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초에 스타벅스에 갔더니 캐럴이 나오고 있었다. 그래, 생각해보면 스타벅스는 일찍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다. 나는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기억나는 어린 시절의 일이 있어서 매년 그 글을 조금씩 수정해서 적어보곤 한다. 매년 비슷하면서 다른 글을 적는 꼴이다. 지금까지 지내오면서 괜찮은 크리스마스의 기억이 몇 번 있다.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간소하지만 선물 같은 것을 주고받고 끝없이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나 큰 별이 지고 그 자리에 작은별이 들어와 트리에 불을 밝혔던 기억이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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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는 묘해서 26일이 되면, 하루만 지나쳐 버리면 그 이전까지 떠들썩하며 와아아아 밀려왔던 성탄절의 기분이 그대로 사라지고 만다. 옆 나라 일본도 휴일이 아니고 북한도 휴일이 아닌데 우리나라만 그날 휴일이라 어디든 복잡하고 사람이 미어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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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라면 어디든 한산하고 문을 닫아 버려서 집에만 있어야 할 테지만 한국으로 들어와 버린 크리스마스는 베스처럼 자신만의 영역을 넓히고 확고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언젠가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썩 나지 않게 되었다. 매년 크리스마스가 크리스마스가 아닌 것 같은 분위기는 반드시 어른이 되어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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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른인 이유가 가장 많은 이유를 차지한다. 의식 속에 자리 잡은 크리스마스가 의식 밖의 크리스마스와 괴리가 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미 다 만들어진 트리와 세련되고 위험한 전구와 분위기 좋은 곳의 예약 실패의 두려움과 불필요한 선물의 교환 속에 정작 메리크리스마스 라고는 한 번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크리스마스가 의식의 벽에 표층적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하여 심층으로 점점 밀려 들어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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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카페에 사람이 없는 것도 이상하지만 사람이 미어터지는 건 싫어져 버린, 내 하기는 싫고 남 주기는 더 싫은 마음으로 크리스마스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저 너 하고만 있으면 구질구질한 곳이라도 괜찮아,라고 할 수 없는 깊은 곳으로 들어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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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나는 언제부터 산타클로스를 믿지 않았을까. 몇 살 때부터일까. 아주 어릴 때 까마득한 기억으로 아직 잠도 안 들었는데 아버지가 머리맡에 선물을 놓는 걸 봤는데. 나는 주위에 변화하되 변함없는 사람이 되라고 잘도 말하는데 나는 실은 변화도 변함도 없는 고여 있는 물 같은 기분이 든다. 아무튼 크리스마스는 그래. 낫지 않는 괜찮은 상처 같은 기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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