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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산행 2 - 제주에서 울릉도까지, 뭇 생명과 함께 걷는 남쪽 숲길 18곳 게으른 산행 2
우종영 지음 / 휴(休)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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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나무 의사 우종영님의 글은 참 담백하고 좋단다. 십여 년 전에 처음 그의 책을 읽고 좋았던 기억이 있다가, 한동안 그의 책을 읽지 않고 있다가 작년에 신간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라는 책을 오랜만에 읽었어. 그리고 우종영님의 책을 검색해봤더니, 아빠가 읽지 않은 책들이 더 있더구나. 이번에 그 중에 하나 <게으른 산행 2>를 읽었단다. 전작 <게으른 산행>은 오래 전에 읽었는데, 2권을 읽는데 너무 오래 걸렸구나. 1권에서는 경기도와 강원도에 있는 산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고, 2권에서는 중남부 지역의 산들을 소개해준다고 하는구나.

작년부터 계속되는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해외 여행을 가지 못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산을 찾는 젊은 사람들이 많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단다. 아빠도 산행을 좋아해서 가끔 산행을 간단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적은 이른 새벽이나 야간 산행을 가곤 하는데, 산은 어느 때 가도 참 좋은 것 같구나.

특히 요즘 같은 칼바람이 부는 겨울에는 칼바람 자체만으로 좋지만, 눈 덮인 풍경이 감탄을 절로 나게 한단다. 추위의 고통을 날려버릴 수 있을 정도로 말이야. 그런데 눈 덮인 겨울 산행의 장점이 또 하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단다. 그것은 산과 나무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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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이렇게 푹 쌓인 눈 위를 걸으니 옛날 산 친구 생각이 난다. 백두대간은 물론이고 전국의 명산을 두루 다녀본 후 그가 던진 한마디.

앞으론 눈 쌓인 겨울산만 다니련다.”

연유를 물으니, 눈이 쌓이면 나무뿌리를 밟지 않아도 되고 흙이 패지 않으니 나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덜하다는 얘기다. 미안한 마음 없이 나무의 진면목을 바라본다는 것, 겨울산행의 묘미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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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의 시작은 제주도 한라산부터 시작한단다. 아빠도 예전에 눈 잔뜩 덮인 한라산을 간 적이 있는데, 그 때의 모습은 정말 잊을 수가 없더구나. 새파란 하늘과 눈 덮인 한라산의 조화, 멀리 바다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은 아빠의 영혼의 찌든 때를 날려버리는 기분이었어.

알면 보인다고, 산에 오르면서 나무들의 이름도 알면 더 멋진 산행이 되겠지만, 몰라도 좋단다. 곧게 뻗은 나무가 있으면 곧은 성품을 가진 나무겠거니 생각하고, 여기저기 가지를 친 나무가 있으면 푸근한 마음을 가진 나무겠거니 생각하고 말이야. 지은이 우종영님은 나무 의사답게 나무 이름들을 정말 많이 알고 있더구나. 이런 사람의 산행기에는 나무 이름 하나하나 불러주는 것도 포함되어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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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협곡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탐스럽게 생긴 담팔수가 나그네를 반기고, 구실잣밤나무, 종가시나무, 황칠나무, 참식나무, 조록나무, 아왜나무 같은 늘푸른나무들이 터널을 이룬다. 사이사이에는 예덕나무, 팽나무, 푸조나무, 멀구슬나무, 머귀나무, 때죽나무, 자귀나무, 단풍나무, 산벚나무, 굴피나무, 합다리나무, 꾸지나무, 곰의말채나무, 까마귀베개 같은 낙엽 지는 나무가 살고 있다. 숲 바닥에는 바람등취(후추등)이 바위를 뒤덮고, 맥문아재비가 보석같이 영롱한 열매를 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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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대표적인 것이 한라산이지만, 수많은 오름들도 있단다. 예전에 읽은 유홍준님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에서도 오름들에 대한 찬사가 있었는데, 우종영님도 오꼬메오름 등 여러 오름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셨단다. 다음에 제주도를 가게 되면 여러 오름들도 계획에 넣어봐야겠구나.

울릉도도 화산으로 만들어진 섬으로 봉우리가 하나 있단다. 성인봉이라고 부르는데, 산이 아니고 봉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어서, 아빠는 그 성인봉의 해발고지가 그리 높지 않은 줄 알았단다. 그런데 성인봉의 높이가 웬만한 산보다 높은 984미터라고 하는구나. 그런데 왜 산이란 이름이 아니고, 봉이란 이름이 붙었을까? 그 이유는 산괴가 없어서 그렇다고 하는데, , 잘 이해는 가지 않더구나. 그냥 산이라고 하면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진 산이 되었을 텐데 말이야. 제주도 하면 한라산, 울릉도 하면 성인산. 이렇게 말이야. 성인봉이라고 하니, 아빠처럼 잘못 알고 있는 이가 있을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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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성인봉은 왜 산이 아니고 봉일까? 산의 격에서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잠시 생각해본다. 이곳의 높이는 984미터이다. 1000미터에서 16미터 못 미치는 큰 산이다. 사방으로 갈래를 친 겹산인데다, 산이 험준하고 계곡도 깊다.

산과 봉()의 차이에 대해서는 설왕설래 말이 많지만, 일단 산이라고 하면 산괴를 떠받치고 있는 땅이 있어야 한다. 한라산은 한라산을 떠받치고 있는 넓은 대지가 있기에 산이며, 울릉도는 섬 자체가 산으로 떠받칠 땅이 없기에 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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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에는 밤나무뿐만 아니라 너도밤나무도 많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고 하여 너희들에게도 이야기해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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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129)

옛날 울릉도에 사람이 처음 살기 시작했을 때의 이야기다. 하루는 산신령이 나타나서 마을 사람들에게 이 산에 밤나무 100그루를 심으라고 하면서 만약 100그루를 심지 못하면 큰 재앙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을 사람들에겐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에 하루 만에 전부 심었다. 심은 밤나무에서는 싹도 나고 잘 자랐다.

어느 날 산신령이 찾아와서 그동안 심어놓은 밤나무를 확인하였다. 그런데 아무리 세어보아도 아흔아홉 그루밖에 되지 않았다. 산신령은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하여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사시나무 떨 듯 떨었다. 여러 번 세어도 아흔아홉 그루밖에는 안 되는 밤나무가 그사이에 한 그루 더 생길 수는 없으니 마을 사람들은 이제 죽었구나하고 생각했다. 심기는 100그루를 심었지만 그사이 한 그루가 말라 죽은 것이었다. 그때 뜻밖에도 옆에 서 있던 조그만 나무 한 그루가 나도 밤나무입니다.”하고 외쳤다. 산신령은 다시 그 나무에게 밤나무가 맞는지 확인했다. 그 나무는 자기도 밤나무라고 주장했다. 그 뒤로 마을사람들은 이 나무를 너도밤나무라고 이름 붙여주고 잘 가꾸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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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주도와 울릉도를 지나서는 계룡산을 시작으로 선운산, 백암산, 조계산, 두륜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와 주흘산을 시작으로 주왕산, 비슬산, 금정산, 지리산 삼신봉으로 이어지는 산들을 소개하고 있단다. 저 아랫동네에 있는 산들은 거리가 있다 보니, 아빠도 많이 다녀보지는 못한 것 같구나. 지리산을 좋아해서 지리산만 여러 번 가보고 말이야. 이 책에 나와 있는 산들의 사진을 보니, 다들 멋지구나. 꼭 가봐야 할 산들 목록에 적어두어야겠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0퍼센트가 산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 그만큼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쉽게 산에 갈 수가 있어서 좋구나. 작년에는 너희들과 두어 번 집 근처 산에 갔다 오기도 하고 말이야. 그리고 우리나라 산은 그렇게 많은데, 또 높은 산을 별로 없어서,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산들이 대부분이란다. 이런 조건을 갖춘 나라가 많지 않다고 하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복 많은 사람들인 것 같구나.

산 이야기를 하니 또 산에 가고 싶구나. 이제는 안 가본 산들을 한번 가봐야겠구나. 그리고 올해는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산의 정기를 백 퍼센트 다 들이마시고 싶구나. 곧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PS:

책의 첫 문장 : 사람 이름이나 노래 제목, 책제목에 이르기까지 이름이란 당사자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책의 끝 문장 : 계절은 어느 때고 좋으나 여름 집중호우 때는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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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미술 이야기 3 - 초기 기독교 문명과 미술 : 더 이상 인간은 외롭지 않았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3
양정무 지음 / 사회평론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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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서양 역사에서 화려했던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가 저문 이후 수백 년 동안을 암흑기라고들 한단다. 이번에 읽은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 3권에서 다루는 그 시대도 그 시대의 이야기란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미술이라는 것에 아빠는 소질도 없고, 감상 능력도 없기 때문에 뭐가 잘했고 뭐가 못했는지 잘 구분할 수는 없지만, 이 책에 나와 있는 이 시대의 미술 작품들이 확실히 고대 그리스 로마의 미술 작품들보다 못하다는 것이 한 눈에 들어오긴 하더구나.

이번 3권에서는 왜 그런 상황이 되었는지 당시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 주고 있으며, 그런 암흑기에서도 우리가 관심 가져볼 작품들을 소개해 주고 있단다. 미술 작품만 쭉 이야기하면 다소 따분할 수도 있는데, 역사 이야기도 함께 해주는 것이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 시리즈의 장점이 아닌가 싶구나. 이번에도 전과 마찬가지로 질문과 답변의 강의식으로 책이 구성되어 있어서, 읽기도 편했단다.


1.

영원한 것은 없다고 하지만, 끝날 것 같지 않은 로마 제국의 영화도 끝이 나고 말았단다. 로마 쇠퇴의 원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연구도 하고, 추측도 했는데이 책에서는 외부적인 요인과 내부적인 요인으로 간단히 설명해 주었단다. 로마제국이 번성했던 요인은 영토를 점점 확장하면서 얻은 재화가 큰 이유였는데, 영국에 세운 하드리아누스 방벽 건축 이후 영토 확장을 멈추게 되었단다. 그렇다 보니 국가 수입이 줄어들게 되었단다.

그보다 더 큰 원인은 지배층의 탐욕과 부패일 것 같구나. 그로 인해 양극화가 심해지고 시민들은 소작농과 빈민층으로 전락했어. 희망이 없어진 현실에서 그들에게 한줄기 빛을 준 것은 약자를 돕고 부활의 메시지를 던진 기독교였단다. 그렇게 로마의 쇠퇴와 함께 기독교는 널리 퍼지게 된 거야. 삶이 피폐해져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 시절의 미술도 함께 퇴보하였단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화려했던 로마 조각상들에 비해 많이 퇴보하였단다. 이 시절 작품들을 보면 아름답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어. 이어지던 시간이 끊어진 듯한 느낌이었단다. 이 당시 미술의 또 하나의 특징은 지배층의 탐욕이 커지면서, 자신들을 우상화하는 작품들이 많이 보인다고 하는구나. 그러면 뭐하나, 작품성이 떨어지는데 말이야.

기독교가 로마 시민들 사이에 널리 퍼졌다고 하지만, 기독교는 로마제국에서 오랫동안 인정받지 못하고 탄압을 받아왔단다. 그러다가 4세기 그 유명한, 기독교에서는 영웅 대접을 받는, 콘스탄티누스 황제에 의해 기독교는 합법적인 종교가 되는 것은 물론, 로마의 국교가 되었단다.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니케아 공의회를 열어서, 기독교 교리를 정리하기도 했다는 구나. 이후 기독교 관련된 미술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는구나.

이 시대 대표적인 미술작품은 5세기에 만든 크베들린부르크 이탈라라는 작품인데, 성경의 내용을 그림으로 그린 최초의 작품이라고 하는구나. 기독교가 국교가 되었으니, 이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 바로 교회를 짓는 일이란다. 기독교가 합법화되기 전에서는 집이 교회 역할을 하곤 했는데, 합법화된 이후에는 신도들이 함께 예배를 들일 수 있는 교회를 지었단다. 그 양식은 직사각형의 교회와 원형의 교회 두 가지가 있었는데, 이 양식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하는구나.

….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가 되면서 기독교의 성지가 된 곳이 있는데, 바로 예루살렘이란다. 하지만, 예루살렘은 기독교만의 성지가 아니고, 이슬람교의 성지, 유대교의 성지도 예루살렘이란다. 그래서 오늘날도 늘 종교의 분쟁의 중심지가 되는 곳이 바로 예루살렘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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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134)

그래서 오늘날의 예루살렘은 분쟁의 땅이기도 합니다. 뒤 페이지 지도를 보세요. 일단 이 도시는 네 구역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슬람, 유대교, 그리고 기독교 구역이 있고, 여기에 아르메니아인들이 사는 지역도 있습니다. 아르메니아인들은 일찍부터 기독교를 받아들인 후 예루살렘으로 이주해 와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어왔던 소수 민족입니다. 이렇게 사방 1킬로미터밖에 안 되는 작은 지역 안에 각자 이곳이 자기 종교의 성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아옹다옹 모여 있으니 크고 작은 분쟁이 계속해서 벌어질 수밖에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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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에서 예루살렘에 지은 유명한 교회로는 예수 성묘 교회란 것이 있단다.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어머니 헬레나의 주도로 지어진 교회라고 하는데, 예수의 십자가가 세워진 골고다 언덕, 예수가 부활하기 전 안치되었던 묘가 교회 안에 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있어서 알려줄게. 예수 성묘 교회에는 움직일 수 없는 사다리가 하나 있다고 하는구나. 예수 성묘 교회 외벽에 놓여 있는 평범한 사다리인데, 1757년 이후 그곳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여러 기독교 세력들이 예수 성묘 교회를 소유하고 있다 보니, 누구 하나 섣불리 그 사다리를 옮길 수 없어서 오늘날까지 이어졌다고 하는구나. ‘움직일 수 없는 사다리란 이름을 붙인 채 말이야.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기독교를 공인해 준 것뿐만 아니라, 로마 역사에 또 하나의 큰 사고(?)를 친단다. 수고를 오늘날 터키의 이스탄불로 옮긴 것이야. 그러면서 그 도시를 자신의 이름을 따사 콘스탄티노플이라 지었단다. 콘스탄티노플이 유럽과 아시아를 이어주는 요충지로 좋은 지역이지만, 그래도 로마는 로마여야지,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자부심도 갖고 있으면서 말이야. 그렇게 수도를 콘스탄티노플로 옮기면서 로마는 이탈리아 반도를 중심으로 서로마와 콘스탄티노플을 중심으로 동로마로 갈리는 원인도 제공하게 된단다. 동로마 제국을 다른 말로 비잔티움 제국이라고도 한단다.

콘스탄티노플로 수도를 옮기면서, 이곳에 여러 건축물을 짓게 되는데,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하기아 소피아 성당이란다. 트랄레스의 안테미오스와 밀레투스의 이시도르스라는 과학자들이 설계를 해서, 상당히 과학적인 설계로 지었는데, 그만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6세기에 다시 재건하였다고 하는구나. 하지만, 나중에 콘스탄티노플이 오스만제국에 의해 무너지면서, 이 소피아 성당은 모스크로 개조되었다가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 중이라고 하는구나.


2.

비잔티움 제국 레오 3세 황제는 이슬람 세력의 위협을 느끼고, 제국을 개혁하려고 했단다. 종교를 형상화한 이미지를 모두 없애라는 것이었어. 그게 개혁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황제라는 권력으로 교회 안의 모든 형상과 이미지를 제거하라고 했대. 예수의 상도 없애고, 그림도 없애고 말이야. 교리를 무척 좁게 해석한 성경 근본주의라고 할 수 있단다.

이에 서로마 기독교의 중심이었던 교황 그레고리우스 2세는 레오 3세 황제의 이런 개혁을 반대했단다. 그레고리우스 2세는 포교 활동을 위해서는 형상이나 이미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 이 둘의 의견 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기독교는 동서로 분열이 되어, 로마를 중심으로 한 로마 가톨릭과 콘스탄티노플을 중심으로 한 정교회로 나뉘게 된단다. 정교회가 우리나라에서는 낯설지만 오늘날에도 러시아와 그리스의 국교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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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11세기 무렵 기독교가 동서로 분열하며 서쪽에는 로마를 중심으로 가톨릭이, 동쪽에는 비잔티움 제국을 중심으로 정교회가 세워집니다. 가톨릭은 교황이, 정교회는 총대주교가 대표하게 되었죠. 이렇게 분열한 가톨릭과 정교회는 서로 정통성을 주장했는데, 이름에도 그 주장이 드러나 있습니다. 가톨릭(Catholic)이라는 단어는 보편성은, 정교회를 가리키는 오서독스(Orthodox)는 정통을 의미하거든요.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정교회는 지금도 러시아와 그리스에서 국교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세계적 규모의 기독교 종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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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에서 형상과 이미지를 제한하다 보니 미술을 쇠퇴하게 되었고, 로마 가톨릭은 형상과 이미지를 허용해서 미술의 발전이 이루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한 황제의 이런 정책에 미술사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도 하는구나. 그레고리우스 2세도 레오 3세의 의견을 따랐다면, 미켈라젤로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들도 많이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겠구나.

로마가 동로마와 서로마로 나뉘면서, 서로마제국은 게르만족의 융성과 함께 쇠퇴했단다. 게르만족은 기근과 전쟁 그리고 훈족의 위협을 피해 이주하게 되는데, 그들이 이주한 곳이 서로마의 영역이었단다. 앵글족과 색슨족은 영국으로 이동하여 정착했고, 반달족은 북아프리카로 이동했고, 고트족은 남부 유럽으로, 프랑크족은 오늘날 프랑스 지역으로 이동을 했어. 그들은 로마에 널리 퍼져 있던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였는데,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전통과 기독교 신앙이 융합시켰단다. 그러면서 속세를 등지고 오랫동안 수도생활을 하는 수도사들도 나타났는데, 수도사들이 생활하는 수도원은 중세 미술을 만들고 보관하는 장소가 되었다고 하는구나.

….


3.

고대 로마 제국이 망하고 암흑기에 빠져든 서유럽프랑크 왕국의 샤를마뉴 왕이 등장하면서, 안정을 되찾게 된단다. 그가 왕이 된 시기는 8세기 말부터 9세기까지인데, 이때 이미 그리스 로마 부흥 운동도 주도했다고 하는구나. 잘 알려진 15세기 르네상스보다 한참 빠른 시기에 그리스 로마 부흥 운동을 해서 이것을 카롤링거 르네상스라고도 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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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

보통 르네상스라고 하면 대부분 우리가 잘 아는 15~16세기의 르네상스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전부터 르네상스가 있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바로 8세기 후반부터 9세기까지 이어진 카롤링거 르네상스입니다. 이 시기에 드디어 본격적인 중세를 망라할 사회제도, 기독교 교리, 중세적 감수성 전체가 선명해집니다. 더 나아가 자취를 감추었던 고대 그리스 로마 유산들이 복원되기 시작했고요. 초기 기독교 시대의 혼란을 넘어 서유럽 세계의 질서의 빛이 비추기 시작했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중세의 암흑기가 거의 끝나간다고 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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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에 취약한 아빠는 샤를마뉴 왕을 처음 들어봤는데, 샤를마뉴는 오늘날까지 오랫동안 유럽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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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

샤를마뉴가 사랑받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샤를마뉴가 화려한 로마시가 아니라 소박한 북쪽의 고향 땅을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교황에게서 로마 황제라는 이름을 받았다고 했지만 샤를마뉴는 평생 로마 시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여러 거점에서 나라를 통치하다가 지금의 독일 아헨에 수도를 정한 후로는 쭉 그곳에 머물렀죠. 샤를마뉴는 그리스 로마 문화를 부흥하고자 했지만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았던 거예요. 샤를마뉴 치세에 게르만 문화와 그리스 로마 문화, 그리고 기독교가 융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래서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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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 3권의 이야기란다. 이 시리즈는 지금까지 6권까지 나왔는데, 6권이 끝인데, 더 나오는 것인지 잘 모르겠구나. 6권짜지 읽다 보면 알게 되겠지. 미술 초보자들을 위해 쉽게 서양미술사를 잘 적은 시리즈인 것 같구나. 이 시리즈를 읽고 나면 곰브리치의 깨알 같은 크기의 글자로 된 <서양미술사>도 읽어볼 수 있을까?


PS:

책의 첫 문장 : 이번 강의는 주로 로마제국이 멸망해가는 혼란기를 다룰 예정입니다.

책의 끝 문장 : 다음 강의에서는 새로운 천년을 맞이한 중세 사람들이 고대의 그늘에서 벗어나 화려하게 꽃을 피우는 중세 미술을 본격적으로 탐험해 보겠습니다.



아무로 높고 강력한 파도라도 결국 스스로 무너진다.
- 슈테판 츠바이크
- P36

네, 다른 말로 하면 삶에 철학적 깊이가 생겼다고 할 수 있지요. 바로 이 부분이 중세 미술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입니다. 중세는 흔히 암흑시대니 뭐니 해서 역사가 후퇴한 시기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면적으로 아주 깊은 성찰을 했던 시기입니다. 지금까지 보았듯 죽음이라는 인간의 근본적인 물음에 대답하는 시기이기도 했고요. 또 앞으로 보겠지만 신은 어떤 존재여야 하고 신 앞에서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끝없이 탐구하는 과정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 P90

그래서 오늘날의 예루살렘은 분쟁의 땅이기도 합니다. 뒤 페이지 지도를 보세요. 일단 이 도시는 네 구역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슬람, 유대교, 그리고 기독교 구역이 있고, 여기에 아르메니아인들이 사는 지역도 있습니다. 아르메니아인들은 일찍부터 기독교를 받아들인 후 예루살렘으로 이주해 와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어왔던 소수 민족입니다. 이렇게 사방 1킬로미터밖에 안 되는 작은 지역 안에 각자 이곳이 자기 종교의 성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아옹다옹 모여 있으니 크고 작은 분쟁이 계속해서 벌어질 수밖에 없겠죠. - P133

그래서 일반적으로 서로마가 멸망한 476년을 고대 로마제국이 멸망하며 중세가 시작된 때라고 합니다. 물로 동로마는 로마라는 이름을 유지한 채 콘스탄티노플의 단단한 방벽 뒤에서 1000년을 더 살아남긴 했지요. 그러나 살아남은 동로마를 고대 로마제국과 같다고 보기는 힘들어요. 고대 로마제국의 중심이 이탈리아 반도였다면 동로마제국의 중심은 이탈리아 반도에서 멀리 떨어진 소아시아 지역이거든요. 당연히 동방 문화권이고요.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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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2-14 03: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고 싶어서 사서 쌓아두고 잇는데 빨리 읽어야겠네요. ㅎㅎ

bookholic 2021-02-14 11:02   좋아요 0 | URL
얼른얼른 펼치세요~~^^ 남은 주말 즐겁게 보내시고요~~
 















(14)

나는 금세 자랐다. 몇 시간 만에 요람기가 끝났고, 그뒤로 몇 분 만에 아장아장 걷는 시기가 끝났다. 어머니의 환심을 사고 싶은 마음에 곁에 남은 이모가, 눈이 노랗고 우는 소리가 특이하고 가늘다며 내 이름을 매(hawk)라는 뜻의 키르케라고 지었다.


(101)

그가 말했다. “세상은 그런 식으로 돌아가는 거야, 키르케. 나는 아버지에게 마법을 우연히 발견했다고 얘기하고, 아버지 그랬는지 나는 절대 이해하지 못할 거야.”는 내 말을 믿는 척하고, 제우스는 아버지의 말을 믿는 척하고, 그렇게 세상은 균형을 유지하지. 실토한 누나가 잘못했어. 왜 그랬는지 나는 절대 이해하지 못할 거야."


(107)

공포가 철썩철썩 나를 때렸고 파도가 한 번 칠 때마다 점점 더 싸늘해졌다. 고요한 공기가 내 살갗을 스멀스멀 가로질렀고 그림자들이 손을 내밀었다. 나는 어둠 속을 응시하며 내 혈관이 뛰는 소리 말고 다른 소리를 들으려고 귀를 쫑긋 세웠다. 한 순간, 또 한 순간이 하룻밤 같았지만 마침내 하늘의 질감이 점점 깊어지고 가장자리가 희부예져갔다. 그림자들이 서서히 사그라지고 날이 밝았다. 나는 다치지 않은 멀쩡한 몸으로 일어섰다. 밖으로 나가보니 누가 돌아다닌 발자국도, 꿈틀거린 꼬리 자국도, 문을 할퀸 흔적도 없었다. 그럼에도 내가 바보 같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엄청난 시련을 통과한 기분이었다.


(253)

왜 이래, 나는 그들에게 말했다. 그렇게 나쁘지는 않잖아. 돼지라서 좋은 점도 생각해야지. 진창 때문에 미끌미끌하고 날렵해서 잡기 어렵지. 땅바닥에 붙어 다녀서 쉽게 엎어뜨릴 수 없지. 개하고 달라서 주인의 사랑을 갈구하지도 않지. 찌꺼기든 쓰레기든 아무거나 잘 먹고 아무데서나 잘 자라지. 멍청하고 둔해 보여서 적들이 방심하기 십상이지만 사실은 똑똑하지. 상대방 얼굴도 기억하거든.


(258)

내가 보기에 전쟁은 인간들의 입장에서는 늘 어리석은 선택인 것 같아요. 거기서 뭘 얻던 간에 몇 년 누려보지도 못하고 죽잖아요. 그러다가 비명횡사할 가능성이 더 크고.”

음 명예라는 문제가 걸려 있으니까요. 하지만 당신에게 저희 사령관에게 그 말씀을 해주셨더라면 좋았을 걸 그랬습니다. 그랬더라면 골치 아픈 일이 많이 줄었을 텐데요.”

뭣 때문에 벌어진 전쟁이었나요?”

하도 많아서 기억을 더듬어봐야겠네요.” 그는 손가락으로 꼽았다. “복수. 욕망. 오만. 탐욕. 권력. 또 뭘 빠뜨렸지? , 허영심. 그리고 자존심.”


(294)

시인들은 잠을 죽음의 형제라는 별명으로 부르곤 했다. 대부분의 인간이 느끼기에 그 컴컴한 몇 시간이 생의 마지막에 기다리는 정적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디세우스의 잠은 그의 인생과 닮아서 엎치락뒤치락했고 늑대들이 귀를 쫑긋 세울 정도로 잠꼬대가 심했다. 나는 진주색 여명 속에서 그를 지켜보았다.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잔뜩 긴장한 어깨. 레슬링 시합에서 쓰러뜨려야 하는 상대 선수라도 되는 듯 잡고 비트는 홑이불. 나와 함께 지내는 일 년 동안 평화로운 날들을 보냈음에도 매일 밤은 여전히 전투 태세였다.


(404)

오디세우스는 평범한 사람인 척하는 걸 좋아했지만 세상에 그와 비슷한 사람은 없었고, 이제 그가 죽고 없으니 그런 사람은 전멸한 셈이었다. 영웅들은 모두 바보라고, 그는 입버릇처럼 얘기했다. 그건 곧, 자기를 제외한 모든 영웅이 그렇다는 뜻이었다. 그랬으니 그가 실수를 저질렀을 때 어느 누가 바로잡아줄 수 있었을까? 그는 바닷가에서 텔레고노스를 보고는 해적이라고 믿었다. 그는 아이가 둘이었지만 그 어느 쪽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하지만 자기 아이를 제대로 아는 부모는 애초에 없을지도 모른다. 아이를 보면 우리가 저지른 실수만 거울처럼 비쳐 보일 뿐이다.


(416-7)

그 오랜 세월 동안 고생하며 방랑한 건. 왜였을까요? 한순간의 자부심이죠. 아버지는 아무도 아닌 존재로 지내느니 신들에게 저주받는 쪽을 택했을 겁니다. 아버지가 전쟁이 끝난 뒤에 집으로 돌아오셨다면 구혼자들은 찾아올 일이 없었겠죠. 제 어머니의 삶은 그렇게 망가지지 않았을 테고요. 제 삶도. 아버지는 저희와 집이 그리웠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지만 거짓말이었어요. 이타케에 돌아온 뒤로는 만족을 모르고 항상 수평선만 바라보셨으니 말이죠. 일단 우리를 손에 넣고 나니까 다른 것을 갖고 싶으셨던 거예요. 그게 끔찍한 인생이 아니면 뭡니까? 사람들을 꼬드겨놓고 내팽개친 게 아닙니까.”


(417)

너희에게 돌아가기 전에 신들이 네 아버지에게 저승으로 들어가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를 찾아가라고 요구한 적이 있었다. 거기서 그는 생전에 알고 지냈던 아이아스, 아가멤논과 더불어 영원한 명성에 대한 대가로 요절을 선택한 과거 아카이오이 최고의 전사 아킬레우스의 영혼을 만났지. 너희 아버지는 그 영웅에게 따뜻하게 말을 건네고, 찬사를 늘어놓고, 세간이 널리 이름을 떨쳤으니 걱정 말라고 안심시켰다. 하지만 아킬레우스는 그를 나무랐지. 교만했던 자신의 삶을 후회한다고, 좀 더 조용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았겠다고.”


(425)

저희는 스스로를 탁월한 지성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맨 처음에 결혼했을 때 건드리는 모든 걸 우리 쪽으로 유리하게 바꾸어놓을 방법을 연구하며 같이 천 개의 계획을 세웠답니다. 그런데 전쟁이 터졌죠. 그이는 아가멤논처럼 형편없는 사령관은 본 적 없다고 했지만 그를 이용해 자기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죠. 그의 기발한 장치로 트로이아를 무찌르고 세상의 절반을 재편했으니까요. 저도 머리를 잘 썼습니다. 어느 염소끼리 교배를 시킬지, 무슨 수로 수확량을 늘릴지, 어디에 그물을 던져야 고기가 가장 잘 잡힐지. 이타케에서는 그런 게 관심사였죠.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그이의 표정을 보셨어야 하는 건데. 구혼자들을 죽였지만 그러고 나니 뭐가 남았을까요? 물고기와 염소. 여신과는 거리가 먼 나이 먹은 아내, 이해할 수 없는 아들.”


(499)

나는 나이를 먹는다. 반질반질한 청동 거울을 들여다보면 내 얼굴에 주름이 져 있다. 몸도 불고 피부도 점점 늘어지기 시작한다. 약초를 썰다 베면 흉터가 남는다. 어떨 때는 그래서 좋다. 또 어떨 때는 허영심이 생겨서 못마땅해진다. 하지만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내 육신의 종착지는 당연히 흙이다. 거기가 내 육신이 있을 곳이다. 언젠가 헤르메스가 나를 죽은 이들의 신전으로 안내할 것이다. 나는 백발이 성성할 테고 그는 영혼을 인도할 때만 유일하게 진지해지는 이답게 신비로운 분위기를 물씬 풍길 테니 우리는 서로를 거의 알아보지도 못할 것이다. 나는 그걸 보고 재미있어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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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 통권 176호 - 2021년 1월~2월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 녹색평론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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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2021년 첫 번째 녹색평론을 읽었단다. 코로나와 함께 시작한 2021, 올해는 과연 코로나 없는 세상을 맞이할 수 있을까. 올해 말이 되면 녹색평론 창간 30주년을 맞는다고 하는구나. 아빠가 처음 녹색평론을 보기 시작한 지도 10년이 다 되었구나. 30년 동안 외길을 걷고 있는 녹색평론. 30년에 걸맞지 않게 찾는 이가 너무 적은 것 같구나. 아빠 지인 중에 이 책을 보기는커녕 알고 있는 이를 찾기도 드무니까 말이야.

녹색평론은 30주년을 맞이하는 올 한 해 연간 특집으로 그 동안 녹색평론에 다루었던 주제들을 다루기로 했다는구나. 괜찮은 기획인 것 같구나. 그 첫 번째가 바로 민주주의란다. 많은 정치 시스템이 생겼다가 사라졌다 했지만, 오랫동안 가장 나은 시스템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란다. 하지만 민주주의국가라고 하는 여러 나라들, 우리나라도 포함해서 그 국가의 국민들이 느끼는 민주주의 시스템은 그리 좋다는 생각은 안 할 것 같구나. 그 이유는 잘못된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어서 그렇단다. 말로만 민주주의이지, 실제로 들어다 보면 과두정과 같은 권력이 국가를 차지하고 있는 시스템이 최근 대부분 나라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민주주의란다.

진정한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이번 녹색평론은 민주주의가 유일한 대안이다. 라는 제목의 좌담을 문을 열었단다. 세 분의 패널들이 나와서 이야기를 했는데, 그들이 이야기한 내용 중에 괜찮은 글들만 발췌해 보았단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가 가장 잘 안다는 점에서, 직접 참여는 민주정치가 필요하다면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인용하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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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그 전문성을 취사선택하는 것은 우리가 해야 된다는 것을 시민들에게 설명해야 합니다. 전문가를 뽑는 게 아니라 어떤 전문적 의견이 나한테 좋은가를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시장에 가면 구두 장인들이 여럿 있지만 내 발에 맞는 구두가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은 내가 제일 잘 안다는 거예요. 전문가들이 만들어낸 정책 중에 내가 선택해야 된다, 최종적으로는 탁월한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같은 보통사람들이 결정해야 된다는 것이요. 우리가 말입니다. 법률이든 정책이든 결국 내가 혜택을 입고 내가 피해를 입으니 내가 결정해야 한다, 그렇게 접근해서 설명해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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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국민들이 어떻게 다 참여해? 그래서 직접 민주주의는 어렵고, 대의 민주주의가 대안이야.. 이렇게 이야기하지만, 더 가까운 직접 민주주의 방법이 있단다. 녹색평론에서도 줄곧 이야기하고 있는 숙의민주주의나, 시민의회, 그리고 추첨민주주의 등이 있단다. 선출된 정치인들도 이런 것을 모르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싫은 거지. 권력의 단맛을 본 그들이 굳이 그런 걸 받아들일 필요가 없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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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1)

숙의민주주의나 시민의회를 가장 싫어하는 건 제가 보기에 관료집단인 것 같아요. 그로 인해 권력이 가장 줄어드는 것이 관료이니까요. 행정관료는 물론이고 판사, 검사도 결국 관료입니다. 물론 선출직 정치인들도 자기 권한이 침해 당한다고 생각하지만 관료집단보다는 덜한 것 같아요. 그리고 그걸 넘어설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게 정치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한국 정치인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시민들에게 권력을 진정으로 돌려주는 것입니다. “대신해서 잘 결정해주겠다가 아니라요. 그런 측면에선 진보적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몹시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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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대의 민주주의는 제대로 되고 있는가. 그들이 정말 국민들을 잘 대변하고 있는가. 국민들이 등을 돌리게 하는 것이나 잘하지, 그래서 자신들의 이익에 갖게 정책을 내 놓으려 하지, 국민들의 말을 귀 기울이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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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대의정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으니까. 정치체계 안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과 정당이 하나의 이익집단이 되어버렸어요. 자기들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어요. 스포츠로 치면 링 위에 복서 두 명이 엉켜서 서로 껴안거나 반칙만 하고 있는 거예요. 심판이 나와서 떼어놓고 경기를 제대로 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정치에서 선거 매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나설 수밖에 없어요. 시민들이 나서서 떨어져라, 공정하게 경기를 하라고 명령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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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민주주의를 바꿀 수 있는 것은 국민들밖에 없는데, 정치인들이 국민들에게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도록 하는데 선수잖니그리고 진정한 민주주의가 되기란 정말 로또보다도 힘들지 않을까 싶구나. 아빠가 너무 정치인들을 비난했지만, 아빠가 좋아하는 정치인들도 여럿 있단다. 그들은 아빠가 보기에 국민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걸 바탕으로 정책을 만드는 이들이었어. 그런 이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지만 그건 욕심이고, 그들이 앞으로도 마음 변치 말고 국민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겸손한 정치인이 되길


1.

불편한 녹색평론. 지구의 위기를 알려주는 것은 좋은데, 그것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기차가 낭떠러지로 달려가고 있는데, 딱히 방법은 없는 그 상황그냥 언제 떨어지는지 모르는 게 속 편할 수도 있는데, 녹색평론은 그 사실까지 알려주고 있으니, 더 두렵게 만드는구나. 그렇다고 아빠가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는데 말이야.

이산화탄소 농도지구 온난화와 기후 위기의 주범이 이산화탄소라고 하는데, 그것은 책임 회피인 것 같구나. 지구 온난화와 기후 위기의 주범은 우리 인간들이란다. 그들이, 그들이 만든 기계가, 그들이 키우는 가축이 내뿜어내는 이산화탄소의 농도…. 이번 녹색평론에서 이산화탄소의 농도의 변화량을 알려주었는데, 알고 싶지 않은 수치로구나. 매일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돼. 그러다 보면 지구의 온도는 뜨거워지고지구의 종말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구나. 이젠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기후를 자주 겪을 텐데, 놀라지 말고 잘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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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1958 3월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에서 세계 최초로 측정한 이산화탄소 농도는 313ppm이었다. 1992년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평균은 357ppm,. 산업화 이전 지구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대략 280ppm. 산업화의 엔진에 발동이 걸리고 200여 년 동안 33ppm이 높아졌는데, 관측이 시작되고 리우회의까지 34년 만에 44ppm이 증가했다. 2013 5월 마침내 마우나로아 이산화탄소 측정값은 400ppm을 넘어섰다. 리우회의로부터 20여 년간 43ppm이 증가한 것이다. 마우나로아 관측소가 발표한 2020 11월 평균 이산화탄소 측정값은 412.89ppm, 2019 11 410.25ppm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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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환경 문제도 전 지구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려면, 민주주의가 중요한데, 붕괴된 민주주의 시스템으로는 환경을 되돌리기 역부족인 듯 보이는구나.


2.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숙의민주주의, 시민의회, 추첨민주주의를 살려내야만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다는데 아빠도 동의한단다. 선출직 정치인이 아닌 추첨직 정치인이 당연한 사회 시스템으로  생각하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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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지금부터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어느 날을 그려보자. 우편으로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우리 공동체에 봉사하도록 선택되었습니다.” 기분이 어떨 것 같은가? 운 좋게도 우리는 추측할 필요가 없다. 시민의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압도적으로 그 경험이 긍정적이었다고 말한다. 배심원 의무와 마찬가지로 압도적 다수의 시민들이 사안의 무게를 인식하고 자신의 책임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어느 집단에나 가끔 있기 마련인 미치광이도 잘 제어한다. ‘평민들에게 의사결정을 맡기는 일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주장들(민중의 무지하다, 민중은 비이성적이다, 민중은 쉽게 조종당한다!)은 과거에 흑인, 여성, 무산자 백인 남성들에게 투표권을 주어선 안된다고 했던 이유와 정확히 같다. 그런 주장은 그때에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 사람은 어름으로 취급하면 어른처럼 행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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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들은 정치에 관심이 줄어드는 것 같단다. 그건 비단 우리나라의 일만이 아니야. 그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가 자본주의 국가이기 때문인 것 같구나. 자본주의 국가의 최고가 무엇? 바로 돈이란다. 돈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자본주의와 역행하는 환경 정책을 선출직 정치인들이 과연 만들어낼 수 있을까. 어려울 거야.  자본주의를 신봉하는 국민들의 표를 얻기 위해서는 말이야. 이렇게 어려운 난제를 가지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풀어낼 수 있는 유능한 인재가 있는가. 없단다. 그리고 유능한 인재들은 정치인이 아닌, 자본가의 길을 선택한다는 거야. , 슬프지만 심하게 공감이 가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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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01)

요컨대,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처음에는 권력이 통합되어 있었지만 정치적 영역과 경제적 영역으로 나뉘게 되었고, 그리고 1970년대에 브레턴우즈체제가 종식된 이후에는 경제영역도 산업영역과 긍융영역으로 나뉘고 또 증식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권력은 금융역역의 손에 남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제가 했던 질문 기억하세요? 왜 정치인들이 20, 30, 40년 전보다 무능해 보이는 것일까요? 그 답은 정치영역이 완전히 힘을 잃었기 때문인 것입니다. 이제 힘을 갖고 있는 영역은 경제영역이고, 특히 금융영역입니다. 젊고 유능하고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라면 (이념이나 역사관은 그다지 없다고 한다면) 어떤 길을 밟을까요? 미국 대통령이 되려고 할까요, 골드만삭스 CEO가 되려고 할까요? 후자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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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알수록 오늘날 민주주의가 문제투성이 시스템인 것은 맞는데 단 기간에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구나. 그것도 자본주의라는 폭주기관차가 낭떠러지로 달려가고 있는데 말이야. 어려운 수학 난제들보다 어려운 이 난제를 어떻게 하면 풀어낼 수 있을까. 답은 있을까.


PS:

책의 첫 문장 : 올해 말이 되면 <녹색평론>은 창간 30주년을 맞는다.

책의 끝 문장 : 우리를 구원할 수 없는 과학에게 역할을 떠넘기면서.


그러므로 생태주의가 오늘날의 환경운동을 넘어서서 혁명적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카스토리아디스에 따르면, 현대인들의 삶에 대한 심리사회적 태도에서 심원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삶의 목적이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하는 것밖에 없다는 사고방식-터무니없을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모멸적인-은 기각되어야 한다. ‘합리적’이라고 하는 자본주의적 가정들, 무한한 확장이라는 개념은 폐기되어야 한다. 특히 그런 심오한 변화는 풀뿌리 수준에서만 성취될 수 있다는 점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개별적 개인이나 단체들은 기껏해야 가능한 방향을 그려 보여주고 사회가 변화하도록 자극을 줄 수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생태주의적, 즉 본질적으로 혁명적인 운동은 사회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는 것이다. - P70

그저 정말로 문제가 되는 사안들에 대해서 민중이 모여 진정한 토론을 하는 세상-바로 이것이 시민의회가 약속하는 것이고, 이것은 세계 전역에서 가속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이들 의회는 투표가 이니라 추첨을 통해서 구성된다. 이들은 미디어 앞에서 가식적으로 행동하고, 상대방에 대해서 비열한 비판을 일삼고, 로비스트들의 비위를 맞추려고 하는 대신, 진정한 숙의기구로서 기능한다. 이 아이디어는 엉뚱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실은 서구문명 그 자체만큼 역사가 긴 정치제도이다. 그리고 이것이 시행된다면 역사상 가장 민주적인 시대가 열릴 것이다. - P74

<역사 정치 교육 및 학교 교육의 목표, 목적 및 실천으로서의 민주주의> 권고안을 살펴보면 독일 학교는 ‘살아있는 민주주의의 장소’로서 ‘서로의 존엄성을 자원으로 하여, 타인에 대한 관용과 존중이 행해지고, 시민적 용기가 강화되고, 민주적 절차와 규칙이 지켜지고, 갈등이 비폭력적으로 해결되는 곳’으로 정의된다. 따라서 독일의 학교에서는 지식도 민주적으로 배워야 하며, 학교에서 겪는 다양한 경함 역시 민주주의를 익히고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여긴다. 그래서 학교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은 독일 기본법에 근거하여 경쟁과 성취에 따른 비교보다는 민주주의의 장점과 혜택을 경험하고 자유, 정의, 연대 및 관용과 같은 민주주의의 기본가치가 경시되거나 무시되어선 안된다는 것을 체험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자유와 의견을 존중함에 있어 무조건적인 중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 P119

패전국 일본의 처지는 전혀 달랐다. 유럽과는 달리 동아시아의 전후처리는 미국이 독주했다. 전승국들이 대등하게 분할해서 점령한 독일의 경우와는 달리 일본은 미국이 사실상 단독으로 점령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일본도 독일처럼 분할 지배하자던 소련의 요구를 물리쳤고, 대신 민주 쪽으로 남하해 오던 소련군에게 한반도 38도선 이북을 마음대로 떼어주며 무마했다.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남북 분단이 거기서 시작됐고, 일본 패전의 짐을 엉뚱하게 일제의 피해자인 한반도와 오키나와가 뒤집어쓴 형국이 됐다. 한반도 주변에는 영국도 프랑스도 없었다. 장제스 국민당의 중국도 연합국 대접을 받긴 했으나 아무런 힘이 없었고, 그마저 국공내전에서 밀리면서 공산화됐다.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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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1)

오디세우스는 고개를 숙인다. “맞는 말일세. 하지만 명성이라는 게 희한한 물건이란 말이지. 죽고 난 다음에 영예를 얻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희미해지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이 세대에서는 존경의 대상이었던 것이 다른 세대에서는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그는 넓은 손바닥을 편다. “기억의 대량학살 속에서 누가 살아남을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야. 어느 누가 장담할 수 있겠나?” 그는 미소를 짓는다. “나중에 내가 유명해질지도 모를 일이지. 자네보다 더 유명해질지.”

글쎄요.”

오디세우는 어깨를 으쓱한다. “아무도 알 수 없지 않겠나. 우리는 잠깐 타오른 횃불의 불길과도 같은 인간에 불과하지 않은가. 후손들은 자기들 내키는 대로 우리를 추켜세우거나 깍아내리겠지. 파트로클로스도 나중에는 추앙을 받을지도.”


(423-424)

당신은 케이론이 그를 망쳐놨다고 했죠. 냉정한 여신이라 아무것도 모르는군요. 그를 망쳐놓은 사람은 당신이에요. 그가 이제 어떤 식으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게 됐는지 보세요. 헥토르를 죽이고 트로일로스를 죽이고. 비통한 마음에 저지른 잔인한 일들로 기억되잖아요.

그녀의 얼굴은 돌과 같다. 꼼짝하지 않는다. 해가 뜨고 저문다.

신들 사이에서는 그런 것들이 미덕으로 간주될 수 있겠죠. 하지만 남의 목숨을 빼앗는 것이 어떻게 영광스러운 일이 될 수 있겠습니까? 인간들은 워낙 쉽게 목숨을 잃는 것을요. 그를 또 한 명의 피로스로 만들 작정입니까? 그의 이야기는 그보다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세요.

더 풍성하게라니?” 그녀가 묻는다.

이제는 그녀가 두렵지 않다. 그녀가 내게 또 무슨 짓을 할 수 있겠는가.

헥토르의 시신을 프리아모스에게 돌려줬잖습니까. 내가 말한다. 그것도 사람들에게 기억되어야죠.

그녀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리라를 연주하는 솜씨가 훌륭했죠. 목소리도 듣기 좋았고요.

그녀는 계속 기다리는 눈치다.

그리고 여자들. 다른 왕들 손에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그들을 데려왔잖습니까.

그건 네가 한 네가 한 일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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