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기적이 일어날 확률, 이 영화는 2003년도 영화니까 십오 년 되었나. 어떤 제목에는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로 되어있다. 기적이라는 게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것인지 어떤 무엇의 노력을 해서 만나게 되는지 제목의 다름으로 의미도 묘하게 달리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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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도쿄의 음지. 매음과 술과 약의 세계. 그 너머. 겨울에도 냄새가 진동할 법한 곳에 살고 있는 세 명의 노숙자(각각의 사정으로) 긴, 하나. 미유키의 세계에 하얀 눈과 같은 아기 키요코가 들어옴으로 기적이 일어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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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에 데려다 주자는 긴의 말에 여자가 되고 싶은 아줌마아저씨 하나는 기적 같은 아기 키요코를 끌어안고 기뻐한다. 그 후 이들은 키요코에게 젖을 먹일 방법을 찾아야 했고, 기저귀도 순번을 정해서 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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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세 명은 키요코의 부모를 찾아주기로 하고 길을 나서면서 사건은 일어나게 되고 그 사건 속에서 기적이 하나둘씩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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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상황을 만나 또 다른 상황 속으로 들어가는 작법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을 보는 것 같다. 이런 비슷한 이야기가 우리나라에도 오래전에 있었고 또 베스트셀러극장인가? 거기서도 극화가 되었다. 모지리의 일땅이 이땅이 삼땅이,  거지 세 명이 사는데 그곳에 있는 여자가 아기를 낳아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겨울에 그 아기를 먹이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면서 기적이 일어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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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긴, 하나, 미유키는 모두 노숙자가 된 아픈 사연을 지니고 있다. 키요코를 부모에게 찾아주면서 각자 가슴에 품은 아픔이 하나씩 벗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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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이라는 게 무엇일까. 어떤 사람은 만취한 친구를 업고 가다가 잠시 내려놓았는데 그때 오바이트를 한 것을 두고 기적이라 하고, 샤말란 감독의 2002년도 작품 싸인에서 마지막 미칠듯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동생을 위해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그것이 기적이라고 하는 사람도(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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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나는 노숙자는 우리에게 몰이해적인 존재다. 누구나 노숙자가 될 수 있는데 사람들은 그들을 그런 눈으로 본다. 그건 누군가 나와 다르면 우리는 무섭도록 냉정하고 차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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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에 라디오를 듣다가 어떤 사연을 듣고 그것을 적어놨었다. 계약직이 만료가 되었는데 이번에 정직원을 예년에 비해 많이 뽑는다는 소식에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나이 때문에 자신은 탈락이 되었다는 사연이었다. 크리스마스를 이틀 남겨두고 여러 곳에 이력서를 넣고 있는데 잘 안된다며 자신에게도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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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배철수가 한 말인데, 오늘쯤이면 여기저기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가득하고 연말의 흥청망청 분위기가 있었는데 이제 거의 사라졌다. 사회적 시스템이 붕괴되고 대학가의 낭만이 없어지고 취업대란에 경제가 위태한 지금 흥청망청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내년 2015년 오늘은 모두가 부흥하여 한 번쯤 흥청망청했으면 한다.라고 배철수가 멘트를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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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분위기를 한껏 내며 사람들은 하루쯤 흥청망청했을까. 음 기억이 없다. 잘 모르겠다. 그렇다면 요즘은? 오래전 영화를 보면 통행금지가 있었다. 그런 시대에도 크리스마스이브에는 통행금지를 풀고 그날 하루는 모두가 걱정을 잊고 신나게 놀았다. 흥청망청하는 거지. 하루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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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은 자연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기적을 바라는 사람의 어떤 노력으로 만나는 것이라 생각이 든다. 어제는 이번에 경찰이 된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3번 만에 된 것이다. 포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형사과에 정말 들어가고 싶었다고 했다. 필기보다는 실기에서 늘 고배를 맛봤다고 했다. 이번에 3번의 도전 끝에 경찰이 된 것을 두고 그녀는 기적이라 했다. 그녀는 당연하지만 여자였다. 그건 어쩌면 기적이 아니라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기적이라고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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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에 기적 같은 건 바라지도, 믿지도 않게 되었다. 그렇기에 어쩌면 우리 모두가 크리스마스에 일어나는 기적을 바랄지도 모른다. 영화가 끝나갈 때 물론 가슴이 따뜻해지는데, 키요코는 부모를 잘 찾아갔고 긴, 하나, 미유키에게도 하나씩 기적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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