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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시대 - 공감 본능은 어떻게 작동하고 무엇을 위해 진화하는가
프란스 드 발 지음, 최재천.안재하 옮김 / 김영사 / 2017년 8월
평점 :
‘공감’ 부재의 시대, 지금 필요한 건 <공감의 시대>
그 옛날 소크라테스는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 했다. 사회를 떠나서도 인간은 삶을 이어나갈 수 있겠지만, 그것이 곧 사람다운 삶의 길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나와 당신, 우리가 함께 만든 모종의 체계 속에서 우리는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다운 것은 무엇인가? 무엇이 우리를 동물과 다른 ‘인간’으로 살아가게 하는 것인가? 이에 대한 질문은 곧 인간다운 인간으로 나아가기 위해 제일 먼저 던지는 화두로 다가온다.
지난 몇 세기 간 인간은 아주 어리석은 판단을 두고 불변의 진리인 것처럼 여겨왔다. 오로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하지만 이는 동물보다 더 나은 점을 강조한 것이 아닌, 동물과 다르기 위해 더 못한 쪽을 택한 것만 같아 보인다.(오늘날 다시 바라봄에 있어서) 그것은 바로 ‘경쟁’을 사회 속에서 일종의 미덕으로, 반드시 필요한 존재로 바라본 것이다. 산업화, 자본주의의 유입을 통해서 인간은 무조건 타인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어야 하는 일종의 강박증에 빠지게 되었다. 그 속에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 아닌 ‘이기적 동물’이라고 스스로 정당화 하고 합리화했는데, 이는 타인을 이기는 것을 당연시하게 여기도록 만들었다. 물론 경쟁 사회에서 정당한 경쟁을 통해서 맨 우위에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순리다. 하지만 우리는 오르는 과정에 있어서 떨어지는 자들에게, 발을 헛디딘 자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방법조차 잊어버린 것이다! 타인을 위한 일방적인 희생은 터무니없는 것으로 다가오지만,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보면서 함께 아파하고 연민의 감정을 마땅히 느껴야 한다.
만약에 이 책을 넘기지 않았더라면, 나는 또 다시 경쟁 사회의 산물로서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 이기기에만 급급했을 것이다. 프란스 드 발의 <공감의 시대>는 미친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공감’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더욱이 이 책은 우리와 비슷하게 감정을 지니는 포유류, 유인원 등의 실제 사례를 통해서 인간에게 잊어버린 공감의 미덕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믿고 보는 이 시대 제일가는 동물학자 최재천의 역을 통해서 보다 쉽게 책을 만날 수 있다.
<공감의 시대>가 외치는 것은 단순명료하다. 우리 사회에서, 생존에 있어서 더 이상 ‘경쟁’이란 방식을 통하여 삶을 나아가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경쟁사회의 종말’을 외친다. 책은 오로지 나, 나의 이성, 나의 감정만을 외치는 탐욕의 시대가 저물고 공감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린다. 공감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도 아니고, 인간만이 지닌 특수한 것도 아니다. 쥐들도, 침팬지들도, 원숭이들도 공감의 상황에서 마땅하게 공감을 느낀다. 공감은 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에서 점차 진화되어 온 공동체의 산물이라 볼 수 있다. 이에 저자는 공감을 거의 모든 인간에게서 발달된 확고한 특성이라 본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가 공감에 의존하고, 공감을 포용해서 키워나갈 수 있음을 확신한다. 공감이란 ‘인류 보편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느낄 수 있었지만, 돌고 돌아 이제야 공감의 중요성을 느끼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개인적인 견해로 서양적 사고와 동양적 사고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이라 본다. 저자는 지난날 칸트 철학의 오류를 지적하면서, 그간 칸트철학으로 인해 인간의 감성보다 이성에 치우쳐진 사고가 계속되어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인간의 도덕성을 칸트 이전의 철학, 즉 감성에 기반을 두면서 진화론, 현대 신경과학과 함께 살펴본다. 이는 인간의 도덕성의, 이른바 사회적 본능이 동물의 사회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인간과 동물의 사이는 잠시 접어두고, 칸트 이전의 철학으로 돌아가려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먼 길을 돌아가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우리네 철학, 동양적 사고에 기반해서 감정을 살펴보면 감정을 우리와 동 떨어진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동양에서 강조하는 사단(四端), 인의예지의 기본이 되는 네 가지 마음의 실마리를 통해서 우리는 자연스레 ‘공감’을 마주한다. 특히 측은지심(惻隱之心)은 생각하지 않아도, 경험하지 않아도 절로 공감을 가져다주는 마음의 기본 되는 단서이다. 그렇기에 내게 있어 공감은 저자가 말하는 것 보다는 덜 낯설게 느껴졌다. 이는 경중의 문제가 아니고 사고하는 방식의 차이라 생각한다. 그간 동양의 철학이 이성보다는 감정과 우주, 내면을 다스려 왔기에 우리는 자연스레 공감이란 개념에 노출되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에는 서양적 사고들이 이미 곳곳에 침투해 있다. 그렇기에 겉보기에는 동양인일지라도 우리는 너무나도 체계적이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인간일지도 모른다. 더 이상 이성만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러 실험과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을 접하면서 우리는 깨달았다. 탐욕과 경쟁만이 존재하는 세상은 인간을 인간만도 못한, 동물만도 못한 인간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렇기에 공감 본능이 어떻게 작동하고, 우리는 작동된 공감의 미덕을 어떻게 사용해야하는지 파악하는 것은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로 다가온다. <공감의 시대>를 통해서 지금 이 시대 공감의 필요와 방향성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