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포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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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한국 영화는 왜 미학적으로 퇴보하는가. 대사나 장면이나 씬 사이의 여백이 많은 것들을 설명하는 영화. 인물에서 느껴지는 페이소스가 대단하다. 피고 지고하는 인생사가 온전히 온전히 묘사된다. 마음 깊이 슬퍼지는 장면들이 너무나 많다. 훌륭한 영화 - hd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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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mi라는 아이디를 쓰는 사람의 삼포 가는 길의 댓글이다. 딱 영화의 감상을 잘 요약해 놓아서 들고 왔다. 황석영의 소설을 오래전에 읽었는데 후에 영화를 봤지만 설원과 문숙의 활달한 모습만 기억에 있어서 다시 찾아본 영화 ‘삼포 가는 길’은 명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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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며 소리를 지르고 거칠게만 살아와서 거침없이 욕을 하고 미친 것처럼 만개한 꽃과 같은 백화를 보면 마음 깊이 슬프다. 이 영화는 그런 힘을 지니고 있다. 백화에게는 특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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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린 것처럼 문숙은 연기를 한다. 세련된 대사에 세련된 영상이다. 이야기를 빛나게 하는 건 문숙이다. 이 영화의 문숙을 보고 허스토리의 문숙을 보면 이상하게 슬프고 눈물이 난다. 왜 그런지는 잘 설명할 수가 없다. 잘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언제나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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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화냥년? 그래 난 화냥년이다. 화냥년이야. 더러운 년이라구. 더럽고 썩고 썩은 년이라고. 난 너희들 사내놈들한테 살이 빠지도록 팔고 사는 년이라고. 그게 왜 내 잘못이냐고, 왜. 라고 울부짖는 백화의 모습에서 우리는 빠져들고 같이 무너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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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살스러운 대사도 있다. 그 대사를 잘 들어보면 백화의 애이불비를 느낄 수 있다. 

야 너 몇 살 쳐 자셨냐

흥, 화류계에서 누가 나이 따져서 언니 동생하는 줄 아나, 마신 술잔하고 사내 숫자로 셈하는 거야, 요 병신아.

농땀, 미얀미얀 재송해용. (치마를 들춰 올리며) 어때 마음에 들어? 

헤헤 지랄로. 같은 대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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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을 주는 장면은 참 촌스럽지만 슬픈 장면이라 백화가 받은 삶은 계란은 이 세상에서 제일 슬픈 삶은 계란이다. 백화는 삶은 계란을 먹으며 꿋꿋하고 거칠게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다. 욕쟁이 백화와 풋풋한 점순의 모습을 동시에 지닌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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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포 가는 길은 춥고 고되기만 하다. 발가락은 눈밭에 빠지는 바람에 떨어져 나갈 것 같지만 함께 삼포로 가는 일행들이 있어 참고 견딜 수 있다. 하지만 그토록 바라던 고향인 삼포는 이미 사람이 살 수 있는 안온한 곳이 아니고 낯설기만 하고, 또다시 뜨내기의 길만이 앞에 놓일 뿐이다. 마치 하루키의 주인공들을 보는 것 같다. 지금 이렇게 하는 일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처럼. 일상에서 밀려나버린 주인공은 나의 모습인 동시에 내 주변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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