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끔찍하군! 무슨 그런 생각을 해! 세라가 얼마나 무섭게 짜증을 낼까! 세라와 그 또래 여자아이들이 부모에게 원하는 한 가지가 있다면 그건 바로 태평한 무심함 같았다. “야단 떨지 마요, 엄마.” 아이들은 간절히 그렇게 말했다.

물론 그들은 부모가 베푸는 봉사는 받아들였다. 세탁소에 옷을 맡기도 찾아오고 세탁 요금을 대신 내주는 일. 곤란한 전화 통화(“엄마가 캐럴에게 전해주면 일이 훨씬 쉬워질 거예요.”)나 끝없는 정리정돈(“엄마, 내가 어지른 걸 치우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급히 나가봐야 해서요.”).

(21)

, 물론이지. 스물여섯 살 때였나, 사실 아주 화기애애했던 가족 모임 도중에 그런 순간을 맞았어. 나는 섬뜩했고 두렵기도 했지만 결국 받아들였어. 진실을 부정하지 마. 요람에서 무덤까지 같이 갈 동반자는 세상에 딱 하나, 나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지. 그 동반자와 사이좋게 지내야 해. 자신과 사는 법을 배워. 그게 답이야. 언제나 쉬운 일은 아니지만.”

(23)

당장의 생각들로 꽉 차 있단 말이겠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진정한 자기만의 생각이란 걸 하게 될 거야. 요즘 젊은이들은 죄다 확신이 넘치는 것 같지만 그건 안심이 안 돼서 그런 거지. 우리는 불확실한 시대에 살고 있고 모든 게 불안정하고, 젊은이들도 그걸 느껴. 요즘에는 문제의 태반이 바로 거기서 시작돼. 안정감 부족. 가정의 붕괴. 도덕 기준의 부재. 알다시피 어린 나무는 아주 튼튼한 지지대에 묶어줄 필요가 있거든.”

(24)

여자들은 나이가 들면서 개인이 개입되지 않은 것들에 점점 관심을 쏟게 돼. 남자들의 관심은 점점 폭이 좁아지고 여자들의 관심은 점점 넓어지지. 예순 살의 남자는 보통 레코드 판처럼 반복적이기 마련이야. 예순 살의 여자는, 개성을 갖고 있다면 흥미로운 인간이고 말이지.

(252)

희생이라니! 얼어 죽을 희생! 희생의 의미가 뭔지 잠깐이라도 생각해봐. 그건 따뜻하고 관대하고 기꺼이 자신을 불사르겠다는 기분을 느끼는 영웅적인 한순간이 아니야. 가슴을 칼 앞에 내미는 희생은 쉬워. 왜냐하면 그런 건 거기서, 자기의 본모습보다 훌륭해지는 그 순간에 끝나니까. 하지만 대부분의 희생은 나중까지-온종일 그리고 매일매일-끌어안고 살아야 하는 거고, 그렇기 때문에 쉽지가 않아. 희생을 하려면 품이 아주 넉넉해야 하지. 앤은 충분히 넉넉하지가 않았어….”

(280)

이 말을 기억하시라고요. 아들은 아내를 얻을 때까지만 아들이지만, 딸은 영원히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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