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
빌 슈트 지음, 김은영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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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한 권의 책을 읽고 다음 책은 무엇을 읽을까? 잠시 고민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은 Jiny가 읽고 싶다고 여러 번 이야기를 해서 어떤 책인가 읽어보려고 폈다가 앞 부분에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나와서 읽게 되었단다. 심장이라고 하면 영어도 “heart”라고 하는데, 피를 온 몸으로 펌프질을 보내는 역할적인 측면이 있어서 pump라는 말을 쓰기도 하나 보구나. 이 책의 영어 원제는 <PUMP>란다. 심장이라고 하면 학장 시절에 배웠던 동물별로 심장의 구조가 다른 것이 기억나는구나. 1심방 1심실부터 2심방 2심실까지 다양한 심장의 구조. 사람은 다른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2심방 2심실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배웠던 기억이 아직 남아 있구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아빠가 생물과는 거리를 둔 학과와 직업을 선택했기 때문에 심장에 대한 심도 깊은 글을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구나. 이 책이 아마 처음이 아닐까 싶구나. 잠시라도 심장이 멈춘다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만큼 심장은 우리 신체기관 중에 가장 중요한 기관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구나. 그렇게 소중한 심장에 대한 책이다 보니, 지식 축적의 목적으로 읽고 싶어서 책을 구입했었어. 하지만 방구석 한쪽에 쌓인 책탑에 무심하게 자리를 차지고 있었는데, Jiny가 읽어 보고 싶다고 해서 아빠도 그제서야 이 책을 들쳐보게 된 거야. 지은이라는 빌 슈트라고 하는 동물학자라더구나.

동물학자이다 보니, 심장의 관한 모든 것을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의 심장보다 동물들의 심장에 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한 것 같구나. 아빠가 이 책에 관심을 끌게 한 책의 앞부분에 나온 이야기도 다름 아닌 고래의 심장에 관한 이야기란다. 좀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흰수염고래의 심장 이야기인데, 흰수염고래의 심장은 세상에서 가장 큰 심장이라고 하는구나. 심장이 가장 크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자신의 몸집에 비해서는 작은 편이라고 하는구나. 흰수염고래의 심장은 전체 몸의 0.3% 크기밖에 안 된데. 다른 동물들이 보통 자신의 몸의 0.6%의 크기의 심장을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 작다고 하네.

조류들은 자신의 몸에 비해 심장을 가지고 있는데, 그건 빠른 시간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동물들마다 평균 심박수도 다르다고 하는데, 벌새의 경우는 분당 1260회를, 뒤지는 분당 1320회의 심박수를 가지고 있다는구나. 저렇게 빨리 뛰는데 심장이 제대로 동작을 한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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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48)

이렇게 작은 동물들이 조증환자 같은 행동을 유지하려면 세포에 극단적으로 많은 에너지와 산소를 공급해야 한다. 그만큼의 에너지와 산소를 공급하려면 심박수를 늘려서 혈액을 더 자주 펌프질해 산소와 영양분을 신체의 각 부위로 보내주어야 한다. 그 결과 이런 동물들의 심박수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높다. 벌새의 심박수는 분당 1260회에 달하고 뒤쥐는 척추동물 중에서 최고에 속하는 분당 1320회에 이른다. 대략 35세 인간의 최고 심박수의 일곱 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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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은 심장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진화되어 왔는지 이야기를 해준다. 심장이라는 것은 순환기관이라고 한단다. 피와 영양분들을 온 몸에 전달해 주니까 말이야. 그런데 모든 동물이 심장이 있을 필요는 없어. 단세포 생물이나 미생물들은 심장이 없으니 말이야. 그 동물들은 다른 방법으로 영양분을 전달할 수 있으니까 팔이야. 투구게라는 동물이 있는데 4 4500만 년 전에 살던 동물인데 신기하게도 요즘도 아직 멸종되지 않고 살아가고들 있단다.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부르면서 푸른 피를 가지고 있는 쿠구게의 심장은 심장 진화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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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하지만 투구게는 회복력이 뛰어나다. 가장 오래된 쿠구게의 화석기록은 4 450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는 최초의 공룡 출현보다 대략 2억 년이나 빠른 시기다. 투구게는 삼엽충을 포함해 한 때 번성했던 절지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으며, 아마도 가장 유명한 고대 무척추동물일 것이다. 투구게만큼 지구상에서 오래 존재해온 동물을 찾기는 매우 힘들다. 그래서 이들을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부르는 데 누구도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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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심장 구조를 가진 동물들도 이야기를 해주었어. 심장이 세 개인 오징어가 있다는구나.

심장이 멈추면 이내 죽고 마는데, 잠시 심장을 멈추었다가 나중에 다시 뛰는 동물들도 있다는구나. 그래서 이름을 송장개구리라고 하는 것 같은데, 송장개구리는 날씨가 추워지면 심장이 멈추었다가 따뜻해지면 다시 심장이 뛰어 살아난다고 하는구나. 이런 동물들이 있어서 SF소설들에게 인간이 냉동으로 보관했다가 다시 몸이 녹으면 살아나는 설정이 많이 나오는 것 같구나. 송장개구리처럼 완전히 멈추지는 않지만,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 중에는 심장 박동수를 급격히 줄여서 딱 필요한 영양분과 산소만 온몸으로 보내면서 겨울을 난다고 하는구나. , 사람도 이렇게 심장 박동수를 임의로 조절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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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박쥐를 비롯해 동면하는 동물들은 겨울철에 산소와 영양분을 덜 필요로 한다. 따라서 온도 외에도 위와 같은 대사율 하락은 동면의 중요한 특징이다. 동면하는 곰의 심박수가 급격하게 떨어지듯이, 평소에 분당 500~700회까지 올라가는 박쥐의 심박수도 동면 기간에는 분당 20회까지 떨어진다. 이 기간에는, 추위에 또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박쥐도 혈액을 사지로 보내지 않고 몸의 핵심부로 보내 가장 중요한 장기를 보호하고 온도를 유지한다. 추위에 떠는 사람과 동면하는 동물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동면하는 동물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동면하는 동물의 심장은 저온저산소 조건에서도 세동을 일으키지 않고 정상적으로 가능하도록 진화했다는 점이다. 세동은 심장근육 섬유가 불규칙으로, 동기화되지 않고 수축을 일으키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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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여러 동물들의 다양한 심장에 대해서 이야기를 마무리를 하고, 이제 심장에 대한 연구와 의학적인 측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심장에 병에 생기면 불치병인 경우가 많단다. 물론 다른 사람의 심장을 이식하게 되면 좋겠지만 한 개뿐인 다른 사람의 심장을 이식할 수 있는 기회는 극히 드물단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의사들은 동물의 심장으로 대체하려는 노력들을 많이 했어. 1984년 개코원숭이의 심장을 심장병 걸린 아기에게 이식을 했었는데, 혈액형을 제대로 체크하지 못해서 아이는 금방 죽었다고 하는구나.

혈액형을 맞추었다고 해도 오래 살지는 못했을 거야. 이종 간의 신체 기관 이식 수술은 쉽지 않은 걸로 알고 있어. 하지만 이종간의 연구는 지속적으로 해왔고, 최근에는 사람의 심장과 크기가 비슷하고 유전자적으로 비슷한 돼지의 심장을 이식하는 것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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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돼지의 심장은 크기나 해부학적 구조, 기능에 있어서 인간의 심장과 매우 비슷하다. 암퇘지는 한배에 여러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는 점도 중요했다. 조직부적합성이라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이 문제는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실험용 돼지의 장기가 사람의 면역계에 의해 거부당하는 사태를 막아줄 뿐만 아니라, 돼지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PERV)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유전자 시퀀스를 제거할 수도 있다. PERV는 사람에게도 감염될 수 있기에 이는 매우 중요한 진보다. 최근 들어 연구자들이 이렇게 유전자를 재조합한 돼지의 장기를 인간이 아닌 영장류에게 이식하기 시작했고, 2021년 이후에는 임상 전 연구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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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에 대한 연구는 고대 시대부터 꾸준하게 이어졌어. 히포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갈레노스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어. 그렇게 이어지던 연구는 기독교의 영향으로 해부금지령이 내려지면서 심장 연구에도 암흑기가 이어졌다는구나. 그랬다가 1600년대에 와서야 해부금지령이 해제되었다고 하는구나. 심장의 역할이 피를 통해서 산소와 영양분을 온몸으로 옮기는 것이다 보니, 수혈의 역사도 이야기를 해주었어. 오래 전에 피가 부족하게 되면 피 대신 포도주나 우유 또는 다른 동물의 피를 정맥에 넣는 시도도 했었대. 물론 실패를 했겠지. 다른 사람의 피를 수혈하는 시도도 했지만 ABO식 혈액형이 알려지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하는구나.

….

시간이 흐르면서 심장 연구도 계속 발전을 했는데 청진기가 발명되어 심장 소리를 듣고 병을 진단하는 하게 된 이야기부터 인공 심장 이식을 받은 최신 의료 기술까지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아빠가 너희들에게 그걸 제대로 전달할 능력이 안되어 패스해야겠구나. 이야기 하나를 해 줄 것이 있다면 건강한 심장을 위해 먹어야 할 것들을 책에 나온 것을 그대로 발췌해서 이야기를 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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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315)

육류 소비도 증가하고 있다. 세계 전체의 육류 소비량은 지난 50년 사이에 네 배가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점령하의 노르웨이를 중심으로 순환계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을 비교한 주목할 만한 연구가 있다. 전쟁으로 인해 스트레스는 크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1942년부터 1945년 사이에 노르웨이에서는 심장 관련 질병으로 사망한 환자는 20퍼센트가 감소했다. 왜 그랬을까? 가축을 모조리 독일군에게 징발당하여 육류나 계란, 유제품을 먹을 수 없었던 노르웨이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채소, 곡류, 과일 같이 저지방 식품으로 연명해야만 했다. 그 결과 심장질환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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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으로 대략 이 책에 나온 이야기들을 몇몇 적어 보았단다. 책의 앞부분은 재미있는 소재로 흥미롭게 시작하여 쉽게 읽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가졌지만, 전문 용어가 나오고 하니 읽기 그리 쉽지는 않았단다. 지금의 너희들에게도 추천하기 조금 조심스럽더구나. 좀더 큰 다음에 읽어볼 것을 추천하마.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2014 4월 중순, 캐나다 뉴펀들랜드주의 작은 어촌 트라우트 리버에서 눈썰미 좋은 한 주민이 세인트로렌스만 쪽을 무심코 바라보다가 뭔가 특별한 것을 발견했다.

책의 끝 문장: 다른 사람들에게는 내가 아무리 괴짜로 보이더라도 말이다.


방실판막은 심방에서 심실로 들어가는 혈액을 조절하지만, 동시에 심실이 수축해서 온몸으로 혈액이 심방으로 역류하지 않도록 막아준다. 혈액의 역류를 방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질긴 섬유인 힘줄끈(건삭)을 흰김수염고래의 심장에서 열 줄 이상 볼 수 있다. 진짜 끈처럼 생겨서 심금이라고도 부르는 이 끈의 주요 성분은 콜라겐이라고 하는 구조단백질이다. 힘줄끈의 한쪽 끝은 심실 바닥에 튼튼하게 박혀 있고 반대편 끝은 판막첨판에 붙어 있어서, 심실이 수축할 때 판막첨판이 심방까지 밀려들어가지 못하게 막는다. 심방과 심실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 P39

헤모글로빈은 철을 함유하고 있어, 산소가 철과 결합한다. 또 헤모시아닌과는 달리, 헤모글로빈은 혈액 안을 자유로이 떠다니지 않는다. 헤모글로빈은 적혈구라는 세포에 의해 운반되는데, 적혈구의 수명은 대략 4개월이다. 또한 헤모글로빈의 중요한 구성 성분은 구리가 아니라 철이기 때문에, 혈액은 산화되어도 파란색을 띠지 않는다. 산소와 결합하는 분자의 색깔 변화는 우리 환경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경계나 출입제한을 표시하기 위해 설치된 철조망이 공기 중의 산소와 결합하면 붉게 녹이 스는 것이 바로 그런 경우다. - P85

다윈이 사망한 이후 140년의 세월 동안 여러 연구자들이 이 위대한 과학자의 죽음의 원인을 가려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이 진단 내린 병명에는 불안장애의 일종인 광장공포증, 브루셀라증이라 불리는 박테리아 감염증, 만성 비소중독, 만성 불안증후군, 심각한 수준의 만성 신경쇠약, 만성 장 질환인 크론병, 주기성 구토 증후군, 우울증, 극도의 심기증, 위궤양, 통풍, 유당 불내증, 내이의 장애로 발생하는 메니에르병, 공황장애, 미토콘드리아성 뇌근육병증, 젖산산증, 뇌봉중양증상, 모계유전의 신경근계 이상, 정신신체증 피부질환 그리고 동성애 억제 등이 있다. - P252

이러한 새로운 사실이 알려지자 여성의 패션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길고 치렁치렁하게 끌리던 치마는 집 안까지 박테리아를 몰고 들어온다는 이유로 더 이상 입지 않았으며, 코르셋은 혈행을 막는다는 이유로 판매량이 급감했다. 복잡한 속옷 역시 결핵의 증상을 더욱 악화시킨다고 여기기 시작했다. 남성들의 스타일도 영향을 받았다. 구레나룻이든 턱수염이든 병균이 꼬인다고 생각해서 인기가 시들어졌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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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대통령 각하. 각하께서는 과학자라는 인종을 잘 모르시는군요. 우리는 특별한 욕심에 사로잡힌 인간입니다. 우리의 본능적인 욕망이란, 지적 욕구입니다. 그 강력함은 보통 사람들에게 식욕이나 성욕과도 같거나 그 이상입니다. 우리에게는 날 때부터 무언가를 알고 싶다는 욕망이 있습니다.”

 

(414)

저는 위험에 대해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은 환경의 문제를 극복하고 건전한 시민 생활을 보냅니다. 혹자는 내면의 분노를 훌륭히 승화시켜서 사회적인 성공을 거두는 사람도 있겠지요. 하지만 외부 세계에 대한 분노가 날 때부터 가진 폭력 성향과 연결되어 흉악 범죄자로 치닫는 사람도 나타납니다. 자신의 직장에서 총을 난사하는 그런 패거리 말입니다. 그들은 자기 자신과 세계를 없애 버리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지금 네메시스 작전이 누스의 마음에 공포와 불안, 그리고 분노를 심고 그의 자존심을 파괴하려 하고 있습니다. 너는 이 세계에서 미움받는 존재라고 각인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작전을 진행하면 누스는 고도의 지성을 그대로 혼이 황혜화되겠지요.”

 

(462)

군산 복합체의 중심에 있다 보면 지배 논리란 것이 굉장히 단순하다는 사실에 놀라고는 했다. ‘공포였다. 전쟁으로 돈을 벌고 싶은 정책 결정자는 다른 나라의 위협을 과장하여 국민에게 크게 퍼뜨리기만 하면 됐다. 판단의 근거를 국가 기밀이란 벽으로 감춰 버리면 매스컴도 확인 없이 이 위협론에 올라탔다. 그저 그것만으로 막대한 자금이 세금에서 국방 예산으로 흘러들어 군수 기업 경영자들에게 갈 대가가 순식간에 뛰어올랐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심어진 공포는 국경 밖으로 전파되어 다른 나라도 미국을 따라서 군사 예산을 늘렸다. 이런 국가 간의 긴장은 의심 때문에 현실에 비해 훨씬 고조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진짜 전쟁으로 이어져 특정인만 이득을 얻는 무한한 금맥이 형성됐다. 게다가 위정자로서는 외적을 만들면 덤으로 지지율도 오른다는 이익이 생겼다.

 

(474)

이웃과 친하게 지내기보다 세계 평화를 외치는 게 더 간단하지. 알겠나, 전쟁이라는 것은 형태만 바꾸었을 뿐 서로 잡아먹는 건 똑같네. 그리고 인간은 지성을 써서 서로 잡아먹으려는 본능은 은폐하려 하네. 정치, 종교, 이데올로기, 애국심 같은 핑계를 주물럭대고 있지. 하지만 저 밑에 깔려 있는 것은 짐승하고 똑 같은 욕구일세. 영토를 둘러싸고 인간이 서로 죽이는 것과 자기 영역을 침범당한 침팬지가 미쳐 날뛰며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 어디가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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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 2024년 봄호 - 통권 185호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 녹색평론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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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녹색평론 2024년 봄 호, 185호를 읽었단다. 얼마 전에 또 한 번의 선거가 끝이 났단다. 야당의 압승으로 끝이 났지만, 보기 싫은 얼굴들이 대거 당선이 되어 이겨도 이긴 것 같지 않은 기분이 들더구나. 얼마 전에 Jiny가 학교 숙제라면서 현대 민주정치의 개선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 물어봤잖아. 쉽지 않은 숙제로구나. Jiny는 먼저 다수결로 결정되다 보니 소수의견이 무시되는 문제점을 이야기했잖아. 참 좋은 지적인 것 같았어. 우리나라는 대의 민주주의로 선거에 뽑힌 사람들이 국민을 대신 정책을 결정하는데 그 사람들이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점도 있단다.

그리고 임기가 있는 선출직이다 보니, 오랜 시간이 필요한 중요한 국가 정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문제점도 있어. 단기간에 성과를 내어 다음 선거에서 이기려고 하는 그런 정책들만 내놓고 있지. 현대 민주 정치의 문제점들이 많지만, 선출직 대의 민주주의는 국민을 제대로 대표하지 못한다는 것이 큰 문제점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 그래서 녹색평론에서도 늘 이야기하지만, 국민 숙의제도라든가, 정책의 최종 결정을 시민이 할 수 있는 시민 의회제도, 아니면 아예 추첨제로 국회의원을 뽑는 제도도 소개해주었었단다. 우리나라 현실 정치에 끼어들기 쉽지 않은 제도들인 것 같아. 이번 녹색평론에서도 선거를 앞두고 우리의 노력에 의해서만 민주주의를 얻을 수 있다면서 선거에 동참하자는 글을 실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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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다가오는 선거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차악(次惡)을 선택할 것인가, 소신껏 투표를 해야 할 것인가, 혹은 냉소적 무관심으로 정치인들에 대한 불만을 표출해야 할 것인가를 두고 갈등해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투표 용지 바깥으로도 눈을 돌려보자. 제약이 많이 여건 아래에서도 창조적으로 자율적 상호부조의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자립적 자치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극복하기 어려워 보이는 문제들도 민중(demos) 가운데에 나오는 힘(kratos)이 있다면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인간다운 세상은 우리 각자의 용기 있는 선택으로 열릴 수 있다는 것을 믿어보자. 그리고 자치(自治), 즉 민주주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서만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다만 이것은 4년에 하루에 끝나는 일이 아니다. 매일 같이 내 삶 속에서 실천해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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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빠는 이제 진짜로 AI 시대로 들어선 것 같은 기분이 든단다. ChatGTP를 필두로 여러 AI 프로그램이 등장하고, AI가 그림 그림, 사진, 영상, 소설 등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영역들을 침범하고 있다는 게 실감이 간단다. AI가 인간 세계에 마냥 도움만 주는 것이 아니라, 이런 저런 이유로 오히려 인간 세계에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하고 있단다. 그리고 AI의 발전은 기후 위기에 닥친 지구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단다. AI를 발전하게 되면 지금보다 더 많은 데이터 센터가 세워질 텐데, 데이터 센터는 많은 양의 전기를 먹을 뿐만 아니라, 많은 양의 열을 내뿜게 된단다. 데이터 센터의 세울 때 가장 고심하는 것이 어떻게 열을 내리느냐이거든. AI를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전기에너지가 필요할 테고, 그 전기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서 발전소를 만들 텐데, 쉽게 생각하는 것이 원자력 발전소라는구나. 그래서 원자력 발전소 관련 주식이 오르고 있다는 씁쓸한 소식도 들었어. 이번 녹색평론에서는 인공지능에 대해 많은 꼭지를 다루고 있는데, 이런 전기에너지 급증에 대항 우려도 이야기를 해주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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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8)

언론은 2024 1월 다보스포럼에서 인공지능으로 인해 생길 에너지 부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보도했다. 인공지능이 생각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쓸 것이므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핵융합에너지 기술의 개발과 원자력발전소의 추가 건립이 구체적인 대안으로 제시되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 2027년 인공지능이 연간 사용할 전력량이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스웨덴 같은 국가들이 각각 1년간 소비할 전력량과 비슷하다고 추정했다. 다보스포럼에서 한 기업가는 인공지능이 활성화되면 데이터센터 등 컴퓨터 전력 수요가 늘어나고, 전기사용량이 2050년쯤엔 지금의 1,000배가 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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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가장 큰 우려는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긴다는 점이란다. 아무래도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살다 보니 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겠구나. 너희들이 어른이 되어 직업을 선택할 때는 인공지능의 영향으로 직업군이 많이 바뀌어 있을 수도 있겠구나. 인공지능이 사람의 직업군을 너무 침범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판사라는 직업은 인공지능으로 대체했으면 좋겠구나. 너무 주관적으로 치우친 판결을 너무 많이 하셔서 국민들을 열 받게 하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야.

, 그런데 지구를 죽이면서까지 A/I가 필요한 것인지 잘 모르겠더구나.


2.

손주화, 윤현식, 황종규, 하승수 이렇게 네 분이 정치 개혁은 주민자치로부터라는 대담이 실려 있는데, 하시는 말씀들이 좋았단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정치인들이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지방소멸과 지방자치에 대해 좋은 의견들을 내놓으셨단다. 지방 소멸을 해결하겠다고, 지방을 서울처럼 만들려는 정책은 잘못되었다고 했어. 참석자의 말씀대로 지방이 서울처럼 되길 기다리는 것보다 서울로 이사하는 것이 빠르니까 말이야. 물론 집값 걱정이 있긴 하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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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윤현식) 현 정치구조 아래에선 지방소멸을 막겠다는 정책 자체가 지방소멸을 가속화하게 돼 있습니다. ‘잘산다는 모델이 서울이고, 정책의 방향이 서울을 따라잡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전국정당이 대중에게 내놓는 정책의 모델은 서울입니다. 그런데 지방에서 사는 사람이 자기 동네가 서울처럼 되길 기다리는 게 빠를까요, 그냥 서울로 이주하는 게 나을까요? 지방은 서울을 모델로 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정치인들의 집권을 위한 장단에 놀아나는 것밖에 안됩니다. 그러니까 서울과는 다른 삶을 살아보자고 주장하는 정치세력이 중앙에서는 나올 수 없어요. 군소정당도 전국적 지지에 갈급하니까 거시적인 얘기를 할 수밖에 없죠. 미시적인 의제는 들어설 자리가 없어집니다. 그렇지만 다른 얘기가 안 나오는 한 이 구조를 어떻게 바꾸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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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양대 정당 체제하에서는 지방소멸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무척 어렵다고 했어. 지방의 작은 생활권 단위의 정치를 복원해야 한도 했단다. 주민자치를 입법화하여 직접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했어. 이번 독서 편지의 서두에서 이야기했던 우리나라 현대 민주정치의 문제점과 맥을 같이 하는데, 주민자치가 살아나야 좀더 직접민주정치를 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지방을 살릴 수 있다고 했단다. 우리나라 국민성으로 자체적으로 만들어진 주민자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좀 들긴 했단다. 너무 이상적인 의견인 것 같기도 했단다. 우선 실천을 해 나가면서 이상과 현실을 좁혀야 하지 않나,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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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황종규) 그건 관이 파트너를 선택하기 때문이에요. 지역정당, 자치 그리고 시민적 실천, 이런 것들이 지금 굉장히 힘든 상황인 건 틀림없어요. 그러나 양대 정당의 정치적 독점 문제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건 아니죠. 세계 어디에서든 대의제는 주민들의 생활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삼을 방법도 없고, 원래 그런 제도가 아니에요. 우리가 대의제에 그걸 기대하는 건 무리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사회적 위기, 질곡을 해결하려면 작은 생활권 단위의 정치를 복원해야 하는 것입니다. 핵심은 생활권 단위 당사자로서의 주민들이 정치의 주체가 되어야 하고, 그것을 위해 주민자치를 입법화하는 일부터 해야 합니다. 우리는 주민이 정치에 참여해야 하고 주민자치를 진짜 지방자치라고 말은 하지만, 법에 주민의 자치권이 명시되어 있지 않거든요. 자치권을 갑고 있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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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이외에도 지방자치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실었단다. 그런 이야기 중에 바닷가 모래밭의 오사용에 대한 예를 들면서, 국민들이 좀더 정치에 참여하면 그런 오사용을 방지할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를 해 주었단다. 아빠는 바닷가의 모래밭이 그렇게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단다. 무슨 말이냐면 바닷가 모래밭은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것인데, 특정 개인에게 상업 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허가해 주고 있다는 거야. 그 개인의 땅도 아닌데 말이야.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아마 많은 사람들이 아빠처럼 바닷가 모래밭에 세워진 상업시설들이 많은 사람들이 공유해야 할 땅을 특정인이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야. 그걸 많은 사람들이 알고 또 그것을 부당하다고 생각하게 되면, 지차체에서도 쉽게 허가를 내주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한단다. 아는 것이 힘. 지금이라도 관련 지차체에서는 아름다움 모래밭을 되찾기 위한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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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82)

바닷가 모래밭은 누구의 것인가? 모두의 것이다. 환경주의의 과격한 주장이 아니라 법에서 바닷가 모래밭은 공유수면이고, 모두의 것이라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두의 것인 바닷가 모래밭을 특정인이 상업적인 목적으로 독점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온당하지 않다. 우리에게는 누구나 바닷가 모래밭을 누릴 자유와 권리가 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그것을 빼앗기고 있었다. 우리 모두의 것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함께 바닷가 모래밭을 지켜야 한다. 바닷가 모래밭을 지키기 위해서 소송을 하고 시위를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바닷가 모래밭이 모두의 것이라는 것을 알고, 그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바닷가 모래밭을 누군가가 독점하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부당하다고 느낀다면, 모래밭을 특정인이 독점하는 방식의 상업행위는 확산되기 어려워진다. 지차체들도 허가를 내주는 것을 주저하게 될 것이다. 나도 이번에 양양에 직접 가보지 않았다면 바닷가 모래밭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바닷가 모래밭을 빼앗기도 나서야 그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그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지키기 위해 이 문제를 널리 알리고 싶었다. 우리 모두가 함께 바닷가 모래밭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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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녹색평론에서 서너 권의 책 서평을 실어주는데, 이번 호에서는 여섯 권을 소개해 주었단다. 그 중에 아빠는 라리사 짐버로프의 <음식의 미래>와 김해자 님의 <니들의 시간>이라는 책을 읽어보고 싶더구나. 라리사 짐버로프의 <음식의 미래>는 책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먹거리에 관한 책이란다. 먹는 것이 곧 우리의 몸이 되니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있겠니. 그러면 어떻게 먹어야 할까를 이야기하고, 음식 쓰레기에 대해 대처하면서 지구도 구할 수 있는 방법도 제시되어 있다고 했어. 지구를 걱정하면서도 먹거리에 신경 쓰는 사람들이 있다면 읽어볼 만 책인 것 같았어.

김해자 님의 <니들의 시간>은 시집이란다. 아빠가 지난 녹색평론 184호에 실린 김해자 님의 <삼십년 후, 소년 소녀에게>라는 시를 너희들에게 소개해 준 적이 있었잖니. 그 시도 시집 <니들의 시간>에 실려 있다고 하는구나. 그 밖에 시의 언어로 사회를 비판하는 작품들이 많이 실려 있는 것 같았어. 아빠가 시를 많이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시집은 한번 읽어보고 싶더구나. 그래서 리스트에 올려 놓았단다.

이상 녹색평론 2024년 봄 호, 185호의 이야기를 간단히 해보았다. 약간 아쉬운 이번 총선의 결과였지만, 국민의 뜻은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단다. 그렇게 충분히 보여주었는데, 과연 그 분은 국민의 뜻을 제대로 볼까? 아니면 지금처럼 해온 것처럼 철저히 외면할까? 총선 이후 몇몇 언론에 비친 모습과 인선을 보니 변하지 않을 것 같구나. 아직도 3년도 더 남았구나. 너무 길다.


PS,

책의 첫 문장: 인공지능(AI)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이다.

책의 끝 문장: 그래야 정치적 승리도 사회경제적 발전도 이룰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에는 에너지가 끝없이 요구된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보를 전송하고 보관하고 처리하는 기반시설은 지금껏 인류가 볼 수 없었던 엄청난 규모의 기계인데 지금도 시시각각 빠른 속도로 비대해지고 있다. 2025년이 되면 데이터 처리를 위한 설비가 잡아먹는 전력이 전 세계 전력 소비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거기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세계 전체 배출량의 5%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사실이 있다. 미국 환경사회학자 리처드 요크에 따르면, 재생에너지원들이 늘어나서 예전보다 전체 에너지 생산에서 비중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로 인해 화석연로 소비가 줄어들고 있지는 않다. 생산되고 있는 에너지 총량이 확대되고 있을 뿐이다. 2023년에 전 세계 석유 수요는 역사상 최대치에 이르렀고, 인구 1인당 전력 소비량도 정점을 찍었다. (모든 에너지원으로부터의) 에너지 소비는 꾸준하게 해마다 1~2% 증가하고 있다. - P6

기술과 법에 의존하는 태도는 오히려 다양한 우회로와 부작용을 만들어낼 뿐,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간 인지능력은 기술과 달리 거의 진화하지 않는다. 심리학자 애덤 그랜트는 <싱크 어게인>에서 "대상이 물건일 때 사람들은 열정을 다해 업데이트하지만 대상이 지식이나 견해일 때는 기존 것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인간이 개발한 도구는 인간지능을 넘어설 정도로 똑똑하고 강력해졌지만 인간은 그 똑똑한 도구에 압도당할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사람은 살아가는 ‘양복 입은 구석기인’으로 불린다. 하버드대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인류의 진짜 문제는 인간 정서는 구석기 시대에, 제도는 중세에 머물러 있는데 기술은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 P20

디스토피아는 ‘인공지능 대 인간’의 전쟁이 벌어지는 미래가 아니라, 권력을 흡수한 거대기업이 인공지능을 내세워 시민(노동자)을 일터에서 내쫓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현재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가장 먼저 뿌리쳐야 할 것은, 인공지능이 인간 이상의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현대판 애니미즘’ 신앙이다. 김진석에게서도 얼핏 볼 수 있었던 이런 신앙의 문제점은 인간의 문제를 인간의 가치(인문적)로 푸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항상 해결책이라는 기술우월주의의 품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그럴수록 인간은 점점 인공지능의 볼모가 된다. - P40

경기 수도권은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시한폭탄 같다. 재정자립도가 높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돌이킬 수 없이 망가져가는 지역의 생태환경을 우회적으로 증거하는 척도이다. 개발수익이 나면 그 개발수익 전체를 다시 자연을 정화하고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일에 쏟아부어도 제로포인트에 근접하지 못할 지경인데, 그 수입을 또다른 개발을 위한 개발에 투자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현실을 직시한다면 지역의 정치인들이나 단체장들은 인사말을 이렇게 열어야 할 것이다-플라스틱 사용을 줄입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줄이고 친환경농법 예산을 늘립시다, 일정량의 탄소배출 업체는 앞으로 우리 지역에 발 디딜 수 없도록 합시다, 지금 당장 실천하지 않으면 우리들의 미래는 없습니다. - P108

우리가 질문해야 할 것은 이것이다. 과연 기업이 주도하는 데이터 기반 스마트농업은 이미 지속 불가능하다고 판정된 현행 농식품체계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동화와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농기계를 사용하는 정밀농업은 에너지와 투입재 사용을 줄이면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가? 더 많은 실증적 연구와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사례들을 통해 도출되는 답은 ‘아니요’에 가깝다.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 투입재에 대한 농민의 의존성을 높이고, 농민의 권리와 자율성을 침해할 공산이 크고, 에너지와 투입재 사용을 줄인다는 증거도 불충분하다. 여기에 더해, 농업분야의 금융화화 농민의 부채, 농민과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탈숙련화를 가져오고, 이들에 대한 착취, 감시가 확대되는 등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 P154

첫째는 음식물 ‘업사이클링’이다. 전 세계 식량 생산량은 인구에 비해 모자라지 않는다. 그런데 어마어마한 양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이 문제다. 맛과 영양에 문제가 없지만 크기와 모양이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농장에서 그냥 썩어가는 작물의 양이 상당하다. 슈퍼마켓의 냉장고에 있다가 버려지는 음식들은 가공과 유통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폐기할 때도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옛날 분들은 "음식 남기면 천벌 받는다"고 하셨다. 이제 이 말은 은유가 아니라 사실이다. 인류가 버리는 음식들로 기후변화와 생태재난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것을 천벌이라고 한다면 받아 마땅한 천벌이다. 멀쩡한 음식을 버리지 않고 잘 활용할 수 있는 생산과 유통 기술을 더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런 시스템이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가장 먼저 연구해야 한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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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8)

남로당이 불법화되자 그때부터 서청의 민중 탄압은 더욱 포악해졌다. 이 무렵에 많은 서청 단원들이 경찰로 특채되었고 제주경찰서 서장도 서청 출신이 되었다. 그야말로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었다. 한라산에 백두산 호랑이가 왔노라! 공포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고조되었다. 단순한 두려움이 아니라 무시무시한 공포였다. 구타가 일상화되어 한번 걸려들면 언제 끝날지 모를 고문과 구타를 견뎌야 했다. 남로당의 민애청 소속 청년들은 지하로 더욱 깊이 숨어들 수밖에 없었다. 민애청에 속하지 않은 청년들도 잡히면 민애청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가 어려워 무조건 도피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사상이 있든 없든, 뭔가 한 일이 있든 없든 간에 잡히기만 하면 무조건 개 패듯이 했다.  


(41-42)

미군정은 서청에 이어 도내 우익 청년 단체도 경찰 보조 인력으로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10월 말경에 미군방첩대의 지휘 아래 몇 개의 군소 우익단체를 합친 단일조직체 대동청년단(대청)이 결성되었다. 그동안 여론에 밀려 좌익이 붙인 삐라를 떼고 그 위에 자기네 삐라를 덧붙이는 따위의 소극적인 활동밖에 할 수 없었던 그들이 아연 활기를 띠며 수배당한 청년들이 지하로 잠적하여 생긴 빈 공간을 차지하려 달려들었다. 서청과 마찬가지로 경찰을 도와 피의자 검거에 나서는 무서운 존대로 변신한 것이었다. 우익 학생 조직인 학생연명(학련)의 활동도 활발해졌다. 그들은 세를 불리려고 시국 강연회, 삐라와 포스터 살포 활동을 맹렬히 벌여나갔다. 이제 법을 쥔 자는 우리다! 우리가 법이다! 우리 말이 법이다! 우리가 빨갱이라고 하면 빨갱이다!


(42-43)

그렇게 공포에 짓눌린 가운데서도 단독선거 반대를 내건 2.7사건이 터졌다. 설마설마하던 남조선만의 단독 선거 책동이 1월 중순이 되자 바로 눈앞의 현실로 나타났는데, 5 10일 이전에 남쪽만의 선거를 치른다고 했다. 지난 삼년 동안 온 나라 백성이 갈구해온 통일국가의 꿈에 대한 공식적인 전면 부정이었다. 온 천지가 분노와 탄식의 목소리로 들끓었다. 남로당과 민전이 2 7일을 기해 전국적 총파업을 일으키고 김구와 김규식 등 우익 세력이 이에 적극 호응함으로써 단독선거 반대의 함성이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로 터져나왔다. 공장 노동자, 부두 노동자 들이 파업을 단행했고, 전기 노동자는 송전을 중단했고, 철도 노동자는 철도 운행을 중지했고, 통신 노동자는 통신을 두절시켰다. 수많은 학생, 농민, 노동자들이 가두시위에 나섰고 경찰지서들이 공격당했다.


(68-69)

, 여러분, 이제 울음을 멈춥시다! 언제까지 우리가 울기만 할 겁니까? 언제까지 우리가 매 맞기만 할 겁니까? 저놈들은 용철이처럼 우리도 매를 때려 죽일 거우다. 저놈들한테 매 맞아 죽을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앉은 채 매 맞아 죽을 순 없지 않습니까? 우리 일어납시다. 일어나서 싸웁시다. 싸웁시다! 복수합시다! 여러분, 저 악독한 서청 강도들을 이 땅에서 몰아냅시다! 여기는 우리 땅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이 땅을 저 침략자들이 짓밟고 있습니다. 저 육지 놈들이, 저 육지 경찰 놈들이, 저 서청 놈들이 이 땅을 짓밟고 있습니다. 침략자들을 물리칩시다!”


(86)

미군정이 딘 소장을 둘러싼 최고 수뇌부가 항공편으로 날아들어 비밀회의를 열었는데, 딘 소장을 대변한 경무부장 조병옥이 화평 정책을 내세운 김익렬 연대장을 공산주의자라고 매도하면서 무섭게 몰아붙였다. 김익렬이 모처럼 얻어낸 산부대와의 약속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미군정 당국에 의해 파기되었다. 정책은 화평이 아닌 강경 무력 진압으로 급선회했다. 남쪽만의 단독선거인 5.10선거가 코앞으로 닥쳐왔으므로 그전에 군대를 투입해 저항 세력을 속전속결로 진압해버리자는 것이 미군정의 의도였다. 순식간에 경비대의 대이동이 이루어졌다. 온건파 김익렬이 해임되었고, 9연대도 일부만 남기고 육지부로 전출시키고 수원에 있던 11연대를 불러들였다.


(87)

갑자기 교체된 11연대는 9연대와 달리 일본군이 쓰던 99식 장총 대신에 미제 카빈총으로 무장하고 군비 일체를 미제로 일신했다. 박격포, 로켓포 등 중화기도 들어왔다. 일본군 출신 중령 박진경이 연대장이었다. 그 무렵 경비대에서는 그때까지 주도권을 잡고 있던 민족주의 세력이 제거되고 그 자리를 일본군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박진경은 북소학교 운동장에 박격포와 로켓포를 진열하고 사살한 시체들을 관덕정 마당에 늘어놓아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 다음, 수많은 사람들을 연행해 포로수용소에 수감했다.


(95-96)

조천리 사람들은 목장에 도착한 즉시 이슬 젖은 풀밭에 선 채로 얼마 동안 집회를 가졌다. 조천리와 와흘리 산부대 청년들 몇 명이 번갈아가며 연설을 했다. 저놈들은 우리를 반역자라고 하는데, 왜 우리가 반역자인가? 우리는 미군정에 반대하는 것이지 민족에 반역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통일 정부를 세우자는 주장이 애국이지 왜 반역인가? 오히려 단독정부를 지지하여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 반역 행위다. 이 나라의 허리를 잘라서는 안 된다, 국방경비대는 우리 편이니 곧 해결이 날 것이다 하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들이 지금 하는 행동이 과연 잘하는 일인지, 큰 죄를 짓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128-129)

외세에 대한 싸움이 이제는 동족 간의 싸움으로까지 번져갔다. 산과 해변의 대립은 살벌했다. 좌우 양쪽이 번갈아 서로를 죽이고, 그 가족을 죽이고, 그 집에 불을 질렀다. 복수심에 눈멀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친구가 친구를 잡아먹고, 친척이 친척을 잡아먹었다. 천년의 공동체, 무엇으로도 끊어낼 수 없을 것 같던 끈끈한 우애와 혈연의 공동체, 씨줄 날줄로 정교하게 엮인 그 돈독한 공동체가 무참히 찢겨나가고 있었다. 일찌감치 군경에 장악당한 읍내의 여자아이들은 고무줄놀이를 하면서 노래를 불렀다. “위에 붙어라, 아래 붙어라 산에 붙어라, 해변에 붙어라.”


(189-190)

방화에 살인에 도취된 자들이 환각 속에서 계속 불을 지른다. 고함치고 총을 난사한다. 겨우 불을 피해 벗어난 사람들을 향해 총알이 사정없이 날아간다. 참새떼가 날고, 닭이 날고, 사람들과 개, 돼지, , 말 들이 달아난다. 총격에 쫓긴 사람들이 혼비백산 울담을 타고 넘어 산 쪽으로 도망친다. 근처의 대숲이나 덤불숲에 뛰어든다. 닭들도 덤불 아래로 오르르 숨어든다. 죽어가면서 고통의 비명을 지른다. 내년 농사를 위해 보관 중이던 씨앗 망태가 타고, 이 집 저 집 곳간에서 쥐를 없애고 곳간을 지켜주던 업신 구렁배암들이 타 죽는다. 닭 한마리라도 구해보려고 옆구리에 끼고 달아나던 소년이 총에 맞아 쓰러지고, 울담을 넘어 도망치던 청년이 총에 맞아 돌덩이 하나 가슴에 안고 엎어지고, 아기 안은 아낙이 솜옷 입은 등에 불이 붙은 줄도 모른 채 허둥지둥 달아나다가 쓰러진다. 쌀독은 물론 간장독, 된장독, 부엌의 물 항아리, 솥단지들이 개머리판에 맞아 와장창 깨진다. 죽음의 위협을 느낀 노파들이 궤 속에 보관 중이던 호상옷 보따리를 챙겨 허리춤에 매고 불 밖으로 나가려고 허둥대고, 매운 연기를 마시고 캑캑거린다.


(199-200)

하늘이 무너져내린다. 어느 순간 검은 구름이 크게 찢기면서 그 틈새로 기울어진 저녁 햇빛이 폭포수처럼 눈부시게 쏟아진다. 그 사다리를 타고 주황빛 불의 날개를 펄떡거리면서, 불의 칼을 휘두르면서 수많은 천사들이 지상으로 쏟아져 내려온다. 불의 칼, 불의 날개들이 이글거리면서 지상을 휩쓴다. 하느님이 명령한다. “그러니 너희는 당장에 가서 아말렉을 치고 그 재산을 사정 보지 말고 모조리 없애라! 남자와 여자, 아이와 젖먹이, 소떼와 양떼, 낙타와 나귀 할 것 없이 모조리 죽여라!” 최고 사령관 로스웰 브라운이 단호하게 천명한다. “사태의 원인에는 흥미가 없다. 나의 사명은 오직 진압뿐이다!” 이승만이 명령한다. “공비 토벌을 빨리 끝내라. 시일을 끌면서 이렇다 저렇다 보고하지 말고, 공비가 없어졌다는 보고를 듣고 싶다. 남녀노소 가리지 말고 불순분자를 제거하라! 지체 말고 단숨에 처리하라! 가혹하게 응징하라!” 조병옥이 맞장구친가. “온 섬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태워버려야 한다!” 월남민 교회의 목사가 설교한다. “한없이 기꺼운 마음으로 서청 여러분을 위해 하느님께 축복을 청합니다. 여러분의 승리는 곧 하느님의 승리입니다. 어서 그 붉은 무리들을 소탕하고 오시오!” 연대장 송요찬이 외친다. “일본 군대는 이러지 않았어! 더 잔인하게! 더 잔인하게!”


(245-246)

사람은 누구나 미워하는 마음 없이는, 증오 없이는 싸우지 못하는 법, 지휘관은 신병의 마음속에서 증오의 불씨를 지피려고, 인간 정신의 가장 어두운 부분, 밑바닥 깊이 숨어 있는 야만성을 일깨우려고 악을 써댔다. 그러나 빨갱이에 대한 증오만으로는 부족했다. 아니, 증오조차 없이 죽여야 했다. 아무리 하느님은 뜻, 하느님의 명령이라지만 무고한 사람을 학살하고 있다는 생각이 신병을 괴롭혔다. 그러나 우물쭈물할 수가 없었다. 상관이 무서웠다. 한라산의 산군보다 더 무서웠다. 우물쭈물했다간 무지하게 얻어맞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여전히 두려웠다.


(250)

경찰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직급의 경찰에게 즉결처분권이 주어져 있었다. 고문과 살인이 너무도 흔해졌고 그 자체에 쾌감을 느끼는 자들이 생겨났다. 그 무서운 광증은 집단 내에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광기에 중독된 자들이 법을 가진 자, 법을 쥔 자가 되었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죽이고, 시키지 않아도 내 마음대로 죽이고, 닥치는 대로 마구 죽였다.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인간에게 목숨을 준 신에게만 그것을 빼앗을 권리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을 마음대로 죽일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을 때 그들은 마치 신의 권능을 부여받은 것 같은 황홀감을 느꼈을 것이다. 사람 죽이는 일은 죄인데 마음대로 죽여도 좋다니, 게다가 그것이 애국 행위라니, 참으로 기묘한 희열이고 최상의 쾌락이자 최고의 자유가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그 힘에 도취되었다. 희생자들은 그렇게 죽어 마땅한 존재처럼 보였다. 매일 한명이라도 죽이지 않으면 밥맛이 없다고 떠벌리는 자들도 생겨났다.


(323)

도대체 우리가 잘못한 게 뭔가? 무얼 잘못했단 말인가? 아아, 우리의 죽음이 아무 보람도, 아무 가치고 없는 죽음이 되어버렸어. 그게 원통해! 도대체 이건 인간의 죽음이 아니여. 짐승이라도 이런 떼죽음은 없어. 너무 억울해, 원통하고 절통해! 우린 결코, 우린 결코 죽어도 죽지 않을 거여! 너무도 원통해 죽어도 죽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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