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만약 중력의 크기가 조금이라도 달랐다면, 우주의 역사는 완전히 바뀌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태어나자마자 순식간에 강한 중력으로 인해 무너져 버리든지, 반대로 앗 하는 사이에 팽창해서 완전히 식어 버려서 생명은커녕 별조차 만들어지지 못하고 어두운 허무의 세계가 영원히 지속되는 우주가 되었을 것이다. 우주가 긴 시간을 들여 별이나 은하를 만들고 생명체가 태어날 수 있게 된 것은 중력이 딱 적당했기때문이다.

(59)

물론 광속이 일정하다는 것은 이미 맥스웰 이론에서 보여준 바 있지만, 그렇다면 이와 모순되는 뉴턴의 이론은 어떻게 될까. 그쪽은 그쪽대로 광속 이외의 분야는 정확히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틀렸다고 팽개쳐 버릴 수는 없다.

그래서 수많은 물리학자들이 뉴턴의 이론을 수정하기 시작하였다.

(108-9)

관측 결과 별빛이 휘어지는 각도는 아인슈타인 이론에서 예측한 것과 거의 일치하였다. 여기서도 아인슈타인 이론이 승리한 것이다. 이 획기적인 발견은 대서특필되어 제1차 세계대전으로 지쳐 있던 유럽인들에게 오랜만에 밝은 소식을 안겨 주었다. 독일과 영국은 서로 전쟁중인 적대국 관계였다. 하지만 독일인 아인슈타인이 만든 이론을 영국인 에딩턴이 증명한 것이다. 이 관측은 차갑게 식었던 독일과 영국의 관계를 회복시켰다는 의미로도 사회적 큰 영향을 미쳤다.

(114)

그렇다면 무엇이 쌍성의 에너지를 가져가는 것일까. 범인으로 여겨지는 것이 중력파다. 휴대전화가 전자의 진동에 의해 전자기파를 발생시키는 것처럼 쌍성이 빙글빙글 회전하면 중력장이 진동하여 파동이 전해지게 된다. 파동이 전해지기 위해선 에너지와 필요하기 때문에 어디서든 그 에너지를 조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때문에 쌍성의 공전운동의 에너지가 사용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치가 맞다.

(117-8)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인공위성은 움직이기 때문에 지상에서 보면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광속에 비하면 인공위성의 비행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얼마 안 되는 차이지만, 인공위성에 탑재된 시계는 지상의 시계보다 매일 7마이크로씩 늦어진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중력이 강해질수록 시간이 천천히 흐르게 된다. ‘원주율=3.14……가 성립하지 않는 세계인 우주정거장에서는 우주정거장이 빠르게 회전할수록, 즉 그 안의 인공중력이 강해질수록 시간이 더욱 천천히 흐른다. 때문에 지구의 지표에서 보면 지구의 중력이 약한 인공위성에 탑재된 시계는 더 빠르게 보인다. 그래서 하루에 46마이크로초씩 빨라진다. 여기에 특수상대성이론 효과에 의해 생겨난 인공위성 시간의 늦어짐(7마이크로초)을 빼면 하루 39마이크로초 만큼 인공위성의 시계는 빨라진다.

(121)

18세가 끝날 무렵 영국의 존 미셸(납 구슬 사이의 중력을 측정한 캐번디시의 실험을 고안했음)과 프랑스의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라플라스의 악마 이야기로 유명) 두 명과 과학자가 블랙홀을 예견하였다. 질량이 클수록 중력은 강해진다. 그렇다면 굉장히 질량이 큰 별이 있다면 그 별에서는 빛의 속도로도 탈출하지 못할 것이다. 즉 빛이 빠져나오지 못하기 때문에 그 별은 어두워서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127)

그 후 계속된 연구로 퀘이사가 은하의 중심에 있는 초거대 블랙홀이라는 것이 알려졌다. 빛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밝게 빛난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지만, 그건 블랙홀 자체의 빛이 아니다. 블랙홀이 강혼 중력으로 주위의 가스를 빨아들이면 그 가스들이 맹렬한 기세로 블랙홀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게 된다. 그 가스가 마찰열에 의해 강하게 빛을 방출하는 것이다. 블랙홀에 삼켜지기 전에 지르는 비명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133)

그런데 은하가 멀어지는 속도가 거리에 비례한다면,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거리가 멀수록 빠른 속도로 멀어진다면, 특정 정도 이상으로 떨어져 있는 은하가 지구에서부터 멀어지는 속도는 광속을 넘게 된다. 광속을 우주의 제한속도라고 한 아인슈타인 이론에 반대되는 생각이지만, 그 이론은 우주 안에서 이동속도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우주 그 자체가 광속 이상으로 팽창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150)

그것이 바로 양자역학이다. 단순히 말하면 매크로 세계를 다루는 상대성이론이 있다면, 양자역학은 마이크로 세계를 다루는 물리학이다. 우주의 시초에는 공간이 극한으로 압축되어 있었기 때문에 중력이론뿐만 아니라 마이크로 세계의 이론 또한 필요하다. 우주 시초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는 아인슈타인 이론의 한계를 넘어서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두 이론을 결합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다음에, 모든 자연계 현상의 기초가 되는 궁극의 통일이론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87-8)

그 기본 법칙은 우리 경험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더욱 깊어지게 된다. 처음에는 뉴턴 이론만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보다 거대한 세계와 만나게 되자 아인슈타인 이론이 필요하게 되었고, 아주 작은 마이크로 세계에서는 양자역학이 필요하게 되었다.

또 물리학의 세계에서는 새로운 영역이 열릴 때마다 기존 이론을 통합하는 새로운 이론을 구축해 왔다. 예를 들어 맥스웰은 전기현상과 자기현상을 통합하여 전자기학을 확립하였고, 그 맥스웰 이론과 뉴턴 이론의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서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을 구축했다. 그리고 특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융합시키는 장의 양자론이 제기되는 방식이다.

(256)

다만 우주의 심지인 마이크로 세계를 취급하는 초끈이론에서는 양자역학이 어떤 의미로는 승리를 거머쥐었다.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모순을 해소한 결과 양자역학은 그대로 사용되었고, 상대성이론은 변경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뉴턴역학과 맥스웰 전자기학의 모순을 해소하려 했던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에 있어서 맥스웰 이론을 그대로 사용하고, 뉴턴의 속도 합성법칙을 변경했던 것과 같은 경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초끈이론에 있어서 커다란 성공이었다. 블랙홀의 증발에 있어서 인과율이 무너져 버린다는 주장은 철저하게 논파되었다. 게다가 다음 장에서 나오듯이, 생각하지 못했던 덤도 함께 나왔다.

(262)

초전도란 금속의 등의 물질을 냉각시켰을 때 전기저항이 급격하게 0으로 되는 현상을 말한다. 가령 알루미늄은 절대온도 1(섭씨 -272)에서 초전도상태가 된다. 그런데 25년 전, 그때까지보다 훨씬 고온(현재는 절대온도 100도 이상)에서 초전도현상을 보여주는 물질이 발견되어 물리학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발견 직후 열린 미국 물리학회에 전 세계에서 수많은 연구자들이 몰려와, ‘물리학의 우드수탁이라고 불릴 정도였다.(우드스탁:뉴욕의 베델에서 사흘 동안 열린 록 음악 축제-역주). 하지만 이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은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초전도를 이론으로 해명하기까지는 최초의 실험으로부터 47년이 걸렸기 때문에, 지금부터 20년이 더 걸린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홀로그래피 원리에 의한 연구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좀 더 빨리 고온 초전도의 구조를 밝힐 수 있을지도 모른다.

(272)

다행스럽게 초끈이론은 소립자의 표준모형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요소를 전부 갖추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80년 넘게 해결되지 못했던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융합이라는 곤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가 된 것이다. 두꺼운 암반의 틈에서 새어나온 한줄기의 빛과 같은 이론인 것이다. 물론 실험으로 검증이 필요하다. 현재 이 분야는 이론이 앞선 만큼 그것을 검증하는 작업이 따르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초끈이론을 검증 불가능한 것은 아닐까하는 의문의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하지만 물리학에서는 이론을 검증하는 실험이 이루어지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 경우가 적지 않다. 뉴턴역학도 이론으로서의 유효성은 곧바로 확립되었지만, 그 중력이 만물에 존재한다는 것이 캐번디시의 실험으로 검증되기까지는 10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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