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넬로피아드 -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 세계신화총서 2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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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호메로스의 유명한 작품 중에 <오디세이아>가 있단다. 아빠도 오래 전에 그 책을 읽었어. 워낙 유명한 이야기이다 보니 그 책을 읽지 않아도 오디세이아의 이야기는 많이들 알고 있을 거야. 너희들도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통해서 트로이 전쟁,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 이야기를 잘 알고 있잖니.

그런 옛 이야기들은 대부분 영웅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해주잖니. <오디세이아>도 철저하게 오디세우스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말이지.. 한번쯤은 오디세우스가 아닌 페넬로페의 입장을 한번 들어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마거릿 애트우드라는 소설가는 생각했나 봐. 결혼하자마자 얼마 안되어 어린 아들하고 자신은 남겨두고 전쟁터로 떠난 남편. 그리고 십 년 전쟁이 끝나고 십 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둔 아내의 처지. 그 아내의 마음은 닳고 닳아버리지 않았을까? 그저 남편 하나만 바라보고 그를 기다렸을까? 수많은 구혼자들이 그녀에게 결혼을 하자고 했는데, 간단히 거절할 수 있을까? 그리고 20년 만에 돌아온 남편오자마자 시녀들이 외간 남자들한테 겁탈을 당했다고 모두 교수형을 처해버린 그 남편을 이해해 주었을까? 오랜 시간 함께 힘이 되어준 시녀들인데 말이야. 정작 자신은 숱은 여자와 잠자리를 함께했으면서 말이야.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는 입 다물고 있던 페넬로페가 작정을 하고 자신의 속마음을 모두 드러내놓은 이야기가 바로 이번에 아빠가 읽은 <페넬로피아드>라는 소설이란다. 지은이는 작가의 말을 통해서 이 작품을 쓰게 된 동기를 이야기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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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수형을 당한 열두 명의 시녀와 페넬로페에게 화자의 역할을 맡겼다. 시녀들은 합창단이 되어 주로 두 가지 문제에 대하여 노래하거나 낭송한다. 그것은 <오디세이아>를 정독하고 나면 자연히 떠오르는 의문들이다. 시녀들이 교살된 까닭은 무엇인가? 페넬로페의 진짜 속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오디세이아>에 실린 이야기는 물샐틈없이 논리정연하지 않다.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너무 많다. 나는 줄곧 교살당한 그 시녀들을 잊을 수 없었는데, <페넬로피아드>에 등장하는 페넬로페도 그들을 잊지 못해 괴로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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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마거릿 애트우드라는 사람인데 아빠는 그의 소설은 <시녀이야기>라는 소설을 하나 읽은 적이 있는데, 괜찮게 읽어서 지은이의 이름을 잘 기억하고 있단다.

1.

그런데 페넬로페가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당대가 아니고 수천 년이 지난 후 저승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란다. 당시에는 몰랐던 사실들을 저승에 와서 알게 된 내용도 있었어.

페넬로페의 아버지는 스파트타의 왕 중에 한 명인 이카리오스였고, 페넬로페의 어머니는 물의 요정인 나이아스였어. 아버지 이카리오스의 형은 틴다레오스였고, 틴다레오스의 딸은 그 유명한 헬레네였어. 그러니까 페넬로페와 헬레네는 사촌지간이었던 것이지. 너희들도 알겠지만, 트로이 전쟁의 원인에 헬레네가 큰 원인이었잖아. 메넬라오스의 아내였던 헬레네가 트로이의 파리스와 결혼을 했잖아. 그것이 아프로디테가 배후에서 조정한 것이라고 신화 속에서는 이야기하지만, 현실을 살고 있는 페넬로페의 입장에서 보면, 헬레네 때문에 일어난 전쟁 때문에 자신이 과부 아닌 과부가 되었으니, 헬레네를 좋아할 리가 없었겠지. 그리고 헬레네의 성격이 그리 좋은 것도 아니었거든. 페넬로페와 헬레네는 사이가 안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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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마법사들이 나를 불러내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나도 꽤 유명한 여자였는데-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라-무슨 까닭에선지 사람들은 좀처럼 나를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다. 반면에 사촌언니 헬레네는 아주 인기가 좋다. 나로서는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나쁜 짓으로 유명해진 여자도 아니고 특히 성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헬레네는 이래저래 악명이 높은 여자인데 말이다. 물론 헬레네는 기막히게 아름답다. 그녀는 알에서 태어났다고 하는데, 백조로 둔갑한 제우스 신이 그녀의 어머니 레다를 겁탈하여 잉태시킨 딸이기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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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가 어린 시절, 아버지가 신탁에 의해 페넬로페를 죽이려고 바다에 던졌지만 오리들이 구해준 일화가 있어 페넬로페는 오리 아가씨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어. 페넬로페 나이가 열다섯이 되었을 때 아버지는 신랑을 골라주기 위해 경주 대회를 열었어. 당시 스파르타에서는 경주에서 일등을 한 사람한테 자신의 딸을 주는 관습이 있었거든. 당시 경주에서는 모든 이들의 예상을 깨고 다리도 짧은 오디세우스가 우승을 하게 된 거야. 나중에 저승에 와서 알게 된 사실당시 오디세우스가 우승을 한 이유는 큰아버지 틴다레오스의 속임수가 있었음을 알았어.

오디세우스와 결혼을 하면 스타르타에서 멀리 떠나야 하기 때문에 페넬로페의 아버지인 이카리오스의 세력이 줄어들기 때문이었던 것이야. 틴다레오스는 자신의 동생의 경쟁자로 생각했건 거야. 동생의 사위가 가까운 데 있으면 동생의 세력이 커지기 때문에 멀리 떨어져 사는 오디세우스가 우승하게끔 조치를 취했던 것이야. 그렇게 페넬로페는 결혼을 하게 된 것이야. 사랑 없는 결혼….

2.

결혼을 하고 오디세우스의 집에 있는 이타케로 갔어. 같이 온 시녀마저 얼마 안 되어 죽어버려 그곳에서 페넬로페는 철저히 혼자였어. 외로웠지. 그리고 얼마 후에 아들 텔레마코스가 태어났단다. 또 그리고 얼마 후에 스파르타로부터 안 좋은 소식이 전해졌어. 헬레네가 파리스와 함께 트로이로 도망을 갔다는 거야. 아가멤논과 메넬라오스는 격분하여 트로이에 사신을 보냈으나 빈손으로 돌아와서 전쟁을 하기로 했어.

오디세우스도 그들과 함께 맹세한 사이라서 함께 트로이 전쟁에 참여하기로 했어. 그 당시에는 아무도 그 전쟁이 그렇게 길어질 지 몰랐을 거야. 십 년…. 졸지에 갓난아이와 함께 남겨진 페넬로페전쟁터에서 오는 소문에 가슴 조아리며 귀를 기울여야 했어. 시간이 지나면서 페넬로페는 마음을 굳게 먹었어. 페넬로페가 비록 헬레네만큼 예쁘지는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 현명했거든. 페넬로페는 다른 남자들이 하는 일을 자신이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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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나의 목표는 오디세우스의 재산을 불려 그가 돌아왔을 때는 떠날 때보다 더 큰 부자로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양도 더 많고, 소도 더 많고, 돼지도 더 많고, 밭도 더 많고, 노예도 더 많고…… 내 마음속에는 뚜렷하게 떠오르는 장면 하나가 있었다. 오디세우스가 돌아오고, 그동안 내가 흔히들 남자의 일이라고 여기는 일들을 얼마나 잘 해냈는지를 그에게 여자답게 겸손한 태도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물론 그를 대신하여 한 일이라고, 오로지 그를 위해 일했다는 말도 잊지 말고 덧붙이는 것이다. 그순간 그의 얼굴은 기쁨에 겨워 얼마나 환하게 빛날 것인가! 나를 얼마나 흡족히 여길 것인가! ‘헬레네를 천 명이나 준대도 당신과는 안 바꿀 거요.’ 그는 그렇게 말할 것이다. 어찌 아니랴? 그러고는 나를 다정하게 안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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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쟁이 끝났다는 소식이 들려왔어. 하지만 남편의 소식은 감감무소식이었어. 그런 시간이 길어지면서, 페넬로페 주변에는 구혼자들이 많아졌어. 신화 속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달리 이 소설에서 페넬로페에게 구혼자들이 많았던 이유는 돈 많은 과부라는 이유였어. 페넬포페가 어떤 구혼자에게 물어봤거든. 솔직하게 이야기해달라고.. 왜 나한테 구혼을 하냐고…. 그러자 그 구혼자는 이렇게 이야기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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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129)

젊은 남자치고 돈 많고 유명한 과부와 결혼하기를 마다할 놈이 어디 있어? 과부들은 그짓을 하고 싶어 몸살을 앓는다는데, 특히 당신처럼 남편이 행방불명되거나 죽은 지 오래된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겠지. 물론 당신이 헬레네는 아니지만 그건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구. 어둠은 많은 것을 가려주니까! 우리보다 스무 살이나 많은 건 오히려 장점이었지. 우리보다 먼저 죽을 테니까. 물론 우리가 좀더 앞당겨줄 수도 있고. 그렇게만 된다면 당신의 재산도 물려받겠다. 젊고 아름다운 공주를 입맛대로 골라잡을 수 있잖아. 설마 우리가 정말로 사랑에 눈멀었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생긴 건 별볼일 없지만 예나 지금이나 아주 똑똑한 여자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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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목적이 돈이라는 것을 안 이상 더더욱 구혼을 받을 이유가 없어졌어. 전쟁이 끝난 지도 십 년이 다 된 즈음드디어 오디세우스가 돌아왔어. 그냥 돌아오면 되지, 변장을 하고 오다니내가 모를 줄 알고? 페넬로페는 한 눈에 알아봤지만 모른 척 했어. 페넬로페는 변장한 오디세우스 앞에서 더욱 오디세우스에 대한 사랑과 신뢰를 표현했어. 그리고 오디세우스가 정체를 드러냈을 때 반갑게 맞이해주었단다. 거기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무슨 이익이 있겠어.

….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오디세우스는 아들 텔레마코스와 함께 구혼자들을 죽이고, 구혼자들에게 겁탈을 당한 시녀들도 모두 죽였어. 이 나쁜…. 아들 텔레마코스도 맘에 안 들었어. 아버지가 돌아오기 전부터 나이 좀 먹었다고 어미를 업신여기기도 하고그 현명한 페넬로페도 아들 키우는 것은 만만치 않았나 봐.. 심지어 트로이 전쟁이 한 번 일어나서 아들을 싸움터로 보내고 싶어할 정도로 말이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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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물론 나는 텔레마코스가 잘되기를 바랐다. 그는 엄연히 내 아들이고, 따라서 나는 그가 정치 지도자나 전사나 그 밖에 또 뭐가 되고 싶어하든 간에 부디 성공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날 그 순간만은 차라리 트로이아 전쟁이라도 한 번 더 일어나서 녀석을 싸움터로 보내버렸으면 속이 다 시원하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겨운 수염이 나기 시작한 시내녀석들은 가끔 그렇게 눈엣가시처럼 보일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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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억울한 죽음을 당한 열두 명의 시녀들소설에서는 재판장까지 소환을 해서 오디세우스의 재판까지 열었단다.

이 소설은 패러디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페넬로페와 시녀들의 입장을 공감이 가도록 잘 이야기를 풀어낸 것 같더구나. 너무나 당연시 되는 그리스 영웅의 남성 우월주의에 치우친 것에 대한 비판일 수도 있어.

아빠가 거창한 평을 할 수 있는 능력은 안되고, 이쯤에서 이번 독서 편지를 마칠게. 지은이 마거릿 애트우드의 다른 소설들을 또 검색해봐야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 ‘나는 죽고 나서 전부 알게 되었다.’ 이게 바로 내가 간절히 바라던 바다.

책의 끝 문장 : 시녀들의 몸에서 깃털이 돋아나더니 올빼미가 되어 날아간다.


그런데 곤란한 것은 나에게 말할 수 있는 입이 없다는 점이다. 여러분의 세상, 즉 육신이 있고 혓바닥과 손가락이 있는 세상에 대고 내 생각을 전할 방법이 없다. 그리고 여러분이 살고 있는 그곳 강 건너편에는 내 말을 듣는 사람이 별로 없다. 간혹 이상한 속삭임이나 가느다란 음성을 듣는 사람이 있더라도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바람결에 바스락거리는 마른 갈대나 해질녘 날아다니는 박쥐 소리, 또는 그저 나쁜 꿈이라고 여기며 지나쳐버리곤 한다.- P23

헬레네는 한 번도 벌을 받지 않았다. 도대체 이유가 뭔지 알고 싶다. 남들은 훨씬 더 가벼운 잘못을 저지르고도 바다뱀에 휘감겨 질식사하거나 폭풍우 속에서 익사하거나 거미로 변하거나 화살에 맞아 목숨을 잃기 일쑤였다. 이를테면 잡아먹지 말아야 할 소를 잡아먹었다든지, 교만하게 굴었다든지, 뭐 그런 사소한 잘못을 가지고 말이다. 그런데 헬레네는 이루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사람에게 고통과 피해를 주었으니, 최소한 몽둥이찜질이라도 한번 야무지게 당했어야 마땅할 텐데, 전혀 그러지 않았다.- P44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물은 저항하지 않아. 물은 그냥 흐르지. 물 속에 손을 담가도 그저 그 손을 쓰다듬으며 지나갈 뿐이야. 물은 딱딱한 벽이 아니라서 아무도 가로막지 못해. 그렇지만 물은 언제나 제자 가고 싶은 곳으로 가고야 말지. 물은 끝까지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단다. 그리고 물은 참을성이 많아.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이 바위를 닳아 없어지게 하지. 그걸 잊지 마라. 내 딸아. 너도 절반은 물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라. 장애물을 뚫고 갈 수 없다면 에둘러가는 거야. 물이 그러하듯이.”- P68

한번은 그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감춰진 문을 하나씩 갖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마음으로 통하는 문이며, 그 문을 여는 손잡이들을 발견하는 것이 자신에게는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마음은 열쇠인 동시에 자물쇠인데,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어보고 그들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는 사람은 곧 운명의 여신들을 다스리고 자신이 가진 운명의 끈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경지에 가까이 간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 그는 서둘러 덧붙였다 – 그런 일을 실제로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신들조차도 운명의 세 여신보다 더한 힘을 갖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 여신들의 이름을 입 밖에 내지 않았고, 불운을 피하기 위해 침을 뱉었다. 그리고 나는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 생명의 실을 자아서 길이를 재고는 뚝뚝 끊어버리는 여신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몸서리쳤다.- P82

이 침대 기둥은 막중한 비밀이었다. 그것에 대해 아는 사람은 오디세우스, 이미 세상을 떠나버린 내 시녀 악토리스 그리고 나, 이렇게 세 명뿐이었다. 오디세우스는 짐짓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면서, 만약 이 기둥에 대해 어떠한 소문이라도 나돌기 시작한다면 그건 틀림없이 내가 다른 사내와 동침했다는 증거일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기 딴에는 장난스러운 표정이랍시고 눈살을 잔뜩 찌푸리면서,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몹시 화가 나서 나를 토막쳐버리거나 대들보에 목매달아 죽여버릴 거라고 했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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