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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솟아 올라온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 적당한 곳으로 걸어갔다. 아마추어 사진가들은 이미 한가득 그곳에 모여서 오늘도 어제처럼 떠오르는 해를 담기 위해서 모여들었다. 그들은 얼굴만 드러낸 옷을 입고 장갑을 끼고, 두꺼운 다운재킷에 등산바지를 입고 허연 숨을 토해내면서 태양을 향해 카메라를 겨냥하고 있었다.

 

 

카메라의 렌즈구경은 길었으며 마치 전쟁터에서 적이 달려오기를 기다리는 긴장한 모습의 군인들의 모습처럼 보였다. 어째서 저들은 총을 쏘듯 해를 향해 카메라를 조준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카메라를 내려놓고 빛이 만들어낸, 오메가의 띠를 발하며 바다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태양은 언제까지 매일매일 이렇게 반복할까. 마치 함축된 무한정성 같았다. 내가 있는 이곳에서 저 멀리 떨어져 있는 태양은 언제나,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모습으로 떠오른다. 태양의 솟아오름은 사물의 견해 따위로 따질 수는 없다.

 

 

이 추운 겨울 바다 위를 이글거리며 태양이 떠오르는 순간 사람들은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타깃을 발견한 헌터들처럼 그들은 태양을 향해서 숨도 쉬지 않고, 다른 곳에 시선도 두지 않은 채 셔터를 눌렀다.

 

 

철컥철컥 하는 소리가 마치 긴 장총을 쏘아대는 듯 귓전에서 울려 퍼졌다. 해무가 들어찬 고요 속의 바다에 수십 명이 모여 셔터를 누르는 소리가 강렬하게 들렸다. 그 소리는 강력한 수십 명이 모여 셔터를 누르는 소리가 강렬하게 들렸다.

 

 

그 소리는 강력한 형태를 띠고 내 가슴을 조여 왔다.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꿈속에서 총을 맞아 죽기 직전에 맛보는 그 느낌이 들었다. 숨쉬기가 어려웠다.

 

 

저 멀리, 회색 안개가 바다에서 몰려와 작은 항구의 해변에 모여든 사람들에게 들어차면서 그들의 본능에 가까운 총질의 질주는 멈추었다. 해변에 들어찬 안개는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회색 안개는 그대로 화석이 되어 해안에 머물러 사람들의 불만을 자아냈다.

 

 

나는 그때야 비로소 숨을 쉴 수 있었다. 사람들은 들고 와서 해변에 안착시켜뒀던 카메라를 하나둘씩 둘러메고 회색 안개의 저편으로 사라져 갔다. 늙어 보이는 갈매기가 차가운 겨울바다의 하늘을 무게감 없이 날아다니다가 힘없이 해변에 내려앉았다.

 

 

나는 사진도 찍지 않았으며 그 무엇도 하지 않았지만 가쁜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숨을 쉴 때마다 무게도 없고 색깔도 없는, 냄새나는 입김이 한가득 흐린 안개 속으로 뿜어져 나왔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발밑을 보았다. 흐린 안개가 내 신발 위에 내려와서 앉아있었다.

 

 

총에 맞아서 죽는 꿈처럼 하루하루 광채는 없다. 태양은 시작부터 여러 개의 희망을 가지고 솟아오르고 흐린 안개는 여러 개의 불투명함으로 그 희망을 잠식해 갔다. 그것은 내용도 없고 줄거리도 없는, 총에 맞아서 죽는 꿈과 비슷했다.

 

 

오늘도 총에 맞아서 죽는 꿈을 꿨다. 대단한 건 아니다. 태양이 힘없이 솟아오르는 매일의 새벽처럼 총에 맞아서 죽는 꿈은 그리 특별한 것은 없다. 나는 오늘도 땀을 흘렸고 아내는 내 얼굴을 어루만지며 볼에 키스를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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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세일러의 목소리는 슬픔을 잔뜩 지니고 있는 목소리다. 거실 안에 스타세일러의 노래가 날아다니다가 스탠드에 가서 부딪혔고 탁자에도 가서 부딪혔다. 그녀의 젖은 머리에 가서 부딪혔고 내가 들고 있는 와인 잔에 와서 부딪혔다.

 

 

“오늘은 손님 중에 학교 동창이 찾아왔었어요. 덕분에 우리 식구들은 때 아닌 피자파티를 했어요. 전 한 조각 먹었지만요. 요즘의 피자는 왜 그렇게 전부 맛있는지 모르겠어요.”

특별히 행복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불행하지도 않는 하루의 연속의 흘러가고 있었다.

 

 

겨울의 새벽은 입김이 굉장하리만치 뿜어져 나와서 운치가 있다. 하지만 운치는 찰나다. 새벽에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한 후 시원하고 차가운 겨울의 냉기 머금은 대기 속에 얼굴이 닿는 기분은 배고픔에 맛있게 끓인 라면을 맛보는 기분이다. 물론 이렇게 이른 시간에 사진관 문을 열기 위해 나온 것은 아니다.

 

 

나는 카메라 가방을 둘러메고 장향 항의 일출을 담기 위해 그곳으로 향했다. 겨울의 일출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 있었고 나는 일찍 나와 버렸기 때문에 자동차 안에서 음악이라도 들으면서 시간을 천천히 죽여 갈 요량이었다. 날은 아직 컴컴했고 항구에는 이미 몇몇의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태양은 아직 솟아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지만 여명이 자아내는 빛이 서서히 대지를 덮치려 했다. 무기적으로 보이는 그 빛은 저 멀리서, 알 수는 없지만 어딘가에서 이곳으로 뻗어 나왔다.

 

 

차 안에서 히터를 1단으로 틀어놓고 총을 맞고 죽는 꿈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하루 중에 혼자인 시간이 되면 언제나 총에 맞아서 죽는 꿈에 대해서 생각을 하곤 했다. 총에 맞아서 죽는 꿈을 생각하면 현실감은 언제나 동떨어져 갔다. 상실감이 컸고 총에 맞기 직전의 그 알 수 없는 공포감에 공허함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커져만 갔다.

 

 

총에 맞아서 죽는 꿈은 분명히 꿈일 뿐이지만 매일매일 다양한 곳에서 비슷한 환경 속에서 총에 맞는다. 그렇게 나를 죽이는 총알은 실제의 존재처럼 여겨졌다. 이 꿈을 내 몸에서 분리배출 할 수 있다면, 하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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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만난 건 5년 전에 내가 일하는 사진관에 증명사진을 찍으러 와서 알게 되었다. 그녀는 원본 사진을 보더니 기겁하는 얼굴을 한 채 나에게 자신이 이렇게 생겼냐고 물었고, 나는 눈으로 보이는 것과 사진은 다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녀는 ‘거짓말은 나쁜 짓이에요’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사진을 찍고 간 후 일주일이 지나서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다시 왔고, 그 계기로 그녀와 만나게 되었다.

 

 

아내는 맥주를 좋아했으며 맥주와 어울리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다. 나는 주로 아내의 이야기를 예나 지금이나 많이 듣는 편인데 그렇게 새로울 것이 없지만 듣는 것에 재미없다고도 할 수 없었다. 우리는 맥주를 마시고 근처의 호텔로 가서 섹스를 했다. 영원히 나의 것일 것만 같은 땀과 타액의 분비물을 시트에 쏟아내며 서로를 알아갔다. 밖에다 싸줘요,라는 아내의 말에 나는 입을 다문 채 알겠다고 했고 우리는 몇 번씩 전위를 나눴다.

 

 

아내는 유복하지는 않았지만 행복한 가정에서 교육을 잘 받고 자랐고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제대로 졸업을 하고 굴지의 건축회사에서 설계 파트에서 일을 해왔다. 아내 밑으로 여성 직원들이 하나둘씩 들어온 건 나빠진 건축경기 탓에 남자들에 비해 머리 회전이 빠르고, 손재주가 좋은 건축과 출신을 입사시켜 월급을 좀 덜 줘도 된다는 회사의 기획에서였다.

 

 

아내는 일은 많아지고 힘들어하는 여직원들에게 자신의 네일 실력을 마음껏 뽐내주었다. 현장 일을 하면 이런 건 꿈도 못 꾸는 거야, 인테리어를 직접 하는 강철 여인들을 봐봐, 우리처럼 손톱이 예쁘지 않아,라고 하면서 힘들어하는 후배 여직원들을 위로해 주었다.

 

 

우리는 2년간의 열애 끝에 시끄럽지 않은 결혼식을 올렸다. 양가의 가족들과 가족들만이 참석하는 결혼을 양가의 부모도 환영했다. 아내는 덜 마른 머리를 매만지며 와인을 한 모금 마신 후 자신의 흙빛 접시에 샐러드를 덜고 치즈를 한 토막 올린 다음 입안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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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꾼 후 땀을 흘리고 샤워를 하고 커피를 한잔 내려 받아서 마신 다음 집을 나섰다. 아내와 나는 집에서 밥을 같이 먹는 시간이 저녁시간밖에 없다. 둘 다 이 점 역시 불만이 없다. 저녁을 같이 먹어도 다른 집처럼 거창하게 국을 끓이고 밑반찬을 냉장고에서 전부 꺼내서 접시에 담아두고 하얀 쌀밥을 갓 지어 내어서 식탁에 앉아서 먹는 그런 류의 식사를 하지 않는다.

 

 

고작 해먹어봐야 샐러드 정도다. 냉장고에는 코스트코 같은 대형마트에서 사 넣은 치즈가 한가득 있고, 나토와 고구마를 하루하루 삶아서 두고 방울토마토가 떨어지지 않게 냉장고에 들어있을 뿐이었다.

 

 

두 사람 다 하루에 필요한 열량이니 칼로리 섭취는 밖에서 해결하고 들어옴으로 집안에서 떠들썩하게 식사를 하지 않았다. 아내가 집에 들어올 시간이면 나는 먼저 퇴근을 해서 스타세일러의 노래를 틀어놓고 소설이나 산문집을 읽고 있었다.

 

 

소설은 소파 위에 여러 권 있는데 집에 들어와서 샤워를 한 후 눈에 띄는 책을 집어 들어서 읽는 편이라 집중해서 읽어야 할 소설들은 아니다. 번개를 맞는 사람의 이야기나 대도시에서 생존하는 남녀의 단편 같은 이야기들이었다.

 

 

식탁 위에는 큰 유리그릇에 덜어서 먹을 수 있게 샐러드를 드레싱한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으며 꺼내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냉장고를 열어서 꺼내 먹거나 집으로 들어올 때 밖에서 구입해서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덕분에 음식 쓰레기도 많이 나오지 않았다. 와인이 떨어지지 않게 싸구려 와인을 많이 재어놓고 홀짝이고 있으면 아내가 집으로 들어온다. 아내는 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하고 물기 어린 머리를 한 채 식탁 위에서 와인을 마시며 그날의 소소로움을 이야기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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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옆의 아내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나의 얼굴을 매만져 주었고 볼에 입맞춤 해주었다.

“으응, 당신 또 그 꿈을 꾼 거예요?”

나는 응,라고 대답을 하고 땀에 젖은 속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했다. 총에 맞아서 죽는 꿈을 언제부터 꾸었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았지만 혼자 살 때에는 꿈을 꾼 후에도 다시 잠들었지만 결혼을 하고 난 후에는 꿈을 꾸고 나면 으레 속옷은 땀에 절어 있었고 땀에 젖은 속옷을 입고 아내 옆에서 다시 잠들기가 싫었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다 보면 그 시간이 새벽이든, 아침이든 잠에서 완전하게 깨어나게 된다. 샤워를 하면서 흘린 땀의 잔재를 비누칠과 함께 하수구 구멍에 쓸어버린다. 하수구 구멍으로 빠져나가는 비눗물을 보면서 조금씩 하루하루 빠져나가는 내 삶의 작은 부분을 본다.

 

 

아내와 나는 3년 전에 결혼을 했다. 아직 아이는 없다. 아내는 회사를 다니다가 일 년 전에 그만두었다. 사내에게 여사원들의 손톱을 취미로 다듬어 주다가 본격적으로 배우더니 회사를 뛰쳐나와서 지금은 네일숍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곳은 백 퍼센트 예약제로 운영이 되는 곳으로 아내는 늦은 밤까지 손님들의 손톱을 다듬어주다가 들어왔다. 그 일이 자신과 맞는지 늦게 끝나서 집으로 와도 늘 재미있어했다.

 

 

“오늘은 정말 손톱이 못생긴 손님이 왔는데 제가 하는 관리 시스템을 받아 보더니 1년 치를 예약하던걸요”라며 웃었다. 나도 그런 아내의 즐거움에 불만은 없다. 나는 아내보다 늘 일찍 일어난다. 꿈 때문이기도 했지만 총에 맞아서 죽는 꿈을 꾸기 훨씬 이전의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생활을 했을 당시에도 나는 주말에 일찍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양치질을 하고 로션을 바르고 가족들을 대했다.

 

 

친구들은 왜 가족들 앞에서 마저 그러냐고 했지만 나는 그게 편했다. 자면서 콧등에 쌓인 지성의 기름이 보기 싫었고 부스스한 내 상태가 단지 싫었던 것뿐이었다. 살아오면서 그 습관이 쌓이고 쌓여서 하나의 체재를 이루었다. 아내도 일어나서 말끔한 모습의 남편이 옆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나쁘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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