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희 컬렉션
오정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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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부재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상 이상으로 큰 폐해를 일으킨다
자주 눈살을 찌뿌리게 되는 안좋은 소식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아이들이 저렇게 되기까지 하고 뒤어어 부모의 탓을 하게 마련이다.

아이들의 행동 하나 하나가 결국 부모를 어떤식으로 생각하게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봐도 별 이상이 없을 정도로 세상은 흉포하고 무서운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흉흉한 소식과언제 터져나올지 모르는 이야기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그런 피해자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기에 부모의 역활이 더 중요시 되는 세상이다.

엄마의 가출, 일 때문에 떠도는 아빠의 부재로 떨어져살게된 열 두살 우미, 열 살 우일 남매
그들에게 가족이란 기억속에서 사라진 희미한 옛사진 처럼 흐리고 낯설다.

새로운 집을 구해 함께 살게된 아빠와 황금머리 술집여자 , 그리고 한 집에서 같이 살게되는 이웃들 모두 남매에게는 처음 경험해보는 낯선 풍경이자 생소한 경험이다.

사고로 계속누워있는 안집 할머니와딸 연숙씨부부.레즈비언 문씨부부.운전사 이씨, 외판원 정씨

나름의 사연을 갖고 살아가는 이웃과 함께 남매는 여러가지 경험을 하게된다.

우리가 사는 방은 네모나고 밥상은 둥글다.
햇빛은 따뜻하고 얼음은 차갑다.
나는 크고 우일이는 작다.
세상에 있는 것들은 모두 단단하거나 물렁물렁하거나 희거나 검거나 빨갛거나 노랗거나 .......낮은 밝고 밤은 어둡다.
그러나 해가지고 밤이 되기까지 불분명하고 모호한 어스름, 하늘과 땅 사이를 가득 채우며 밀려와 가슴을 꽉 막히게, 안타깝게 하는 그 무엇에 이름붙일 수 없는 것처럼
그때와 지금,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그 사이 를 흐르는 것이 무엇 인지 나는 설명할 수 가 없다.p73

우리는 모두 매일매일 무엇인가가 되어가는 중이지.
너는 지금의 내가 되기 전의 나야,
아니면 내가 되어 가는 중인 너라고 말해야 하나? 그래서 나는 너희들을 보는 게 무서워 견딜 수 없어
감자눈을 파내면서 그 여자가 내게 해준 말이었다.p74

아빠가 데려온 여자는 지루하고 심심한 삶을 견디다 못해 탈출한다
그녀가 말한 무엇인가가 되어가는 중이라는 말에 우미는 어떤 생각을 하며 그때를 떠올렸을까 가족과 함께 즐겁고 행복했던 한 때를 떠올리지 않았을까?

세상에 한 번 생긴것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다고 말해준 것은 연숙아줌마이다.
아주 먼 옛날의 별빛을 이제사 우리가 보는 것처럼 모든 있었던 것, 지나간 자취는 아주 먼 훗날에라도 아름다운 결과 무늬로, 그것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나타난다.부드럽고 둥글게 닳아지는 돌들, 지난해의 나뭇잎 그 위에 애벌레가 기어간 희미한 자국, 꽃지는 나무, 그것을 사랑이라 부르고 그 외로움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바람은 나무에 사무치고 노래는 마음에 사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밤새 고이고 흐르던 세상의 물기가 해가 떠오르면 안개가 되고 구름이 되고 비가 되어 다시 내려서 땅속 깊이 뿌리 적시는 맑은 물로 흐르고 강이되고 바다가 된다고, 강물이, 바닷물이 나뭇잎이 향기로 뿜어지고 어느날의 기쁨과 한숨과 눈물이 먼 훗날의 구름이 되는 거라고 말했다.그러나 그 말을 듣고부터 햇빛 쨍쨍한 날이면 햇빛을 따라 가녀린 떨림으로 올라가는 웃음과 한숨과 눈물, 소곤거림을 보는 듯도 하였다.p75

한번 태어난 것은 소멸하더라도 다른 대체의 존재로 변하기 마련이다.
연숙아줌마의 말에 우미는 삶에서 또 하나를 경험 했을까 아니면 죽음이란 아픈 기억을 배웠을까?

인생 살이가 소꿉놀이 같아.
한 바탕 살림 늘어놓고 재미나게 놀다보면 어느새 날이 저물어오지. 그러면 제 각각 놀던 것 그대로 그 자리에 놓아두고 제집으로 가버리는 거야. 사람 한 평생이 꼭 그래.p94

안집 할머니의 경험으로 본 인생은 그저 덧 없음 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든다.
죽은 것은 모두 흙밥이 될뿐이라고 뜬구름 같은 인생이라고 말하는 안집할머니의 말을 우미는 어떤식으로 받아들일지
하나 둘 씩 떠나는 주변사람들이 우미에게 삶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며 떠나 가는듯 하다.

우주에서 가장 예쁜 사람이 되라고 우미라고 이름짓고 우주에서 제일 멋진 남자가 되라고 우일이라 이름지어 그렇게 부르던 목소리가 있었다. 그렇게 부르던 마음은 이제사 내게로 와 들리는 가보다.
우미의 성장통이 새로운 깨달음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라며 멀리 사라진 새 처럼 아픔도 훨훨 날아 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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