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는 왼쪽 미치광이는 오른쪽 - 당신의 일상을 피곤하게 하는 심리 문제의 모든 것
닝안닝 지음, 김정자 옮김 / 정민미디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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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같은 제목에 표지 삽화를 곁들였다.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본격 심리 치료 책!"이라는데, 과장이 심하다. 책 한 권으로 심리 문제를 치유할 수 있다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저술로 숭상받을 것이다.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하는 너스레로 받아들이고 싶다. 책 자체도 일반 독자를 타겟으로 접근하기 쉬운 심리교양서를 만들겠다는 취지를 잘 살렸다.

첫째, 목차와 구성이 뛰어나다. 일상 생활과 매스컴에서 자주 접하는 신경증과 인격 장애 14가지를 다뤘다. 각 증상마다 자가진단 테스트, 증상, 사례, 현상, 치료, 생존법칙 순으로 짜임새 있게 살펴본다.



case 01. 세상의 모든 걱정을 짊어지다 - 근심증

case 02.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 강박증

case 03.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정신병 - 단순 공포증

case 04. 제발 멀리 떨어져! - 사회 공포증

case 05. 내 눈물이 강이 되다 - 우울증

case 06. 지나치게 행복한 당신 - 조증

case 07. 성적 취향에 관한 은밀한 속사정 - 성도착증 상

case 08. 참을 수 없는 성적 욕구 - 성도착증 하

case 09. 내 몸에 다른 영혼이 들어와 있어요 - 성정체성 장애

case 10. 신의 목소리가 들려 - 정신분열증

case 11. 내 속엔 내가 너무 많아 - 해리성 정체 장애

case 12. 인생은 영화 같아 - 히스테리성 인격 장애

case 13. 네가 너무 의심스러워 - 편집성 인격 장애

case 14. 누가 대신 결정 좀 해줘요 - 의존성 인격 장애

case 15. 죽으면 어떨까 - 자살



'자가진단 테스트'로 체크 갯수로 증상 유무와 심각성을 파악한다. '증상'은 심리적 장애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사례'는 임상 사례를 담았으며, '현상'은 해당 심리적 장애가 사회적으로 어떤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지를 조망한다. '치료'는 치료법이나 잘못된 인지 구조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생존법칙'은 해당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심리학 개념을 소개한다. 예컨대, 'case 5. 우울증'은 "1. 중도 포기 효과, 2. 베버의 법칙, 3. 피그말리온 효과, 4. 한계 초과 효과 5. 담금질 효과"를 나열하는 식이다.



둘째, 개념 위주로 구성하였다. 학술적인 서술보다 일반 독자가 궁금해 하는 자가 진단, 증상의 개념과 유형, 관련 개념을 파악하기 쉽게 해 놓았다. 위의 열네 가지 신경증과 인격 장애는 학술적으로 다룬다면 책 한 권으로도 부족하겠지만, 일반인은 당장 다이제스트로 쉬운 핵심 요약에 눈길이 간다. 개념 위주, 혹은 명사형 구성이 어울린다. 전문가를 위한 심리학술서는 아니다. 보다 철학적이고 서술식 구성을 원한다면 책 자체의 의도와 맞지 않아서 실망할 것이다.



내용 면에서 셋째, 근심증을 첫 장에 넣은 점이다. 근심증이란 "불특정 다수에 대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병리적 불안으로 인해 발생"(p.21)하는 만성 불안장애의 일종이다. 대체로 심리진단류의 책은 독자에게 불안감을 조성한다. 당신도 심리적 장애가 있어! 라는 식이다. 때로는 신경증을 들어서 자신의 무기력과 불안을 합리화하려는  "지식화"  부류도 있다. 오히려 심리 치유서가 그들을 부추긴다. 그 나름대로 힘든 삶을 살고 있지만, 가끔씩 번짓수를 잘못 잡았다는 판단이 든다. 근심증에 가까운 것이다. 근심증도 불안장애의 부류이니, 신경증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원인이 근심 그 자체라면 그것으로 인한 불안을 해결하기 위한 치유책을 찾아야 한다. 첫 장에 근심증을 다룬 점에 칭찬하고 싶다.



넷째, 자살을 경계성 인격 장애와 연계하였다. 자살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책에서 설명한, 첫째, 절망, 둘째, 문제 해결이 있지만, 셋째, 사랑과 관심을 얻기 위해서다. 모든 자살자가 경계성 인격 장애자는 아니다. 세상 절망에 빠져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에게, 당신은 사랑과 관심을 얻기 위해서 그랬다고 단정한다면 옛 유행어대로 '두번 죽이는' 행위다. 세 번째 이유가 바로 경계성 인격장애다. "왜곡된 자기 정체성과 혼란스러운 가치관을 가지고, 타인의 관심과 애정을 받으려고 애쓴다."(p.336) 정체성이 혼란스럽기 때문에 자존감이 떨어지고 감정 기복이 심하며, 주변 평판에 지나치게 예민하다. 자해와 자살 시도를 지속적으로 하지만, 목적은 죽음보다 주변인들의 사랑과 관심에 가깝다. 경계성 인격장애 관련 책에는 나오는 내용이지만, 자살을 다룬 책들에선 짧게 소개되거나 간과하는 내용이다. 자살 시도자는 사랑과 관심이 누구나 필요하다. 그러나 경계성 장애자에겐 무엇보다 절실하다.



<천재는 왼쪽 미치광이는 오른쪽>은 흔히 접하는 심리 장애들을 다뤘다. 무엇보다 목차와 구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심리적 문제를 지속적으로 앓고 있는데, 과연 어떤 증상인지 알고 싶다면 착을 참고하면 좋다. 손쉬운 테스트와 설명을 만난다. 증상을 규정하여 카테고리화하면 그와 관련된 치유법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14가지 증상이 다 내 이야기 같으면 먼저 근심병을 의심해보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매스컴과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정신병리에 대한 쉬운 설명을 원해도 도움이 된다. 언론 기사를 보면 많은 사회적 문제 이면에 신경증과 인격 장애가 기저에 있다고 나온다. 조금이나마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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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 2017-02-26 1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마워요, 읽어볼게요

캐모마일 2017-02-27 06:56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