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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만남과 시간으로 태어난다 - 매일이 행복해지는 도시 만들기 ㅣ 아우름 39
최민아 지음 / 샘터사 / 2019년 8월
평점 :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인문 교양 시리즈"라는 타이틀로
샘터출판사에서 꾸준히 발간되고 있는 아우름 시리즈.
자칫 지루하거나 어렵게 느껴지기 쉬운 인문 지식들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쉽게 설명해주기때문에
유익하면서도 재미있어 부담감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번에 나온 신간은
도시학자이자 건축가인 최민아씨가 쓴
『도시는 만남과 시간으로 태어난다』
이 책의 내용이나 소재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입니까』(유현준 저)를 얼마전에 재미있게 읽은 터라
이 책의 내용 역시 흥미롭게 다가왔다.
책의 부제가 "매일이 행복해지는 도시 만들기"라는 데서도 알 수 있듯
저자는 도시의 여러 공간들이 갖는 의미와 기능,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에 대한 기억과
매력적인 도시를 만들기 위한 조건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어떻게 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를 보다 매력적이고 좋은 도시로 만들 수 있을지에 관해
조언한다.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된 사실 중 대표적인 것은
바로 "도시"의 정의다.
도시는 사람이 많이 사는 곳 정도로만 단순하게 생각해왔는데
알고 보니 도시를 정하는 기준은 나라마다 다르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나의 행정구역에 5만명 이상의 인구가 살고
시가지 안에 거주하는 사람과 상공업이나
도시적 산업에 종사하는 가구의 비율이
60% 이상일 때 도시라고 부르는 반면
프랑스는 인구가 2천명 이상, 건물이 200미터 이내에 위치해
시가지가 연속되어 있는 경우를 도시라고 한다고~
도시의 정의 자체가 다르니
도시의 모습이나 형태도 달라질 수 밖에 없겠구나 싶으면서
기본적인 정의를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었다.
비록 "도시"의 공식적인 정의 자체는 생소했지만,
태어나서 줄곧 서울에서만 살아왔기때문에
도시라는 공간의 개념과 이미지는 내게 매우 익숙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로서 서울이 갖는 문제점과 매력에 대해
나는 깊이있게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해외 여행을 하면서 우연히 만난 외국인들이 간혹
서울은 어떤 도시냐고 물어오면
현대적인 초고층 건물들과 사람들로 넘쳐나는 역동적인 도시이며
교통이 편리하다고 짧게 말해왔지만
이 도시의 매력에 대해 나는 잘 알지 못한다고 말하는 편이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그런 내게 이 책은 서울이란 도시에 대한 이런 저런 기억들을 소환했다.
그 중 가장 소중한 것은
잊고 지냈던 나의 유년 시절,
내가 자랐던 공간에 대한 기억이다.
옆집과 맞닿아 있던 담장과 정원,
앞집과의 사이에 놓인 골목,
그 공간들에서 해가 질 때까지 동네 아이들과 뛰놀던 기억.
딱히 목적없이 길을 나서도 설렁설렁 한 바퀴 돌아보기 좋았던 동네 공원.
편리함이나 효율성 면에서는 부족하지만,
따뜻함과 편안함을 주던 공간들.
책을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그 시절의 공간들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고
이런 저런 공간에 얽힌 소중한 추억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고 감사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도시를 아름답게 하는 것은
그 곳을 대표하는 독특한 랜드마크나 화려함이 아니라는 사실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책의 말미에서 작가가 제시하고 있는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방법에 대해 쉽게 수긍할 수 있었다.
함께 쓸 수 있는 공간을 찾아 울타리를 나누지 않고,
반드시 새로 지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기존의 것을 계속 사용하는 모습,
또한 오래된 것을 계속 사용하면서 자부심을 갖는 모습,
그리고 약간의 편리함을 위해 옛 것을 없애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편리함에 환경을 맞추기 보다는
오랫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온 도시의 모습에
자신의 생활을 맞춰가며 살아가는 모습,
이미 매력적이고 훌륭한 우리 도시에 이런 모습이 더해진다면
우리가 사는 도시는 훨씬 더 좋은 도시가 될 것입니다.
아울러 이제껏 눈여겨 보지 않았던
내가 살고 있는 대도시 서울이 가지고 있는 매력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특히 나는 아직 가본 적 없는,
이 도시에 숨겨진 아름다운 골목들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된 것 역시
이 책을 통해 얻은 수확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이제껏 내가 살아왔고 살고 있는 도시의 매력조차
제대로 보려하지 않으면서 너무 먼 도시들에서 그것을 찾으려 애써온 게 아닐까
반성하는 마음도 들었다.
이 책은 삶의 공간에 관심이 많은 사람
특히 어떤 도시가 과연 살기 좋은 도시이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