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3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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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조정래 님의 <아리랑> 3권을 이야기해줄게. 전에 이야기한 것처럼, 아리랑은 총 4부작으로 되어 있고, 3권까지가 제1, 한반도란다. 1부의 마지막 이야기 3권의 이야기를 바로 시작해볼게.

김제의 농장 지배인인 요시다.. 그의 앞잡이인 이동만.. 그는 소작료를 올리고, 농민들에게 빌려준 돈의 이자도 확 올려버렸단다. 농민들의 불만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갔고, 결국 그 불만이 폭발하였단다. 밤에 이동만의 집을 기습하여 그를 폭행했어. 이동만은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치료 후에도 완치가 안 되어 계속 절룩거리는 신세가 되었단다. 소설 속 농민들만 아니라 읽은 이들도 통쾌했을 것 같구나.

의병 해체된 다음에 숨어 지내던 지삼출과 손판석은 죽산면에서 지내는 것이 안전하지 못하다 생각하여 식구들을 데리고 군산으로 이사했단다. 이웃이었던 방영근의 식구들, 그러니까 감골댁과 수국, 대근도 함께 갔어. 군산에도 일본인들과 그 일본인들을 추종하는 조선 사람들도 많았단다. 목포우체국 군산출산소장인 하야가와가 있었고, 그 하야가와와 친한 영사관 서기 쓰지무라도 있었단다.

친일파들은 1권과 2권에서도 나왔는데 다시 한번 정리해서 이야기 볼게. 죽산면의 면장인 백종두와 그의 아들 헌병 백남일, 보부상 출신으로 일본인에게 아부하며 가게가 번창하여 사탕공장까지 지은 장덕풍과 그의 아들 장칠문이 있었지. 장칠문은 순사보로 조선 사람들을 합법적으로 괴롭혔단다. 정재규는 송수식의 친구였지만, 이제는 주색잡기에 빠져 아버지가 남긴 엄청난 재산을 계속 탕진하고 있었단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유언으로 형제들까지 재산을 나누라고 했는데, 장남이라는 이유로 혼자 독차지하려고 했어. 둘째 동생 정상규도 만만치 않은 욕심쟁이라서 그런 형과 계속 다투었단다. 셋째이자 막내인 정도규는 서울에서 유학 중인데, 이런 형들의 모습에 치를 떨었지.

 

1.

신세호는 야학을 하다가 일본 헌병에 잡혀 들어갔다가 풀려 나왔어. 신세호는 송수익의 식구들도 보살폈는데, 송수익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송수익을 대신해서 장례를 치뤘단다. 1, 2권에서 신세호가 의병 활동도 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으나, 그 또한 그의 자리에서 나라의 독립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구나. 국내 잠입을 하고 있던 공허 스님도 송수익 어머니 장례식에 몰래 참석했어. 그런데 일본 헌병에 잡혀 끌려가고 있었는데, 공허 스님은 기회를 엿보다가 그들을 처치하고 도망을 갔단다.

일제가 토지조사사업을 하기 시작했는데, 오랫동안 농사 지내 온 조선 사람들의 땅을 이런 사유, 저런 사유로 빼앗아갔단다. 졸지에 땅을 빼앗긴 사람들은 무엇인가 해야 했어. 박영진, 김춘배는 그렇게 땅을 빼앗긴 사람들인데, 땅을 빼앗긴 사람들을 데리고 면사무소로 향했단다. 부당함을 주장하기 위해서

면사무소에서도 말이 통하지 않자, 면사무소 직원들과 작은 다툼이 일어났는데 이로 인해 그들은 주재소에 잡혀 들어가고 말았어. 토지조사사업을 주관하는 토지조사국의 관리인 다나카는 토지조사사업을 방해하는 그들에게 엄벌을 처할 것을 요청했으나, 백종두 면장과 주재소장은 극형 처벌에 대해서는 반대했어. 백종두는 양쪽을 중재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잃어버렸던 민심도 얻으려는 획책을 썼단다. 그래서 이 사건은 두어 명 주동자만 재판을 받고 나머지는 태형 50대로 마무리하기로 했어. 그렇게 박영진은 재판을 받고 감옥에 들어갔단다. 그런데 그보다 태형 50대 맞은 사람들이 문제였어. 말이 태형 50대이지, 이것은 엄청난 형벌로, 태형을 맞은 사람들 중에 성불구자가 된 이들도 있고, 앓아 누어야 하는 중상자들도 생겼단다. 그렇다고 그들이 땅을 되찾은 것도 아니야. 이미 나라가 사라졌는데, 이것을 어디 가서 하소연을 해야 하나.

군산에 비밀리에 자리 잡은 지삼출과 손판석공허 스님이 그들을 데리러 올 때까지 부두에서 일을 했어. 그런데 일자리를 두고 중국인 노동자들과 패싸움이 벌어졌어. 이 싸움에서도 손판석은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말았단다. 군산에서 부두에서 일자리 얻기가 쉽지 않아서, 여자들도 일자리를 알아보았단다. 정미소에서 쌀 속에 섞여 있는 돌을 고르는 일을 여자들이 했어. 감골댁과 부안댁이 그 일을 하려 갔으나, 감골댁은 나이가 많다고 퇴짜를 맞았단다. 이를 본 수국이는 자신이 대신 가겠다고 했어. 감골댁은 수국이가 일하러 가는 것을 걱정했단다. 얼굴이 예쁘다 보니 다른 남자들이 농간을 부릴까 걱정한 거야. 감골댁의 걱정은 현실이 되고 말았단다. 수국이와 부안댁이 일하는 정미소가 하필 백종두 면장이 새로 지은 정미소였던 거야. 백종두의 아들 백남일이 정미소에 일하는 수국을 하고 한눈에 반하고 말았단다. 백남일은 수국이를 납치하여 강제로 추행을 저질렀단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수국의 동생 대근이는 백남일을 찾아가 반쯤 죽여놓았단다. 지삼출도 대근을 도와주었어. 읽는 아빠도 속이 시원했으나, 대근과 지삼출의 뒷일이 걱정되기도 하더구나. 결국 지삼출 가족과 감골댁, 수국이, 대근이는 또 야반도주를 해야 했어. 그들은 옛 의병 전우들이 화전을 하며 지내는 산으로 도망갔단다. 한편, 백남일은 큰 중상을 입고 일본에 있는 병원으로 후송 갔어.

 

2.

양치성이란 자가 있어. 가난한 집안에 힘들고 살고 있었는데, 하야가와가 그를 좋게 봐서 거둬들여서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었단다. 양치성은 하야가와에 충성을 맹세했고, 하야가와는 양치성을 일본 유학을 보내주기도 했단다.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그는 골수 친일파가 되어 하야가와에 충성을 했단다.

서무룡이란 자가 있어. 서무룡은 군산 부두 일꾼으로 방대근의 동료였는데, 그도 수국이를 마음에 품고 있었단다. 그런데 수국이가 백남일한테 당했다는 것을 알고 나서 백남일을 손봐주려고 그를 찾아갔어. 그런데 백남일은 이미 대근이한테 크게 얻어맞은 후였단다. 서무룡은 백남일이 쓰러져 있던 곳에 있다가 잡혀 들어가게 되었어. 서무룡은 억울했겠지만,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길이 없었어. 양치성은 그런 서무룡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단다. 풀려나게 해줄 테니 의병의 잔당에 대한 정보를 알아봐 달라고 말이야. 이 제안을 받아들여져서, 서무룡은 다음날부터 부두에서 일하는 척하면서 의병의 잔당들의 정체를 몰래 알아보았어.

한편 지삼출 네 식구와 방대근 네 식구들은 배두성과 필녀 부부의 집에서 잠시 머무르게 되었어. 배두성은 의병 출신으로 지삼출의 동료였고, 지금은 산에서 화전을 일구며 지내고 있었어. 수국이는 자신의 당한 수치를 참지 못하고 자살을 기도하는데, 다행히 빨리 발견되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단다. 공허 스님이 수국에게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여 몸은 중요하지 않고 마음이 중요함을 일깨어 주어 수국은 다시 삶에 대한 의지를 갖게 되었단다. 공허 스님이 땡중인줄만 알았는데, 그래도 스님은 스님이시네공허 스님이 한 이야기가 너희들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 발췌해 보았단다. 사투리를 진하게 써서 이해하지 못하는 말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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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

부처님이 설허시기럴 몸언 맘얼 담는 그럭이라고 허셨소. 그렁게 알맹이넌 맘이고 껍데기넌 몸인 것이오. 그런 이치로 사람이 죽는다는 것언 맘이 껍데기인 몸얼 벗어불고 극락왕생허는 것이라고 말씸허신 것이기도 허요. 긍게로 중헌 것언 맘이제 몸이 아닌 것이고, 그 큰애기덜 둘이 도적놈덜헌티 몸얼 더립힌 것언 너물얼 캐다가 손얼 까시에 찔리고, 발얼 돌에 채이고 헌 것이나 하나또 다를 것이 없소. 흔헌 말로, 시상사 다 맘묵기에 달렸다는 말이 바로 부처님의 그 가르침에서 나온 것이오. 허고, 목매달아 죽은 큰애기가 소로 환생히서 평상 죄닦음얼 헌 것언 첫찌로 목심얼 경시헌 죄요, 부처님이 말씸허시기럴 이 시상이서 질로 에로운 일이 만상 중에서 사람으로 몸얼 짓고 태어나기가 질로 에롭고, 그담으로 에로운 것이 바른 마음 지닌 불자가 되기가 에롭다고 허셨소. 사람 하나가 죽고 새로 사람이 되어 태어나자면 만년에 만년으 세월이 흘러야 된다고 설허셨소. 그리 에롭게 태어난 목심얼 경시허는 것언 질로 큰 죄요. 그담이 함부로 목심 끊어 부모헌티 불효허는 죄요. 그런 죄넌 다 몸이 맘보담 중헌지 잘못 알고 저질른 어리석음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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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 스님은 화전을 일구며 숨어 지내고 있던 이들에게 이제 만주로 이주할 때가 되었다고 준비하라고 했어. 감골댁은 시집 간 딸들과 하와이에 일하러 간 장남 방영근이 눈에 밟혀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방대근이 쫓기는 몸인지라, 만주로 가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단다. 지삼출 네 식구들, 배두성과 필녀, 다른 화전민들도 함께 만주로 향했단다. 다리를 다쳐 거동이 불편한 손판석만 군산에 남아 있단다.

여기까지가 <아리랑> 3권의 주요 이야기란다. 일제의 침략으로 억울한 일을 당하는 백성들, 그들의 총칼에 죽어도 어디 하소연할 수 없는 백성들.. 불쌍한 사람들이 계속 나오는구나. 그들은 알았을까.  나라 빼앗긴 설움이 20, 30년 넘게 이어질 거라고…. 그 시절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먹먹해지는 느낌이 들곤 하는데, <아리랑>의 등장인물들은 실제 살아 있는 이들 같아 더욱 가슴 아프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이동만의 집 앞에는 네댓 사람이 불안하고 초조한 기색으로 서성이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지삼출이 방대근이 앞을 막아섰다.




현수막에 쓰인 글씨 그대로 군산과 강경 사이에 철도가 개통되었던 것이다. 철도 개통으로 군산 전체가 떠들썩한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 철도가 개통됨으로써 군산은 마침내 육로 수로 철로 세 가지 길이 합쳐지는 교통의 요충이 됨과 아울러 다른 부(府)들보다 앞질러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철도 개통의 의미는 결코 단순하지가 않았다. 금강을 거슬러 올라가 강경에 이르는 뱃길에서 소모하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동시에 수송량을 대폭 늘릴 수 있는 이점만이 아니었다. 그 철도는 엄연히 호남선의 일부였다. 따라서 군산의 세력은 항구로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륙으로 뻗치게 되어 있었다. 힘을 뻗칠수록 일본물건들을 많이 팔아먹고 조선물건들을 많이 내갈 수 있어서 군산은 그만큼 번창할 수밖에 없었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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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체스는 하늘과 땅 사이 무함마드의 관처럼 이 범주들 사이를 부유하는 학문이요 예술이며, 대립하는 모든 것들을 유일하게 연결해주는 것이 아니던가? 즉 태곳적인 것이면서도 영원히 새로운 것이요, 그 구도가 메커니즘적이면서도 판타지를 통해서만 작동하며, 기하학적으로 일정 공간에 제한되어 있으면서도 그 조합에서는 무제한적이고 항상 자기 발전적이며 번식력이 없다. ()로 이끄는 생각, 무에 이르는 수학, 작품 없는 예술, 실체 없는 건축, 그럼에도 명백하게 그 존재 자체가 어떤 책이나 작품보다 영속적이며, 모든 민족과 모든 시대에 속하는 유일한 게임이면서도, 지루함을 죽이고  감각들을 예리하게 하며 영혼에 긴장감을 주기 위해 신이 이 땅에 가져온 게임이라는 것을 아무도 모른다. 이 게임에서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가? 어떤 아이들이라도 기본 규칙을 배울 수 있고, 체스에 서투른 사람이라도 누구나 자신을 게임에서 시험해볼 수 있다.


(60-61)

당신이 게임들 중, 특히 체스를 둘 때의 정신 상태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생각해보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피상적으로 생각해보아도 충분히 알 수 있는 것은, 체스란 우연과는 동떨어진 순전히 두뇌싸움인지라 자기 자신과 맞서서 게임을 한다는 건 부조리하다는 거죠. 체스의 매력은 기본적으로 두 사람의 상이한 두뇌에서 전략이 나온다는 데 있거든요. 이를테면 이런 두뇌싸움에서는 검은 말이 그때그때 흰 말의 술수를 알 수 없고 항상 추측할 뿐이며 그걸 막으려고 하지요. 반면에 흰 말은 검은 말의 숨은 의도를 앞질러 내다보며 방해하려고 애쓴다는 데 그 매력이 있거든요. 그런데 검은 말과 흰 말이 동일한 사람이라면 모순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겁니다. 하나의 두뇌가 뭔가를 알아야 하는 동시에 또 몰라야 하는 상황 말입니다. 다시 말해 상대인 흰 말의 역할을 하면서 일 분 전에 검은 말로서 의도했던 바를 완전히 잊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러한 이중적인 사고는 사실 의식의 완전히 분열을 전제로 합니다. 기계장치처럼 뇌의 기능을 임의로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자기 자신을 상대로 게임을 하려는 것이 체스에서는 자신의 그림자를 뛰어넘으려는 것과 같은 역설을 의미합니다.


(116)

사랑하는 그대여, 당신에게 그 순간의 절망을 어떻게 묘사해야 할까요? 당신이 저를 알아보지 못하는 이 운명을 고통스럽게 느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당신이 저를 알아보지 못했다는,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알아보지 못할 거라는 그런 운명을 전 한평생 견뎌왔고, 그 운명과 더불어 죽게 될 테지요. 어떻게 제가 이 절망을 묘사할 수 있을까요! 보세요. 인스부르크에서 보낸 그 이 년 동안 매 순간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빈에서 우리가 다시 만나는 상상 이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낸 그 시절, 전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가장 행복한 순간뿐 아니라 가능한 최악의 순간까지도 꿈꾸었습니다.


(117)

얼굴에 비치는 나이는 명암에 따라 묘하게 변하고, 입는 옷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 체념한 이들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답니다. 그러나 아직 소녀였던 저는 당신의 망각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당신을 끊임없이, 그리고 쉼 없이 생각하고 있으니 당신도 저를 종종 생각하고 기다려줘야 한다는 헛된 마음을 품었기 때문일 겁니다. 제가 당신에게 미미한 존재이며, 저에 대한 어떤 기억도 당신에게 남아 있지 않다고 확신했다면, 제가 어떻게 숨인들 쉴 수 있었겠습니까! 당신이 마음속에 저를 알아볼만한 그 어떤 것도 없으며, 당신 삶의 거미줄 같은 기억 한 오라기도 저와 연결된 것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신의 눈길 앞에서 정신이 퍼뜩 들었습니다. 그것이 현실로 떨어지는 최초의 추락이었고, 제 운명을 예감하는 최초의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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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경제 이야기 1 : 기본 편 - 경제와 친해지는 준비 운동 난처한 경제 이야기 1
송병건 지음, 매드푸딩 그림 / 사회평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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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출판사 사회평론의 난처한시리즈가 미술과 음악에 이어 경제편도 출간을 했구나. 아빠가 난처한미술 시리즈, <난생 한번 처음 공부하는 미술이야기> 시리즈를 재미있게 봤잖아. 그래서 이 시리즈에 호감이 간단다. 경제활동은 열심히 하지만, 경제를 잘 모르는 아빠가 읽기에 좋은 책일 것이라 생각했어. ‘난처한미술 시리즈도 그렇고, ‘난처한음악 시리즈도 그렇고 어렵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었거든. 그래서 경제이야기도 좀 쉽게 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읽어보았단다. <난생 한번 처음 공부하는 경제이야기> 시리즈는 총 3권으로 되어 있는데 오늘은 1 <기본 편>을 이야기해줄게.

이 책도 다른 난처한시리즈처럼 강의식으로 되어 있어서 질문과 답변으로 이루어져 있단다. 사진과 그림도 많아서 이해하기도 어렵지 않았어. 이 책은 너희들 같은 학생들이 읽어도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단다. 특히 Jiny는 이 책을 읽고 나면, 학교에서 배우는 경제 과목을 좀더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단다. , 그럼 시작해볼게.


1.

경제란 무엇인가? 경제의 사전적 의미를 인터넷 의미를 찾아보면, 비슷하면서도 다양하게 설명되어 있었단다. 이 책의 지은이 송병건 님은 경제란 결국 사람들의 소망과 욕망을 달성하려고 쏟아 부은 노력의 총합이라고 정의했어. 직접적인 정의는 아니지만, 경제가 생겨나고 이루어지는 것이 결국은 사람의 본능에 있다고 정의하신 것 같구나.

경제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 아닐까 싶구나. 돈은 많이 소유하려고들 하지만, 무인도에 혼자 있을 때 돈이 많다면 아무 쓸모가 없단다. 그러니 돈이라는 것은 소유가 아니고 소비를 위해서 존재한다고 할 수 있어. 그리고 돈이라는 것은 특정한 시대와 장소에서만 쓸 수 있단다.

이 책은 아무래도 경제 책이다 보니, 경제 용어가 많이 나온단다. 알고 있던 용어들도 나오고, 뉴스나 기사를 통해서 많이 들어봤지만 정확한 의미를 모르는 경제 용어도 나왔단다. 책의 맨 뒤편에 그런 용어들을 따로 모아 뜻을 적어둔 것도 나쁘지 않구나. 가장 먼저 나오는 용어가 기회비용이라는 말인데, 이것은 경제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떤 선택을 할 때 본능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아닐까 싶구나. 어떤 선택을 할 때 우리는 그것이 나에게 이익을 주거나 만족하게 되는 경우 선택을 하잖니. 만약 그 선택을 할 때 이익도 있고, 손해도 있다면 그것을 잘 따져서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익이 있는 경우를 선택하잖니. 그것을 기회비용이라고 해. 경제 관련 이야기를 읽다 보면 한계효용이라는 많이 나오는데, 그것을 밥 먹는 것에 비유를 해주었는데, 한계효용이 무엇인지 쉽게 이해되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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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경제학에서 한계란 한 단위가 추가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오래 굶주렸다가 허겁지겁 밥을 먹는 경우 밥을 한 술 뜰 때마다 만족감, 즉 효용이 증가하겠죠? 이렇게 한 단위가 추가될 때 늘어나는 효용을 한계효용이라고 부릅니다. 밥을 막 먹기 시작했을 때는 배가 많이 고프니까 밥 한 숟가락으로도 상당한 효용을 얻습니다. 한계효용이 큰 거죠. 그렇지만 밥을 먹으면 먹을수록 한 숟가락이 주는 효용은 줄어들어요. 한계효용이 점점 작아집니다. 이렇듯 더 많이 소비할수록 추가되는 만족의 크기는 줄어드는 현상을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라고 불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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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용이라는 말은 이익, 만족, 이득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한계효용은 어떤 한계가 추가되었을 생기는 효용이고, 그것을 많이 얻게 되면 될수록 효용의 크기는 점점 줄어드는 것이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라고 한다.


2.

경제를 이끌어 가는 삼총사는 기업, 정부, 가계란다. 시장에서 소비하고 지출하고 때론 생산을 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 있어. 예전에는 가계와 기업만 경제활동을 했지만, 그렇다 보니 경제로 인해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경우들이 생겨서, 정부가 경제활동에 개입하게 되었단다. 오늘날은 대부분 나라에서 정부가 경제활동을 적극적으로 관여한단다. 한 나라를 평가를 할 때, 얼마나 많은 경제지표를 사용하고 있지. 온 세상이 자본주의국가가 되었으니, 정부가 경제활동에 관여하지 않으면 아마 백성들에게 바로 쫓겨나지 않을까 싶구나.

위에서 시장이란 말을 썼는데, 시장은 자유로운 교환이 이루어지는 장소를 이야기한단다. 너희들도 학교에서 수요와 공급이 만나 가격이 결정된다는 것을 배웠지? 아빠도 수요공급의 곡선이라고 그 그림이 생각나는구나. 수요는 증가하거나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낮아지고, 그리고 반대가 되면 가격이 올라가고예를 들어 농업 기술이 발달하여 쌀의 공급량이 늘어나게 되면 쌀값이 하락하게 되잖아. 경제는 이럴 때 개입하여 쌀을 정부차원에서 사들여서 쌀값 하락에 의한 농민들의 피해를 줄이곤 한단다. 우리나라 현정부는 대통령이 그런 법안을 거절해버렸지만

또 다른 예로 구제역 사태가 있단다. 예전에 우리나라에도 있던 일인데 돼지 간염병인 구제역이 확산되면서 많은 돼지들을 살처분했고, 그래서 돼지고기의 공급량이 감소했어. 원래대로라면 돼지고기 가격이 올라야 했지만, 이 경우 감소했단다. 혹시 병 걸린 고기 아닐까 하는 소비자 심리가 발동하여 소비도 덩달아 줄었기 때문이란다. 이런 예는 가격이라는 것은 수요와 공급 이외에 수많은 요인들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준단다.

경제를 잘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 중에는 투자를 잘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꽤 있을 테고, 투자 중에 가장 많이 하는 것은 주식이 아닐까 싶구나. 아빠도 많지는 않지만 주식을 하곤 하니까. 주식이라는 말의 ()’구루를 뜻하는데, 약간 생뚱 맞는 한자어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책에서 그 이유를 설명해주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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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주식은 한자어로 그루 주()와 법 식()자를 씁니다. 무슨 조합인지 바로 이해가 되질 않죠? 그게 당연합니다. 이 표현은 주식을 뜻하는 영어 단어 스톡(stock)’을 일본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거든요. ‘stock’에는 여러 의미가 있는데, 그중에는 그루터기와 저장품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그루터기가 뭔지 다들 아시죠? 나무나 곡식을 베고 남은 밑동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루터기에서 자라난 가지를 베어다가 겨울을 보낼 땔감으로 저장했기 때문에 저장품이라는 의미까지 생겼고요. 거기서 확장해 주식이라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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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주식이라는 것은 왜 생겼고 무엇일까. 주식이란 회사의 운영과 정책 방향을 결정하거나 사업의 이익을 분배 받을 수 있는 권리이자 증서란다. 어떤 회사의 주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주주라고 하고, 주식에서 자주 보이는 액면가라는 말은 주식이 발행되는 시점에 증권에 표시된 가격이야. 주식을 갖고 있으면 그 회사의 이익을 분배 받을 수 있다고 했잖니. 그것을 배당이라고 한단다. 어떤 이들은 이 배당을 보고 주식을 투자하는 이들도 있단다.

이 책에서는 중산 베이커리라는 가상의 제빵 기업을 통해서 경제 관련 용어들을 설명해 주었단다. 한 회사가 창업되고 성장되고 나중에는 망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경제활동을 통해서 경제 용어의 설명을 읽다 보니 좀더 이해가 쉬운 것 같구나. 채권이나 이자라는 것도 익숙한 것이지만 그 정의와 어떻게 쓰이는지 명확히 알 수 있었어. 채권이라는 것도 빚이 기록된 문서나 계약서로 그 차체를 사고 팔 수 있다고만 하면 안 와 닿을 수 있는데, 회사에 돈이 필요한 경우 회사의 신용을 담보로 채권을 만들어 팔았다가 나중에 이자를 보태어 갚는다면서 실제 예를 들어 설명해주니 좀더 명확하게 알게 되었어.

채권은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에서도 발행할 수 있는데, 이것을 국채라고 한단다. 국채도 일반 채권처럼 투자가 가능한데, 가장 극단적인 예는 러시아 혁명 이전 제정 러시아의 국채를 산 코소 톨라니라는 사람을 들 수 있겠구나. 코소 톨라니는 러시아 혁명 이후 휴지조각이 된 제정 러시아 국채를 사 모았대. 쓸모 없어진 국채이나 보니 거의 헐값이고, 사람들은 그걸 사는 코소 톨라니를 이상하게 바라보았지. 하지만 소련이 해체되고 다시 러시아 국가가 생겨나고 기존 제정 러시아 국채도 다시 힘을 얻게 되었다는구나. 그 러시아 국채의 가격은 다시 올라가게 되고, 코소 톨라니는 6000%라는 엄청난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하는구나. , 소련이 그렇게 쉽게, 빨리 망할 것이라고 그는 어찌 예측을 했을까. 예측을 했더라도 러시아 국채를 사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텐데대단하네.

….

수많은 기업들이 생겨나고 사라진단다. 이 책에서 예를 든 가상의 회사 중산 베이커리도 화려한 과거를 뒤로 하고 결국 망하게 되는데, 망하는 회사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하는구나. 엄청난 부채를 가지고 있고, 정부와 결탁한 부정부패가 있고, 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문어발식 기업 확장을 했단다. 아빠가 젊은 시절, 많은 사람들을 고통으로 몰아넣었던 IMF 사태 때 많은 회사들이 위와 같은 닮은 꼴로 문을 닫았단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이후로도 이런 잘못을 반복하는 회사들이 있단다.


3.

자본주의가 생겨나고 세계 경제는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어 왔단다. 늘 호황일 수 없고, 늘 불황일 수 없단다. 불황이라고 하면 비교적 최근에 있었던 IMT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대표적이고, 오래 전의 세계대공황도 떠오르는구나. 불황의 조짐 중에는 사회 전체적으로 신용이 고갈되면서 빚이 전체적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시작한대. 앞서 이야기했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경우는 미국에서 시작하여 전세계적으로 퍼졌는데, 그 주요 원인은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상환되지 않아서 가계, 기업, 금융기관이 모두 파산했기 때문이야.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것은 신용등급이 낮음에도 주택을 담보로 대출하는 제도라고 하더구나.

불황은 이런 경제 정책인 것으로 발생할 수도 있지만, 뜻하지 못한 일로 올 수도 있단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자연재해와 감염병이란다. 멀리 갈 것도 없고 최근에 우리를 무척 고생시켰던 코로나 19도 그런 예가 될 수 있겠구나. 코로나 19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큰 경제 위기를 몰고 왔지. 그로 인해 경제적인 측면에서 많은 변화가 오기도 했지만…. 100 여 년 전에 전세계에 퍼진 스페인 독감으로 인해 1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으로 독일 경제는 안 좋았는데 거기에 스페인 독감으로 인해 나라 전체가 최악의 수준이 되었단다. 그 최악의 국가 상태에서 생겨난 것이 나치였고, 결국 2차 세계대전까지 일어나게 된 것이란다. 역사적으로 감염병으로 또 유명한 것 중에 흑사병이 있는데, 이 흑사병이 르네상스 시대로 들어서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

(289)

흑사병이 퍼질수록 기존 사회의 지배층이었던 영주와 교회의 권위는 가파르게 추락했습니다. 앞에서 사람들이 이주가 전보다 자유로워졌고, 또 실질임금도 늘어났다고 했잖아요. 흑사병에 걸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들은 점차 종교적이고 금욕적인 가치관에서 벗어나 오늘을 즐기자!’는 식의 소비와 세속적 가치를 지향하게 됩니다. 이후 유럽은 종교가 지배했던 중세에서 인간 중심의 문화 부흥기인 르네상스 시대로 진입합니다. 타락하고 무능한 교회에 반발해 일어난 종교개혁, 종교적 세계관을 거부하고 합리적 추론과 실험을 중시한 과학혁명도 비슷한 맥락에서 일어난 사건이었죠.

===============

….

마지막으로 경제학자들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어. 경제학자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먼저 소개되는 사람은 늘 <국부론>의 저자 애덤 스미스인 것 같구나. 너희들도 들어보았다고 하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유명한 사람이지. 애덤 스미스는 경제학의 고전학파로 부르는데 자유무역을 옹호한 데이비드 리카도, 인구론을 주장한 맬서스, 자유론을 주장한 존 스튜어트 밀 등이 있단다. 그 이후 <자본론>으로 유명한 마르크스가 있지. 마르크스는 아빠가 그 이전에도 여러 번 이야기했으니 패스그 다음에는 신고전학파로 부르는 마셜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은 앞서 이야기했던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을 처음 선보였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세계대공황을 해쳐나가는데 큰 역할을 했던 케인스. 케인스는 공황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했고, 실제로 그렇게 해서 미국은 공황에서 빠져 나오게 되었단다. 2차 세계대전에 무기를 팔게 된 이유도 있지만

그런 케인스의 주장도 영원하지는 않았어. 왜냐하면 경기가 침체하는데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경우 케인스의 이론으로 설명이 불가능했대. 그래서 다시 정부가 경제에 많이 개입하면 안 된다는 주장들이 생겨났고, 다시 시장에 맡기게 되는 신자유주의가 세상을 주도하게 되었단다.

경제라는 것이 어떤 법칙이나 원칙에 예상된 길을 가질 않는다. 엄청나게 많은 변인들로 이루어진 엄청나게 복잡한 함수인 것 같구나. 예측을 한다고 하지만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우리가 살아가면서 세상은 어찌 보면 경제 세계라고 할 수도 있으니 그것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알면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해서 이 책을 읽었는데, 알고 있던 내용도 많긴 했지만 도움이 된 것 같구나. 생각보다 난이도가 좀 낮았던 것 같아. 읽기는 편했지만 말이야.

조만 간에 2권도 읽고 또 이야기해줄게.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난 경제 논리를 앞세우는 사람이 싫더라.

책의 끝 문장: 세계화 혹은 탈세계화, 불평등, 4차 산업혁명, 생태주의 등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또 어떤 경제 문제가 최대 과제로 떠오를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역사를 보면 볼수록 경제의 중요성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이었습니다. 당나라와 이슬람 군대가 벌인 전쟁도 탐험가들이 새 항로를 개척하러 나선 것도, 두 차례 발발한 세계대전도 모두 경제적 이유로 설명이 더 잘 된다고 느꼈습니다. 결국 저는 다시 경제학을 돌아보게 되었고, 경제사라는 분야에서 안식을 찾았습니다. - P5

우리는 모두 돈을 욕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돈’이라는 약속된 매개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다른 무언가를 욕망하고 있다는 사실이죠. 안전하고 아늑한 삶을 보장해주는 집이나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따뜻한 음식이 될 수도 있고요. 즐거운 공연이나 게임 속 아이템, 병을 치료하기 위한 의료 서비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의 행복과 안녕을 바라는 마음 역시 그런 욕망의 일종이지요. - P23

경제학은 본래 정신적이고 추상적인 문제를 다루기보다 현실적이고 물질적인 이득, 또는 만족에 관심을 두는 학문입니다. 우리가 느끼는 만족이나 이익을 경제학 용어로 효용이라고 하는데요. 한정된 자원과 조건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큰 효용을 가져다줄 수 있는 선택이 무엇인지 따지는 게 경제학의 특징입니다. 그러니 객관적인 비교가 가능하도록 효용을 수치화할 수밖에 없는 거죠. - P48

정부라고 해서 돈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리스나 아르헨티나 같은 국가가 모라토리움 혹은 디폴트 사태에 직면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나요? 모라토리움(moratorium)은 쉽게 말해 빚을 갚을 의지는 있으나 능력이 없으니 상환 날짜를 늦춰달라고 요청하는 일이에요. 지불 유예를 신청하는 거죠. 반대로 디폴트(default)는 채무 불이행, 즉 빚을 못 갚는다고 파산 선언하는 겁니다. 정부가 나라 살림을 위해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 놓고 그 빚을 제때 갚지 못할 때 벌어지는 비극적인 사태예요. - P78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동화책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에 비유적인 내용이 등장합니다. 주인공인 골디락스가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오두막을 발견합니다. 아빠 곰, 엄마 곰, 아기 곰이 외출하고 빈집 식탁에 세 그릇의 수프가 놓여있었습니다. 하나는 뜨거운 수프였고, 또 하나는 식어서 차가운 수프였고, 나머지 하나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수프였어요. 골디락스의 선택은 당연히 미지근한 수프였습니다.
데이비드 슈먼이라는 경제학자가 이 동화에 착안해 ‘골디락스 경제’라는 표현을 사용했어요. 경제가 지나치게 뜨겁거나 차갑지 않고 중간쯤에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완만한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이고 지속되는 상태라고 볼 수 있겠죠.
- P238

흑사병은 인류사에 두고두고 남을 지독한 재난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살아남은 농도들은 사회적 지위와 실질 임금이 높아지는 혜택을 입었어요. 또 많은 경작지가 버려지면서 영주의 통제력이 약해진 덕분에 농노는 이동의 자유를 누리게 됐습니다. 이전까지는 거주지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어 영지에 묶여있던 농노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수 있게 됐죠.
한편 지배 계층 사이에서는 보다 강력한 귀족 가문이 생겨났어요. 상당수의 영주가 권력을 잃고 몇몇 집안에 통폐합된 결과였죠. 말하자면 영주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일어난 겁니다. 이렇게 탄생한 귀족 가문은 이후 유럽에서 절대왕정이 등장하는 데 발판이 되기도 합니다.
- P287

경제학의 대가는 귀한 능력들을 겸비해야 합니다.
그는 어느 정도 수학자이자, 역사가이자, 정치가이자, 철학자이어야 합니다.
- 존 메이너드 케인스
- 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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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리고 이 모든 일에는 에너지가 끝없이 요구된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보를 전송하고 보관하고 처리하는 기반시설은 지금껏 인류가 볼 수 없었던 엄청난 규모의 기계인데 지금도 시시각각 빠른 속도로 비대해지고 있다. 2025년이 되면 데이터 처리를 위한 설비가 잡아먹는 전력이 전 세계 전력 소비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거기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세계 전체 배출량의 5%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사실이 있다. 미국 환경사회학자 리처드 요크에 따르면, 재생에너지원들이 늘어나서 예전보다 전체 에너지 생산에서 비중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로 인해 화석연로 소비가 줄어들고 있지는 않다. 생산되고 있는 에너지 총량이 확대되고 있을 뿐이다. 2023년에 전 세계 석유 수요는 역사상 최대치에 이르렀고, 인구 1인당 전력 소비량도 정점을 찍었다. (모든 에너지원으로부터의) 에너지 소비는 꾸준하게 해마다 1~2% 증가하고 있다.


(11)

다가오는 선거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차악(次惡)을 선택할 것인가, 소신껏 투표를 해야 할 것인가, 혹은 냉소적 무관심으로 정치인들에 대한 불만을 표출해야 할 것인가를 두고 갈등해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투표 용지 바깥으로도 눈을 돌려보자. 제약이 많이 여건 아래에서도 창조적으로 자율적 상호부조의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자립적 자치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극복하기 어려워 보이는 문제들도 민중(demos) 가운데에 나오는 힘(kratos)이 있다면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인간다운 세상은 우리 각자의 용기 있는 선택으로 열릴 수 있다는 것을 믿어보자. 그리고 자치(自治), 즉 민주주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서만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다만 이것은 4년에 하루에 끝나는 일이 아니다. 매일 같이 내 삶 속에서 실천해야 하는 일이다.


(20)

기술과 법에 의존하는 태도는 오히려 다양한 우회로와 부작용을 만들어낼 뿐,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간 인지능력은 기술과 달리 거의 진화하지 않는다. 심리학자 애덤 그랜트는 <싱크 어게인>에서 대상이 물건일 때 사람들은 열정을 다해 업데이트하지만 대상이 지식이나 견해일 때는 기존 것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인간이 개발한 도구는 인간지능을 넘어설 정도로 똑똑하고 강력해졌지만 인간은 그 똑똑한 도구에 압도당할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사람은 살아가는 양복 입은 구석기인으로 불린다. 하버드대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인류의 진짜 문제는 인간 정서는 구석기 시대에, 제도는 중세에 머물러 있는데 기술은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27-28)

언론은 2024 1월 다보스포럼에서 인공지능으로 인해 생길 에너지 부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보도했다. 인공지능이 생각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쓸 것이므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핵융합에너지 기술의 개발과 원자력발전소의 추가 건립이 구체적인 대안으로 제시되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 2027년 인공지능이 연간 사용할 전력량이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스웨덴 같은 국가들이 각각 1년간 소비할 전력량과 비슷하다고 추정했다. 다보스포럼에서 한 기업가는 인공지능이 활성화되면 데이터센터 등 컴퓨터 전력 수요가 늘어나고, 전기사용량이 2050년쯤엔 지금의 1,000배가 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40)

디스토피아는 인공지능 대 인간의 전쟁이 벌어지는 미래가 아니라, 권력을 흡수한 거대기업이 인공지능을 내세워 시민(노동자)을 일터에서 내쫓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현재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가장 먼저 뿌리쳐야 할 것은, 인공지능이 인간 이상의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현대판 애니미즘신앙이다. 김진석에게서도 얼핏 볼 수 있었던 이런 신앙의 문제점은 인간의 문제를 인간의 가치(인문적)로 푸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항상 해결책이라는 기술우월주의의 품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그럴수록 인간은 점점 인공지능의 볼모가 된다.


(64)

우리는 우리의 선천적인 인간 능력을 최고로 일깨워야 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개별적인 인간 정신과 육체들을 모르는 것이 없다고 하는 지식 네트워크에 연결시켜서 생물학적 지능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아니다. 슈퍼컴퓨터 사이보그 신체로 기억 데이터를 다운로드하여 초월성을 획득하는 일도 아니다. 우리의 뇌를 곧 도래한다고 하는 특이점이라는 시뮬레이션 현실과 융합시키는 일도 아니다. 어쩌면 우리의 임무는 그와 정반대의 것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반드시 죽음을 맞이할 이 육신에 깃들여 있는 인간성을 개발하여 우주질서와 우리 자신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보다 큰 일관성을 손에 넣고, 마지막에는 우리의 영혼을 영원(永遠)으로 업로드해야 할 것이다.


(80)

(윤현식) 현 정치구조 아래에선 지방소멸을 막겠다는 정책 자체가 지방소멸을 가속화하게 돼 있습니다. ‘잘산다는 모델이 서울이고, 정책의 방향이 서울을 따라잡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전국정당이 대중에게 내놓는 정책의 모델은 서울입니다. 그런데 지방에서 사는 사람이 자기 동네가 서울처럼 되길 기다리는 게 빠를까요, 그냥 서울로 이주하는 게 나을까요? 지방은 서울을 모델로 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정치인들의 집권을 위한 장단에 놀아나는 것밖에 안됩니다. 그러니까 서울과는 다른 삶을 살아보자고 주장하는 정치세력이 중앙에서는 나올 수 없어요. 군소정당도 전국적 지지에 갈급하니까 거시적인 얘기를 할 수밖에 없죠. 미시적인 의제는 들어설 자리가 없어집니다. 그렇지만 다른 얘기가 안 나오는 한 이 구조를 어떻게 바꾸겠습니까?


(90)

(황종규) 그건 관이 파트너를 선택하기 때문이에요. 지역정당, 자치 그리고 시민적 실천, 이런 것들이 지금 굉장히 힘든 상황인 건 틀림없어요. 그러나 양대 정당의 정치적 독점 문제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건 아니죠. 세계 어디에서든 대의제는 주민들의 생활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삼을 방법도 없고, 원래 그런 제도가 아니에요. 우리가 대의제에 그걸 기대하는 건 무리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사회적 위기, 질곡을 해결하려면 작은 생활권 단위의 정치를 복원해야 하는 것입니다. 핵심은 생활권 단위 당사자로서의 주민들이 정치의 주체가 되어야 하고, 그것을 위해 주민자치를 입법화하는 일부터 해야 합니다. 우리는 주민이 정치에 참여해야 하고 주민자치를 진짜 지방자치라고 말은 하지만, 법에 주민의 자치권이 명시되어 있지 않거든요. 자치권을 갑고 있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입니다.


(108)

경기 수도권은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시한폭탄 같다. 재정자립도가 높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돌이킬 수 없이 망가져가는 지역의 생태환경을 우회적으로 증거하는 척도이다. 개발수익이 나면 그 개발수익 전체를 다시 자연을 정화하고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일에 쏟아부어도 제로포인트에 근접하지 못할 지경인데, 그 수입을 또다른 개발을 위한 개발에 투자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현실을 직시한다면 지역의 정치인들이나 단체장들은 인사말을 이렇게 열어야 할 것이다-플라스틱 사용을 줄입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줄이고 친환경농법 예산을 늘립시다, 일정량의 탄소배출 업체는 앞으로 우리 지역에 발 디딜 수 없도록 합시다, 지금 당장 실천하지 않으면 우리들의 미래는 없습니다.


(154-155)

우리가 질문해야 할 것은 이것이다. 과연 기업이 주도하는 데이터 기반 스마트농업은 이미 지속 불가능하다고 판정된 현행 농식품체계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동화와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농기계를 사용하는 정밀농업은 에너지와 투입재 사용을 줄이면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가? 더 많은 실증적 연구와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사례들을 통해 도출되는 답은 아니요에 가깝다.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 투입재에 대한 농민의 의존성을 높이고, 농민의 권리와 자율성을 침해할 공산이 크고, 에너지와 투입재 사용을 줄인다는 증거도 불충분하다. 여기에 더해, 농업분야의 금융화화 농민의 부채, 농민과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탈숙련화를 가져오고, 이들에 대한 착취, 감시가 확대되는 등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181-182)

바닷가 모래밭은 누구의 것인가? 모두의 것이다. 환경주의의 과격한 주장이 아니라 법에서 바닷가 모래밭은 공유수면이고, 모두의 것이라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두의 것인 바닷가 모래밭을 특정인이 상업적인 목적으로 독점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온당하지 않다. 우리에게는 누구나 바닷가 모래밭을 누릴 자유와 권리가 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그것을 빼앗기고 있었다. 우리 모두의 것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함께 바닷가 모래밭을 지켜야 한다. 바닷가 모래밭을 지키기 위해서 소송을 하고 시위를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바닷가 모래밭이 모두의 것이라는 것을 알고, 그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바닷가 모래밭을 누군가가 독점하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부당하다고 느낀다면, 모래밭을 특정인이 독점하는 방식의 상업행위는 확산되기 어려워진다. 지차체들도 허가를 내주는 것을 주저하게 될 것이다. 나도 이번에 양양에 직접 가보지 않았다면 바닷가 모래밭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바닷가 모래밭을 빼앗기도 나서야 그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그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지키기 위해 이 문제를 널리 알리고 싶었다. 우리 모두가 함께 바닷가 모래밭을 지켜야 한다.


(231)

첫째는 음식물 업사이클링이다. 전 세계 식량 생산량은 인구에 비해 모자라지 않는다. 그런데 어마어마한 양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이 문제다. 맛과 영양에 문제가 없지만 크기와 모양이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농장에서 그냥 썩어가는 작물의 양이 상당하다. 슈퍼마켓의 냉장고에 있다가 버려지는 음식들은 가공과 유통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폐기할 때도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옛날 분들은 음식 남기면 천벌 받는다고 하셨다. 이제 이 말은 은유가 아니라 사실이다. 인류가 버리는 음식들로 기후변화와 생태재난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것을 천벌이라고 한다면 받아 마땅한 천벌이다. 멀쩡한 음식을 버리지 않고 잘 활용할 수 있는 생산과 유통 기술을 더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런 시스템이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가장 먼저 연구해야 한다.


(233)

먹는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생명을 죽이는 것이기에 한편으로는 잔인하고 폭력적이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먹는 이와 먹히는 이 모두 자연의 일부가 되고 생명의 그물망 안에서 다시 삶을 이어간다. 그것이 잔인한 폭력이 아니라 삶을 잇는 신성한 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성찰과 절제가 필수적이다. 나에게 보시한 다른 생명의 무게를 알고 그 희생을 기억한다면, 어떤 음식도 함부로 하지 않고 귀하게 감사히 먹을 수밖에 없다. 음식은 누군가의 삶이다. 그 생명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 삶을 더 의미 있게 잘 살아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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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모모 2024-04-02 2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용이 좋네요. 여러 분들이 읽고 있어서 꼼꼼하게 이해하고 갑니다. ^^

bookholic 2024-04-04 00:0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녹색평론>을 읽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케플러 - 가장 진실한 허구, 퍼렇게 빛나는 문장들
존 밴빌 지음, 이수경 옮김 / 이터널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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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전기 소설이나 평전을 좋아하는 편인데, 인터넷 서점은 아빠의 이런 점을 노리고 관련 신간이 나오면 초기 화면에 띄어주는구나. 그렇게 알게 된 책이 오늘 읽은 존 밴빌의 <케플러>라는 책이란다. 지은이 존 밴빌은 모르는 사람인데 지은이가 무슨 문제겠니, 천문학자 케플러의 전기 소설인데천문학자라고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몇 안 되는데 거의 한두 손가락에 드는 사람이 케플러가 아닐까 싶구나.

너희들에게 학교에서 혹시 케플러의 법칙을 배웠냐고 물어보니, 아직 배우지 않은 것 같구나. 케플러의 법칙은 지구과학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법칙으로 3가지 있단다. 첫째는 행성은 항성을 중심으로 타원 궤도로 공전한다는 법칙이야. 학창 시절 처음 이 법칙을 배울 때는 이게 대단한 발견인가 싶기도 했단다. 하지만 이 법칙을 발견한 것이 까마득한 중세 시대이고, 당시 어떻게 이런 밝혀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단다. 둘째는 면적 속도 일정의 법칙이라고도 하는데, 행성이 항성을 중심으로 공전을 할 때 공전궤도를 지나면서 항성과 행성이 만들어내는 시간당 면적이 같다는 법칙이란다. 그림으로 설명하면 좀 쉬운데, 말로만 하려니 쉽지 않구나. 아무튼 타원 궤도로 공전하는 행성들은 면적 속도 일정의 법칙 때문에 태양에서 가까우면 속도가 빠르고, 태양에서 멀면 느리게 움직인단다. 공전속도가 늘 똑 같은 게 아니라는 사실. 세 번째 법칙은 조화의 법칙으로 이것은 하나의 수식으로 외웠던 기억이 있구나. 행성의 공전 주기의 제곱은 그 행성의 타원 궤도 긴 반지름의 세제곱에 비례한다는 법칙이란다. 아빠도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위에서 설명한 케플러의 세가지 법칙은 인터넷을 좀 참고해서 설명했단다.

이렇게 케플러의 법칙으로 유명한 케플러는 법칙만큼 그의 삶은 그리 유명하지 않은 것 같구나. 아빠도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잘 모르거든. 학교에서도 케플러의 법칙이 시험에 나오지, 케플러가 어떻게 살았는지는 안 나오니까 말이야…^^ 그래서 이 책을 신간 코너에서 보고 무척 읽어보고 싶더구나. 사실 케플러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도 모르고, 너무 무심했던 것 같기도 하구나.

아빠가 위에서 지은이가 누구인지 상관없다고 했는데, 그래서 어떤 분인지는 한번 약력을 읽어봤단다.

아일랜드 작가이고, <바다>라는 소설로 부커상도 수상했다고 하는구나. <케플러>라는 책은 1981년에 쓴 책이라고 하고, 과학에 관한 책들을 여럿 쓰셨다고 하는구나. 그의 책들 중에 <닥터 코페르니쿠스>라는 책에 눈에 띄는구나. 그 책도 리스트에 올려두어야겠구나.


1.

, 그러면 케플러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이 책이 비록 소설이라서, 100% 진실은 아니겠지만 그건 어쩔 수 없을 것 같구나. 중세 시대 그의 삶 전체를 팩트 그대로 알 수 없으니 말이야. 케플러의 삶 중간중간 빈 곳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메우는 것이 작가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단다.

요하네스 케플러. 소설의 첫 장면은 식구들과 함께 튀코 브라헤라는 천문학자의 초대로 보헤미아로 가는 시절부터 나온단다. 하지만 그 전에 케플러의 좀더 어린 시절의 이야기부터 해주어야겠구나. 케플러는 그라츠 지역의 튀빙겐 대학에서 메스틀린 교수한테서 천문학을 배웠단다. 매스틀린 교수와 서로 학문적 논쟁도 했고, 50여 년 전 코페르니쿠스가 주장한 지동설도 이 때 알게 되었고, 그는 이후 지동설을 믿었단다. 천체 기하학 이론을 공부하면서, 직접 태양계의 천체 모형을 만들기도 했어. 그리고 첫 번째 저서 <우주의 신비>를 지필 했어.

집은 그리 넉넉하지 않았는데 상인 오베르도르퍼라는 사람이 거래를 제안했어. 남편이 둘이나 죽어 과부가 된 바르바라 뮐러와 결혼을 하면 금전적 후원을 받을 수 있다고 했어. 그래서 케플러는 바르바라 뮐러와 결혼을 했단다. 당시 케플러 나이 스물다섯이었어. 둘은 아주 뜨겁게 사랑하는 사이는 아닌 것 같았지만, 그래도 평범한 가정 생활은 이어갔단다. 케플러와 결혼하기 전에 바르바라는 딸 레기나가 있었고, 케플러와 바르바라 사이에서 첫째 아들 아인리히가 태어났지만, 안타깝게도 두 달 만에 죽고 말았어. 둘째도 출산 후 곧 죽고 말았대. 당시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아이 둘을 잃었으니 무척 힘들었겠구나.

케플러가 천문학자이긴 하지만 종교의 신념도 강했던 사람인데 당시 주류인 가톨릭 예수교가 아닌 루터교 신봉자였단다. 가톨릭 예수교를 믿으라고 강요를 받기도 했는데, 이를 거절하여 케플러는 추방당했다가 돌아오기도 했어. 카톨릭 예수교의 규제가 점점 심해지자, 그는 그라츠를 떠나기로 했어. 그때 마침 천문학자 튀코 브라헤의 초대장이 생각이 나서, 보헤미아에 있는 튀코 브라헤의 성() 베나테크 성으로 식구들과 함께 갔단다. 그곳에서 튀코 브라헤와 그의 조수들과 함께 연구하였어. 튀코 브라헤와 함께 천문학표를 발표하여 제작하기로 했는데, 프라하의 루돌프 황제가 지원을 해주어 그 천문학표의 이름을 <루돌프 표>라고 하기로 했어. 그런데 이 <루돌프표>는 케플러 말년에 가서 완성하게 된단다.

튀코의 다른 조수들과 화성의 운동에 관해 논쟁을 하던 중에 케플러는 7일만에 설명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단다. , 그들이 그 동안 관측한 화성 자료를 모두 달라고 했어. 그리고 케플러는 화성 운동에 연구를 했지만 그가 호언장담한 것처럼 7일 안에 끝낼 수는 없었어. 17개월이 지나도 화성 운동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어. 하지만 기정 사실이었던 행성들이 등속도 운동을 한다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의심하게 되었어.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튀코 브라헤가 죽었고, 그가 죽고 나서 케플러는 제국의 황실수학자가 되었단다.


2.

처음 두 아이가 죽긴 했는데, 이후에 주자나, 프리드리히, 루트비히가 태어났단다. 황실 수학자가 된 케플러는 황실의 지원을 받아서, 수학과 천문학에 연구를 하여 많은 업적과 책을 썼단다. 아무래도 황실수학자이다 보니 많이 유명해지기도 했단다. 케플러의 고향에는 어머니와 뇌전증을 앓고 있는 동생 아인리히가 있었어. 가끔 고향을 가기도 했지만, 아내와 어머니 사이는 그리 좋지는 않았단다.

이 책의 제4부는 케플러가 주고 받은 편지들로 채워져 있단다. 그런데 이 편지들이 실제 남긴 편지인지, 지은이가 상상으로 적은 편지들인지 잘 모르겠구나. 아무튼 이 편지에서는 갈릴레이뿐만 아니라 많은 유명한 사람들과 주고 받은 편지가 있고, 가족들과 주고 받은 편지들도 있었단다. 케플러와 갈릴레이가 같은 시대를 살았는데, 케플러는 갈릴레이 연구 결과에 지지와 비판을 함께 하는 편지를 쓰기도 했단다. 케플러는 갈릴레이를 약간 오만하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기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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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234)

대사님, 갈릴레오의 얇은 책이 간결하고 단순해 보인다는 이유로 오해해선 안 됩니다. 그의 저서 <별의 전령>은 아주 중요하고 훌륭한 책입니다. 몇 쪽만 훑어보아도 금세 알 수 있지요. 그러나 그가 주장하듯 그 안에 담긴 모든 내용이 독창적인 것은 아닙니다. 황제께서도 예전에 작은 망원경으로 달을 관찰하신 적이 있답니다! 또한 다른 사람들도 비록 증거를 제공하진 못했지만 은하수가 무수히 많은 별의 무리일 거라고 추측한 바 있습니다. 행성에 위성이 존재한다는 사실도(저는 그가 발견한 네 개의 새로운 행성이 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 놀라운 것이 아닙니다. 지구 주위를 도는 달이 있다면 다른 행성에도 위성이 있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무수한 별이 있다고 추측하는 것과 그것들의 위치를 지도에 표시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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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붓딸이었던 레기나는 결혼을 하였고, 아들 프리드리히가 전염병으로 죽고 얼마 후 아내 바르바라도 병으로 죽고 말았단다. 한편 케플러의 어머니는 고향에서 주변 사람들을 치료해 준다면서 이상한 약물을 만들어 주었대. 그래서 그 약물을 먹고 병이 난 사람들도 있고, 죽은 사람들도 있다고 했어. 그 약물 때문에 병이 나고 죽은 것인지 인과관계가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어머니는 그 일로 마녀로 몰리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중세 시대는 종교재판과 마녀사냥이 성행했단다. 어머니도 마녀로 몰려서 죽을 수도 있었지만, 케플러가 가서 도와주어 다행히 무죄 판결을 받았단다.

케플러는 연구 결과를 하나 둘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단다. 등속도 운동으로 설명할 수 없었던 행성의 운동은 타원형으로 공전한다고 가정을 하니 모든 것이 딱 들어맞았어. 자기 스스로도 깜짝 놀랐단다. 그렇게 케플러의 법칙은 완성되어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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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

나는 다시 한번 화성에 원 궤도를 적용해 연구를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결론은 간단했습니다. 화성 궤도는 양옆이 안쪽으로 들어가고 위아래는 바깥으로 나가는 모양이라는 것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 타원형 궤도에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것은 학자들이 천문학이라는 학문이 처음 시작될 때부터 고수해 온 원동운 규칙에 어긋나는 것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내가 찾아낸 증거는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모양의 궤도가 화성뿐 아니라 지구를 포함한 나머지 행성들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소름이 끼치더군요. 미천한 내가 어떻게 우주의 모습을 다시 만들어낸단 말입니까? 그리고 거기 들어갈 노력과 수고란! 주전원과 행성의 역행, 그리고 나머지 모든 것이 들어 있는 마구간을 싹 치우고 이제는 수레에 가득 실린 말똥, 즉 이 타원형 궤도만 남았습니다. 어찌나 악취가 지독한지! 그런데 이제 그 안에 들어가 구린내나는 말똥을 혼자 끌어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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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브라바라가 죽고 나서 주자니라는 여자와 결혼했는데, 케플러와 주자니 사이에서 일곱 명의 아이들이 태어났고 그 중에 세 명이 어렸을 때 죽었다는구나. 이 즈음 신성 로마 제국의 상황은 좋지 않았어.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이자 케플러를 후원해주었던 루돌프 2세는 동생 마티아스에 의해 쫓겨나고 마티아스가 권력을 차지하게 되었단다. 케플러의 황제 수학자 지위는 유지되었지만, 임금을 받지 못하고 체불되었어. 그래서 가난한 생활을 하게 되었지. 그러면서도 행성 연구는 멈추지 않고, 그 옛날 튀코 브라헤와 함께 연구했던 천문학표인 <루돌프표>를 완성하여 출간했어. 가난이 계속 이어지고, 체불된 임금으로 받으려고 길을 나섰는데 병을 얻어 그의 나이 나이 59세에 삶을 마감했단다.

이 책에는 구체적인 연도가 안 나와 있는데, 케플러의 태어난 해와 죽은 해는 기록해 두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인터넷을 찾아보았단다. 케플러는 1571 12 27일 신성로마제국(오늘날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서 태어나 1630 11 15일 신성로마제국 바이에른 레겐스부르크에서 죽었다고 하는구나.

여기까지가 존 밴빌의 <케플러>였단다. 시대적 배경을 잘 몰라서 그랬는지 이해 가지 않는 부분도 좀 있었단다. 그래도 전혀 모르고 있었던 케플러의 삶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어 좋았단다. 그런데 오늘따라 키보드가 손에서 자꾸 미끄러지고, 오타나 많이 나는지 모르겠구나. 나이를 먹어서 손이 마음대로 안가는 느낌이랄까. 하기야 손뿐만 아니라 머릿속도 자주 엉클어지는 느낌이야.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 경우도 많아진 것 같고괜한 넋두리로구나.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러프에 고개를 묻고 잠든 사이, 요하네스 케플러는 우주의 신비를 푸는 꿈을 꾸었다.

책의 끝 문장: 난 절대 죽지 않아. 절대로.


케플러는 우주의 조화를 지배하는 영원불변의 법칙을 좇고 있었다. 그건 마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뒤엉킨 덤불을 헤치며 전설의 사냥감을 향해 살금살금 다가가는 것과도 같았다. 아주 은밀하게 움직이는 사냥꾼만이 목표물을 정확하게 겨냥할 기회를 얻는 법. 무기라고는 아직 불완전한 계산과 미완성의 공신뿐이고, 더군다나 가장 노릇과 책임, 빌어먹을 가정이라는 이름표가 붙은 종을 번갈아 울려대며 소리치고 날뛰는 광대들에게 에워싸여 있는데 어떻게 그런 기회를 노리단 말인가? 그러나 딱 한 번, 아주 잠깐이나마 그 전설의 새를 본 적이 있다. 기껏해야 작은 점에 불과했지만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그것을 보았단 말이다. 섬광 같은 그 짧은 순간을 그는 결코 잊을 수 없었다. - P43

케플러는 내기를 위해서, 그리고 튀코의 자료를 빼내기 위해서 자신을 속인 셈이었다. 화성은 그렇게 만만한 대상이 아니었다. 그보다 똑똑한 학자들이 수없이 도전했음에도 화성은 수천 년간 비밀을 내주지 않았다. 코페르니쿠스의 이론대로 우주에서 행성이 태양이 아닌 지구의 위치에 따라 그 값이 결정되는 왕복 운동을 하고 있다면, 그 행성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행성이 일정한 속도로 완벽한 원을 그리며 돈다면, 궤도상에서 동일한 거리를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달리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는 화성의 궤도를 규명하기에 앞서 이런 의문점을 비롯해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히려 그는, 시치미를 뗀 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중요한 사실들을 손끝으로 더듬어 가며 매끈하고 복잡한 설계도를 재구성해야 하는 장님이 된 기분이었다. - P126

나의 사랑하는 레기나야. 나는 삶이란 게 정해진 형체도 없이 끊임없이 변하는 물질이 아닐까 생각했다. 말하자면 우리에게 주어진 용해된 유리 덩어리와도 같아서, 아주 조야한 도구조차도 없이 오직 맨손으로 만지고 다듬어 완벽한 모양으로 빚어 우리 안에 품어야 하는, 그런 물질 같다고나 할까. 그것이 우리가 이생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단다. 바깥세상의 혼돈을 내면의 완벽한 조화와 균형으로 바꾸는 것. 하지만 아니더구나. 삶이 우리를 품는 것이고, 우리가 커다란 유리구슬에서 지워 내야 할 흠집인 것 같다. 물에 빠진 사람은 숨을 거두기 직전에 자기 일생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걸 본다고들 하지. 사실 어찌 물에 빠져 죽는 사람만 그렇겠니? 어떤 방식으로 죽든 누구나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순간에 우리는 자신의 수많은 모습과 행동과 생각 속에 감춰져 있던 본질적인 모습을 인식하게 될 거야. 죽음은 완성을 위한 수단이지. - P251

정신은 모든 수학적 개념과 형태를 자연스럽게 익힙니다. 경험적인 신호를 통해 이미 아는 것을 기억해 낼 뿐이지요. 수학적인 개념은 정신의 본질입니다. 정신은 한 지점으로부터의 등거리를 생각해낸 뒤, 다른 어떤 감각 인식이 없어도 그 점으로부터 원을 그립니다. 이렇게 설명해 보지요. 만약 정신이 신체의 눈을 쓰지 못한다면, 외부에 있는 사물을 상상하기 위해 눈이 필요하므로 눈을 만들어 내는 데 필요한 나름의 법칙을 지시할 것입니다. 정신 속에 원래부터 존재하는 양(量)에 대한 인식이 눈의 존재 방식을 결정합니다. 따라서 정신의 존재 양태에 따라 눈의 존재 양태가 결정되는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닙니다. 기하학은 눈을 통해 인식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아미 우리의 정신 속에 존재하니까요.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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