다가 체포되었다. 재판에서 판사는 말했다. “지금 같은 전시에 대통령을 방해해선 안 됩니다.”

  『원더우면 허스토리』 사전 연재 6화에서 계속

<원더우먼 허스토리>는 반세기 넘게 그 누구도 알지 못했던 원더우먼의 비밀스럽고 신비한 역사를 파헤칩니다. 최초의 여성 히어로이자, 대중문화 속 페미니즘의 아이콘인 원더우먼을 통해 지금껏 잃어버리고 끊임없이 다시 싸워진 페미니즘의 역사를 세세히 만나봅시다.

* <원더우먼 허스토리> 사전 연재 안내

1. 사전 연재는 매주 월/수/금 '윌북 알라딘 서재'에서 단독 공개 됩니다. 

2. [사전 연재] 글은 책의 본문 내용 중 편집을 거쳐 공개됩니다.

3. <원더우먼 허스토리>는 5월 초 출간 될 예정입니다.

"이름에 관한 한 여자들은 아버지 이름 아니면 남편 이름을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니까, 마음에 드는 쪽을 골라. 이 문명에는 ‘여자 자신의 이름’ 같은 건 없거든." 할러웨이는 친구에게 조언했다.

#4화. 거짓말 탐지기는 누가, 왜 발명했을까?

#4화. 거짓말 탐지기는 누가, 왜 발명했을까? 

마스턴과 할러웨이 두 사람은 팔짱을 끼고 하버드 야드에서 센트럴 광장까지 걸었다. 목적지는 “케임브리지의 고급 엔터테인먼트의 본산”, 시닉템플 영화관이었다. 마스턴에게도 영화관에 갈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신사정장용 고급 양모를 취급하던 아버지의 사업이 부진하자 학자금을 대기 위해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에머슨 홀의 심리실험실에서 마스턴은 거짓말과 진실을 가려줄 수 있다는 기계로 실험 중이었다.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그는 거짓말을 진실로 바꾸어야 했다. 진실이 아니지만 스크린에서는 진실처럼 보일 이야기 쓰는 법을 배워야 했다. 마스턴은 하버드대 2학년이었던 1912~1913년에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영화관에서 상당한 시간을 보내면서 각 영화사가 제작한 영화들의 플롯과 스타일, 그리고 영화에서 구현 가능한 시각효과를 연구했다.

3학년이 된 마스턴은 다시 연구실로 돌아갔다. 그는 혈관이 수축할 때의 최대혈압을 이용해 거짓말을 탐지하는 실험을 고안했다. 마스턴은 피험자로 심리학과 대학원생 10명을 모집했다. 피험자 열 사람에게는 마스턴이 모르는 서로 다른 이야기가 주어져야 했으므로 이야기를 쓰는 건 할러웨이에게 맡겼다. 각각의 이야기를 봉투에 넣고 피험자에게 건네준 다음, 친구를 변호하기 위해 증언을 하도록 했다. 이때 피험자는 자기 선택에 의해 거짓 증언을 할 수도, 진실을 말할 수도 있었다. 마스턴은 오직 피험자의 팔에 단 혈압계의 혈압 수치만을 기반으로 거짓말을 판별했다. 마스턴은 107건의 실험 가운데 103건의 진위를 맞췄다.

하버드대 심리실험실에서 안경을 쓴 마스턴이 레너드 트롤랜드에게 

거짓말 탐지검사를 실시 중이다.(1914년)

윌리엄 몰튼 마스턴이 원더우먼을 창조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이 실험으로 역사에 기억되었을 것이다. 그는 거짓말 탐지기를 발명했다. 거짓말 탐지기는 백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사용되고 있다. 『원더우먼』 곳곳에도 등장했다.

“엘바, 이리 와. 거짓말 탐지기로 시험해봐야겠어.” 다이애나 프린스가 스파이로 의심되는 비서 엘바 도브를 끌고 복도를 걸으며 말한다.

“내가 질문을 할게.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혈압이 올라갈 거야.” 다이애나는 트레버가 지켜보는 가운데 엘바를 기계에 묶으며 말한다.

“네가 비밀 서류함에서 보고서를 가져갔지?” 다이애나가 묻는다.

“아니야, 내가 아니야!” 엘바가 우긴다.

“맙소사! 저 여자, 거짓말을 하고 있어.” 트레버가 그래프를 보며 외친다.

거짓말 탐지검사를 실시하는 다이애나 프린스. 

「사무실의 스파이」, 『센세이션 코믹스』 3호(1942년 3월)

첫 번째로 고안한 거짓말 탐지 실험들을 마무리 짓던 3학년 말, 마스턴은 광고를 보았다. “‘영화’ 시나리오 공모, 상금 100달러.” 에디슨 영화사에서 재능 있는 대학생 발굴을 위한 공모전을 개최한 것이었다. 하버드대를 비롯해 총 10개 대학교 학생들이 참가할 수 있었고 우승자에게는 상금이 주어졌다. 총 337편의 시나리오가 공모되었고 마침내 에디슨 영화사는 대상을 발표했다.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10개 대학 학생들이 초청된 이 공모전의 대상으로 『겁쟁이 잭 케너드』가 선정되었다.” 대상 시나리오의 작가는 윌리엄 몰튼 마스턴이었다.

『겁쟁이 잭 케너드』가 배우를 캐스팅하고 촬영을 마치는 데에는 두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클라이맥스이자 마지막 장면에서 케너드는 신설된 하버드 광장 지하철역에서 열차에 치일 위험에 빠진 여자친구를 구하면서 용기를 증명한다. 스토리텔링 연구에 천착한 결과, 마스턴은 자신이 겪은 사실들을 픽션으로 기워내는 법을 익혔다. 하버드 광장 지하철역에서 있었던 사고, 대학 풋볼팀에 들어가지 않은 고교 풋볼 스타, 빚에 허덕이는 대학생. 마스턴의 거짓말에는 진실이 담겨 있었다.

<겁쟁이 잭 케너드>의 한 장면(1915년)

마스턴은 하버드대 로스쿨에 입학 허가를 받았다. “거짓말의 심리·물리학은 제가 법조계에서 일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소파에 누운 마스턴이 놀라울 만큼 시건방진 투로 말했다. 마스턴은 자기 연구를 설명했다. “실험을 100번 해봤는데 모두 옳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는 증인을 반대 심문할 때 몹시 귀중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증인의 팔에 혈압계를 달면 증언의 진위 여부를 판별할 수 있죠.”

 『원더우면 허스토리』 사전 연재 5화에서 계속

<원더우먼 허스토리>는 반세기 넘게 그 누구도 알지 못했던 원더우먼의 비밀스럽고 신비한 역사를 파헤칩니다. 최초의 여성 히어로이자, 대중문화 속 페미니즘의 아이콘인 원더우먼을 통해 지금껏 잃어버리고 끊임없이 다시 싸워진 페미니즘의 역사를 세세히 만나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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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원더우먼 허스토리>는 5월 초 출간 될 예정입니다.

"실험을 100번 해봤는데 모두 옳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는 증인을 반대 심문할 때 몹시 귀중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증인의 팔에 혈압계를 달면 증언의 진위 여부를 판별할 수 있죠."

#3화. 할러웨이는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되었는가?

#3화. 할러웨이는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되었는가?

 할러웨이 가문에서 4대 만에 얻은 딸, 세이디 엘리자베스 할러웨이는 기가 세고 까다로운 여자였다. 무엇보다도 겁이 없었다. 가장 친한 친구와 연극을 할 때면 세이디는 항상 남자 역을 맡았다. 바지처럼 보이는 옷이 있었기 때문이다. 16번째 생일 선물로 어머니에게서 존 러스킨의 「참깨와 백합」을 받았다. 이 책에서 러스킨은 주장한다. “소녀의 교육은 과목과 내용 면에서 소년과 대동소이해야 한다.”

할러웨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매사추세츠에 위치한 미국 최초의 여대, 마운트홀리오크대학교에 진학했다. 당시만 해도 여성의 교육이란 새로운 개념이었다. 18세기 말까지 여자아이들은 쓰는 법조차 배우지 못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국가가 건설되자 여성의 교육에 대한 생각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공화국에서는 여성들도 세상을 알아야 아들을 고결한 시민으로 키울 수 있었다. 세이디 할러웨이가 짐가방을 들고 마운트홀리오크대로 향한 1911년, “아마존”은 여성 반란자(즉, 당시 많은 사람들의 기준으로, 집을 떠나 대학에 진학하는 여성들)를 지칭했다. ‘신여성’이라고 불린 그들은 남성과 똑같은 자유를 추구했다.

마운트홀리오크대 시절 세이디

엘리자베스 할러웨이(1915년)

1910년이 되기 전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던 단어 “페미니즘”. 이 단어는 1913년에 이르자 사방에서 쓰였다. 이는 여성의 권리 및 자유를 옹호하며 19세기 “여성운동”과는 확연히 다른 평등을 그리는 개념이었다. 19세기 여성운동가들은 여성이 섹스에 아무 관심이 없다고, 욕정도 갈망도 열정도 없다고 믿곤 했다. 페미니스트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들은 섹스를 재생산에서 분리시켰다. 섹스가 남성에게처럼 여성에게도 희생이 아닌 쾌락이 되기를 바랐다. 1914년,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활동하던 페미니스트 마거릿 생어가 잡지 『여성 반란』을 창간했다. 생어는 “페미니즘의 기반은 종교나 국가와 무관하게 어머니가 될 권리”, 자신의 몸을 직접 통제할 권리여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반란』에 실린 마거릿 생어의 기고문(1914년)

할러웨이는 마스턴을 사랑했지만 그와 떨어지는 것을 개의치 않고 마운트홀리오크대에 진학했다. 마스턴은 그녀를 만나기 위해 케임브리지에서부터 기차를 타고 왔다. 할러웨이는 사우스 해들리 역에서 그와 만나 함께 캠퍼스까지 전차를 타고 이동하는 편을 선호했다. 마운트홀리오크대 학생들은 보호자 없이 남성과 같은 전차에 탈 수 없었다. 할러웨이는 이에 대해 “멍청한 규칙”이라고 잘라 말했고 학장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할러웨이는 아랑곳 않고 마스턴과 함께 전차를 탔다.

할러웨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1885년에 초판이 출간된 『사포: 회고록, 글, 엄선된 해석들과 직역』이었다. 기원전 600년경 사포가 살던 에게 해의 레스보스 섬의 거주민을 뜻하는 단어 ‘레즈비언’. 이 단어가 다른 여성에게 끌리는 여성을 지칭하는 데 쓰인 것도 이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레스보스의 사포는 여성 사이의 사랑을 뜻하는 상징이 되었다. 할러웨이는 사포의 시를 원어인 그리스어로 읽었다. 훗날, 아주 먼 훗날 세이디 할러웨이는 DC 코믹스에 여자들의 섬 출신 아마존인 원더우먼이 어떤 감탄사를 써야 하는지 설명하는 메모를 전했다. “불카누스의 망치!”는 쓰지 말라. “고통받는 사포여!”를 써라.

신문연재만화 『원더우먼』 (1944년 8월 16일)

『원더우면 허스토리』 사전 연재 4화에서 계속

<원더우먼 허스토리>는 반세기 넘게 그 누구도 알지 못했던 원더우먼의 비밀스럽고 신비한 역사를 파헤칩니다. 최초의 여성 히어로이자, 대중문화 속 페미니즘의 아이콘인 원더우먼을 통해 지금껏 잃어버리고 끊임없이 다시 싸워진 페미니즘의 역사를 세세히 만나봅시다.

 * <원더우먼 허스토리> 사전 연재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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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전 연재] 글은 책의 본문 내용 중 편집을 거쳐 공개됩니다.

3. <원더우먼 허스토리>는 5월 초 출간 될 예정입니다.

1914년,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활동하던 페미니스트 마거릿 생어가 잡지 『여성 반란』을 창간했다. 생어는 "페미니즘의 기반은 종교나 국가와 무관하게 어머니가 될 권리", 자신의 몸을 직접 통제할 권리여야 한다고 말했다.

#2화. 윌리엄 몰튼 마스턴의 탄생과 할러웨이와의 만남

#2화. 윌리엄 몰튼 마스턴의 탄생과 할러웨이와의 만남

윌리엄 몰튼 마스턴은 매사추세츠 클리프턴데일 에이번 스트리트의 3층짜리 빅토리아풍 주택에서 태어났다. 어머니와 이모들은 아기 마스턴을 애지중지했다. 어린 시절 마스턴은 진품과 가품의 차이를 비교하는 걸 좋아했고 박제된 새를 수집했다. 7살 때 처음으로 학교에서 상을 탔으며 문학적 야심도 있어서 시와 소설과 희곡을 썼다. 마스턴의 어머니는 아들에게서 천재성의 증표를 감지했다. 마스턴은 키가 훌쩍 커졌고, 귀가 약간 튀어나오긴 했으나 악마적으로 잘생긴 남자로 자랐다. 머리칼은 어둡고 곱슬곱슬했으며 턱은 넓었고 보조개가 있었다. 사자 새끼에서 당당한 수사자로 성장한 것이다.

펠튼그래머스쿨 8학년 때 그는 세이디 엘리자베스 할러웨이라는 이름의 예민하고 빼빼 마른 소녀와 사랑에 빠졌다. 끝내주게 똑똑한 여자아이였다. 이듬해 마스턴은 학급 반장으로, 할러웨이는 학급 서기로 선출되었다. 어쩌면 마스턴이 할러웨이에게 첫 아이를 몰튼이라고 부르자고 처음 제안한 건 그때일지도 모른다.

몰든고등학교에서 마스턴은 학급 기록관, 문학회 회장, 학생 문예지 『오라클』 편집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학급에서 벌어진 일들을 기록했고 여성참정권을 주제로 한 토론에서 사회를 보았다. 마스턴의 운명을 결정한 건 어느 날 졸업반 학생들을 방문한 하버드대학교 명예총장 찰스 W. 엘리엇이었다. 마스턴은 『오라클』에 “하버드대학교 진학이 후년에 끼칠 영향은 막대하다”라고 적었다. 하버드대학교에 입학하지 못하리라는 의심은 추호도 없었다.

하버드대 신입생 시절의 윌리엄 몰튼 마스턴(1911년)

하버드대학교 여성참정권을 위한 남성연맹은 1910년 봄 당시 4학년이었던 존 리드와 컬럼비아대학교 철학과 대학원생으로서 뉴욕 여성참정권을 위한 남성연맹 설립을 도운 맥스 이스트먼에게 설득당한 한 로스쿨 학생의 손에 설립되었다. 1911년 가을, 에멀린 팽크허스트는 1,000석 규모로 하버드대학교 캠퍼스에서 가장 크고 명성 높은 샌더스 극장에서 강연할 예정이었다. 집행이사회에서는 “강당에 여성 연사가 서는 일은 허용되지 않는다”라는 핑계로 팽크허스트가 교내에서 강의할 수 없다고 판결을 내렸다. 그럼에도 거리의 댄스홀에서 열린 팽크허스트의 강연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학생들은 벽을 기어오르거나 창문을 통해 들어오려고 애를 썼다.

팽크허스트는 언제나처럼 통렬했다. “여성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전혀 모르는 무지한 젊은 남성이 단지 자신이 남성이라는 이유로 스스로를 유능한 법조인이라고 믿습니다.” 팽크허스트는 하버드대 남학생들을 훑어보며 말했다. “이런 귀족적 태도는 실수입니다.” 마스턴은 매혹 당했고, 전율을 느꼈고, 정신을 빼앗겼다. 문간 앞에서 혁명이 벌어지고 있었다.

버킹엄 궁 밖에서 연행되는 에멀린 팽크허스트

윌리엄 몰튼 마스턴은 에멀린 팽크허스트와 그녀의 수갑을 잊지 않았다. 30년 뒤 마스턴이 구상한, 여권을 위해 싸우는 여성 슈퍼히어로 캐릭터(“원더우먼, 원더우먼! 그녀는 남성이 지배하는 이 세계를 뒤집어엎고 있어!”)의 유일한 약점은 남성에 의해 쇠사슬에 묶이면 모든 힘을 잃는다는 것이다. 

「역사 속 원더우먼들: 수전 B. 앤서니 편」, 『원더우먼』 5호(1943년 6~7월)

『원더우면 허스토리』 사전 연재 3화에서 계속

<원더우먼 허스토리>는 반세기 넘게 그 누구도 알지 못했던 원더우먼의 비밀스럽고 신비한 역사를 파헤칩니다. 최초의 여성 히어로이자, 대중문화 속 페미니즘의 아이콘인 원더우먼을 통해 지금껏 잃어버리고 끊임없이 다시 싸워진 페미니즘의 역사를 세세히 만나봅시다. 

* <원더우먼 허스토리> 사전 연재 안내

1. 사전 연재는 매주 월/수/금 '윌북 알라딘 서재'에서 단독 공개 됩니다. 

2. [사전 연재] 글은 책의 본문 내용 중 편집을 거쳐 공개됩니다.

3. <원더우먼 허스토리>는 5월 초 출간 될 예정입니다.

"여성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전혀 모르는 무지한 젊은 남성이 단지 자신이 남성이라는 이유로 스스로를 유능한 법조인이라고 믿습니다." 팽크허스트는 하버드대 남학생들을 훑어보며 말했다."이런 귀족적 태도는 실수입니다."

#1화. 당신은 원더우먼의 과거를 아는가?

#1화. 당신은 원더우먼의 과거를 아는가?

원더우먼은 시대를 통틀어 가장 인기 있는 여성 슈퍼히어로다. 슈퍼맨과 배트맨을 제외하고는 가장 오래된 만화 캐릭터이기도 하다. 다른 슈퍼히어로처럼 원더우먼은 진짜 정체를 숨기고 있다. 다른 슈퍼히어로와는 달리 원더우먼은 진짜 역사도 숨기고 있다.

1941년, 원더우먼이 투명 비행기를 타고 미국에 상륙했다. 원더우먼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여성들만의 섬에서 남성과 격리되어 산 아마존의 일족으로 평화와 정의,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우러 미국에 왔다. 원더우먼은 금팔찌를 차고 있었으며 총알을 막을 수 있었다. 그녀의 마법 올가미에 묶인 사람은 진실을 뱉어내야 했다. 원더우먼은 자신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다이애나 프린스라는 이름의 비서로 위장하여 미군 정보국에서 일했다. 겉모습만 보면 핀업걸과 다를 바 없는 원더우먼은 그때까지 세상에 없었던 강하고, 똑똑하고, 용감한 여성 캐릭터였다.

신문연재 만화 『원더우먼』(1944년 5월 12-13일)

『원더우먼』은 70년이 넘게 단 한 번의 절판도 없이 사랑받았고 모든 대륙에 수백만 명의 팬을 거느리고 있다. 그러나 원더우먼의 가장 열렬한 팬조차도 그녀의 진정한 기원은 모른다. 원더우먼은 심장만큼이나 비밀스러운 존재이므로. 

부상당한 스티브 트레버를 기자들에게서 숨기고 있는 남장한 원더우먼. 

「협잡꾼의 미끼」, 『센세이션 코믹스』 미출판분

원더우먼은 끝내주는 부츠를 신은 아마존의 공주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그녀는 1910년대 여성 참정권 운동에서 시작해서 꼬박 한 세기가 지난 현재 페미니즘이 놓인 난처한 상황을 잇는 일련의 사건들을 설명하는 미싱링크다. 페미니즘이 원더우먼을 만들었다. 

원더우먼의 기원은 윌리엄 몰튼 마스턴의 과거와 그가 사랑했던 여성들의 삶에 있다.그들은 함께 원더우먼을 창조했다. 마스턴은 비밀스러운 삶을 영위했다. 두 여인과 그들이 낳은 네 자식과 한 지붕 아래 살았다. 그들이 즐겨 은신한 곳은 바로 자신들의 손으로 창조한 만화 속이었다. 

마스턴은 학자이자 교수이자 과학자였다. 마스턴이 사랑했던 여성들은 여성참정권론자였고 페미니스트였고 산아제한운동가였다. 원더우먼은 대학 캠퍼스, 강의실, 연구실, 항의행진에서, 침실에서, 산아제한 클리닉에서 탄생했다. 원더우먼은 오랫동안 여성의 권리를 위해 치열하게 싸웠고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이 책은 그녀의 기원을,놀라움과 거짓말의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원더우면 허스토리』 사전 연재 2화에서 계속

<원더우먼 허스토리>는 반세기 넘게 그 누구도 알지 못했던 원더우먼의 비밀스럽고 신비한 역사를 파헤칩니다. 최초의 여성 히어로이자, 대중문화 속 페미니즘의 아이콘인 원더우먼을 통해 지금껏 잃어버리고 끊임없이 다시 싸워진 페미니즘의 역사를 세세히 만나봅시다.  

* <원더우먼 허스토리> 사전 연재 안내

1. 사전 연재는 매주 월/수/금 '윌북 알라딘 서재'에서 단독 공개 됩니다. 

2. [사전 연재] 글은 책의 본문 내용 중 편집을 거쳐 공개됩니다.

3. <원더우먼 허스토리>는 5월 초 출간 될 예정입니다.

"그녀는 1910년대 여성 참정권 운동에서 시작해서 꼬박 한 세기가 지난 현재 페미니즘이 놓인 난처한 상황을 잇는 일련의 사건들을 설명하는 미싱링크다. 페미니즘이 원더우먼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