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 / 비타 색빌-웨스트


20세기 초 비범한 작가이자 버지니아 울프의 친구이자 연인이었던 비타 색빌-웨스트.

시대를 앞서 살았던 두 여성, 버지니아 울프와 비타 색빌-웨스트의 열정적인 사랑, 그리고 영원한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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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 허스트베트의 작품을 여덟 권째 출간한다. 소설 네 권, 에세이 네 권으로, 이번 책 에로스를 위한 청원은 네 번째 에세이다


허스트베트의 글 스타일, 예술에 대한 지식, 정신분석·철학 등을 아우르며 주제를 펼쳐나가는 그 심도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독서의 기쁨을 기대할 만한 책이다


문장 자체의 아름다움, 단어를 선택하고 사건을 묘사하는 방식의 정교함, 감정뿐만 아니라 새로운 생각들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매혹적인 도발이 변함없이 제 자리를 빛내며 우리를 끌어당긴다.



에로스를 위한 청원에는 총 12개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역시나 주제가 다양하다. 한 개인과 그를 만든 장소, 나와 타인, 욕망과 에로스, 개인적이면서 몰개성적인 말들, 여성과 남성에 관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그 경계를, 그 모호한 사이를 깊이 바라보고 있는 시리 허스트베트를 만나게 된다. 그곳은 우리를 감싸고 있는 모든 것의 경계이고, 그 개념들을 가장 예술적인 방식으로 표현해내는 허스트베트가 바라본 사이.

 

글의 주제가 자신이 성장했던 미국 중서부 미네소타의 시골이든, 복장도착증이든, 아니면 유명 작가의 소설이든, 인문학자이자 소설가인 허스트베트의 에세이는 어느 것도 쉽게 지나칠 수 없다. 그녀는 늘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을 보고, 그곳에 드리운 빛의 이면을 바라본다. 이 책에서도 역시 가벼운 터치와 완벽한 명료함으로 그녀는 문학과 삶 둘 다를 가리는 문화적 편견을 벗겨내고, 작가라는 존재들에게 필연적으로 내재하는 다중인격을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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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 독일 태생의 한 젊은 작곡가가 후원자인 왕족의 허락을 받고 런던에 갔다가 평생을 그곳에 거주하게 된다. 독일 하노버 가문이었던 그 후원자는 머지않아 영국 왕 조지 1세가 되고,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인 그 작곡가는 영국에 귀화하여 조지 프리데릭 헨델이 된다.


당시 27세였던 헨델은 이후 런던에서 50여 년을 살며 걸작을 연달아 작곡한다. 그의 걸작들은 영광스러운 대관식 음악 <사제 자독><줄리오 체사레>, <리날도>, <알시나> 같은 오페라를 포함해서 다수의 위대한 오라토리오에 이르며 <메시아>에서 정점에 도달한다.


이탈리아 오페라 전문가이자 세계 각지의 오페라하우스와 연주장에서 헨델의 작품을 지휘해온 저자 제인 글로버는 이 책에서 <메시아>에 상대적으로 가려져 있는 헨델의 오페라들을 중심으로 그의 런던 시절을 조명한다. 고향 독일을 떠나 런던에서 살다 그곳에 묻힌 헨델. 런던의 무엇이 이국의 젊은 작곡가를 그토록 매료시켰을까.


이 책은 350여 년 동안 세계 각지에서 연주하고 공연하고 사랑해온 헨델의 훌륭한 음악 작품들에 관한 이야기이자, 한 작곡가를 위대한 음악가로 만든 18세기 런던과 그곳에 모여든 사람들, 그리고 당시 영국과 유럽의 정치·문화사를 다채롭게 조망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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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유달리 약삭빠른 능력으로 자신을 보전할 줄 아는 동물이 아니라

가치와 원칙에 영향을 받는 삶을 살아가는 인간'1)에 관하여.


헤닝 만켈 [바람의 기록자]




세차게 내리던 비가 그치고

열대의 밤하늘에 보름달이 뜬 어느 날 새벽,

한 발의 총성이 정적을 깨뜨린다.


빵 가게에서 밤 근무를 하던 제빵사 조제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어두운 극장으로 뛰어 들어가고

아무도 없는 텅 빈 무대 위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한 사람을 발견한다.

거리의 아이 넬리우,

사람들이 모두 대단한 아이라고 말하는 넬리우.


홀로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던 넬리우는 

조제에게 자신을 건물 지붕으로 데려다 달라고 말한다

자신이 죽을 거라는 걸 아는 그 아이는 병원 치료를 거부한 채

남은 시간 동안 조제에게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준다.

 

 

열 살도 채 안 된 그가 왜 가족을 떠나 거리로 나왔는지

그가 겪은 고통의 비밀이 무엇인지

거리 아이들의 리더 역할을 하며 

그가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이 무엇이었던지, 그리고,


단순히 살아남는 것과 살아남는 것 이상의 삶이 어떻게 다른지를.


사람들이 나를 잊을까 두려워서 그러는 건 아니에요,

당신들이 누구인지 스스로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예요.”_ 17p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이야기

헤닝 만켈 [바람의 기록자]







1)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조지프 프랭크의 도스토예프스키' p335 인용

인간은 뭔가 이뤄내기 위해, 그리고 자신이 가진 좋은 기억들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산다. 하지만 솔직히 우리도 알고 있다. 이 시대가 내 발아래 보이는 저 도시만큼 어둡다는 것을. 세상이 너무나 흉해서 별들조차 그 위에서 반짝이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아름다운 경험에 대한 기억은 너무나 드물어서 그 기억이 저장되어야 할 우리 뇌의 커다란 공간이 텅 비고 잠겨져 있다는 것을.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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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서점들이 도서 판매 시장을 점령한 상황에서도 동네 서점이나 책방이 많아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서점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느냐 하는 것과는 별개로 각자의 개성을 살린 서점, 책방들에 독자와 작가들이 모여들어 신선한 발상으로 일상을 한결 문화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온라인 서점에서 아주 손쉽게 책을 구매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서점에 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서점은 책으로 둘러싸인 공간입니다. 온라인 서점과 달리, 한정적인 공간인 오프라인 서점은 그 책 너머로 다양한 사람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곳이죠. 서점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책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가는 장소라 할 수 있죠. 그러니 카페마다 분위기가 다르듯 서점 또한 어떤 사람들이 오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게 마련일 테죠.

엘리아스


시드니의 한 서점에 취직한 엘리아스는 나는 이제 비로소 고요하고 고상한 삶을 살 수 있겠군. 마침 문학 박사 과정을 시작했으니, 이거야말로 내가 잘 알고 사랑하는 상품을 파는 시간제 일자리야"라고 생각했습니다. 동료들과 번갈아 고객을 응대하면 되는 그곳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이라고 해봐야 제목은 기억 안 나지만 표지는 파란색이에요정도일 것으로 예상하며.


역시 서점은 편안한 장소였고, 여전히 인문주의적 품위가 보장되는 조그만 우주라고 여기며 그 아름다운 서점에서 수년 동안 고객들을 응대하다가 어느 날부터 카운터를 사이에 두고 고객들을 접하며 경험한 일들을 일기처럼 적기 시작합니다. 버릇없는 아이들에서 철없는 성인들, 책을 파는 서점에 와서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찾아달라는 연로한 부인, 지난 세월을 추억하는 노인들, 서점에서 파는 카드가 예뻐서 자주 들르는 슬픈 여인, 서점 문을 열기 전부터 문을 닫을 때까지 그들과 주고받은 동정과 위안과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들을.


 

 

차양모를 쓴 여자: 찾는 책이 있는데요. 제목은 기억 안 나는데, 상당히 독특한 데가.

: 어떤 내용인지는 기억하세요?

차양모: 한 프랑스 여자에 관한 건데, 그 여자가 마침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그 책 있어요?”


엘리아스가 고른 111개의 다채로운 에피소드들을 따라 읽다 보면 고객이란 참으로 비합리적이고 요구가 많고 무례하고 예측할 수 없는 존재이면서도 또한 친절하고 사려 깊고 재미있으며 파토스로 가득한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나마 다루는 상품이 책이고 책과 관련된 상품인 덕택에, 카운터를 가운데 두고 마주한 고객과 점원 사이의 때론 위험천만한 대면에도 불구하고 서점에서는 최소한의 인문적 품위가 유지되고 있는 것일까요? 정말? 엘리아스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대, 서점은 여타 소매업의 불합리한 상황들에서 조금은 빗겨 나 있을 거라는 추측과는 달리, 그것들이 오히려 도드라지는 편에 가까운 곳인 듯합니다.


엘리아스는 서점에서 일하는 사람답게, 책에 대해 아는 것도 많습니다. 손님이 미래에 관한 옛날 책이라고만 말해도 바로 1Q84를 찾아주고, 웬만한 책들에 관한 정보는 다 꿰고 있고, 고객이 원하는 책을 잘도 골라 줍니다. 그야말로 책을 찾는 고객들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책 전문가라 할 수 있죠. 그런 그조차 고객과 대화하는 일은 즐겁다가도 머리를 무겁게 하고, 도움을 주고 싶다가도 그를 멈칫거리게 합니다.


서점이 누구나 머물고 싶은 따뜻한 공간으로, 원하는 책을 발견하고 새로운 흥미를 만나는 공간으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곁에 오래도록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고객과의 대화들 사이사이에 감칠맛 나게 묘사된 엘리아스, 곧 서점 직원의 심리만 잘 헤아려봐도 그 답을 바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과 서점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엘리아스의 이야기들이 바람직한 공존을 위한 창의創意의 불씨가 되어줄 것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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