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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0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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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얘기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 이 책에 대해선, 그저 읽어보라는 말 밖에는 할 얘기가 없다. 피차에 바쁜 사람들이니 과연 이 이야기가 당신의 구미에 당길지 지금부터 몇가지 간단한 설문을 해보겠다.


1. 꼬부기 하연수, <사이보그지만 괜찮아>의 임수정, 양갱을 와구와구 먹고 낮잠을 자는 아이유, 영화 <아멜리에>의 아멜리에 같은 여자 캐릭터들을 좋아하십니까?

(1) 진짜 진짜 좋아합니다: 5점

(2) 그냥 그렇습니다: 2점

(3) 아니요, 좋아하지 않습니다: 0점


2. 로맨스 판타지 장르의 소설을 좋아하십니까?

(1) 네 로맨스도 판타지도 다 좋아하는데 로맨스 판타지라니, 몸을 가눌 수 없을 만큼 흥분됩니다: 5점

(2) 로맨스는 좋아하지만 판타지는 글쎄요 or 판타지는 좋아하는데 로맨스는 좀...: 2점

(3) 로맨스고 판타지고 질색입니다: 0점


3.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움직이는 성에 매료된 적 있으십니까?

(1) 그럼요, 만화는 싫어도 그 움직이는 성 만큼은 대단히 매력적이었습니다: 5점

(2) 글쎄요 그런 만화적 상상력은 저에게 별 감흥을 주지 못하지만, 꽤 흥미로운 부분은 있었습니다: 2점

(3) 만화라면 질색입니다: 0점


4. 당신은 다신론자 입니까? 예컨대 헌책방의 신, 감기의 신, 잉어의 신 등 이 세상은 각각의 분야를 주관하는 신들의 협동 조합이라고 생각하십니까?

(1) 그렇습니다. 저는 이 세상의 모든 사건, 생명, 사물에 전부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습니다: 5점

(2) 다신론을 믿는 건 아니지만 그 이야기적 가치에 대해선 긍정적입니다: 2점

(3)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쓰레기 같은 생각입니다. 설령 이야기라 할지라도, 그런 역겨운 생각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0점


5. <스내치>, <락 스탁 앤 투 스모킹 베럴스> 같이 얽히고 설킨 이야기, 회오리바람같은 줄거리가 온 책을 휘젓고 다니며 이야기를 엉망진창, 혼란의 세계로 빠뜨리는 걸 좋아하십니까?

(1) 내 인생은 혼란 그 자체입니다. 나는 얼마든지 혼란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5점

(2) 딱히 혼란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 구성에 대해선 흥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2점

(3) 복잡한 건 질색입니다: 0점


6. 정말로 좋아하는 여자가 있지만 도저히 고백할 용기는 못내는 남자,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눈앞에서 알짱거리는 게 전부, 상사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아 눕는 수줍은 남자에게 감정이입이 되십니까?

(1) 흑흑, 딱 저 같은 남자로군요: 5점

(2) 제가 그런 남자라는 건 아니지만, 좀 귀엽다고 생각됩니다: 2점

(3) 제가 가장 혐오하는 남자입니다: 0점


7. 빤쓰총반장, 괴팍왕, 축지법 고타츠, 하늘을 나는 인간, 달마 오뚝이, 예술작품 - 벽을 뚫고 나온 코끼리 엉덩이, 핥기만해도 감기를 낫게 하는 단맛의 정수 윤폐로, 궤변 댄스, 친구 펀치, 코털이 하루에 1미터씩 자라는 남자, 규방조사단 중 관심이 있거나 더 알아보고 싶은 것, 당신의 호기심을 미치도록 자극하는 것이 몇 개나 있습니까?

(1) 8~11개: 5점

(2) 5~7개: 3점

(3) 3~4개: 2점

(4) 1~2개: 1점

(5) 0개: 0점


이제 위 설문에서 당신이 답한 점수의 총점을 내보시라.


(1) 25~35점: 당신의 인생에서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는 소설이 눈 앞에 나타났습니다. 이 기회를 잡으세요. 한번 지나간 기회는, 두번 다시 찾아오지 않습니다.

(2) 15~24점: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났군요. 인생에 길이길이 남을 정도는 아니지만 당신의 무료한 일상에 촉촉한 감성을 더해줄 수는 있을겁니다.

(3) 6~14점: 평소 읽지 않았던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 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당신의 생각과는 달리, 어쩌면 당신의 마음이 이런 이야기를 반길지도 모릅니다.

(4) 0~5점: Mac 사용자라면 애플키 + Q, 윈도우 사용자라면 alt + f4 키를 눌러주세요.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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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불꽃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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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세상엔 정말 죽여 마땅한 사람이 있는 걸까? 인면수심의 성범죄자, 국가 반역자, 인육을 유통하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심정적으로는 이들에게도 인권이 있다는 걸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인권이란 인간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인데, 이들은 이미 인간이 아니지 않은가? 이 경우 우리는 살인이라는 말 대신 폐기처분이라는 말을 써야 한다. 우리가 없앤 대상은 사회적 암, 혹은 이 세상을 더럽히는 쓰레기이기 때문이다.


자, 이제 우리의 생각은 확고하다. 인간이 아닌 개체를 폐기처분하는데선 논란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깔끔하게 해결됐지만 곧이어 따라오는 두 번째 질문에 우리는 미간을 찌푸릴 수 밖에 없다. 누가 인간이고, 누가 인간이 아닌지를 어떻게 구별하지? 인육을 유통한 연쇄살인마가 법정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진심어린 참회를 한다. 반성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건데, 그렇다면 이 자를 다시 인간으로 인정해줘야 하는걸까? 좀 더 까다로운 문제. 대한민국에 강력한 지도자가 나타나 핵무기를 만들고 항공모함과 잠수함, 전투기를 사들여 어마어마한 국방력을 갖췄다. 그는 이를 이용해 주변 국가와 전쟁을 벌였고 모두 승리하여 과거 배달국의 영토를 모두 수복, 대한민국에 유례 없는 번영과 발전을 이뤄냈다고 하자. 이 과정에서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수만 명의 민간인이 열폭풍에 타 죽었다. 이 지도자는 영웅일까, 아니면 사이코패스 살인마일까? 당신이 재판관이라면 이 사람을 법정에 올려 사형을 언도할 수 있을까?


인간이 아닌 것들은 죽여 마땅하다고 목 놓아 외치는 사람이라도 그 기준을 판별하는 순간에는 술 취한 사람처럼 갈지자로 걷게 된다. 설령 그 기준을 완벽히 따질 수 있다하더라도 우리에게 정말 다른 생명을 죽일 권리가 있는지 따져보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지구 역사상 수만 명의 사람을 죽인 독뱀, 상어, 악어, 사자, 호랑이를 모두 죽이겠다고 하면 사람들은 엄청나게 반발할 것이다. 그 동물들이 사람을 해치는 건 그들의 본성이니까, 우리는 그들과 공존하며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하지만 싸이코패스 살인마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들은 살인 욕구를 본성으로 타고났다. 영역에 침범한 다른 동물의 냄새에 공격 신호가 빛을 발하는 맹수처럼. 동물들과 공존하며 살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싸이코패스와도 공존하며 살기를 바라야 할 것이다.


<죄와 벌>을 연상시키는 이 질문이 바로 <푸른 불꽃>의 핵심 주제다. 올해 17살이 된 고등학생 슈이치는 자신의 엄마와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 뻔뻔한 범죄자 한 명을 죽이기로 마음 먹는다. 독자들은 그 범죄자의 행태를 보는 순간 죽여 마땅한 자라고 확신할 것이다. 그렇다면 슈이치가 어떤 판단을 내리든 그것은 모두 무죄. 우리는 이 영웅을 사랑해야만 한다.


하지만 슈이치의 결심은 이리저리 어두운 골목을 헤매다 결국 미궁 속으로 빠져버린다. 어쩌면 사람을 죽인다는 생각은 도미노와 같은 걸지도 모른다. 정의로운 살인으로 시작된 첫 번째 도미노의 붕괴는 쓰러지기를 거듭할수록 점점 빨라지는 속도에 곤란을 겪는다. 살인은 결코 돌이킬 수 없다. 나중에 가서야 잘못 생각했군, 하며 어깨를 으쓱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누군가는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못 담그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구더기가 세상의 모든 장맛을 망치고 사람까지 집어 삼키려 한다면, 구더기를 무서워 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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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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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을 믿지 않지만 신이 그립다. 줄리언 반스는 말한다.


나는 신이 그리워질 때에 대해 생각해본다. 세상이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될 때, 악인이 승승장구할 때, 죽음이 살며시 다가와 등 뒤를 두드릴 때.


죽음없이 신이 존재할 수 있을까? 신에 대한 그리움은 죽음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우리 인간의 태생적 한계, 그 존재의 근원적 불안에서 기인한다. 우리는 영원하지 않다. 언젠간 죽음의 차디찬 손을 잡고 레테의 강을 건너야 한다. 나를 존재하게 했던, 나를 세상과 이어줬던 모든 끈들은 죽음의 압도적 침묵 속에서 녹아들어간다.


그러나 나는 신이 이 세상을 창조해 우리에게 생이라는 선물을 줬고, 죽음이라는 벌을 내렸다는 주장과 똑같이 신이 이 세상을 창조해 우리에게 생이라는 저주를 내리고, 죽음이라는 구원을 선물했다는 주장을 믿는다. 전자가 가능하다면 후자가 가능하지 않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나는 신을 믿을 순 있어도 그가 축복을 위해 생을 줬다고는 믿지 않는다. 나는 신이 선하고 자비로운 존재라고 믿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신이 악하고, 유별나게 짓궂다는 사실을 믿는다. 증명할 수 없기는 두 주장 모두 마찬가지다.


죽음의 압도적 침묵 속에선 나를 존재하게 했던, 나를 세상과 이어줬던 모든 끈들이 녹아내리 듯이 나를 둘러싼 온갖 미움, 질투, 시기, 소란도 사라진다. 신은 언제나 불공평하지만 죽음은 그 어떤 존재보다도 공명정대하다. 신을 많이 믿건 적게 믿건, 돈이 많든 적든, 악행을 하든 하지 않았든 우리 모두는 평등하게 죽는다. 나는 이 순간 이 세상이 지옥이고, 사후 세계는 오직 천국만이 있다는 믿음을 다지게 된다. 아니면 우리를 창조했고 우리 삶을 중재한다고 믿었던 그 신이 사실은 악마고죽음이야말로 우리가 꿈꿔왔던 선한 신이라는 믿음을.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인간이 불멸의 존재였다면 결코 신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신은 존재의 불안감이 만들어낸 지푸라기다. 하지만 죽음이 가까워질수록 지푸라기의 존재도 커진다 .마지막 계단 위에 올라, 더 이상 갈곳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나면 머리 위에 떠 있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망상은 지푸라기를 점점 단단한 밧줄로, 마침내 황금빛 찬란한 구원의 사다리로 변하게 한다. 그래서 줄리언 반스는 말한다.


나는 신을 믿지 않지만 신이 그립다.


이 일말의 주저, 질척거림은 일종의 보험인 것이다. 계단 끝에서 정말로 신을 만나게 된다면 뭐라고 할텐가? 그 신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질투가 심하고, 세상엔 아무런 관심도 없어보였지만 죽은 뒤엔 기어이 심판을 내리려 하고, 그 심판의 근거가 자신에 대한 믿음인 그 신이다. 나같은 사람은 곧바로 지옥불에 떨어지겠지. 하지만 냉탕과 온탕에 한발씩 담궈놨던 사람이라면, 생전엔 질척인다는 모욕을 받았을지언정 죽은 뒤에는 정상 참작의 요건을 획득하게 된다.


존경하는 신이시여, 저는 당신을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을 그리워했습니다.


그 때 신이 이 이의를 기각할지 받아들일지 우리는 알 수 없다. 파스칼은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신을 믿어야 한다고 말한다. 신을 믿는다면, 그리고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냥 그걸로 끝이다. 하지만 신을 믿지 않았는데 당신 앞에 그 질투 많은 신이 나타난다면? 그러나 나는 파스칼이 신이라는 존재를 너무 자기 중심적으로 해석했다는 생각이 든다. 존재하지만 계산적 믿음은 거부하는 신, 자기를 믿든 믿지 않든 똑같이 인간을 미워하는 신, 신은 없고 신을 믿었던 자들을 벌주는 악마만이 존재하는 경우. 머리가 어지러운가? 너무 괴로워할 거 없다. 이제부터 조용히 앉아 천천히,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 법을 깨우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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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지음 / 더숲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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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뭐, 누가 인도를 가든 말든 명상을 하든 말든 영을 쫓든 말든 그러니까 자기 인생 자기가 어떻게 살지는 자기 맘이니 내가 거기에 이러쿵 저러쿵 참견할 권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이 책을 읽으며 몇 가지 의문이 지속적으로 드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지금부터 그 얘기를 좀 해보겠다.


첫째, 영적 충만을 경험하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 그들은 인도나, 스페인의 산티아고, 그 밖의 종교적 순례지를 찾는다. 영이라는, 비물질적인 정신의 세계를 탐구하면서 실제로는 가장 물질적인 장소에 의존하는 아이러니, 뭔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깨달음이 가능한 장소, 깨달음을 도와주는 장소가 따로 있다는 생각은 나와 평생을 함께 해야할 나의 세계를 미워하고 증오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건 마치 내 부모에겐 불효막심한 놈이 남의 부모에겐 세상 그런 효자가 없는 주객전도와 같다.


또 하나. 나의 일상이 완전히 제거된 세계에서 정말 나 자신을 찾을 수 있을까? 영적 탐구를 위해 외국으로 떠나는 사람들은 아마 이런 생각일 것이다. 나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세계에 불현듯 나를 던져 놓고 관찰해 보기. 그 세계에서 나는 툭 튀어나온 존재일테니 그 대조로 인해 나 자신을 더 잘 탐구할 수 있다는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극단적 대비가 오히려 왜곡을 만들어 내는 건 아닐까? 나라는 존재는, 나와 내 세계의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지는 법이다. 그러니 그 관계가 사라진 장소에서 우리가 어떻게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있단 말인가.


둘째, 왜 내가 인간이기를 거부해야 하는가? 여기 한 마리 사자가 있다. 사자는 어느날 크나큰 영적 깨달음을 얻어 다시는 동물을 잡아먹지 않기로 한다. 대신 사자는 평생 풀을 뜯어먹으며 산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사자를 사자라고 부를 수 있을까? 우리는 고귀한 깨달음을 얻은 이 사자를 칭송해야 할까?


화를 내는 것도 나고, 질투하는 것도 나고, 욕망에 눈이 멀어 마음을 흐트러뜨리는 것도 나다. 인간은 명과 암을 모두 갖고 있다. 비록 명이 좋아보이고 암이 나빠보이지만 그렇다고 암을 뜯어 밖으로 던질 수는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명과 암 모두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번민과 후회, 기쁨과 환희, 질투와 욕망 사이를 취객처럼 비틀비틀 지그재그로 걷는 게 인생이고, 그게 바로 인간이다. 정확히 균형을 잡아 그 사이에 흔들림 없이 가부좌를 트는 것. 그걸 불가능하다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그걸 굳이 해야만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득도의 경지에 이른 스승들, 신이 된 구루들, 따지고 보면 그들은 끊임없이 비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인간으로 태어났으니 인간으로 죽고 싶다. 솔직히, 내가 왜 인간을 초월한 다른 무엇이 되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셋째, 좀 이기적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류시화는 데모가 심하던 80년대 어느날 최루탄 연기가 자욱한 교정에 앉아 명상을 하는 인도인을 만난다. 그리고 류시화는 그에게서 큰 깨달음을 얻는다. 이 세상이 아무리 시끄럽고 요동을 친다해도 우리는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다. 네, 뭐 찾을 수는 있겠지요.


우리가 군부 독재에 맞서 모두 내면의 평화를 찾으러 떠났다면 대한민국은 아직도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겨울이었을 것이다. 속세의 일은, 속세의 일일 뿐이니라 하며 자기 내면의 평화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세계라면 그 이기적 태도에 숨이 막힐 것 같다. 내 친구가, 내 형이, 내 동생이 군화발에 짓밟혀 머리가 깨지는 와중에도 조용히 명상에 빠진다?


영적 탐구가 추구하는 것은 나의 평화이지 우리의 평화가 아니다. 물론 그들이 우리의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같이 사는 세상, 같이 살아갈 세상이니 같이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들은 끊임없이 자기와 세상 사이를 묶어주는 끈을 잘라내려 한다. 마치 태아가 탯줄을 잘라 엄마에게서 분리되려 하듯이. 하지만 마음의 평화란 것도 결국 단단히 두 다리를 딛을 수 있는 터전이 있어야 가능한 것 아닌가. 그 터전을 지키고 가꾸는 건 다른 사람의 몫이고, 나는 그 터전 위에서 고귀한 영을 쫓겠다. 나는 이런게 좀,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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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힘 - 영원한 세일즈맨 윤석금이 말한다
윤석금 지음 / 리더스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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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이 책을 읽어야 한다면 목차만 읽으세요. 그래도 내용이 다 이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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