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노인과 바다

 

기철이가 진만이와 함께 훈련을 땡땡이 친 양궁부 아이들을 앉혀 놓고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냥 해주면 재미가 없기 때문에 기철이는 장정일의 책에서 본 내용을 떠올려 이야기를 했다. 소설은 듣게 아니라 읽는 거라며, 특히 헤밍웨이의 작품을 꼭 읽어보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소설 속에는 산티아고라는 여든네 살의 어부가 나와. 그런데 이 영감은 84일 동안 피라미 한 마리 잡지 못 하고 매일 꽝을 치고 있었어. 그래서 그가 데리고 있던 나이 어린 조수도 노인을 떠난 지 오래야. 그런데도 영감은 고기를 잡으러 매일 바다로 나간 거지. 그런 영감을 보고 사람들은 갈 때가 다 됐다고 했지. 그래도 산티아고 노인은 고기를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아.”

“미친 영감이네”라는 소리가 진만이와 양궁부 아이들 사이에서 들렸다.

“그런 노인이 여든다섯 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날 새벽에 기가 막힌 꿈을 꾸게 된다 이 말이야. 아프리카 백사장에서 사자가 뒹굴며 노는 꿈을 꾸는 거야. 노인은 큰 놈이 잡힐 거라는 예감에 일찌감치 배를 끌어내서 바다로 나가는 거지. 혼자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 산티아고 노인은 아주 큰 고기를 잡았어.”

“그런데 이 고기가 어마어마하게 큰 놈이었어. 원체 힘이 센 놈이라 노인의 배를 하루 동안 끌고 육지에서 멀리 달아나는 거야. 노인은 한나절과 하룻밤 동안 한 손으로 물병의 물을 마시고 준비해 간 정어리를 찢어 먹으며 또 한 손으로는 줄을 부여잡고 있었어.”

기철이는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을 보았다.

“손이 찢어질 것 같았지. 쥐가 오르고 상처가 나고, 노인은 별빛을 바라보며 생각을 하는 거야. 뉴욕 양키즈 생각을 했거든. 왜냐? 너어어무 힘이 드니까.”

“그런데 다시 고기 생각으로 돌아와. 왜? 그게 노인의 일이니까. 그러면서 노인은 ‘나는 고기잡이를 위해 태어난 거다’를 생각했지. 먼동이 트고 해가 높이 떴는데도 고기는 지치지 않고 날뛰는 거야. 그러면서 노인에게 가오를 잡으려고 딱 한 번 물 위로 풀쩍 뛰어오르는데, 그 길이가 노인의 배보다 더 길고 컸던 거였어.”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 아래서 노인은 이틀째 물고기와 싸움을 했지. 믿기지 않지만 기도까지 하면서 말이야, 왜!”

그러자 양궁부 아이들이 “좃나게 힘드니까!”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인은 중얼거리는 거야. 사람은 죽임을 당하기는 하지만 지지는 않는다고. 헤밍웨이가 늘 하는 말이 있어. 인간은 패배해서는 안 된다고 말이야. 결국 노인은 승리를 하지. 힘이 몽땅 빠진 고기를 뱃전에 끌어당기고 집으로 향하게 돼. 아주 의기양양해서 말이야.”

“그런데 피 냄새를 맡은 상어 떼가 달려들어 노인이 잡은 고기의 살점을 뜯어 먹는 거야. 노인은 힘을 쥐어짜 내 부러진 노로 상어의 콧잔등을 후려갈기면서 항구로 배를 몰아오는데 또 하룻밤이 지나가버린 거야.”

진만이와 양궁부 아이들은 모두 기철이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항구에 왔을 때, 노인의 고기는 주둥이와 등뼈, 꼬리뼈 밖에 남질 않았어. 뭘 말하는 거 같애? 노인은 고기의 살점을 모두 빼앗길 걸 알면서도 상어 떼와 대결을 포기하지 않는 거야. 녹초가 되어 부두에 배를 매었을 때는 앙상한 뼈만 남아 있었어. 하지만 노인은 아무런 미련 없이 끄덕끄덕 자기 오두막으로 기어들어가. 모든 것을 잊어버린 채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잠이 들었지.“

“헤밍웨이가 지금까지 왜 대단한 작가로 칭송받고 있는지 알아? 노인과 바다를 통해서 뭘 말하는 거 같아? 생이란 씨바 결코 포기 할 수 없다. 올 인 오어 낫띵이라구.”

 

기철이의 이야기를 다 들은 양궁부 아이들은 일어나서 양궁 장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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