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렁크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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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이번에 읽은 소설은 김려령이라는 작가의 <트렁크>라는 소설이란다. 제목만 봤을 때는 자동차 트렁크를 생각했는데, 책 표지의 그림을 보고 여기서 이야기하는 트렁크는 여행용 가방을 이야기하는 트렁크라고 알게 되었단다.

지은이 김려령. 이 분은 영화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의 원작 소설을 쓴 지은이로 유명하단다. 아빠는 이 두 책은 보지 않았고, 그의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란다. 이 소설의 느낌은? 방심하고 있는 아빠가 허를 찔렸다고나 할까. 왜냐하면 예상치 못한 소재였기 때문이야.

 

1. 

어떤 내용이냐고? 주인공 노인지. 스물아홉 살. 직업은 W&L이라는 결혼정보회사의 차장으로 일해. 스물아홉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차장이라는 직급이 그녀의 능력을 대변해 주고 있는 것이었어. 사실 아빠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책 속에서 넌지시 알려주더구나. 노인지가 일하는 곳은 이 회사의 비밀 자회사 NM이라는 곳이고, 그는 거기서 FW일을 하고 있어. 이게 다 뭐냐고? NM New Marriage 의 약자이고, FW Field Wife의 약자야. 뭐냐하면, NM 회사는 불법 계약 결혼을 알선해주는 회사였던 거야. 1년씩 계약을 하고, FW들은 계약자의 집에서 1년 동안 아내 역할을 한다는 거야. 그리고 계약이 끝나면 다시 회사로 돌아오는 것이고… 누가 보면 성 매매업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NM에서는 한 사람에게 얽매이고 싫은 부자들의 욕망을 채워주기 위해 그런 비밀 회사를 만든거야. 물론 거금의 돈은 들겠지. 아무튼 불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직업이었어. 주인공 노인지는 FW였지만, 그 회사에는 FH도 있었어. Field Husband. , 남편 역할도 해주는 거지. 그들은 상대방을 거절할 수 있지만, 3번을 거절하면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어.

노인지는 네번째 FW를 하고 있었는데, 그를 선택한 사람은 가명으로 활동하는 작곡가였어. 한 두 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점도 있었지만, 참을 만 했지. 그리고 일년을 무난하게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어. 1년의 FW을 마치면 일주일 간의 휴가가 주어졌어. 같이 살던 부모님들은 아들 따라 지방으로 이사를 가셔서, 노인지는 혼자 생활했어. 노인지에게는 시정이라는 절친이 있는데, 휴가에 맞게 시정이 놀러왔는데, 대뜸 소개팅을 시켜주겠다는 거야. 노인지는 직업이 직업인지라, 거절했지만, 거의 떠넘기듯 한 소개팅을 하게 되었어. 시정도 노인지가 실제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고 있으니, 혼자 있는 친구에게 소개팅을 해준 거야. 엄태성이라는 백수. 노인지는 한 번 만나고 그만 만나려고 했는데, 어찌된 노릇인지 그는 회사 앞으로 매일 찾아왔어. 노인지는 자신의 정보가 노출되면 안 되는 직업인지라, 그를 떼어놓으려 심한 욕도 했어. 그게 효과가 있었는지 그가 찾아오지 않았지.

 

 2.

다시 바로 직전의 남편이 다시 인지를 선택했어. 그만큼 인지가 지난 일 년 동안 FW 역할을 잘 했다는 의미이지. 그래서 다시 결혼 생활을 시작했어. 그런데, 일이 벌어졌어. 엄태성. 그 소개팅남이 찾아온 거야. 이런…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회사에서는 비상 연락망이 있었어. 얼마 안 있어, 엄태성을 회사에서 보낸 사람들에게 끌려갔어. 이유도 모른 채. 그리고 그는 세상에서 사라져.. 어느 정신 병원에 감금을 시켜 버리는 거야. 이것이 결혼 생활 내내 인지의 마음을 괴롭혔어. 그가 잘못한 것이라고는 자신을 좋아했던 것 뿐인데 말이야. 결국 남편에게 도움을 청해서 그를 구해주기로 했어. 남편은 어떻게 힘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엄태성이 갇혀 있는 곳을 찾아냈고 그를 풀어주게 했단다. 그리고 남은 결혼 생활을 잘 마무리를 했단다. 인지는 상사로부터 이제 곧 진급을 할 거라는 언질을 받았어. 그런데, 인지는 다른 생각, 어쩌면 꿈을 꾸고 있었던 것 같아. 다섯번째 FW를 깔끔히 마치고 사직서를 던졌거든. 새로운 시작을 하려는 듯.

 

3. 

아빠는 사실 이 소설 속의 내용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많이 불편했단다. 아무리 돈이 중요하다고 해도, 직업으로써 아내 역할을 한다는 것이, 남편 역할을 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질 않았어. 물론 아빠가 오랜 관습에 물들어 있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일 수도 있지. 어차피 결혼이라는 제도도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제도인 것처럼, 이런 기간제 결혼도 인간이 만든 것이라고 한다면…. 그래서 무슨 차이가 있냐고 하면... 아빠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윤리’라고 할 텐데, ‘윤리’ 또한 인간이 만든 거 아냐? 라고 반문을 받는다면 답변이 궁색해질 것 같구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것일까? 단지 문득 떠오른 자신의 상상력을 소설로 만든 것일까? 아니면 오늘날 결혼 제도를 비판하려고 의도적으로 이런 소재를 생각해냈던 것일까? 아니면 자본주의를 비판한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 생각해보라고 쓴 걸까? 아빠는 소설을 읽을 때 지은이의 숨은 뜻을 찾으려고 하지 않아. 그냥 재미있으면 그걸로 만족하거든. 그런데 이 소설은 지은이의 의도가 좀 궁금하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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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12-30 1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지난 한 해 자녀분들께 보냔 독서편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연의가 성장하면 bookholic님처럼 좋은 글을 선물하고 싶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bookholic 2016-12-30 21:28   좋아요 1 | URL
겨울호랑이님도 하루 남은 2016년 잘 마무리 하시고, 2017년 새해도 온 가족 건강한 한 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sapa0719 2018-10-24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력이 좋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