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버리고, 아버지, 형 그리고 어머니에게 마저 버림을 받은 더글라스는 지옥 속으로 떨어진다. 불행의 꽃이 활짝 핀 곳이지만 신은 그곳에 개들을 보냈고 더글라스는 개들과 함께 우리 속에서 자라게 된다.

그래서 신은 개들에게 더글라스를 지켜주라고 했지. 그리하여 개들은 인간보다 더 한 모성애로 더글라스를 지켜주었지.

고양이가 물수제비 같은 느긋함과 자유함이 있다면 개는 몰아치는 개울물처럼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한 번 정을 준 주인에게는 죽음이 덮칠 때까지 영원성을 간직한다.

나이 먹지 않은 아기 같은 눈으로 더글라스의 곁에서 더글라스를 보듬어주는 개들은 더글라스에게 더 이상 개가 아니었다. 개들은 더글라스의 발이 되고, 냄새를 대신 맡고, 대신 보고, 대신 듣고 느끼는 존재가 된다.

더글라스에게 인간과의 관계에서는 내내 불행의 연속뿐이다. 아버지의 총에 맞아 다리를 잃고, 좋아하는 여자에게도 마음이 전달되지 않고, 갱단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온통 불행에 의한 불행이 따라다니지만 개들과의 관계에서는 사랑과 구원이 있다.

개들은 더글라스를 대신하여 사라져야 하는 것들에게 폰을 전달하고, 전기감전의 버튼을 누르고, 함정에 빠트리고, 천장에 매달고, 얼굴을 물어뜯는다. 얘들아 드디어 시간이 되었다. 너희는 움직여라 나는 너희를 위해 노래를 부를게. 더글라스가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면 노래는 새가 되어 신이 보내준 개들에게 날아간다.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세상을 향한 분노도 함께 태어나는 사람이 있으니 아마도 더글라스가 아닐까. 영화 속에 개들이 나오면 언젠가부터 조마조마하며 보게 된다. 프랑스 판 조커를 보는 듯한 ‘도그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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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받지 못한 자를 한 네 번 정도 본 것 같은데 볼 때마다 재미있다. 여기서 재미는 경험이 생각나게 하는 재미다. 그 재미 속에는 추억과 기억이 있다.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추억도 있지만 칼로 도려내는 듯한 기억을 떠올리는 재미.

한 여름의 땡볕 아래 땀 흘리며 구보하던 모습, 막내 때 잠들었다가 툭 건드리면 벌떡 일어나서 고참 따라 나가 뽀글이 후후 불어 먹던 모습, 군기가 바짝 들어 구타를 당해도 아프지 않아서 꾹 참고 맞다가 안경이 떨어져 나가는 모습, 쫄다구 때 여자 후배들이 면회를 자주 왔는데 그럴 때마다 군복 다리고 군화 불광 내야 한다고 끌려가서 맞던 모습.

어리바리 두드려 맞던 모습에서 시간을 견디면 주먹을 휘둘러야 하는 모습으로 바뀐다. 도저히 적응하지 못할 것 같고 너무 친한 전우 사이인데 계급으로 나뉘어 따돌리고 눈치 주고 괴롭힌다.

군생활 힘들어?

아닙니다.

할만해?

예.

뭐? 군 생활이 할만해? 이 새끼 힘이 남아도는 모양이지. 그리고 괴롭힌다. 나머지는 방관한다. 방관자 중에는 나도 속해있다.

난 말이야 다른 고참들처럼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고 하는 고참도 결국엔 모두가 다 똑같은 존재다. 내가 완고가 되면 다 바꿀거야, 라고 하지만 완고가 되어갈수록 시스템에 누구나 먹혀 버린다.

고참 따라 외박이나 휴가 나와서 술 마시고 새벽에 거리를 걷는 그 기묘한 기분. 집으로 가고 싶지만 갈 수도 없고 잠도 잘 수 없고. 새벽의 어스름 안개를 마시며 술이 깨기를 바라지만 우리는 어쩌면 곧 사라질 아침 안개 같은 존재가 아닐까.

이 세상 어디에도 편견과 부당함, 차별이 늘려 있다가 틈만 보이면 득달처럼 달려든다. 군대? 군대라고 그러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군대여서 더 그럴지도 모른다.

군대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중에 우리가 알고 있는 건 과연 몇 퍼센트나 될까. 모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더 한 모순이 필요하다. 이 전쟁통 같은 군대에서 빨리 제대하고 싶은 군인들, 그러나 막상 제대를 하고 사회에 나오면 전쟁터보다 더 한 지옥이라는 걸 알게 된다. 더 심한 모순의 바다라는걸.

윤종빈 감독은 자신의 어머니에게 500만원까지 빌려 이천만 원으로 군대에게 홍보 영화를 찍는다며 군대에서 허락을 받아내 군대 비리와 아픈 단면을 영화로 만들어 버려 국방부가 발칵 뒤집어졌었다. 윤종빈 감독을 고소하니 마니, 하는 가운데 영화제 출품이 확정되어서 윤종빈이 사과를 하고 고소를 접고 하며 어수선할 때 이 영화가 나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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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 시즌 3

시즌 3은 잔인하고 자꾸 잔인하고 잔혹한 어른들의 동화다. 역시 재미있다. 뒤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또 누가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지 계속 궁금하게 만든다. 코엔 형제의 영화를 시작으로 시즌 1, 2 그리고 시즌 3까지 비슷한 플롯으로 끌고 가는데 사건은 점점 눈덩이처럼 커지고 살벌해진다.

안 좋은 일을 부탁하고, 부탁받은 사람이 엉뚱한 사람을 죽이면서 보안관이 등장하여 마지막까지 기묘하고 얽히고설킨 사건을 풀어간다.

파고 시리즈에는 이런 사람이 등장한다. 뭔가 불만 많고 운전하면서 혼잣말로 계속 지껄이고 담배를 피우는데 담배가 차 바닥에 떨어지고 그걸 주우려고 고개를 숙인 채 운전을 하다가 어딘가에 차가 박혀 사고가 나는 사람. 그 사고가 난 곳에는 또 다른 희생자가 있고 그 희생자는 이미 수배가 내려진 사람인데 그런 사람들이 자꾸 죽어 나간다.

또, 대사가 엄청 많은 사람이 등장한다. 말로 사람을 거의 흘리다시피 하는 사람. 논리 같은데 논리에서 벗어나서 이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이 안 가는데 자꾸 듣다 보면 아, 네 알겠네요.라고 느끼게 하는 사람.

아무튼 파고 시리즈에는 이런 사람들이 등장한다. 파고 시즌 3은 2010년의 미네소타 겨울이 배경인데 마치 1980년대 같은 분위기다. 아이폰 4가 등장하지만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적고,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늘 그렇듯이 꼭 휴대전화를 테이블 위나 차에 두고 내린다.

시즌 3에는 이완 맥그리거가 쌍둥이로 나온다. 형은 유전자를 제대로 물려받았고 동생은 안 제대로 물려받았다. 동생은 형사인데 모든 걸 다 가진 형의 집에서 우표 하나를 훔쳐 오라고 자신이 잡은 범인을 풀어서 심부름을 보낸다.

그러나 제대로 된 인간이 아니라서 이름만 같은 사람의 집에서 우표를 찾다가 그 사람을 죽이고 만다. 그 사람의 딸이 지역 보안관 서장이다. 그런데 심부름을 하던 범인이 동생 이완 맥그리거 집에 와서 니가 시키는 일은 다 했으니 나에게 돈 달라고 협박을 하다가 동생과 동생의 애인에게 머리가 박살 나서 죽고 만다.

동생의 애인으로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가 나오는데 연기가 멋지다. 시즌 3 내내 잘 나오다가 마지막에 머리에 총구멍이 나면서 죽는다.

시즌 3을 보면 끝에 가서 어떻게 될까, 어떤 식으로 응징을 당할까 싶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아니 대부분이 그렇다. 대부분 자기 욕심 때문에 기묘한 사건에 휘말리고 그 사건에서 벗어나려고 더 심한 사건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야기도 좋고, 잔인한 장면도 많고, 실망하지 않고 재미있는 파고 시리즈. 시즌 1, 2 보다 재미는 좀 떨어지지만 보는 동안은 시즌 1, 2가 생각나지 않는 파고 시즌 3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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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한 전개에 뭔가 있을 것처럼 하더니 그저 용 한 마리 나오는 영화다. 나는 이 영화를 처음 봤는데 보다 보면 용과 우당탕탕 하는 꼴이 어? 혹시 이렇게 진행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이 들고 여지없이 그렇게 진행이 된다.

제물로 바쳐진 일레븐이 동굴에 떨어져서 나올 때는 쉬라 같은 복장이 되어 칼을 휘두른다. 일레븐 나이가 들어가니 뭔가 눈 화장이 레이디 가가를 보는 것 같더니 영화 속에서 달리는 게 너무 무겁다.

뭐야 왜 뒤뚱뒤뚱 달리는 거야. 요즘 본 조비 아들하고 사귀는데 행복한 가 부다. 용 나오는 영화가 아주 많은데 이 영화는 거기에 끼지 못할 듯싶다.

이 영화를 보면 아직도 미국! 하는 분위기로 영화를 만들려고 하는구나 같은 생각이 든다. 미국에서 잘나가는 십 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여 나라를 구하는 식의 이야기.

칼을 들고 휘두르는 게 어색하게 보이고 야광 벌레에게 혼잣말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자신이 처한 상황과 무관한 예쁜 예쁜 말투다.

무엇보다 이렇게 흐르는 거 아니야? 했을 때 이렇게 이야기가 흐른다는 게

일레븐은 기묘한 이야기에서 일레븐일 때 눈물까지 흘리게 만들었는데 고질라 시리즈에 전혀 필요도 없는데 시간 잡아 묵기 식으로 나오고, 그냥 미국미국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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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선수 나이애드가 60살에 조오련처럼 바다를 건너는 평생 꿈을 위해 도전하는 이야기다. 쿠바에서 플로리다까지 100마일이 넘는 바다를 종단하는 도전을 하는데

이 영화 자체 이야기는 그다지 크게 흥미로운게없다. 그러나 두 주인공, 아네트 베냉과 조디 포스터, 이제 나이가 많이 들어버린 두 사람의 모든 걸 내려놓은 듯한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며칠 전에는 12살의 조디 포스터의 연기를 봤는데 60세가 넘은 조디 포스터의 연기를 보고 있으니 현실과 영화를 구분할 수 없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영화 속 두 사람은 선수와 매니저, 연인이기도 하다. 도전, 이 도전이라는 말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한 개인의 능력을 끌어올려주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개인을 도와주는 팀원을 위험에 들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나이는 누구나 든다. 그러나 모두가 늙는 것은 아니다. 늙어버리는 것과 나이 든 것은 다르다. 그걸 보여준다. 무엇보다 아네트 베닝과 조디 포스터 두 사람의 연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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