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 국부론 - 번영과 상생의 경제학 리더스 클래식
이근식 지음 / 쌤앤파커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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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위한 의식주의 해결은 대부분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경제학은 바로 이와 관련된 사회적 문제, 곧 인간 생활에 필요한 물자와 서비스의 생산, 분배 및 소비와 연관된 사회적 현상을 연구하는 근대 학문이고, 이 학문의 문을 연 책이, 영국의 애덤 스미스가 1776년에 출판한 <국부론>이다. 그 이전에도 동서양 모두가 경제에 관한 글들이 많이 나왔지만, 이 책 덕분에 하나의 독립된 학문으로서의 경제학이 시작되었다. - '머리말' 중에서

 

 

애덤 스미스의 경제학을 고찰하다

 

이 책의 저자 이근식은 1947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매릴랜드 대학에서 경제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부터 서울시립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했으며, 경상대학장을 역임하고, 2012년 정년퇴직 후 2018년 현재 명예교수로 있다. 한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초대정책위원장(1989~91), 상임집행위원장(1994~96) 및 공동대표(2008~12)를 역임했다.

 

1999년에 출간한 <자유주의 사회경제사상>은 제17회 정진기언론문화상 경제경영 저작 부문 대상(1999)과 제11회 자유경제출판문화상 대상(2000)을 수상했다. 주요 저서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읽기>, <상생적 자유주의>, <신자유주의: 하이에크, 프리드먼, 뷰캐넌>, <존 스튜어트 밀의 진보적 자유주의>, <애덤 스미스의 고전적 자유주의>, <자유와 상생> 등이 있다.

 

 

애덤 스미스는 중소상공인, 은행인, 기술자 등 각계각층 인사들과 두루 교류하며 경제, 정치, 사회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토론하고, 열심히 발품을 팔아서 <국부론>을 쓴 덕분에 출간되자마자 18세기 사회 주도 세력으로 떠오르던 중소상공인, 정계, 재계 인사들에게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그의 경제적 자유주의는 깊은 철학적 기초를 바탕으로 19세기의 시대정신으로 보급되어 세상을 바꾸었다.

 

'애덤 스미스의 생애', '자본주의의 기원과 흐름', '<국부론>의 철학적 기초', '<국부론>과 경제발전의 길', '무엇을 배울 것인가?' 등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의 사상이 집대성된 <국부론>의 핵심 내용을 쉽고 명쾌하게 설명해준다. 비록 작은 책일지라도 이 한 권에 핵심을 체계적으로 담았다고 볼 수 있다.

 

 

 

 

<국부론>의 철학적 기초

 

애덤 스미스의 자유주의는 단순히 경제에만 한정되지 않고, 신학, 철학, 윤리학, 법학을 모두 포괄하는 종합적 세계관이다. 이런 세계관 위에서 그는 경제규제 철폐와 경제 자유화를 주장했다. 따라서 <국부론>을 잘 이해하려면 그의 세계관을 알아야 하고, 이를 위해 먼저 <도덕감정론><법학강의록>에 나와 있는 그의 신학, 철학, 윤리학과 법학의 내용을 알아야 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듯이, 위대한 학자의 공헌은 새로운 이론을 창출한 데 있기도 하지만, 흩어져 있는 여러 구슬을 실로 꿰어서 하나의 보배로 만들듯 기존의 여러 생각들을 하나로 묶어서 새로운 체계를 만들어 새로운 시대정신을 제시하는 데 있는 경우도 있다. 스미스가 이런 경우이다. 보이지 않는 손, 공감, 자기사랑, 자연적 자유, 자연조화 등은 모두 허치슨이나 데이비드 과 같은 스코틀랜드 계몽주의자들이 먼저 주장한 말들이지만, 스미스는 이를 한데 모아서 경제적 자유주의란 새로운 체계를 풍부한 자료와 엄밀한 논리로 <국부론>에서 설득력 있게 최초로 제시했다. 

 

아직 학문의 분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당시에 스미스가 가르쳤던 도덕철학이란 과목은 요즘 말로는 신힉, 윤리학, 법학 및 경제학의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즉 그의 신학과 윤리학은 <도덕감정론>에, 그의 법학은 <법학강의록>에, 그의 경제학은 <국부론>에 실려 있다. 따라서, 이를 모두 알아야 그의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신학~ 자연신학(이신론理神論), 신은 자연과 인간사회가 따라야 할 법칙을 만들었고 이에 따라 운행된다는 것이다. 스미스가 이신론을 믿었다는 근거는 <도덕감정론>에 등장하는 '위대한 설계자', '성스러운 우주의 건축가', '우주의 계획자' 등의 표현을 통해 알 수 있다. 말하자면 자연과 인간계는 신이 만든 법칙에 따라 저절로 운행된다는 거다. 그래서 인간의 의도적인 개입이 불필요하다는 것이 바로 '자연조화설'이다. 

 

윤리학~ 공감, 허영, 탐욕, 양심 등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과 분석, 스미스는 남에게 부당한 피해를 주지 않는 정의正義를 매우 강조했다. 즉 개인의 사익 추구가 경제발전의 원동력임을 인정했지만, 상공인들이 탐욕에 사로잡혀 남에게 부당한 피해를 주기 쉽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윤리는 공정성을 실천하는 자율적인 규제 장치, 법은 최소의 공정성을 보장하려는 강제적 사회 장치이다.

 

법학~ <법학강의록>은 법의 원천을 고대부터 당시까지 역사적으로 고찰한 것이다. 여기서 경제발전이 모든 사회문물의 변천을 선도해왔음을 지적했다. 즉 경제는 역사적으로 계속 발전해왔고 이런 발전에 맞추어 법, 정치, 윤리, 문화, 예술 등 여타 사회 부문들이 변천해왔다는 것이다. 역사발전단계설은 사회의 모든 부문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하고, 의식주 해결이 인간사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이며, 인간사회는 수렵, 목축, 농업, 상업의 네 단계로 발전해왔다는 등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경제를 비롯한 모든 사회현상은 개별적이거나 집단적인 인간행동으로 구성되고 인간행동은 인간 본성을 벗어날 수 없으므로 사회현상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예측하려면 인간 본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이와 같은 깊은 이해를 토대로 하고 있다는 게 바로 스미스 경제학의 강점이다. 그 토대를 우리는 그의 윤리학에서 찾을 수 있다. 그의 윤리학은 윤리학만이 아니라 인간 본성에 관한 전반적이고 심층적인 분석이 많다. 자기사랑, 공감, 허영, 탐욕, 양심 등 인간 본성의 여러 가지 요인들을 깊게 분석함으로써 스미스는 윤리와 법의 근거를 찾았다.

 

 

경제발전의 길

 

애덤 스미스에게 경제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법치주의 확립''불합리한 경제규제 철폐'이다. 법치주의 확립은 공정한 정의의 법을 공정하게 집행하여, 국가 권력자나 강자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개인의 사유재산을 보호하고, 채무자의 채무이행과 계약이행을 확실하게 보장하여 개인의 사유재산을 보호함을 의미한다. 그 다음으로 그가 강조한 경제규제 철폐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소수의 특정 상공인에 부여했던 독과점 영업권을 철폐하여 경쟁시장을 만드는 것이고, 둘은 가격규제, 매점매석 금지, 거주 이전의 제한, 수출장려 및 수입제한 등 자유로운 시장경제 활동을 방해하는 규제들을 철폐하여 경제 자유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들은 그가 경제의 자유화만이 아니라 경쟁시장의 확립을 주장했음을 유념해야 한다.


스미스는 원칙적으로 정부의 경제개입을 반대했으나 몇몇 예외는 인정했다. 공공시설의 건설과 운영, 빈민구제,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한 초등교육과 고등교육 및 대중의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 은행의 방만한 대출 규제, 원격지 무역에 대한 독점적 영업권 부여, 발명품에 대한 독점권 부여, 사치품에 대한 고율 과세, 적정한 법정 최고이자율 등과 같은 규제는 예외적으로 인정했다.

 

경제규제 철폐와 법질서의 확립이 철저하게 이루어지면 자연스레 효율적 경쟁시장이 형성되고 작동하기 마련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애自己愛와 교환본능이라는 본성을 지녔고, 자유로운 경쟁시장엔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하느님의 섭리가 작동하는 덕분에, 사익私益을 추구하는 각자의 노력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모든 사람들이 이득을 본다.사유재산이 보호되면 더 잘살려는 인간의 본성이 직동되므로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며, 나아가 투자함으로써 경제는 더욱 발달한다. 

 

 

 

 

애덤 스미스의 개인주의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고도 정확한 성찰이라는 튼튼한 기초 위에서 사회와 경제를 분석했다는 것이 애덤 스미스의 가장 큰 장점이다. 경제학만이 아니라 정치학, 사회학 등 현대 사회과학은 논리의 엄밀성을 주로 추구하여 인간 자체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현대의 경제학 등 사회과학에서는 주로 메커니즘과 제도만 보이고 사람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 결과 현대 경제학은 현실적 유용성은 별로 없고, 연구를 위한 연구 내지 전문 연구자들을 위한 연구들이 많다.


반면에 애덤 스미스는 인간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출발점으로 삼고서 시작했다. 즉 그는 우리 인간들이 동정심과 양심도 갖고 있지만 인간은 무엇보다도 자기사랑自己愛를 추구하는 더 강한 본성을 갖고 있음을 인정하고 이 기초 위에서 세상 전체를 바라 보았다. 그 덕분에 그의 윤리학, 법학 및 경제학은 공허한 이론을 떠나 현실적으로 유용성을 가질 수 있었다.

 

 

애덤 스미스의 한계를 이해해야 한다

 

자본주의를 혹독하게 비판하는 부류의 학자들은 애덤 스미스가 빈부격차,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불황과 실업 증대, 중소기업의 몰락, 환경파괴 및 공공재 부족 등과 같은 시장의 실패,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을 보지 못했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부분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40여 년 전에 쓰여진 <국부론>을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애덤 스미스의 사상과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성찰이 그의 경제학 곳곳에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이근식 박사도 이렇게 말한다. "공평무사하고, 양심적이고 솔직담백했던 그가 만약 50년쯤 더 살아서 19세기에 나타나기 시작했던 시장의 실패를 보았다면 이를 지적하고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누구보다도 앞장섰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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