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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독서 경험 속에는 그 사람의 과거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기억은 재구성되는 것이며, 과거를 사진처럼 정확하게 재생할 수 있다는 믿음은 잘못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사진조차 그런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게코스키도 사진처럼 세밀한 기억력을 자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순간 자신이 실제로 그 책을 읽었던 것인지 의문을 품습니다. 물론 그는 이 책을 쓰면서 언급한 책들을 다시 읽는 작업을 수행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진짜로 읽었다고 믿은 책을 실제로는 안 읽은 경우도 있고, 그 내용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여긴 책의 내용이 기억과는 전혀 다르기도 하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현재가 과거에 의해 만들어지듯이, 우리는 현재 안에서 과거를 만든다고. 
현재의 내가 과거의 독서 경험까지 재구성하는 셈이죠. 우리는 현재 경험하는 바에 따라 지나온 삶에 대한 가닥과 감정을 취하여 그것으로 이야기와 테마와 삽화를 만듭니다. 곧, 과거에 내가 읽은 책은 과거의 나, 더 나아가 현재의 나를 아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이란 그래서 오묘한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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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레드 제플린, 프레디 머큐리, 마이클 잭슨, 신디 로퍼, 카트리시아 카스, 그리고 엘튼 존까지, 뮤지션 전기 또는 자서전을 기획하고 출간할 때 선택의 기준은 그들의 삶에 드라마가 있는가,라는 것이다. 음악은 듣는 것이지만 책은 읽는 것이기에, 그만큼 강하게 독자를 사로잡는 이야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그녀가 얼마나 유명한가, 히트곡이 얼마나 많은가, 어느 시기에 주로 활동했는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삶의 드라마이다. 그래서 모범적이고 조용한 사생활을 유지한 스타보다는 우여곡절이 많고 세상사에 두루 관심을 표명한 뮤지션에 더 관심이 간다. 엘튼 존은 이런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시키는 몇 안 되는 인물 가운데 하나다.
이 책 《엘튼 존》은 음악 전문 작가 데이비드 버클리가 엘튼 존과 함께 작업한 많은 동료들과 업계 관계자들을 취재하고 기존의 자료를 철저히 참고하여 그의 극적 삶과 다재다능한 재능을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엮어낸 것이다. 덕택에 우리는 거의 반세기 동안 팝의 최전선에서 슈퍼스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엘튼 존의 다채롭고 흥미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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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매카시, 앨리스 먼로, 필립로스, 존 업다이크, 잭 케루악 등 현대문학의 거장들과 작업했던 영국의 편집자 다이애너 애실.
자서전 <그대로 두기>로 우리 출판계의 편집자들에게 낯익은 이름이기도 하다. 

<어떻게 늙을까>는 편집자로서, 독신여성으로서, 늙음과 죽음에 대해 담담한 성찰을 담고 있다. 
우리 중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이 질문은 그러나 현재 삶의 번거러움 속에 막연한 질문으로만 존재한다. 
그녀는 유쾌하게, 우아하게, 때로는 고통에 맞서 용감하게, 잘 늙는 것에 대한 '어떤' 해답을 제시한다.

인간적인 존엄을 잃지않고 늙어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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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슨 투 디스
알렉스 로스 지음, 장호연 옮김 / 뮤진트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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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적 표현' 
모두 깜짝 놀랐죠. 올해 노벨 문학상이 밥 딜런에게 갔습니다. 
따지고 보면 놀랄 일도 아닌데요. 노랫말은 가장 오래된 형식의 시이기도 합니다.

알렉스 로스가 자신의 책 <리슨 투 디스>에서 '딜런은 단어 선택, 리듬, 구조적 운을 중시하는 순수한 시인이라는 것이다."를 보신 분이라면 올해의 이 뉴스에 그다지 놀라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리슨 투 디스>를 번역하신 장호연 선생님은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으로 팝계의 불가해한 음유시인 밥 딜런을 다룬 장을 꼽고 있습니다.

"한 명의 팬으로서 딜런의 연주여행을 직접 따라가며 그를 둘러싼 사회적 현상을 살펴보고 음악과 가사를 분석하고 있는데, 자신을 시대의 아이콘으로, 세대의 목소리로, 특정 장르의 뮤지션으로 가두려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계속해서 달아나며 자신의 음악을 자유롭게 풀어헤치고 재조합하는 딜런의 모습에서 알렉스 로스는 악보로도 음반으로도 그 무엇으로도 가둘 수 없는 '시간의 예술' 음악의 본질을 본다. 그의 음악이 세대를 넘어 계속해서 팬들을 얻고 집요한 추종자들을 불러 모으는 이유를 이렇게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글은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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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우리 영혼은
켄트 하루프 지음, 김재성 옮김 / 뮤진트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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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나하고 자러 우리 집에 와 줄 수 있어요? 
섹스는 아니고요. 나란히 누워 밤을 보내는 거 말이에요. 
밤이 가장 힘들잖아요?”

“내가 당신과 똑같을 수 있는지 확신이 안 서네요. 
모험에 뛰어드는 의지랄까요. “




인간의 감정과 관계를 표현하는 사랑우정연애가족모성 등의 개념어들은 그들이 지시하는 대상을 일반화시킴으로써 단순 명료하게 전달하는 반면 그 대상의 진실을 온전히 전달할 수는 없다어쩌면 소설은 설명할 수 없는 것말로 할 수 없는 것과의 싸움이 아니었을까.

켄트 하루프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단순 명확함주인공 남녀의 직설적인 대화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말하고 있는 것과 말하지 않은 것 사이에 무엇이 존재하고무엇이 움직이는지를 드러내고 있다.

 

첫 장면부터 사건으로 뛰어드는 단도직입적인 서술간결한 단문과 필요한 말만하는 남녀 주인공의 대화 안에 관계와 감정의 모세혈관을 지닌 이 소설은 빠르게 읽히지만 잔상은 아주 오래 남는다.

70대의 두 남녀는 밤마다 한 침대에 누워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눈다그리고 캠핑을 하고 낚시를 하거나 차가운 강물에 발을 담구는 하릴없는 시간을 보낸다미국의 거대한 자연과 시골 풍경은 그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기 보다는 두 사람의 배경 막으로 건조하게 묘사되고 이 커플 관계의 내면에 자리한 너그러움과 쓸쓸함으로 채색된다수십 년을 함께 살아온 옆집 할머니의 죽음도 일상의 순환 그 이상이 될 수 없다.

 

이 두 남녀가 뛰어든 모험은 사랑우정연민매혹, 불안, 상실 등의 언어들을 뛰어넘어인간들 사이에 나눌 수 있는 그 무엇이거나 혹은 그 낯익은 단어들 모두를 아우른다.

켄트 하루프 유작 <밤에 우리 영혼은>은 눈에 보이는 세계의 명백함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의 세계를 구축하려는 소설의 의지를 유감없이 발휘함으로써 '승리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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