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우리가 가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제부터 우리는 나무를 라고 부르기로 합시다. 그리고 비는 나무라고 부릅시다. , 주위를 둘러보세요. 무엇이 보입니까? 풍부한 비가 보이지 않습니까?”

모두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두말할 필요 없이 그들은 온통 비에 둘러싸여 있었다.

(60)

바깥세상과 마찬가지로 헤움 사람들도 한두 가지 걱정거리는 늘 있었다. 내일 해가 뜨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사람도 있고, 갑자기 월식이 일어나 달이 사라지면 어쩌나 걱정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만간 큰 자연재해가 일어나 세상이 종말을 맞이할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하는 이도 있었다. 새로 태어나는 아이가 남자아이거나 여자아이거나 쌍둥이거나 더 나아가 세쌍둥이면 어쩌나 하는 고민도 있었다. 헤움 사람들은 누구보다 똑똑했기 때문에 문제를 발견하는 데도 뛰어났다.

(137-138)

하루는 내가 나이를 먹었나 보다고 느끼게 되었지. 사람들이 나한테 뭐라고 말하는데도 귀가 잘 들리지 않았거든. 아내가 걱정을 했고,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브제시치의 그 병원으로 가서 청력 전문의에게 진찰을 받아 보기로 했어. 그래서 둘이서 그곳으로 갔지. 당신들이 상상이나 할 수 있겠어? 온갖 기분 나쁘고 쓸데없는 검사를 한 다음에 의사는 결과를 장담할 순 없지만 내가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는다면 약간의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말했어. 검사 결과 내가 늙었기 때문에 한쪽 귀가 잘 안 들리게 되었다는 거야. 나는 입원을 할지 집으로 돌아갈지 잠시 망설였어. 그런데 갑자기 이 의사가 실로 멍청한 친구라는 판단이 드는 거야. 왜 그는 나의 양쪽 귀가 똑같은 나이라는 걸 모르는 저지? 내가 늙은 것이 문제라면 똑같은 나이인데 왜 한쪽 귀는 멀쩡하고 다른 한쪽 귀만 안 들리는 거지? 그런 판단이 서자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병원을 빠져나와 전속력으로 집에 돌아왔어. 그래서 그런 곳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로 가지 말라고 당신들에게 충고하는 거야.”

(167)

그 후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항아리 가까이 다가가 냄새를 맡고는 소리쳤다.

정말 구려! 구린 걸 보니 진실이 틀림없어!”

그렇게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그것이 정말로 진실 그 자체라고 소리쳤다.

진실이 맞아! 진실은 원래 심한 구린내가 나잖아!”

(172-173)

한번은 신이 그 천사에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지상에 내려온 천사는 아기를 바라보며 짓는 엄마의 미소를 가지고 돌아갔습니다. 신은 매우 기뻐하며, 정말로 아름답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소중하진 않았습니다. 천사는 다시 지상에 내려와 꾀꼬리의 노래, 사랑하는 연인이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등을 신에게 보여 주었지만 신의 눈에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포기하기 직전에 천사는 어느 초라한 집의 작은 부엌 한구석에서 들리는 나즈막한 울음소리를 들었습니다. 누구에게서도 다정한 말을 듣지 못했던 가난한 여인이 누군가가 베푼 친절한 행위에 감동받아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천사는 그 눈물 한 방울을 가져다 신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신이 찾고 있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신은 그 기쁨의 눈물을 선사한 영혼들을 기록해 두었습니다.”

(178)

아들아, 우리가 어떻게 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참견하고 지적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그들보다 가진 것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우리보다 가진 것이 없으면 그들은 우리가 자신들보다 못한 존재라고 여긴단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이다.”

(202)

내 생각에는 돌이 우리에게 해가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리의 헤움에 나타난 돌의 존재를 기념하기 위해서라도 그 자리에 그대로 놓아두도록 합시다. 돌 주위에 울타리를 쳐서 수레와 마차들이 우회해서 가게 합시다. 강물이 흘러가다 강 한복판에 갑자기 나타난 바위를 돌아서 흘러가듯이 말입니다. 이 돌은 이 세상에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는 것과, 때로는 그 위치에 그대로 놓아두는 게 더 좋은 것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줄 것입니다.”

모두가 베렉의 해석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그 제안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곧이어 돌 주위에 울타리가 세워지고, 울타리 정면에 특별한 기념 명판이 걸렸다. 그 명판에는 이렇게 적혔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설명 가능한 것은 아니다.’

(218)

찬애하는 고덱, 걱정하지 마시오. 이것은 매우 단순한 일이오. 모텍의 미래는 성공적일 겁니다. 한 바보가 그림에 묘사된 장면을 설명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럼 나머지 바보들은 자신들의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 모텍의 잘못이 분명 아닙니다. 그러니 집으로 가서 모텍이 처음의 영감에 따라 계속 그림 작업을 해 나가도록 격려해 주세요. 미학적으로 가치 있는 작업일 뿐 아니라 종교적인 의미도 있으니까요!”

(232-233)

베렉의 말에 모두 침묵에 잠겼다. 그의 주장은 매우 강력하고 설득력이 있었다. 하임을 포함한 의회 현자들 모두 그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의회는 이제부터 위기라는 단어의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그 대신 축복받은 환경으로 부르기로 결정했다.

의회의 결정 사항은 곧바로 공표되었으며, ‘위기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자 헤움은 다시 평화를 되찾았다.

(267)

시장에서 노래하는 눈먼 거지는 천사일지도 모른다네. 그리고 그대의 아내는 인생의 수수께끼를 풀 열쇠를 갖고 있을 수도 있어. 신의 계율을 압축하면 이것이라네. 지금 이 순간 눈앞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고, 지금 이 순간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하게.”

(276)

너무 상심하지 마, 아나톨. 나의 할머니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것들은 우리의 기억 속에 있다고 늘 말씀하셨어. 헤움의 큰 사건들은 마을의 연대기에 기록되지만 날의 작은 일들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아. 그것들은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지. 만약 당신이 그 이야기들을 작품으로 쓴다면 당신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 될 뿐만 아니라, 그 일들이 문자로 기록되어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아 있게 될 거야. 헤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게 된다 해도 적어도 당신의 책 속에서는 언제까지나 생생히 살아 움직이게 될 거야.”

(280-281)

헤움 사람들은 버터 바른 빵이 바닥에 떨어지면 언제나 버터 바른 쪽이 아래를 향하도록 떨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것은 돌에 새겨진 십계명이나 율법처럼 분명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빵은 왜 버터 바른 쪽이 위를 향하도록 떨어졌을까?

논리에 어긋나는 중대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에 즉시 현자들이 모였다. 긴 토론 끝에 의회 대표 베렉이 하와를 불러 결정문을 읽어 주었다.

친애하는 하와, 헤움 의회는 버터 바른 빵이 바닥에 떨어질 때 언제나 버터 바른 쪽이 아래 쪽으로 떨어진다는 데 동의한다. 따라서 그대가 떨어뜨린 버터 바른 빵은 잘못된 쪽으로 떨어진 것이거나, 아니면 그대가 실수로 빵의 반대쪽에 버터를 바른 것이다.”

(306)

그래서 식당 주인들은 손님에 대한 소유욕이 무척 강했다. 늘 외식을 하는 사람 중 한 명은 미혼인 남자 교사였다. 그는 언제나 도로 왼편에 위치한 베니오의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그런데 어느 날 베니오는 그 교사가 도로 오른편에 위치한 오스왈드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 베니오는 교사가 나올 때까지 문 앞에서 기다렸다가 그에게 자기 식당의 음식을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지 물었다.

교사는 자신이 여전히 베니오의 음식을 가장 좋아하지만 지독한 치통 때문에 오스왈드의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고 대답했다. 헤움에는 치과가 없어서 조언을 얻기 위해 랍비에게 갔는데, 랍비가 그에게 치통을 줄이려면 다른 쪽으로 먹으라고 조언해 주었다는 것이었다.

(320)

그런 다음 그는 사이즈 10의 새 구두 한 켤레를 달라고 했다. 슈물은 그 말을 듣고 사이즈 8의 신발을 건네주었다. 베니오가 이유를 묻자 슈물이 설명했다. 신발이 2사이즈나 작기 때문에 그것을 신는 동안 다른 문제들은 모두 잊을 거라고. 그리고 실제로 그러했다.

(331)

구두 수선공 요아브가 친구들과 앉아서 교리에 대해 토론하다가 갑자기 일어나며 집에 가서 약을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친구들이 걱정하자 요아브는 염려하지 말라고 하고 떠났다. 그러나 걱정이 된 친구들은 집으로 걸어가는 요아브를 지켜보았고, 그가 걸으면서 매우 격렬하게 온몸을 흔드는 것을 알아차렸다.

친구들은 서둘러 랍비에게 달려가 요아브가 중병에 걸렸다고 알렸다. 랍비 또한 걱정이 되어 요아브의 집으로 찾아가 몸 상태를 물었다. 요아브는 매우 평화롭게 별문제 없다고 말했다. 온몸을 흔든 이유를 묻자 그는 의사가 처방해 준 기침약 병에 적힌 설명을 읽어 주었다.

복용하기 전에 잘 흔드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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