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몇 년 동안 온갖 지구의 재난 속을 뛰어다니며 해결하느라 이젠 자신 자체가 재난이 되어서 나타난 영화가 스카이 스크래퍼다. 드웨인 존슨는 할리우드 최고의 몸값 배우 답게 지구가 반으로 갈라지는 현장을 뛰어다녔고, 괴물 악어와 괴물 늑대 사이를 누비며 때려잡았고, 게임과 같은 밀림 속으로 들어갔고, 좀비 자동차들과도 싸워왔다. 드웨인 존슨은 센안드레아스 제작진과의 끈끈한 관계가 있기에 앞으로도 갈라지고 찢어지고 구멍 나는 지구를 구하는데 계속 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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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웨인 존슨은 참 매력적인 배우다. 거대한 몸과 굵은 목소리, 지치지 않는 체력, 실룩 거리는 미소, 깊이 있는 연기와는 거리가 먼
근육질은 드웨인 존슨에게 바라는 바가 확실하다. 이 터질듯한 근육질의 몸은 어벤져스의 타노스와도 붙어도 이길 것만 같은 환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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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지칠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사람이 있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드웨인 존슨은 장동건, 배용준, 서태지와 동갑이다. 아직 톰 크루저가 비행기에 매달리고 건물과 건물을 뛰어다니고 있기에 지치기에는 아직 멀었다. 재난 영화는 꾸준히 나올 것이고 드웨인 존슨을 대처할 만한 배우도 없다. 브루스 윌리스는 늙었지, 탐 크루저는 미션임파서블 시리즈에 매달리지, 제이슨 스타뎀은 대형 상어와 놀고 있지. 대체 배우도 없을뿐더러 더 락 시절부터 좋아했던 사람들은 드웨인 존슨이 스크린에 나오면 아낌없이 보러 가서 주머니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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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이라는 것에 사람들의 눈높이는 굉장히 높아졌다.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슈퍼히어로들의 전두엽과 두정엽을 강타하는 액션부터, 본 시리즈의 리얼리티 액션과 아시아에서는 견자단의 발 차기, 이전으로 올라가면 재키 챈과 브루스 리의 액션을 끊임없이 사랑해왔다. 그러다 보니 이번에는 건물과 마주한 기이한 액션을 한다. 건물 액션 영화 하면 아무래도 다이하드가 떠오른다. 하지만 두 영화를 비교할 순 없다. 왜냐하면 스카이 스크래퍼는 영화 적으로는 형편없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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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하드에서의 긴장감과 적절한 타이밍에 긴장을 느슨하게 하는 존 맥클레인의 유머와 이젠 다신 볼 수 없는 앨런 릭먼의 차분한 빌런까지. 다이하드는 골 때리는 형사 존 맥클레인이 몸을 사리지 않는 부분은 드웨인 존슨의 스카이 스크래퍼와는 비교가 되지만 영화 자체는 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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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스크래퍼는 세상에서 제일 높은 빌딩에서 화재가 발생해서 그 안에 있는 주인공 윌 소여의 가족이 갇히게 되어 구해내는 내용이다. 세상에서 주목받는 가장 큰 빌딩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불을 끄려고 나타나는 소방차나 소방헬기나 뭐 그런 것이 없고, 홍콩 시민들은 유튜브처럼 실시간 방송되는 윌 소여의 건물 활극에 입을 막거나 살아남으면 박수를 치고, 홍콩 특수경찰들은 말도 안 되게 무능하고, 화재 속에서 살아 나온 윌 소여의 아내와 어린 아들을 병원으로 바로 옮기지도 않고 홍콩 특수 경찰들과 함께 현장으로 투입을 하는 등 설정과 개연성으로는 엉망이지만 싹 소거하고 보면 인간이 할 수 없는 환상적인 능력과 현실세계에서 초현실 세계의 느낌을 받을 수 있는, 팝콘무비로 본다면 괜찮은 영화다. 왜냐하면 드웨인 존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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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 관람가로 온 가족이 볼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의 액션이다. 피가 튀긴다거나 총알이 머리를 박살 내는 장면은 당연하지만 없다. 그래서 자칫 아빠가 아들이나 딸을 데리고 이 영화를 봤다가 잘못하면 낭패를 볼 수도 있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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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 ‘고난과 역경’이라는 단말마와 흡사한 언어가 지구에 나타나고 난 이후에 정말 고난과 역경이 무엇인지, 고난과 역경이라는 말을 갖다 붙이자면 바로 여기에 붙여야 한다. 드웨인 존슨은 언제나 고난과 역경이다. 이 영화에서는 윌 소여니까 윌 소여는 영화 초반부터 고난과 역경이다. 특수부대 출신의 FBI였던 윌 소여는 폭탄을 몸에 두른 가정폭력범을 저지하지 못해 폭탄이 터지는 바람에 한쪽 다리를 잃는다. 하지만 병원에서 자신의 주치의였던 사라 소여를 만나 결혼하여 깨물어도 아플 것 같지 않은 너무나 귀여운 아들, 딸을 두고 행복한 생활은 2분 동안 되다가 이후 고난과 역경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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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정말 만약에 영화 속 삶이 현실이라면 마지막에 주어지는 보상과 행복이 뒤따른다 할지라도 이 엄청난 고난과 역경은 거절하고 싶다. 윌 소여는 친한 친구의 죽음을 보고, 신체 어딘가 찢기도, 어깨에 긴 유리 파편 같은 것이 박히고, 이것만 해도 고난과 역경인데 고통스럽게 또 손으로 그걸 잡아 뺀다. 그러면서 세상에서 제일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타워 크레인을 타고 말이다. 고난과 역경의 연속 또 연속이다. 이래저래 해서 타워 크레인에서 불이 활활 타는 빌딩으로 건너 뛰는 것 역시 고난과 역경이다. 떨어질 법 한데 아슬하게 매달려 있고 홍콩 시민들은 고개를 꺾어 그저 윌 소여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폰으로 촬영하기 바쁘다. 이것 또한 고난과 역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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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로 진입을 한 후에는 대형 풍력 터빈의 프로펠러 사이를 통과해야 하며 불구덩이 사이를 뚫고 다리를 만들어 건너고 빌런들과 총격전도 벌이고 딸도 빼앗긴다. 하지만 이 무수한 고난과 역경을 뚫고 윌 소여는 딸을 구해내서 무사히 빌딩을 내려와 가족과 재회를 한다. 캡처에서처럼 무능한 홍콩 경찰은 윌 소여의 가족에게 대단한 가족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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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대단한 가족이다. 영화는 윌 소여의 가족사랑을 보여준다. 영화 초반부터 윌 소여는 아들과 딸에게 너희를 사랑하는 아빠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리고 가족에게 고난과 역경이 닥쳤을 때 아빠는 모든 것을 던지고, 다리가 한 쪽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위해서 고난과 역경을 헤쳐서 이겨낸다. 아들과 딸은 이런 아빠를 두어서 정말 든든하고 행복할 것이다. 모든 아빠가 윌 소여 같지는 않을 것이지만 만약 윌 소여의 아들, 딸과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우리 아빠도 윌 소여 같을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아빠는 아이들의 영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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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쫄이 메리야스 슈퍼영웅이 빌런과 결투를 벌이지만 우리는 어쩌면 드웨인 존슨처럼 인간 히어로를 바라고 있기에 앞으로도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드웨인 표 재난 액션 영화는 죽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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