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탈한 나

82년생 김지영 ㅣ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나의 엄마에 대한 안쓰러움이 먼저 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7남매의, 없는 집안의 장녀로 태어나 어린 나이부터 일을 하고 돈을 벌어야했던 우리 엄마가. 20대였던 당시 초등학교 졸업장만이라도 있었더라면 마을 은행에 취직했을 수도 있었다는 우리 엄마가. 이른 나이에 남편을 잃고 어린 두 딸을 키우며 고생했던 우리 엄마가. 본인도 이리저리 쑤시고 아프다면서 환갑을 넘긴 지금도 여전히 나이 들고 아픈 사람들을 돌보는 힘든 일을 하고 있는 우리 엄마가 말이다. 엄마는 딸들을 보며 하루하루를 버텼을 것이다. 제대로 교육받지 못해 몸이 고생하는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딸의 교육 지원에 힘쓰는 일이지 않았을까. ‘김지영’ 엄마를 통해, 딸이 그럭저럭 공부해 서울 사립대학에 진학해 사회에서 인정하는 안정적인 직장인으로 사는 나를 보며 마음을 달래고 있는 우리 엄마를 보았다.

   엄마의 딸인, 나는 ‘82년생 소영’이다. ‘82년생 김지영’의 삶을 들여다보며 나의 일상을 되짚었다. 내가 열심히 하면 보상받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먹고 사는 데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면서 그렇게 무난하게. 그래서 공부했다. 사실 시골에서 어린 내가 보상받을만한 일이라곤 학교 열심히 다니며 공부하는 것 외엔 없었다. 그리고 서울에서 대학교를 다녔다. 졸업 후, 계약직으로 일하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정규직 자리를 얻어 일을 하고 있다. 결혼해서 아들을 하나 낳았고, 그 아들은 무탈하게 잘 자라주고 있다. 멋지거나 부유하지는 않지만 일할 수 있는 직장과 건강한 남편과 아들이 있음에 “그래, 나는 잘 지내고 있어.” 스스로에게 이야기하며 그렇게 나는 지금도 하루하루를 무탈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김지영’의 일상에서 나도 경험했던 일과 느꼈던 감정을 보았다. 치마를 입은 나를 훈계하셨던 동네 아저씨로 부끄러움을 느꼈던 시간, 어두운 골목이나 폐쇄되어 있는 엘리베이터 같은 공간에서 나 외 누군가(남자)의 존재만으로 불안함과 두려움을 느꼈던 시간, 육아휴직으로 직장과 동료들에게 미안함을 느꼈던 시간, 본인은 친구와 회사 모임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관심이 많은 듯 나의 모임은 몇 시까지 진행하고 끝나는지 꼬치꼬치 물었던 남편에게 화가 났던 시간, 아이가 아파 어린이집에 갈 수 없는 상황에 남편은 출근하고 나는 조퇴를 해서 아이를 시골에 있는 친정에 맡겨야했던 답답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하루 종일 아기를 보육하는 엄마가 잠깐의 해방감을 만끽하고자 1500원짜리 커피를 마시는 외출을 본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에 대해 말하는 작가의 말에 마음이 시려지는 건 왜일까.

 나는 과연 무탈했나? 무탈한가? 무탈할까?

 7살 난 아들이 떠올랐다. ‘딸’이 없는 나는 과연 다음 딸의 세대를 생각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