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역사 - History of Writing History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시민! 그를 처음 만난 것은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통해서 였다.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에 친구가 두권의 책을 빌려주었다. 하나같이 재미있고 많은 진실을 알려준 책이었다. 그 중한권이 유시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였다. 역사의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유시민은 재미있게 풀어 놓았다. 그 책을 유시민이 지명수배를 피해 도망다니면서 쓴 책이란 사실을 성인이 되어서야 알았다. 그리고 그의 책을 '국가란 무엇인가'를 거쳐, '역사의 역사'를 통해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나도 성장했지만, 유시민의 글쓰기도 많이 변화했다. 그의 역사 글쓰기는 어떻게 변했을까?

 

 

1. 유시민님, 맞는 표현인가요?

  전문역사가가 아닌, 유시민의 책을 역사를 전공하고 역사를 가르치는 일을 하는 나로서는 쉽게 읽을 수 만은 없다. 하나하나 과연 유시민의 말이 옳은지를 눈독들이며 읽었다. 직업병이었다. 나를 불편하게 만든 몇가지를 살펴보자.

  첫째, '만리장성 바로 너머 요동지역'이라는 표현이 과연 옳을까? 문제의 문장을 살펴보자.

 

  "신채호는 한걸음 더 나아가 고대 우리민족의 생활 터전이 압록강이나 대동강 이남이 아니라 만리장성 바로 너머 요동 지역이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유시민은 주어를 '우리민족의 생활 터전이'로 본다면, '만리장성 바로 너머'는 요동 지역이 아니라, 북경이어야한다.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만이, '만리장성 바로 너머'는 '요동지역', 혹은 요서지역이 될 수 있다. 유시민의 실수었을까? 아니면, 공간개념이 확실하지 않아서 생긴 오류일까?

  둘째, 백남운은 '민족주의 사학자'일까? 사회경제사학자일까? 유시민은 '제6장 민족주의 역사학의 고단한 역정, 박은식, 신채호, 백남운'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백남운은 사회경제사학자이다.  이들 사회경제사학자들은 민족주의 사학자들을 실증성이 약하다며 비판한 자들이다. 그런데 유시민은 이들을 한데 묶었다. 그 이유가 이해되지 않는다. 백남운이 사회경제사학자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사회경제사학자 백남운을 민족주의 사학자로 묶은 이유를 서술했어야했다. 그것이 독자들에 대한 배려가 아닐까? 특히, 이 책을 읽을 중고등학생은 유시민의 책을 그대로 믿고 시험에 오답을 고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셋째, '선사시대'를 '선사시대'로 부르는 것은 합당한 표현일까? 유시민의 주장을 살펴보자.

 

  "인지혁명으로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볼 경우 선사시대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 농업혁명 전에도 역사가 있었다. 유적과 문헌 사료가 없고 그 때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과학적 방법을 몰라서 파악하지 못했을 뿐이다."

 

  이 문장을 읽으면, 유시민은 '선사시대'를 역사가 없는 시대로 이해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선사시대'란 역사 이전의 시대란 뜻이다. 즉, 역사시대는 문헌기록이 남아있는 시대를 뜻한다. 역사란 기본적으로 문헌기록을 토대로 과거를 연구한다. 고고학적 자료는 부차적인 자료일 뿐이다. 그러하기에 선사시대는 역사 이전의 시대로 이 분야를 연구하는 학문분야는 고고학이다. 따라서 '선사시대'라는 표현은 '역사 없는 시대'라는 뜻이 아니라, 역사적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시대라는 뜻이다. 유시민이 선사시대를 '역사 아닌 시대'로 잘못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자의 실수일까?

 

2. 유시민님, 동의하지 않습니다.

  유시민의 날카로운 정치 평론과 시사분석에 감탄하며 동의했던 시절이 있다. 그를 지지했고, 그가 정계를 떠난다고 발표했을 때, 그를 알아주지 않는 국민들이 못내 아쉬웠다. 그러나, 그가 쓴 역사책들에 나는 쉽게 동의할 수 없다. 정치와 시사를 바라보는 그의 해안에는 감탄하지만, 역사에 대한 그의 견해는 한숨이 나온다.

  첫째, '무함마드가 문맹이어서 신의 말씀을 적지 못하고 암송했다는 말은 믿기 어렵다.'?? 유시민의 글을 다시 살펴보자.

 

  "요즘 말로 하면 오랫동안 '무역회사'에 근무한 '젊고 똑똑한 사장님의 남편'이 글을 몰랐을 리 있겠는가."

 

  위인 중에서는 문맹인 자들이 꾀 있다. 칭기즈칸도 문맹이었다. 그러나 글을 몰랐음에도 현명한자들의 말에 귀기울이며, 지혜를 얻었다. 이를 통해서 제국을 경영했다. 잉카문명의 경우 귀푸라는 채색 매듭을 사용하여 정보를 기록했지만, 문자는 없었다. 문자가 없이도 제국이 경영된 사례는 역사에서 흔하게 살펴볼 수 있다. 인도의 경우, 문자 기록이 많지 않다. 인도인들은 암송을 통해서 지혜와 지식을 전수했다. 불교 경전이 정리된 것도 중국과 인도를 오고간 승려들에 의해서 중국땅에서 한자로 번역되었다. 이러한 사실을 토대로 무하마드가 문맹이었다는 사실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생각한다. 오히려 글을 알아야 회사를 경영할 수 있다는 유시민의 생각이 '암송의 위력'을 이해못한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우리 할머니들은 글을 알지 못하지만, 집안의 대소사를 기억하고 처리했다.

  둘째, '(14세기 까지) 이슬람 문명과 중국 문명은 만나지 않았다.'? 맞는 말일까? 일찍이 한나라 무제 시기에 장건에 의해서 비단길이 열렸다. 이 때부터 로마와 중국은 교류를했다. 이러한 교류에 사막의 대상들이 활약했다. 동서가 교류하는데 서아시아 지역의 상인들의 역할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622년 이슬람 공동체가 탄생한 이후, 이슬람 세력은 정치적으로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세력을 팽창해나갔다. 618년 건국된 당나라에도 이슬람 상인들이 들어와 활약했다. 몽골제국의 수도 카라코롬에도 이슬람인들이 드나들었다. 14세기 까지 이슬람 문명과 중국문명이 만나지 않았다는 헌팅턴의 주장을 유시민은 어이없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다. 그리고 그의 주장에 말려들었다. 역사적 사실을 과역 그러한지 비판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자신의 이론에 사실을 왜곡해서 끼워 맞추는 비역사 전공자들의 한계를 유시민은 답습했다.

  셋째, 문명은 충돌하는 것인가? 교류하는 것인가? 유시민은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을 높이 평가한다. 그의 책을 이 책의 여기저기에서 인용하면서 그를 세계적 역사학자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역사학자도 아닌자를 세계적 역사학자의 반열에 올려 놓을 정도로 그는 대단한 인물일까? 나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토인비는) 자신이 만든 가설 또는 이론을 어떤 국제정치학자가 냉전 붕괴 이후 세계 질서의 재편 과정을 해석하고 제3차 세계대전을 예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쓰게 되리라고 예상했을가?"

 

  문명은 충돌할 것이라는 헌팅턴의 주장을 많은 역사학자들이 비판했다. 정수일 교수는 '실크로드학', '동서문화교류사'를 연구하면서, 문명은 교류하는 것이며,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것이 자신이 역사를 연구하는 소명이라 말했다. 에이미 추아는 '제국의 미래'라는 책을 통해서 제국이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이질 문화를 배척하기 보다는 나와 다른 문화를 포용했기 때문이라 밝히고 있다. 문명은 교류해야하며, 교류의 역사이다. 충돌은 갈헐적으로 일어났던 사건일 뿐이다. 그 충돌을 막기 위해서는 문명이 교류한 역사를 밝히고, 그 문명의 교류를 확대해야한다. 유시민이 이점을 통찰하길 바란다.

 

 

  오랜만에 유시민의 책을 읽었다. 유시민의 책은 쉽게만 읽히는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그가 살아온 삶의 궤적을 알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을 이땅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바쳤던 그가, 우리에게 많은 책들을 선물하고 있다. 그 선물이 계속되길 바란다. 물론, 역사분야의 책들이 나온다면, 나는 유시민의 책을 비판적인 관점에서 볼 수 밖에 없다. 이점을 유시민도 이해하리라 믿는다.

 

ps. 유시민이 10번 읽었다는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쉽게 풀어 쓰는 것도 좋으이라 본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청소년을 위해서 풀어쓰는 것은 어떠한가?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12-15 0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5 0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비종 2018-12-15 07: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중고등학교 다닐 때, 역사를 가장 못했고 여전히 난해한 분야입니다. 전공하신 분께는 디테일한 오류들이 눈에 띄는가 보네요. 잘 읽었습니다.^^

daram 2018-12-15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입니다 유시민은 원래 제목처럼 삐딱한 인간이죠. 세치혀로 세상을 외곡하고 어찌해 보려 하는.. 지식인의 입장에서 보면 유시민은 선동가의 냄새가 짙습니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지 가벼워 졌고 사회에 대한 인사이트가 없어져 버린 어찌보면 문맹사회와 다를 바 없습니다

강나루 2018-12-15 10:56   좋아요 3 | URL
제 글을 오독하셨습니다
유시민은 지식소매상으로 지식을 쉽게 일반인에게 전달하려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전공자가 아니다보니 글에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세상을 외곡하고 선동하는 사람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평가입니다
그의 삶을 토대로 볼때 그는 세상을 바로 잡으려했던 가슴 띄거운 사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