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소설의 대가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에 의하면, 우주에서 온 공포와 그 앞에 선, 한없이 나약한 인간은 그대로 주저앉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간의 가치라는 건 끝없는 우주에서 먼지 같은 존재로 우주의 공포에게 맥없이 박탈당하게 된다. 인간의 잣대로 잴 수 없는 우주의 존재 앞에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고 무기력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 서사를 영화로 잘 나타낸 것이 이 영화 ‘이벤트 호라이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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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호라이즌은 뭐랄까 시대를 잘못 만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97년도 작품이니까 그 당시를 보면 주위의 상업영화들 속에서 이벤트 호라이즌, 같은 우주적 존재에 대항하는 인간이 고어스럽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장면이 많은 상업영화는 성공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영화 속에는 고어 장면이 나오지만 아주 짧게 지나가 버린다. 제작사에서 모든 고어 장면을 빼 버리기를 원했으나 짧게 끊어서 1,2초 정도로 넣는 것으로 타협을 본 것이다. 그래서 지금 본다면 징그러운 장면은 그렇게(요즘 고어물에 비하면) 많이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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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호라이즌은 물리학 용어로 블랙홀의 바깥 경계라는 말이라고 한다. 영화의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2015년에 우주를 마음대로 나가게 되고 2040년인가? 그때부터는 태양계 끝이나 그 밖으로 연구를 하러 우주선이 다닌다. 그중 한대였던 이벤트 호라이즌이 조난을 당하고 몇 년 후에 주인공들의 우주선이 이벤트 호라이즌을 찾아서 그 속에서 벌어지는 공포를 그린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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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긴장감을 죽 끌고 간다. 공포의 주체가 무엇인지 알 수 없고 공포를 주는 그 주체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기에 영화를 보는 사람도 주인공들처럼 긴장을 바짝 하며 시간이 흘러가는 것에 속수무책으로 빠지고 만다. 공포의 주체를 관객은 알고 주인공들은 몰라서 어어? 그쪽으로 가면 안 돼! 하면서 긴장을 하는 경우가 있고, 관객과 주인공들 모두 공포의 주체를 몰라서 긴장을 하며 숨죽여야 하는 영화가 있는데 이벤트 호라이즌의 공포는 후자에 속한다. 몇몇 장면들은 샤이닝을 떠올리게 한다. 어쩌면 주인공들이 서서히 미쳐가는 모습 역시 샤이닝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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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물리학의 양자역학에 관한 부분은 아주 미흡하다. 우주의 공포, 지구에서 볼 수 없는 암흑, 온 마음과 뇌를 바꾸고 마음대로 조종하는 전지전능한 악의 존재 암흑을 영화는 표현하려고 했다. 러브크래프트식의 코믹스 호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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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면 개연성이나 표현방식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방식에서 벗어났지만 영화 속에는 기억에 남을 만한 대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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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모르는군, 지옥은 그저 단어일 뿐이야. 

실제는 훨씬, 훨씬 끔찍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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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도 애매하고 내용도 애매하여 보고 나면 뒷이야기가 많은 이런 영화가 흥미롭다. 순전히 편견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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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8-10-15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급 영화로 종종 소개되는 걸 봤는데, A건 B건 참 재밌었다는 ^^

교관 2018-10-16 12:03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재미있었고 요즘 봐도 재미있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