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에서 왔을까?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걸까?

나는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 걸까?

 


헤닝 만켈

스웨덴의 대표적인 작가이자 연극연출가였고 헌신적으로 행동하는 지식인이었던 헤닝 만켈은 201567세로 타계했다.

불치의 폐암 진단을 받은 후 2년이 채 안 된 투병 기간이었다.

 

, 그림 그리고 음악, 이 세 가지를 번갈아가며 되풀이해 즐기는 방식으로

나 스스로가 병에 고착되는 것을 피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시한부 삶이라는 현실은 헤닝 만켈에게 오래된 악몽 하나를 떠오르게 했다. 사람을 가차 없이 집어 삼키는 모래늪에 빠지는 꿈이다. 헤어 나올 수 없는 정신적인 위기 속에서 그에게 도움이 된 것은 몇 가지 큰 질문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일이었다. 인류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현재의 인류는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 속에서 헤닝 만켈 자신의 삶은 무엇이었고 무엇을 이루려 했는지를 기록한다.

 

죽는다는 건 현존하는 인간의 전통 중 가장 위대한 전통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망각과 거짓은 종종 사이좋게 함께 움직인다.

기억은 이야기이다. 어쩌면 토막 나고 잘게 부서진, 하지만 또한 온전한 이야기일 때도 많다. 나는 망각을 빈 공간으로 생각한다. 우리 내면의 공허하고 추운 우주. 망각 속에서 인간은 스스로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무관심해지고, 과거에 있었던 것과 앞으로 올 것에 대해서도 무관심해진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발란더 시리즈외에도 여러 권의 소설과 청소년 시리즈를 왕성하게 발표한 그는세상의 어두운 구석을 비추고자 했던 작가로서의 남다른 삶을 살았다. 가장 빈곤한 나라 모잠비크에서 삼십여 년의 세월 동안 아프리카인들과 함께 연극을 만들고, 소설을 집필하며 아프리카에 대해 깊이 이해한 그는 기아와 에이즈, 인종 차별과 불평등, 식민 지배의 잔재와 대륙의 분열로 고통에 빠져있는 아프리카 대륙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풀기위해 매우 헌신적으로 활동했다.

 

글을 쓴다는 일은 내가 가진 손전등으로 어두운 구석들을 비추고 전력을 다해 다른 이들이 숨기려는 것을 밝히는 일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는 억압과 불의, 폭력에 고통받는 곳이라면 주저없이 자신을 내던졌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봉쇄에 맞서 몸소 해상 봉쇄를 뚫고 들어가려다 체포되기도 했고, 인도의 빈민 구제 사업의 일환으로 마이크로 사업자 육성과 문맹퇴치, 아프리카 내전의 가장 큰 희생자인 아이들을 위한 마을 설립 등, 이 어둡고 고립된 세계에서 인간 연대의 믿음과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열망으로 글을 쓰고, 말하고, 또 자신의 몸으로 증명했다.


 

나는 모두를 도울 수 없지만 작은 도움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큰 슬픔을 경험하지 않고선 어느 누구도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없다.

비극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비극은 피할 수 없는 삶의 한 부분이다.

파리 시절 가장 강하게 내 기억에 남은 깨달음이 있다. 바로 사회의 밑바닥에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이다. 내 경우에 그것은 불법 노동자로 사는 것, 닳고 낡아빠진 옷을 입고 항상 배고픔에 시달리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가난을 쉽게 알아본다. 아마도 자신도 언젠가 그런 상태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 밑바닥에 대한 경험이 그저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것이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우리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 중 하나를 마주한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어떤 종류의 사회를 함께 만들어갈 것인가 하는 결정 말이다.

바로 그것이 내 평생을 관통해온 질문이다.

 

아프리카에서 나는 세상에 쓸모없는 고통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우리는 그걸 내일 당장이라도 끝낼 수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에게 읽고 쓰기를 가르치는 데 드는 비용은 서구 세계가 애완견 사료에 쓰는 비용만큼도 안 될 겁니다.

 

문명의 야만과 위선의 역사를 추적한 그의 소설 불안한 낙원에서 흑인들은 불필요한 고통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백인들은 현재의 우월한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다른 사람들, 아랍인들과 인도인들은, 우리가 사는 이 도시에 진실이 파고들 여지가 없기 때문에 거짓말을 한다.”라고 탄식했던 것처럼 그가 바라본 세계는 고통스럽지만 그의 시선은 냉철하고 또 따뜻했다.

 

만켈은 대가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도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일종의 아버지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는 항상, 심지어 해결될 것 같지 않아 보이는 갈등상황에서도 인도주의적 관점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켰다.

_바바라 패치_오스트리아 일간지 <Die Press>

 

나는 매일 곤궁함과 비참함을 봅니다.

그러나 또한 기쁨을 보고 웃음 소리를 듣습니다.

사람들은 스톡홀름 거리에서보다 마푸토 길거리에서 더욱 웃습니다.

마치 서양은 신용과 지불 사이에서 웃음을 잃어버린 것과 같습니다.

웃음은 아프리카인을 여전히 지탱해줍니다.

Teatro Avenida와의 작업은 내 인생에서 최고의 도전이었습니다.

가장 빈곤한 나라에서 연극을 올리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그곳에는 상상력이 있고 거기에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가난하다고 해서 나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당신은 상상력을 발휘해야만 합니다.

 

 


헤닝 만켈은 2005년 전 독일 대통령 호스트 쾰러의 초청으로 아프리카 지원 협력 회의 참석하여 최초로 연단에 올라 그가 만난 가난한 아프리카인에 관한 일화를 소개한다. 자신의 존엄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발에 신발을 그려 넣은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는 인간적 위엄과 저항에 관한 상징이 된다.

 

산다는 건 또는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죽었다는 건 침묵에 둘러싸여 있음을 의미한다.

 

헤닝 만켈은 또한 평생 핵무기와 원자력 발전에 대한 반대의견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그는 서구사회가 땅 속 깊은 곳에 최소 10만 년 동안 방사능 폐기물을 보관하고자 하는 계획에 대해 경고하면서, 그 폐기물에 대한 위험성을 후대에 어떻게 전달 할 것인가에 대해 우리 모두 고민할 의무가 있음을 강조했다.

 

나는 평생 원자력과 함께 살아왔다. 핵무기 공포와 핵무기 반대 시위, 계속 엉겨 붙어 싸우다가 어쩔 수 없을 때만 잠깐 서로 떨어져 일시적으로 평화로운 관계를 보이는 두 마리 야생동물 같던 소련과 미국, 그런 것이 어렴풋하게 떠오르는 내 어린 시절의 기억이다. 그 다음에 찾아온 것이 원자력과 원전사고이다. 쓰리마일 섬, 체르노빌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사고까지. 나는 또 다른 원전사고의 카운트다운이 이미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나는 원자력에 반대한다.

목숨을 위협하는 방사능 폐기물이 10만 년이라는 시간 동안 안전하게 보관된다는 것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가? 인간이 세운 건축물 중 가장 오래 유지되고 있는 것들도 기껏해야 5, 6천 년 되었을 뿐인데?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 중 어느 누구도 살아남아 통제할 수 없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가?

 


우리 문명에 속한 다른 것들이 전부 사라지고 나면 두 가지가 남을 것이다.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우주공간에서 끝없는 탐험을 이어가고 있는 보이저 우주선과, 지하 수직굴에 저장된 핵폐기물.

우리에게는 미래의 인간들에게 어떻게 위험을 경고해줄 수 있을까 자문하고 고민할 의무가 있다.

만약 경고를 전달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없다면? 그렇다면 남는 건 망상뿐이다. 저 아래 암석 밑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 도구는 망각이다. 그러나 망각을 너무 믿지는 말아야 한다.

망각과 거짓은 종종 사이좋게 함께 움직이니까.

 

소설로 연극으로 사회의 불평등과 부조리를 고발했던 만켈은 개인적이고 세계적인 재앙들에도 불구하고 삶은 살 만하다고 확신한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전략의 유무이고, 산다는 것은 결국 생존기술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인간의 선택 가능성은 불공평한 사회에서 그가 어느 편에 설 것인지의 문제에도 적용된다. 원하건 원하지 않건 간에 우리는 모두 정치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항상 정치적인 차원에 살고 있고, 동시대를 살고 있는 다른 모든 사람들과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사회계약에 따라 살고 있다. 그 사회계약은 또한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도 포함한다.

우리의 결심을 위한 조건들은 무엇인가? 우리가 무엇을 하거나 생각하거나 또는 절대로 하지 않기로 선택할 때의 전제조건들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거부하는가?

자기 인생을 어떤 것으로 만들지 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은 큰 특권이다. 지구상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에게는 오직 생존이, 그것도 아주 낮은 수준의 생존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모든 희망이 끝나는 곳에는 인간의 삶 자체가 없다.

하지만 무언가는 항상 남아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항상 희망을 절망보다 강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희망이 없이는 사실상 생존도 없다. 그것은 암 환자에게나 다른 사람에게나 마찬가지다.

 

201510월 세상을 떠난 헤닝 만켈. 그가 남긴 마지막 질문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한 위대한 문학인에게서 온 선물과도 같다. 사회와 역사에 대한 성찰과 더불어 인간으로서의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나은 인간, 더 나은 삶의 의미를 숙고한다.


 

헤닝 만켈은 세상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키고자 하는 희망을 동인으로 활동해온 꼭 필요한 작가였다. 그가 생각하는 유토피아는 엘리트 의식에서 온 것이 아니라 그의 군더더기 없고 힘찬 산문처럼 그냥 그에게서 나온 것이다.

_펠리치타스 폰 로벤베르그(독일 일간지<Frankfurter Zeit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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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 산다는 것- 삶의 끝에서 헤닝 만켈이 던진 마지막 질문
헤닝 만켈 지음, 이수연 옮김 / 뮤진트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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