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이재명을 만났다
최인호 지음 / 씨스케이프(이맛돌)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이재명 성남시장은 언제나 핫(hot)했다. 촛불 정국 이전부터 SNS로 활발히 소통했고, 성남시 부채를 청산하여 청년 배당을 비롯한 복지 정책을 시행했다. 반면에 밥 먹듯이 행정감사를 받았으며 포퓰리즘 논란이 떠나지 않았다. 한 시의 기초자치단체장이면서 끊임없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현재는 안희정 지사 돌풍이 거세진 탓에 주춤하지만, 촛불정국 이후로는 한때 예비 대선후보 지지율 2위를 달성했다. 일각에선 전투형 노무현. 또는 노무현 반, 트럼프 반. 스스로는 한국의 샌더스로 불러달라고 한다. 독특한 행정가이자 정치인이다. 


 

저자 최인호 씨는 학창 시절에 알았다. <단어는 외롭지 않다>라는 영단어 어원을 설명한 책이었다. 학창시절 마르크스 전집을 번역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영어 강사여서 눈길이 갔다. 실제로 베스트셀러였다. 한편으론 영어 강사로 활동중이지만 왜 마르크스 해설서나 인문교양서는 저술하지 않는지 궁금했다. 영어 강사로서 능력도 좋지만 인문학 소양도 접하고 싶었다.



<어느날 이재명을 만났다>는 제목대로 최인호 씨가 만난 이재명 시장이라 관심이 생겼다. 최인호 씨가 쓴 인문 사회 분야 저서인데다 이재명 시장을 다뤘기 때문이다. 천편일률적인 대선 후보 에세이와는 다를 것이란 기대였다. 물론 이 책은 저자가 왜 이재명 시장에게 감명을 받았고, 그에 대한 전망을 담았으며, 그와 관련된 비판을 반박한다. 2016년 10월 29일 청계광장 연설부터 시작해 12월 19일 소망을 담은 맺음말로 끝난다. 집필 기간을 봐도 마치 열정에 타올라서 쓴 것 같다.



청계광장 연설. 이재명 시장이 유력 대선 후보로 거듭난 연설이다. 윤상원을 열사라고 언급했다. 고 윤상원 시민운동가는 광주 민주화 항쟁 당시에 도청을 지킨 마지막 시민 중 한 명이었다. 2011년 광주 광산구청 구보 표지 모델이었고, <임을 위한 행진곡> 주인공이었지만 기성 정치인들이 언급하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이재명 시장은 그를 언급했다. 비록 이재명 시장은 5.18 그 자리에 없었지만, 성경에서 나중된 자가 먼저된 자로 거듭난다를 말하며 민주화 정신을 이어받았다는 평가다. 그리고 저자는 소회한다. "그것은 시였다. 분노의 시, 고발의 시, 규탄의 시, 그리고 무엇보다 위로의 시였다."



저자가 바라보는 이재명 시장은 과거 지도자들과 다르다. 촛불이 거세질까, 혹은 촛불이 사그라들까 걱정하는 지도자들 기저에는 대중을 대상화하는 시선이 있다. 민주적 관점이 아닌 동원 대상, 지도 대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 시장은 대중의 시선에서, "새로운 시민혁명의 전범"이 되는 자리에 있었다고 분석한다. 이슈가 되었던 '장수풍뎅이 연구회', '민주묘총', '사립돌연사박물관' 깃발은 "탈조직 탈이념 탈노선의 깃발"이라고 평한다.



그렇기에 이재명 시장은 민중의 언어로 말하고, 단호하고 명료한 표현을 한다. 설사 돌직구 때문에 공격적이고 포퓰리즘이라고 비난받지만. 책에 유독 언어 사용에 대한 분석이 많다. 하버마스의 <의사소통언어이론>에 근거한다. 비합리적 의사소통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촛불 집회는 "대한민국 최초로 합리적 언어가 비합리적 언어를 몰아낸 사건"으로 규정한다. 특히 '이재명이 탄핵 정국에서 사용한 표현들'과 '박근혜가 탄핵 정국에서 사용한 표현'들을 비교 대조하는데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저자는 "모호한 비합리적 언어로 현상을 포장하고 유지하는 것이 지배자와 기득권의 특기"고, 조지 레이코프는 "상대편에 반대하는 주장을 펼치려면 상대편의 언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한 맥락을 인용한다. 이재명 시장은 이제껏 정치인의 두루뭉술한 언변과 궤를 달리한다는 것이다.



기성 언론의 평가와는 달리, 이재명 시장을 "노동을 존중하는 보수"라고 규정한다. <국부론>의 견지에서, "기득권을 비호하는 정부의 검은 손을 없애서 정상으로 돌아가는 자본주의 사회로 만들어야 나라가 부유해지고 국민이 잘 살게 된다."는 논지다. 가수 한영애 씨의 <조율> 한자락과 함께, "어떤 음도 맞는 게 없는 작금의 대한민국에서는 여하한 '조율'도 '혁명'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재명 시장의 주된 비판이 포퓰리즘, 공격적 언사인데, 저자는 이러한 행위들은 이른바 현직 대통령이 말했던 비정상의 정상화를 부르짖는 포효로 본 것이다.



<어느날 이재명을 만났다>는 이재명 시장을 지지하는 저자의 염원을 담았다. 공정사회, 합리적 사회, 민주국가에 맞는 리더로서 이재명을 바라본다. 물론 독자 입장에선 비판적으로 살펴야 한다. 5.18 민주화 운동 고 윤상원 시민운동가와 반독재 운동, 촛불 집회 열기를 담았으니, 내용이 뜨겁다. 덩달아 그 열기를 탄 이재명 시장을 거론히니, 자칫 이재명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도 뜨거워질 수 있다.

인문학적 시각에서 세태를 바라보는 역량은 책의 장점이다. "우리가 남이가", "그러니 대통령이 돼서 해보겠다는 게 아니겠습니까."라는 비합리적 언설이 지배하는 사회었다. 과거 우리나라 정치 적폐를 그대로 답습했다. 국민을 대상화하는  어용 문화, 동원 문화를 버리지 않았다. 정권을 비판하는 문화예술인, 시민 집회의 배후를 캐고,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기에 급급했다. 관제 데모로 맞섰다. "장수풍뎅이 연구회"는 구태 정치에 대한 시민의 풍자다. 세태를 모르고 대통령과 측근들은 얼마나 독재와 구태 정치의 향수에 젖어있었는가. 그러나 민도(民度)는 높아졌고, 잘못된 유산을 답습하는 대통령과 지도체체를 용납하지 않았다. 촛불 민심이다.



이번 대선이 기다려진다. 4,19 혁명 이후 민주화 바람은 군사정변으로, 서울의 봄은 12.12로 귀결되었다. 87년 항쟁 호헌철폐 이후 노태후 정권이 출범했다. 광우병, 4대강 반대 촛불 집회가 거셌지만 박근혜 정부가 뒤를 이었다.  구태와 적폐 정치를 답습한 정권은 탄핵 심판을 받고 있다. 현대사 초유로 대통령이 합법적으로 탄핵 당하는 사태가 예견된다. 과연 국정농단 촛불 정국은 얼마나 갈 것이고, 어떻게 귀결될까. 정치교체든, 정권교체든 현명한 선택이 요구된다. 국민들의 열기와 기대에 그나마 부합할 만한 대리인, 정치 세력이 절실하다. 다시금 적폐 공화국이냐 민주 공화국이냐다. 비록 이재명 시장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어느날 이재명을 만났다>가 주목한 리더의 덕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책에 나온 참고서적.


칼 포퍼, <열린 사회와 그 적들>

조지 레이코프,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조지 레이코프, <프레임전쟁>

애덤 스미스, <국부론>

하버마스, <의사소통행위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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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22 08: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곧 다가올 대선을 위해 후보들이 열심히 홍보하는 건 좋은데, 여기에 편승한 서적들이 나오는 현상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반기문 전 총장의 경우처럼 대선 후보를 둘러싼 변수가 생길 수 있습니다. 대선 후보를 소개하는 책이 남발하는 추세인데, 생각보다 내용이 허접한 책이 있을 겁니다.

캐모마일 2017-02-22 08:52   좋아요 1 | URL
네. 말씀에 공감합니다.
천편일률적인 대선 후보 에세이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후보가 대선 전에 책을 출간하는 것이야 관행이니 제가 뭐라 할 수 없습니다만,
지금처럼 사회비판적 열기가 뜨거운 상황에서
허투루 책을 출간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2017-02-22 15: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23 07:4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