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구함과 소보로 문학과지성 시인선 524
임지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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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합니다.그런 말은 깨진 컵 같았다 싫은데요, 인상 쓴 말은 접시처럼 평평했다 힘내세요, 뾰루지 같은 말은 누르면 아팠다 잘될 겁니다,
뻔한 말 을 종이컵처럼 구겼다

아마 우리가 접시란 걸 닦고 있었다면 가장 소중 한 걸 깨뜨렸을 것이다

시인의 말은 아름 답다
똑 같은 단어를 가지고 이리저리 요리조리 적재적소에 붙여 적당한 은유와미화를 통해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고 기를 불어넣어 우리의 가슴에 살포시 얹어 놓는다.

시인이 써내려 가면서 만든 새로운 문장은 내머리 속에서 빙글 빙글 돌다 입속에서 여운을 남긴 채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새로이 만들어낸 문장을 읽으며 오늘도 난 새로운 상상속으로 빠져들며 그림을 그려본다 언어의 유희를 헤엄치면서 열심히 열심히!

-론리푸드-
식초에 절인 고추
한 입 크기로 뱉어낸 사과
그림자를 매단 나뭇가지
외투에 묻은 사소함

고개를 돌리면
한 낮의 외로움이 순서를 기다리며 서 있다

나는 이미 배가 부르니까
천천히 먹기로 한다

밤이 되면 내가 먹은 것들이 쏟아져 이상한 조합을 만들어
낸다

식초 안에 벗어놓은 얼굴
입가에 묻은 흰 날개 자국

부스러기로 돌아다니는
무구함과 소보로

무구함과소보로

나는 식탁에 앉아 혼자라는 습관을 겪는다
의자를 옮기며 제자리를 잃는다

여기가 어딘지 대답할 수 없다
나는 가끔 미래에 있다

놀라지 않기 위해
할 말을 꼭꼭 씹어 먹기로 한다


읽어보면 무언가 잡힐듯 잡힐듯 하지만 허공속에서 맴돌다 사라진다.
아련한 향수의 짙은 향기를 내 뱉으며 시를 읽고 시적인 단어를 흉내 내보지만 시는 그저 문장의 또다른 향연 이며 단어의 새로운 조합이다.

알지못했던 단어와 이름들을 알게 되면서 얇고 짧은 시집 한 권이 나의 마음을 좀더 다르게 변화시킨다.

온몸이 쑤씨고 아픈 간헐적 고통을 느꼈던 일요일 하루를 읽고 읽고 또 읽으며 아픔에서 멀어져 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삼겹살에 상추와 마늘 ,파채를 곁들에 맥주 한 모금이 나의 고통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

에이미 와인 하우스의 터프하고 허스키한 목소리에 끌려 캡틴 아메리카의 스티브 로저스의 대사
˝I can do this all day˝를 배우며 나도 하루 종일 읽는 자유를 느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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