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중국사람들은 만주의 조선사람들을 <메기>라고 불렀다. 한사코 물가를 찾아가 논을 일구기 때문에 붙인 별명이었다. 그런 별명을 붙여 놀리는 것은 중국사람들이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는 표시이기도 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중국사람들은 조선사람들이 만주로 건너오는 것을 노골적으로 싫어했다. 자기네들의 농토가 줄어들까봐 갖게 된 적대감이었다. 그런데 조선사람들은 밭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저 물 가까운 습지나 저지를 찾아다니며 논을 일구어냈던 것이다. 그러자 밭농사밖에 지을 줄 모르는 중국사람들은 마음이 편안해진 것이었다.


(102)

신세호는 또 신비스러운 변화에 경이감을 느끼며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밤이면 이슬이 내리면서 안개가 끼고, 아침에 해가 뜨면 안개가 걷히는 것은 하나도 새로울 것이 없었다. 그리고 언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을 뿐이었다. 그러나 신세호는 그 범상 속에 감추어진 자연의 오묘한 신비와 경이를 갈수록 새롭게 느끼고 있었다. 해의 그 무한한 생명력과 창조력을 새로운 깊이로 생각하게 되고, 만상의 생성과 소멸을 다시금 음미하게 되고, 삶의 소중함과 자연의 고마움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고…… 손수 농사를 짓게 되면서부터 눈과 마음이 더 깊고 넓게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138)

일본관리들이 조선말을 강습받고 조선으로 건너왔고, 그들이 조선말을 익히려고 애쓴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래서 이삼 년 전부터는 함부로 욕을 할 수도 없게 되었다. 그러나 관리가 아닌 군인이 더듬거리지도 않고 그렇게 유창하게 조선말을 하는 것을 보고 공허는 새삼스럽게 나라 잃어버린 것을 절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국경지역이라 특별히 조선말을 잘하는 자들을 골라서 배치했다 하더라도 그 충격은 가벼워지지 않았다. 나라를 빼앗긴 세월은 그렇게 해마다 달라져 가며 조선사람들의 마음까지 빼앗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143)

마적떼는 장사꾼들한테만 걱정거리가 아니라 만주땅에 흩어져 사는 모든 동포들을 괴롭히고 위협하는 몹시 흉포한 도둑떼들이었다. 그 마적떼들이 갈수록 불어난다는 것은 왜놈들의 세력이 커지는 것이나 다를 것이 없었다. 마적떼들이 동포들의 마을을 기습해서 생명을 살해하고 재산을 약탈하는 것은 그만큼 독립투쟁의 힘을 약화시키고, 따라서 왜놈들을 도와주는 결과가 되는 것이었다.


(183-184)

나도 무식헌 놈이제만 용석이허고 한고향 동무고 헝께 한마디만 허겄소. 남정네덜이 날마동 땡볕 속이서 일허는 기운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겄소? 하로 세 끄니 밥 지대로 챙겨묵는 디서 나오는 것이요. 아까 밥 한 끄니가 머시가 그리 중허냐고 혔는디, 고것이야 우리겉이 몸띵이 하나 부려감서 묵고 사는 사람덜헌티넌 중허고말고라. 거그서 말허는 것 찬찬이 듣자닝게 이승만 박사가 허는 일언 중허고, 우리겉이 몸띵이 굴리는 일언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 말인디, 그 말언 앞뒤가 안 맞는 것이 잘못 되야도 아주 잘못된 말이오. 이승만 박사가 핵교럴 세우고, 잡지럴 내고, 묵고 살고 허는 돈은 다 어디서 나온 것입디여? 하늘서 떨어졌소 땅에서 솟았소? 그 한푼, 한푼이 다 우리 겉은 무식쟁이 농사꾼덜이 사시장철 땡볕 속에서 살가죽이 타들고 뼉다구가 녹아내리게 일혀서 아까운지 몰르고 성금으로 낸 돈이다 그것이오. 막말로 우리가 눈 딱 감고 성금 안 내불먼 판이 어찌 되는지 알기나 허요? 그놈에 핵교고 잡지고 머시고 다 문 닫아걸어야 된다 그것이오. 근디도 이승만 박사가 허는 일만 장허고 우리 겉은 사람이 허는 일언 쥐조도 아닝게……”

방영근은 여기서 멈칫했다. 말을 하다보니 성질이  돋아서 자신도 모르게 상소리가 튀어나왔던 것이다. 그러나 방영근은 에라 모르겠다 싶어 내처 말을 해나갔다.

서방 밥얼 굶겨도 괜찮허다 그런 말인갑는디, 고것만언 어디다가 내놔도 편들 사람 하나또 없구만이라. 이승만 박사라고 편들어 주겄소?”


(186)

그즈음에 이승만은 자신이 펴내는 <태평양> 잡지에 박용만이 이끌고 있는 국민군단을 맹렬히 비난해대고 있었다. 그런 소수의 병력으로 일본 세력을 물리친다는 것은 전혀 가망이 없는 철부지한 짓이며 허황된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박용만은 불필요한 일을 시작해 동포들이 피땀 흘려 번 돈으로 비축한 국민회의 경비를 탕진하고 있다. 조선의 독립을 그런 가망없는 짓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먼저 무식한 동포들을 교육시켜 독립할 준비를 해나가는 동시에 대국인 미국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므로 국민군단은 마땅히 해산시켜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187)

그런 이승만의 공격을 받고 박용만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박용만은 국민회의에서 발간하는 <신한국보>를 통해서 이승만의 비방에 맞서고 나섰다. 우리가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것이 조선백성들이 무식해서인가 아니면 나라의 무력이 약해서인가. 그런 재론의 여지도 없이 나라의 무력이 허약했기 때문이다. 나라의 힘은 왜 약해졌는가. 나라를 다스리는 벼슬아치들이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층층이 부패하고 타락하면서 국고를 탕진하고 가렴주구를 일삼았기 때문이다. 이런 부동의 엄연한 사실을 두고 망국의 책임을 어찌하여 백성의 무식함으로 돌리려 하는가. 또한 나라를 되찾는 데 있어서 백성이 무식해서 안된다는 말은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 저 치욕의 을사보호조약 직후부터 전국토에서 불길처럼 일어난 의병들을 보라. 그들 중에 유식한 양반들이 더 많았던가. 무식한 백성들이 더 많았던가. 무식한 백성들이 열 배가 더 많았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바이며, 끝까지 싸우다 죽어간 사람들도 무식한 백성들이었음을 하늘이 다 아는 바이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백성의 무식함을 탓할 것인가. 그리고 또 직시할 바가 있다. 무력을 휘두르는 자들은 무력이 아니고서는 물리칠 수가 없다는 천고의 진리를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왜놈의 무력 앞에 무력으로 맞서지 않고는 나라를 되찾을 그 어떠한 방도도 없다. 무식한 동포들을 교육시켜 가면서 독립을 준비하자고 하나, 교육이란 하루이틀에 되는 것이 아닐 뿐더더, 우리가 교육으로 허송세월을 하고 있는 동안에 왜놈들은 우리 동포들의 피를 빨아 더욱 강대해질 뿐이며 우리 동포들은 핍박 속에서 갈수로 허약해질 뿐이다. 또한, 우리가 동포들을 교육시켜 모두가 유식해진 10년이고 20년 후에 그때 가서 왜놈들과 학식으로 겨루자고 할 것인가. 물론 교육은 중요하다. 그러나 교육이 조국의 독립을 위한 최선의 방책일 수는 없다. 무력을 양성하면서 동시에 교육을 실시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힘을 빌려 독립을 하겠다 함인데, 이것이야말로 얼마나 허황된 망상인가. 우리와 일본은 원수지간이지만 미국과 일본은 원수지간이 아니며, 우리에게 독립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지만 미국에게 조선의 독립은 강 건너 불일 뿐이다. 미국은 일본과 사이가 나빠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리에게 약간은 협조를 할지 모르지만, 전적으로 미국의 힘을 빌려 독립을 하겠다 함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몽상일 뿐이다. 그리고 끝으로 밝히는 바는, 국민군단은 훈련소 낙성식을 최종으로 하여 더 이상 동포들의 혈전(血錢)을 모금하지 않게 되었다. 모든 병사들이 이미 확보된 파인애플농장에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훈련받는 노고 속에서 자립을 구축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231)

고무신바람에 들린 것은 특히 여자들이었고, 여자들 중에서도 처녀들이었다. 한 마을에서 고무신을 신은 사람은 한둘에 지나지 않았다. 그 새로 나온 희한한 물건은 값이 너무 비싸 부자가 아니고서는 가질 엄두를 낼 수가 없었다. 그 귀한 물건은 그야말로 남자 여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든 사람들의 관심거리였고 구경거리였다. 그 누구나 고무신을 손에 쥐었다 하면 이리저리 매만져보고, 엎어서 밑바닥을 보고, 고개를 돌려가며 코 안을 들여다보고, 주인의 눈길을 피해 잡아늘여 보고 하는 것이었다. 그 말랑말랑하고 보들보들하고 매끈하게 생긴 고무신을 신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324-325)

늙은 거지는 깨진 바가지를 끌어다가 발 굵은 소금을 손가락끝으로 집어 입에 털어놓고는 어험 큼큼 목청을 다듬었다.

짜아 시구시구 들어가는디이, 어얼 시구시구 들어간다아 저얼 시구시구 들어간다아, 어절시구 들어간다아 저절시구 들어간다아, 푼파바 푼파바 자리헌다아 푸부품파 자리헌다아, 어허이 작년에 왔든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어절 시구시구 들어간다아 저리절 시구시구 들어간다아, 일자나 한자나 들고나 봐아 일본놈에 시상 되어 10년 세월 다 돼가니, 이자나 한자나 들고나 보니 이 시상이 지옥살이 2천만이 통곡헌다, 삼자나 한자나 들고나 봐야 3천리라 금수강산 토지조사로 묶어놓고, 사자나 한자나 들고나 보니 4년이고 5년이고 땅뺏기에 혈안이라, 오자나 한자나 들고아 봐아, 오지겄다 왜놈덜어 그 맛이 꿀맛이겄다, 푼파바 푼파바 자리헌다아 푸부품과 자리헌다아, 어얼 시구시구 들어간다아 저얼 시구시구 들어간다아, 품바 품바 들어간다아, 육자나 한자나 들고나 봐야 육십 영감 분통터져 감나무에 먹얼 매고, 칠자나 한자나 들고나 보니 칠십 할멈 절통혀서 저수지에 뛰어드네, 팔자나 한자나 들고나 봐아 팔자에 없는 만주살이 떠나는 이 그 누군가, 구자나 한자나 들고나 보니 구만리 장천에 기러기도 슬피 우네, 십자나 한자나 들고나 보세 10년이야 넘겄느냐 왜놈덜아 두고 보자, 어허 품바 자리헌다.”


(339)

수전민족이 왜 부지런하고 끈질긴 기질을 가졌으며 대체로 영리한가? 그건 바로 논농사의 특성과 맞통하고 있는 문제인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논농사의 특이한 점을 먼저 파악하면 조센징의 그런 기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겁니다. 봅시다, 논농사는 밭농사와는 정반대로 물이 없으면 지을 수가 없는 농사입니다. 또한, 농사를 짓기 이전에 농토를 조성할 때부터 논과 밭은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처녀지나 미간지를 논과 밭으로 개간할 때, 밭은 수목을 뽑아내고 잡초뿌리를 캐내고 돌이나 자갈들을 골라내면 바로 농사를 지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논의 경우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밭과 똑 같은 과정을 거쳐 개간을 하고 나서도 일은 또 남아 있습니다. 그건 바로 물 때문입니다. 가까운 개울이나 강에서 물을 끌어들일 수 있는 수로를 또 파야 하고, 물을 논에 가두기 위해 논둑을 튼튼하게 쌓아야 하고, 수량을 조절하기 위해 도량을 빼야 합니다. 이 사실만 가지고도 밭 개간에 비해 논 개간이 훨씬 더 힘이 든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농사를 짓게 되면 논농사는 밭농사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일이 많아지게 됩니다. 그것 또한 물 때문입니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비가 안 오면 안 오는 대로 잠시도 등한히 할 수 없는 것이 수전농사입니다. 왜냐하면 비가 많이 오면 벼가 침수되어 상하고, 비가 안 오면 땅이 메말라 벼들이 고사하고 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가 많이 오면 침수를 막기 위해 자다가도 일어나 논에 나가는 것이 수전농민들입니다. , 적기에 비가 내리지 않으면 농민들은 벼가 말라죽지 않게 하려고 들녘에서 며칠씩 밤을 새우며 물을 퍼올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홍수가 지지 않고 가뭄이 들지 않은 보통 때에도 벼가 자라는 것에 따라 수량을 조절해 줘야 하기 때문에 농부들은 아침저녁으로 논을 살피며 물꼬를 트고 막고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객토니 모내기니 하는 다른 자세한 것들은 생략하고 이런 점들만 대출 살펴보더라도 논농사가 밭농사보다도 얼마나 더 신경이 쓰이고 힘이 드는 것인지는 농사 경험이 없는 여러분들도 능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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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종이 2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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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조정래 작가님의 <황금종이 2>를 이야기해줄게. 1권에 이어서 2권에서도, 돈에 노예가 되고, 인간성을 잃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단다.

박경숙은 약사인데, 악착같이 돈을 보아 드디어 건물까지 갖게 되었어. 돈에 너무 인색해서 고등학교 동창들에게까지 인심을 잃었단다. 박경숙은 남편이 죽고, 자신이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산 건물을 아들에게 주었어. 그런데 자신은 돈 모으는 데만 신경을 써서 그런지 아들 교육이 제대로 안 시켰나 보구나. 아들은 엄마와 달리 도박에 빠졌어. 아들은 도박에 빠져 엄마가 준 건물까지 경매에 넘어가고 말았어. 뒤늦게 이 소식을 알게 된 박경숙은 충격으로 쓰러져 죽고 말았어. 그 이후에도 아들은 계속 도박에 빠졌고, 모든 돈을 다 잃고 나서는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단다.

..

주인공 이태하 변호사의 친구 윤민서라는 사람이 있어. 민서가 찾아와서 사촌 동생의 이야기를 해주었어. 윤민서의 사촌 동생은 윤한서이고, 형제는 22녀였어. 윤한서의 어버지는 올해 75세이고, 어머니는 돌아가셔서 혼자 지내셨지. 그런데 얼마 전부터 50대 어떤 아주머니랑 동거를 하기 시작했다는 거야. 그리고 이번에는 그 아주머니랑 결혼하겠다고 하셨대. 이 소식을 들은 자식들은 난리가 났지아버지가 그 아주머니랑 결혼을 하면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전전긍긍한다는 거야. 그리고 자식들은 그 아주머니가 아버지의 돈과 재산을 보고 접근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러면서 윤한서는 윤민서에게 부탁하기를, 윤민서의 아버지, 그러니까 윤한서의 큰아버지한테 말씀 드려서 아버지의 결혼을 만류해 달라는 것이었어. 윤한서의 아버지도 형님의 말은 거역할 수 없을 거라면서 말이야.

이 이야기를 듣던 윤민서는 작은 아버지의 결혼 소식을 들으면, 윤민서의 아버지(윤한서의 큰아버지)는 오히려 쌍수를 들고 찬성할 거라고 했어. 오랫동안 동생이 혼자 지내는 것을 보고 안쓰러워했는데, 결혼을 한다고 하니 좋아할 것이라면서 말이야. 요즘은 백세시대라고 하는데, 이제 75세인 작은아버지가 앞으로 20년 넘게 사실 수 있는데 혼자 지내셔야 하냐고 하면서, 아버지의 입장도 생각해 보라고 이야기했단다. 윤한서는 민서의 이야기를 듣고, 큰아버지를 통해서는 설득이 안될 것 같아 직접 담판을 짓기로 했어. 22녀 형제들과 배우자들까지 모두 모여서 아버지의 집에 쳐들어갔단다. 아버지는 그들을 보자마자 호통을 치셨어. 어머니 돌아가신 다음에 너희들은 나한테 신경이나 썼냐고 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외롭고 힘든 줄 아냐고 했어. 그리고 그 아주머니와 아주머니의 아들까지 살뜰하게 아버지를 대하는 모습을 봤어. 우르르 몰려간 자식들은 할 말이 없었지. 화가 났지만 물러날 수밖에 없었단다. 늙으신 아버지를 돈으로만 생각하는 자식들그 아버지는 자식들이 얼마나 원망스러울까.

.

1.

1권의 마지막 부분에 딸이 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하고 자신도 충격 받아 식물 인간이 된 박현규, 기억 나지? 박현규의 아내 윤민서를 찾아왔단다. 보험설계사 자리를 부탁하려고 말이야.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남부럽지 않게 행복한 사람들이었는데, 돈으로 인해 온통 불행한 삶이 되어 버렸구나. 하나밖에 없는 딸을 먼저 보냈는데, 어떤 삶의 목표로 살아갈 수 있을까.

손채경 변호사는 유명한 대형 로펌 회사에서 신입 변호사로 일했어. 그런데 얼마 전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단다. 로펌 회사의 고객 중에 하나인 모 재벌 2세와 술자리를 가졌어. 그 자리에서 손채경 변호사는 성추행을 당하고 반항하다가 맞기까지 했단다. 손채경 변호사는 억울함에도 로펌 회사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따지지도 못하고 참아야 했어. 어떻게 들어온 로펌 회사인데 말이야. 자신이 돈이 넉넉해서 이 로펌 회사를 때려 칠 수 있는 입장도 아니고 말이야.

그런데 이 사건의 냄새를 맡고 민노진 기자라는 사람으로부터 손편지가 왔어. 민노진 기자는 이메일이나 문자로 보내면 안 볼 것 같아서, 정성스럽게 손편지를 썼다고 했어. 손채경 변호사가 모르고 있던 사건의 내막이 적혀 있었어. 그때 그 불미스러운 일로 로펌 회사는 그 재벌 2세로부터 합의금 100억을 받았다는 거야. 합의금 100? 피해를 본 것은 손채경 변호사 자신인데, 그 합의금을 왜 회사가 꿀꺽하는 거지? 손채경 변호사는 로펌 회사가 돈 밖에 모른다는 사실을 몰랐었나 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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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그 기자는 사회부 기자답게 로펌의 생리와 속성을 환히 꿰뚫고 있었다. 로펌은 그 기자의 지적처럼 돈만 밝히는 곳이었다. 로펌이 돈만 되면 무슨 사건이고 맡고 나선다는 것은 로펌에 들어오고 나서야 알았다. 사건의 선별이 따로 없었다. 기준이 있다면 딱 하나, 오로지 돈이었다. 그러니까 대형 로펌이란 법조 정글 속의 하이에나였다. 그러니 로펌은 떼부자일 수밖에 없었고, 젊은 변호사들은 조심조심 수군수군 자기네 대표가 얼마나 부자일지 짐작하고 추측하고 상상하기 바빴다. 그들이 어림잡고 점친 대표의 재산은 몇천억을 헤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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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내막을 알기 위해서 손채경 변호사는 민노진 기자를 만났단다. 민노진 기자는 그 돈을 돌려 받을 수 있다면서 이태하 변호사를 소개해 주었단다. 손채경 변호사는 사표를 쓰고, 이태하 변호사의 도움으로 로펌 회사로부터 100억을 받아냈단다. 손채경 변호사는 도와주어서 고맙다면서 사례를 하려고 했으나 민노진 기자도 그렇고, 이태하 변호사도 그렇고 모두 거절했단다. 하지만 손채경 변호사는 5억씩 보내주고 자신은 한 동안 쉬겠다면서 여행을 갔단다.

이태하 변호사 주변에는 이렇게 돈과 연관된 지저분한 사건들만 있는데, 그래도 아직 이상을 쫓고 그것을 실천하는 이들이 있었어. 그 중에 대학 선배 한지섭이 있었어. 운동권 출신으로 국회의원도 한 번 했다가, 그들의 진절머리 나는 행태에 사표를 쓰고 시골로 내려간 사람이었어. 시골에서 외국인 노동들을 위한 조합을 만드는 등 농촌 사회를 좀더 활기차고 좋은 사회로 만들려고 노력을 하고 있었어. 최근에는 아내 김혜은과 함께 광양에서 애플망고 농사를 짓고 있었어. 올해 애플망고 농사가 잘 되었다면서 한번 놀러 오라고 연락이 왔단다.

이태하는 아내 황연주와 함께 광양에 갔단다. 한지섭은 두어 해 애플망고의 실패를 딛고 이번에 제대로 된 애플망고를 수확했다고 했어. 그러면서 농장을 좀더 키워서 장학재단을 만들 계획도 가지고 있었단다. 그 장학재단이 설립되면 운영하는데 도와달라고 했단다. 그러면서 애플망고에 대한 예찬을 하는데, 마치 애플망고 PPL 같았어. 아빠는 애플망고를 먹어본 적이 있는데, 이 책에서 애플망고 예찬을 읽다 보니 한번 먹어보고 싶더구나. 맛도 좋고 몸에도 좋다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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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179)

이 과일(애플망고)이 맛만 좋은 게 아니라 몸에 좋기로, 한마디로 만병통치입니다. 비타민의 덩어리, 섬유질의 덩어리일 뿐 아니라 우리 건강에 좋은 중요 성분들이 다량 들어 있어서 각종 암 예방과 치료 효과가 크고, 특히 남자에게만 있는 전립선암에 특효니 이 형 많이 드시오. 그리고 피부 미용에도 효과가 크니 황 여사도 많이 드시고요. 그 외에 면역력을 강화시켜 주고, 변비를 해결해 주며, 혈관을 깨끗하게 해 고혈압 등 혈관계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큽니다. 그래서 인도에서는 신성한 과일로 특별 취급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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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권에서 엄마의 재산을 상속 받아 로또만 샀던 김승기라는 사람 기억 나니? 결국은 로또로 전재산을 날리고 자살을 했단다. 남은 가족들만 불쌍하지. 김승기의 딸 김수희의 친구 전진혜가 있었어. 전진혜는 특이한 일을 소개받았다고 했어. 돈은 많이 주지만 쉽지 않은 일이야. 휠체어를 타고 지내는 85살의 할아버지를 보살피는 일이라고 했어. 그 할아버지는 큰 회사의 회장님이었는데, 지금은 건강을 잃어 휠체어 신세라고 했어. 그런데 그냥 보살피는 것만이 아미고 목욕도 씻겨 드리고 잠 잘 때만 빼고 늘 곁에서 시중을 들어야 하는 일이라고 했어. 500만원을 받는다고 했어.

그 이야기를 들은 수희는 꾹 참고 잘해주라고 했어. 그러면 그 회장 할아버지의 집을 받을 수도 있다고 했어. 혼자 사는 할아버지에게 잘 대해주면 감동 받아 죽을 때 집을 줄 수도 있다는 거야. 진혜는 수희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회장 할아버지에게 상냥하게 잘 대해주었단다. 속으로는 정말 힘들었지만 말이야. 정말 회장 할아버지는 얼마 못 가서 돌아가셨어. 그런데 이상한 유서를 남겼어.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에게 유산을 남기되, 강아지가 죽고 나면 그 집을 진혜에게 넘기는 것으로 되어 있었어. 자신이 죽고 나면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가 이 집에서 살 수 있도록 보살펴주라는 거였어. 강아지가 죽을 때까지 말이야. 그러니까 강아지한테 이 집을 상속한다는 거야? 자신이 강아지보다 못한 거야? 진혜는 회장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마자 강아지를 갖다 버렸단다. 진혜에게 필요한 것은 살날 많이 남은 강아지가 아니고 돈뿐이니까 말이야.

이태하 변호사가 인권 변호사로 일하면서 돈을 많이 벌지는 못했지만, 돈에 자유롭지는 못했어. 아이들이 미국 유학 중인데 돈이 늘 부족했거든마침 손채경 변호사한테 받은 돈 5억원이 생각났단다. 1억은 암투병 중인 운동권 선배한테 주고 나머지 4억은 아내에게 애들 유학비에 보태라고 주었단다. 좋아하는 아내를 보면서 이태하 변호사도 자신도 흔들렸어. 그리고 얼마 후 또 10억의 사건 의뢰가 들어왔는데, 이 사건을 맡아야 하나 갈등을 하게 된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어. 아무리 청렴하고 살았지만, 절대적으로 돈이 필요한 세상에 살면서 과연 돈에 자유로울 수 있을까? 자식들이 어떤 것에 재능이 있는데 그 재능을 꽃피우려면 돈이 엄청 든다고 할 때, 돈이 없다면 어떨까? 이태하 변호사도 자식들의 유학비는 여전히 부족하고, 지인들의 어려움에 빠져 있어 돈이 필요한데, 자신의 10억의 사건 의뢰가 들어왔을 때 망설이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 같구나.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 결국 이태하도 돈의 세계로 더 깊숙이 들어가는 뉘앙스로 끝을 맺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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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하도 복잡한 생각이 뒤엉킨 채 그 사람들 속으로 섞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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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아빠도 뭐 다르지 않단다. 돈 걱정을 안 할 수가 없구나. 회사 은퇴를 하고 나서는 수입을 어떻게 유지해야 하고 걱정하고, 너희들의 교육비를 걱정하고계속 오르기만 하는 물가를 걱정하고돈의 세계에 살면서 돈으로부터 좀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 쉽지 않구나.

 

PS,

책의 첫 문장: “느네들 경숙이, 박경숙이 소식 들었니?”

책의 끝 문장: 이태하도 복잡한 생각이 뒤엉킨 채 그 사람들 속으로 섞여들었다.


우리는 왜 국가적으로 이런 조처를 취하지 못하는가. 영어 간판을 쓰되 위에는 반드시 한글로 쓰고, 아래에는 영어를 쓰게 하는 방법 말이다. 이것은 쇄국이 아니다. 그건 국가적 존엄성과 국민적 자주성을 스스로 지키는 일인 것이다. 이 나라의 이 정신없는 영어 범람 현상을 미국 사람들은 뭐라고 하며 바라볼까. 고마워할까, 기특하다고 할까, 스스로 문화식민지가 되려고 허둥거리는 꼴을 보며 불쌍해하고 경멸할까. - P141

부모들이 자식들 교육에 열성이고 최선을 다하는 건 더할 수 없이 좋은 미덕인데, 그건 어디까지나 자식의 소질과 재능과 능력이 객관적으로 확인되고, 본인의 욕구와 의지와 선택이 선행된 다음에 따라야 할 뒷받침이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과정이 전혀 없이 부모들의 과도한 욕심만 앞서서 무작정 저질러지는 일이 그 교육열 아니오? 우리나라 부모들은 무작정 자식들이 출세하고, 부자로 잘살기를 갈망하고 있소. 그 신기루를 향해 부모들은, 불빛을 보고 무작정 달려드는 불나방 떼처럼 서울로 서울로 몰려가고 있는 것이오. 그러나 부모들이 소원하는 그 꿈을 이루어내는 자식들이 몇 퍼센트나 되겠소? 그 상위층이 된다는 것은 10퍼센트도 안 되는 숫자요. 나머지 90퍼센트는 다 실패고 헛수고요. 도시빈민으로 허덕거리며 죽을 둥 살 둥 자식들 뒷바라지를 하지만 결국에는 빈손이기 십상인데, 그런 무모하고 어리석은 인생살이가 어디 있고. 그런 과욕이 자기 인생도 망치고, 자식 인생도 불구로 만드는 것이오 - P154

그 말이 맞소. 사회학적 측면에서 보면 인간은 돈이 생겨난 이후 5천여 년에 걸쳐서 줄곧 돈의 노예였소. 그런데 자본주의가 등장하고, 사회주의와의 대결에서 사회주의가 스스로 몰락하면서 자본주의가 독불장군으로 세계 지배력을 장악하게 되고, 그 세월이 30년이 넘으면서 이 나라 청소년과 젊은이 들까지 돈의 마력에 완전히 휘말리게 되고 말았소. 돈의 괴력과 마성이 문제지 거기에 휩쓸리는 젊은이들이 무슨 죄가 있겠소. 종교마저 돈 앞에서 마구 휘둘리고 꼼짝을 못 하는 판이니 돈을 제일로 치는 젊은이들을 탓할 것도 없소.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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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시간의 흐름은 그와 동행하는 세 사람의 얼굴에서, 그리고 스스로 의식하는 자기 내부의 변화에서 드러났다. 그의 얼굴은 날이 갈수록 비바람에 노출되어 거칠어졌다. 얼굴 아래쪽에 까칠하게 자란 수염은 피부가 거칠어지면서 부드러워졌고, 손등은 햇볕에 타 빨개졌다가 갈색이 되었다가 까매졌다. 몸이 점점 여위고 단단해지는 걸 느꼈다. 가끔 자신이 새로운 몸, 또는 비현실적인 부드러움과 창백함과 매끄러움의 층 아래 숨어있었던 진정한 몸 안으로 움직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190)

윌 앤드루스의 가죽 벗기는 기술은 점점 능숙해졌다. 손은 강하고 단단해졌다. 칼은 새것 같은 반짝임은 사라졌지만 점점 더 확실하게 가죽을 잘라 냈다. 이제 앤드루스는 슈나이더가 두 마리의 가죽을 벗겨 낼 때 한 마리는 해낼 수 있었다. 들소가 악취가 나도, 뜨뜻한 살이 손에 닿는 느낌이 들어도, 피가 엉긴 걸 보아도 점점 더 아무렇지 않아졌다. 얼마 되지 않아 그는 가죽 벗기는 작업을 마치 자동 기계처럼 했고, 죽은 들소의 가죽을 벗겨 내 땅에 놓으면서도 거의 의식하지 않았다. 가죽을 벗긴 들소 위에 파리가 새까맣게 들끓어도 그 사이로 다닐 수 있었고, 썩은 살에서 나는 악취도 거의 의식하지 않았다.


(304)

자네 신세는 자네가 망쳤어. 자네와 자네 같은 인간들이. 자네가 살면서 매일 하는 일이, 자네가 하는 모든 일이. 아무도 자네한테 이래라저래라 안 했어. 그러지 않았어. 죽인 사냥감들의 악취로 땅을 뒤엎으며 제멋대로 살아왔지. 가죽을 무더기로 풀어 시장을 망하게 하고는 이제 와서 자넬 망쳤다고 징징거리는군.” 맥도널드의 목소리가 점점 노기를 띠었다. “자네는, 자네들 모두는 내 말을 귀담아들어야 했어. 자네들은 자네들이 죽인 짐승들보다 나을 게 없어.”


(306)

자네는 거짓 속에서 태어나고, 보살펴지고, 젖을 떼지. 학교에서는 더 멋진 거짓을 배우고. 인생 전부를 거짓 속에서 살다가 죽을 때쯤이면 깨닫지. 인생에는 자네 자신, 그리고 자네가 할 수 있었던 일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자네는 그 일을 하지 않았어. 거짓이 자네한테 뭔가 다른 게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지. 그제야 자네는 세상을 가질 수 있었다는 걸 알게 되지. 그 비밀을 아는 건 자네뿐이니까. 하지만 그때는 너무 늦었어. 이미 너무 늙었거든.”


(336-337)

그 허영심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깜빡거리던 합숙소 등불의 불빛 아래서 맥도널드가 말했던 그 무()였다. 찰리 호지의 시선에 있었던 밝고 푸른 공허감-그는 찰리의 눈 안에서 그 공허감을 언뜻 보고 프랜신에게 말해 주려 애썼다-이었다. 슈나이더가 강에서 말발굽이 얼굴을 당혹하게 만들기 직전에 보였던 경멸적인 표정이었다. 산에서 하연 눈보라가 몰아치기 전에 밀러의 얼굴에 나타났던 맹목적인 인내심이었다. 찰리 호지가 꺼져 가는 불에서 몸을 돌려 밀러를 따라 밤 속으로 따라가기 전에 그의 눈에 있었던 텅 빈 반짝임이었다. 맥도널드가 가죽이 불타 버리는데 광분해 밀러를 쫓아다니는 동안, 얼굴에 격노한 가면을 쓴 것처럼 만든 끝없는 절망이었다. 베개 위에 죽은 듯 늘어진 프랜신의 잠든 얼굴에서 지금 보고 있는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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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종이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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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조정래 작가님의 신간을 읽었단다. 자필 싸인으로 된 책을 선물 받았단다. 나이는 숫자라는 것을 증명해 주시는 조정래 작가님. 작가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소설가는 시대의 산소라는 것을 증명하듯 이번 작품에서도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소설에 담아주셨단다. <정글만리>, <풀꽃도 꽃이다>, <천년의 질문>에 이어 <황금종이>도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꼬집어 읽는 이로 하여금 깊은 생각을 갖게 하셨어.

제목 황금종이에서 연상되듯이 이번 소설은 에 관한 이야기란다. 뉴스에서 접하는 사건 사고 중에 많은 이야기들이 과 관련된 이야기란다. 돈 때문에 가족 간에도 살인이 벌어지는 세상, 돈이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세상, 돈이 권력이 되고, 돈이 계급이 되는 세상. 부정하고 싶지만, 우리는 그 세상에서 살고 있단다. 돈이 줄어들면 두려움이 생기고, 돈이 어느 정도 있어야 심적으로 안심이 되는 건 아빠도 마찬가지란다. 많은 욕심은 부리지 않겠지만, 어느 정도 돈이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아빠도 돈에서 자유롭지는 않구나. 우리 주변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소재로 소설을 쓰신 것 같은데, 이 책을 통해서 돈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단다.

 

1.

이태하. 인권 변호사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사람이야. 운동권 출신으로 졸업 전에 사법고시를 합격한 수재 중에 수재였지. 검사로 일을 시작했는데, 재벌 회사를 담당하게 되었고, 재벌 회사의 비리 의혹을 재기했다가 검찰 내에서 왕따를 당하고, 지방 발령을 받게 되었어. 그 이후 검사옷을 벗고 인권변호사로 일하게 되었단다. 비록 돈은 많이 벌지 못하지만, 변호사로서 보람된 일을 하는 것에 만족했단다. 그는 인권변호사이긴 하지만, 친구들의 사건 의뢰를 하면 공정한 입장에서 사건을 맡아주기도 했어.

어느날 대기업 다니는 친구 박현규가 찾아와서 법률 상담을 받았어. 박현규의 이종사촌 여동생이 자신의 엄마, 그러니까 박현규의 이모를 상대로 상속관련 민사 소송을 걸었다는 거야. 이모를 도와주기 위해서 이태하에게 사건 의뢰를 하려고 했던 거야. 박현규는 이태하의 조언을 받아서, 사촌 동생들을 협박 반, 설득 반 이야기를 했고, 사촌 동생들은 다행히 소송취하하기로 했단다. 또 한 친구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상속 관련해서 물어보려고 오기도 했단다. 이렇듯 친구들이 그에게 법률 상담을 하려고 오는 경우는 대부분이 돈과 관련된 것들이었어.

단골집 행복 식당 사장님의 안타까운 사건도 돈과 관련된 것이었단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강남길이라는 사람은 건물주인이 바뀌고 월세를 4배 인상 소식을 들었어.. 2배도 엄청나게 많은 것인데, 4배는 강남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어. 건물 주인을 찾아가 몇 번을 읍소하고 부탁했지만, 건물주인은 요지부동이었고, 월세를 내지 못하면 가게를 빼달라고 했어. 이제서야 자리를 잡고 장사도 잘 되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 강남길은 건물 주인과 이야기하다가 우발적으로 화를 내자, 건물 주인은 도망을 갔고, 강남길은 쫓아가 어깨를 쇠망치로 때렸단다. 이 사건으로 강남길은 구치소에 갇히게 되었고, 강남길의 아내 오수자가 이태하를 찾아왔단다. 이태하는 강남길이 술을 먹고 우발적인 사고였다는 것을 강조하여 중벌은 면했지만 여전히 경찰서에 구금을 당했어. 이태하는 강남길의 재판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재판을 준비하기로 했단다. 일반 국민들이 아무래도 을의 입장이었던 강남길을 더 이해해 줄 것이니 말이야.

김민제는 아버지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은 재벌이란다. 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40년만에 사생아가 나타나서 자신도 아버지의 친자로 상속권을 주장했어. 김민제는 황당했지. 그 사람의 말이 맞다면 상속법 상 절반을 그에게 주어야 했어. 사실 김민제도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아버지에게 사생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아버지가 오래 전 바람을 핀 여자 사이의 각서를 발견했거든. 아버지는 오래 전에 그 여자와 사생아에게 일부 재산을 주었고, 그 이후 어떤 재산도 요구하지 않겠다는 각서였어. 김민제는 그 각서가 유효하기 때문에 문제될 것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생아가 이야기하기를 그 각서는 자신의 엄마와 아버지의 사이의 각서이지, 자신과는 관련 없는 것이라며 상속에 관한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했단다. 난감해진 김민제는 동창 박현규를 통해 이태하 변호사에게 자문을 부탁했단다. 이태하는 현재 상속법으로 5050이 맞기 때문에 쉽지 않은 소송이라고 하고, 억울하겠지만 어느 정도 돈을 주고 화해하는 방안을 가이드 해주었단다.

앞서 이야기했던 식당 주인의 아내 오수자, 이 분은 마음이 여리고 착하신 분 같구나. 식당 일 때문에 자신도 어려운 처지인데, 집안 친척의 일들도 살펴야 했어. 큰 고모가 계신데, 큰 고모가 젊은 시절, 남편의 폭력을 참다 못해 도망쳐 나와 지금까지 혼자 지내셨어. 안 해본 일 없이 온갖 일을 다 하셨는데, 얼마 전에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호스피스 병원에 입원하셨어. 오수자의 아버지가 전화를 걸어 큰 고모 병원에 가서 좀 보살펴주라고 해서, 오수자는 큰 고모 병문안을 갔단다.

그런데, 그곳에 낯선 이가 있었어. 아들 김승기가 어떻게 알고 수십 년 만에 찾아온 거야. 큰 고모가 많지는 않지만 평생 모은 돈과 아파트를 노리고 접근한 거지. 김승기는 엄마에게 계좌번호 비밀 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는데, 큰 고모는 아들을 믿지 못하고 알려주지 않았어. 하지만 큰 고모는 며칠 못 가 돌아가시고 말았단다. 장례식상에는 김승기 말고, 큰 고모의 딸도 몇 십 년 만에 나타나서, 남동생과 말다툼을 했단다. 이유는 상속 때문이었지. 큰 고모는 죽을 때까지 돈을 쥐고 있었고, 자식들은 많지 않은 돈을 서로 차지하겠다고 장례식장에서 싸우고돈은 사람을 괴물로 만드는 것 같구나. 아들 김승기는 누나와 엄마의 아파트를 팔아서 반씩 나눠가졌어. 그런데 누나가 모르고 있던 엄마의 통장에 있던 돈은 혼자 몰래 꿀꺽했지. 그 돈이 14천만으로 적지 않은 돈이었어. 공돈이 생긴 김승기는 계속 로또만 샀단다. 집안이 넉넉하지 못한데도 말이야. 계속 사다 보면 1등이 될 것만 같았고, 1등만 되면 더 큰돈이 생길 거라고 생각했어. 아내와 딸이 말려도 김승기는 멈추지 않았단다.

 

2.

소설의 첫 부분에 이태하 변호사의 친구로 나온 박현규. 그에게는 딸 서린이 있었어.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남자친구의 아버지 사업이 망하고 나서 헤어졌어. 그리고 얼마 후 수천 억 프랜차이즈 가게를 가지고 있는 사업가의 아들과 사귀게 되었어. 서린의 엄마 신혜주는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좋아했지. 그런데 문제가 있었어. 서린의 전 남자친구는 서린이 자신을 멀리한 이유를 모르고, 서린을 계속 쫓아다녔어. 서린의 입장에서는 스토킹이었지. 서린의 엄마 신혜주는 남편 박현규에게 서린의 전 남자친구의 스토킹을 해결해 보라고 했어. 박현규는 딸의 전 남자친구를 만나 따끔하게 충고를 했고, 전 남자친구는 알겠다면서 박현규의 충고를 받아들이는 듯 했어. 하지만 서린을 잊지 못하는 전 남자친구는 서린을 계속 쫓아다녔고, 서린이 새로운 남자친구, 그것도 갑부집 아들인 것을 알고는 술 먹고 서린을 찾아와 단판을 지으려고 했어. 술 기운에 서린과 말다툼을 하던 전 남자친구는 서린을 칼로 찔러 죽이고, 자신은 자살을 했단다. 이 사건으로 박현규는 충격으로 쓰러져 식물인간이 되었대. 뒤늦게 이 소식을 들은 이태하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어. 돈이 또 사고를 쳤구나.

편의점 주인을 하는 송동식. 큰 돈은 벌지 못하지만 착실하게 살던 사람이었어. 하지만, 아주 작은 유혹을 이기지 못했단다. 어떤 학생들이 몇 푼 더 얹어서 돈을 줄 테니 담배를 팔아달라는 것이었단다. 그 학생들은 CCTV가 없는 곳에서 거래를 하자는 제안도 했어.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송동식은 몇 번 거래를 하다 보니 수입이 괜찮았어. 하지만 얼마 못 가 경찰에 걸려서 경찰서 신세를 졌단다. 송동식의 아내는 행복식당 오수자에게 부탁해서 이태하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려고 했어. 하지만 이태하 변호사도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단다. 미성년자에 담배를 파는 것은 국가에서 제정한 국가법이기 때문에 구제가 쉽지 않다고 했단다.

….

이상 1권의 이야기를 간단히 해보았단다. 소설에 나오는 에피소드들이 모두 뉴스 상에서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는 소식이라서 더 무서웠던 것 같구나. 소설을 읽으면서 돈에 대한 경각심을 생겼고, 사람이 돈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구나.

그럼 조만간 2권도 이야기해줄게.

 

PS,

책의 첫 문장: “딸이 어머니에게 소송을 걸었다?”

책의 끝 문장: 김수희가 몸을 일으켰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자기들이 도저히 이를 수 없는 백만장자, 억만장자를 모두 부러워하는 동시에 두려워한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은 그들에게 무의식중에 지배당하고 있다.’
언젠가 읽은 어느 심리학자의 글이었다.
- P81

그런데 교단 끝에서 휙 돌아선 교수가 칠판 빈 데다 쓰기 시작했어. ‘돈은 인간에게 실존인 동시에 부조리다.’ 이렇게 쓴 교수가 돌아서더니 ‘오늘 강의는 끝!’ 하고는 강의실을 나갔어. 다른 것들 것 달리 아무 부연 설명도 없이. 그때 모든 학생들의 시선은 일제히 칠판의 그 짧은 문장에 박혀 있었어. 그 한 줄의 문장은 학생의 질문만큼 도발적이고 신선했거든. 그 처음 듣는 말에 학생들은 묶인 채 침묵은 꽤 오래 계속되었어. 학생들은 돈과 실존과 부조리와의 상관관계를 따지고 파악해 보려고 헤매고 더듬거리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지. 나도 그랬으니까. 그러다가 누군가가 침묵을 깼어. ‘그거 그럴듯하네." 또 누군가가 ‘어렵다, 어려워"하며 일어섰고, 또 어떤 사람은 ‘아이고, 골치 아프다. 실존이든 부조리든’하며 자리를 떴어. -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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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농사를 지으며 사는 사람들에게 짚은 단순한 볏대만이 아니었다. 그건 농경생활을 영위해 가는 데 다양한 쓰임새를 갖는 소중한 재료라는 것을 넘어서서 그 어떤 것보다 청결하고 신성한 뜻을 지닌 대상물로 여겨지기도 했다. 짚은 멍석 망태기 삼태기 새끼맷방석 섬 등속의 농사기구며 생활용품을 만들고, 지붕에 이엉으로 얹고, 신을 엮어 신으며, 땔감으로 썼다. 그런 생활의 긴요한 쓰임새 외에도 짚은 길운을 지키고 액을 물리치며, 저승길의 혼백을 받드는 제구(祭具)이면서, 하늘에 이승의 염원을 실어 비는 매개물로 쓰였다. 보름날을 비롯하여 온갖 액땜을 하는 허수아비가 짚으로 엮어졌고, 3년상이 끝날 때까지 사립 밖에 걸리는 사잣밥 망태기가 짚으로 짜여졌고, 제사를 지낼 때마다 사립 밖에 붓는 물밥의 깔개가 짚이었다. 그리고 집집마다 모아 만든 달집의 짚단에는 또 한해 농사가 가뭄도 홍수도 없이 풍년 들게 해달라는 사람들의 염원이 지푸라기 하나하나에 서려 있었다.


(51)

토지조사사업은 크게 네 가지 목적을 가지고 수행되고 있었다. 첫째, 조선의 전국토를 대상으로 총독부 소유의 땅을 최대한 확보하자는 것이었다. 둘째, 모든 종류의 토지 소유자들을 명백히 하여 세금을 철저하게 징수하자는 것이었다. 셋째, 조선땅 전체를 샅샅이 측량하여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완전히 장악하자는 것이었다. 넷째, 양반계층의 재산을 보호해 줌으로써 식민성 지주로 예속시키는 동시에 친일세력을 대량으로 생산해 내자는 것이었다.


(94-95)

그게 그럴 만한 까닭이 있소. 산이 너무 많은 함경도의 가난한 사람들이 농토를 찾아 청나라의 봉금령을 어기면서 두만강을 건너다닌 것이 벌써 수십년 전부터였소. 밤에 두만강을 건너가 만주땅에 농사를 짓고 새벽이면 돌아오고는 하는 것이오. 그러다가 잡히면 월강죄로 목숨을 부지할 수가 없었소. 허나 배곯는 사람들은 그 죄를 무서워하지 않았소. 사람들은 자꾸 강을 건너갔고, 청나라도 힘이 쇠해지면서 봉금령도 흐지부지되기 시작했소. 그러자 조선사람들은 만주땅으로 파고들어 들이 넓고 물길이 좋은 용정에다 붙박이로 터를 닦게 된 것이오. 실은 이 만주땅이 예전에는 다 우리 땅이었소. 백두산이 가운데 솟아 북쪽으로 산줄기들이 뻗어내린 땅이 만주고, 우리 선조들이 고구려라는 나라로 또 발해라는 나라로 이 만주땅을 다스렸던 것이오.”


(116)

그러나 도를 통하지 못한 탓이었을까. 그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무수하게 반짝이는 초롱초롱한 별들이 다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그 별들이 이 세상 사람들로 느껴지면서 무상감에 빠진 마음은 다시 세속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무상감은 순간이었고 세속으로 열린 마음은 무상의 진리를 잡아먹었다. 피눈물나고 쓰라리고 아픈 나날의 세상살이가 바로 눈앞에 있는데 인생은 무상한 것이라고 가르치며 고개를 돌리라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중생은 외적의 온갖 횡포 아래 죽어가고 피흘리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데 중들이 목탁 치며 색즉시공이요 공즉시색이라고 목청 높여 염불을 왼다고 하여 외적이 물러가고 중생들이 평안해질 리가 없었다. 그건 억지고 눈가림이었다. 태평세월 속에서 편안하게 한평생을 보낸 인생살이는 우주의 수억겁 세월에 견주어 무상하다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흉악한 총칼 앞에 목숨을 내놓은 채 날이면 날마다 짓밞히는 지옥살이를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인생이 어찌 무상일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의 나날은 너무 긴 고통의 유상이요 괴로움의 유상이요 절망의 유상인 것이었다.


(211)

총독부에서는 <역둔토 특별처분령>이라는 것을 공포했던 것이다.

그것은 총독부가 무력을 앞세워 빼앗아 국유지로 편입시켜 버린 조선 사람들의 역토나 둔토를 일본이주민들에게 대여의 우선권을 부여해 주는 특혜법령이었다. 그건 이민정책을 활성화시켜 이민을 많이 오게 하는 조건 마련인 동시에 조선사람들의 생계를 위협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는 소작이나마 얻으려고 굴복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지배술책이었다.


(262)

그러나 공허는 잠시 망설였다. 마음 한구석에 앞을 가로막는 손이 불쑥 나왔던 것이다. 그 손은 다름아닌 부처님의 손이었다. 그는 그 손을 바로 내칠 수가 없어서 숨을 들이켜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어둠 속 저 멀리서 겨울별들이 유난히 또렷또렷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삼천대천 세계로 보자면 사람의 한평생은 색즉시공이요 공즉시색이라, 하나의 물방울이요 한 덩이 뜬구름이니……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온 말이었다. 인연을 맺지 마라, 인연은 괴로운 것이다, 그리운 사람은 만나지 못해서 괴롭고, 원수는 만나서 괴로우니라. 그저 지당할 뿐인 말이었다. 그러나 그런 말대로 하자면 아무 일도 할 필요가 없고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할 이유도 없었다. 그때 또 떠오르는 말이 있었다. 불심은 어디에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에 있다. 그 마음에 따라 금덩이도 돌로 보이고 아무리 미색인 여자도 목석으로만 보이게 된다.


(313)

술이 취하면 누구나 아리랑을 불렀다. 불러도 목놓아 불렀다. 목놓아 부르다보니 가락은 제멋에 겨워 더 늘어지며 슬퍼지고 넌출져 휘감기며 처연해지고, 술에 젖은 가슴은 그 가락을 못 이겨 허물어지며 더 서러워지고 녹아내리며 한스러워져 이어지고 또 이어지는 가락에는 끝내 물기가 묻어나고는 했다. 그들은 통곡을 대신해 그 가락을 목놓아 부르고, 분을 삭이려고 목놓아 부르고, 외로움을 달래려고 목놓아 부르는 것인지도 몰랐다.


(334-335)

국민군단의 창설은 국민회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박용만이 주도한 것이었다. 네브래스카 대학에서 군사학을 전공한 박용만은 2년 전에 하와이로 옮겨와 국민회 기관지 <신한국보>의 주필을 맡으면서 나라를 되찾기 위해서는 무장투쟁을 전개해야 한다는 사실을 역설해 왔다. 국민군단의 창설은 바로 그 무장투쟁론의 첫 단계 실현이었다.

열여덟에서 스물두 살까지로 제한된 국민군단의 신병들은 130명이었다. 그들은 모두 어린 나이에 부모를 따라 하와이로 건너와 자라난 젊은이들이었다. 그리고 군단이 갖춘 장비는 사관용 45구경 단총 39, 장도 10, 목제총 350, 나팔 12, 드럼 7, 미합중국 보병학교 교재 28종 등속이었다.

원래 미국통치령 내부에서는 외국인들의 군사훈련이라 군사활동은 일절 금지되어 있었다. 그러나 하와이 군사령부에서는 국민군단의 창설을 묵인했다. 그건 국민회의 교섭능력만이 아니라 조선인 노동자들이 각 농장에서 발휘하고 있는 노동능력의 영향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에 미국 국무장관 브라이언이 발표한 이례적인 성명서와도 무관하지 않았다.

<조선인은 어느 점에서도 일본인이 아니라고 확신하는 바이다. 따라서 언제나 조선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는 조선인 교포단체와 교섭하여 결과를 해결지을 것이며 일본인의 간여를 허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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