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태도에 관하여 :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4월
평점 :
판매중지


이 짜증나는 세상을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결국엔 이게 화두인 모양이다.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엔 이런 책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고통이라는 실체는 있는데, 그것이 어디서, 왜, 누구로부터 오는지 모르니 저마다 근원을 찾아 떠난다. 그 이유를 알면 고통이 사라지거나, 적어도 피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서.


이야기가 사라져버렸다. 이유가 뭘까? 정말로, 세상이 더 각박해졌기 때문일까? 고성장 시대의 성실한 직장인이 보여주던 성공 신화는 끝났다. 항상 해고와 박봉을 걱정해야하는 초경쟁 시대, 한가하게 이야기는 읽던 시절은 가버린 것이다. 설령 세상의 진실을 모두 담고 있다하더라도 이야기에는 은유가 너무 많다. 알맹이를 얻으려면 수도 없이 껍질을 까야 한다. 손톱은 까지고, 눈은 침침하다. A, B, C 또는 1, 2, 3 혹은 서론, 본론, 결론. 이유가 뭐고, 어떤 해결책이 있으며, 이를 어떻게 실행해야 하는지, 바쁜 현대인들에게 스스로 생각해 보라고 하는 건 절대악이다. 그러려면 내가 왜 돈 주고 이 책을 사서 읽어야 하는가? 심리학, 정신 분석, 태도, 관계와 대처에 대한 책들이 산처럼 쌓이는 현상은 시간을 돈으로 바꿔 늘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들의 아이러니가 만든 초합리적 해결책으로 보인다.


저자 임경선은 태도에 대하여 이야기하면서도 이것이 읽는 사람들에게 강요가 될까봐 걱정한다. 이것이 정답입니다. 이렇게 살아야 합니다. 도대체 누가, 무슨 권리로 내 삶에 이정표를 꽂는단 말인가? 저자는 자신의 글이 이런 오만한 태도로 읽힐까봐 걱정한다. 하지만 단단한 생각에 거부감을 갖는 건 똑같이 단단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라면, 아마도 <태도에 관하여>같은 책은 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라면, 굳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지 않아도 세상에 대한 태도를 정해 이미 수십년간 실행과 수정을 반복하고 있을테니까. 대부분의 독자들은 그녀가 보여주는 확고한 신념에 반해 문장 하나하나 빽빽한 밑줄을 그어 넣을 것이다. 이 여자, 정말 쿨하다. 멋지다!


안타까운 점은, 아무리 밑줄을 그어도 그들이 이토록 멋있는 저자의 태도를 배울 수는 없을 거라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비슷한 삶을 산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구불구불한 지류가 거미줄처럼 뻗어 있는 인생을 산다. 너의 태도가 나의 태도와 같은 수 없는 이유는 나와 너의 삶이 다르기 때문이다. 설령, 다른 사람의 태도를 완전히 내것으로 만들었다 하더라도 고통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태도란, 삶과 부딪히고 깨지는 과정에서 오롯이 스며드는, 하얀 백사장의 모래알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모래알이 한때는 온 몸에 파도를 맞던 거대하고 거친 바위였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결국 고통은 피할 수 없다. 누군가의 태도를 갑옷처럼 두르더라도, 고통을 감내해야하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다. 그러니 이제 공부는 그만하고 밖으로 나가 우리를 괴롭히는 악당들과 마주하자. 중요한 것은 상처를 덜 받고, 쉽게 피해가는 법을 익히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의 판단을 내리고, 그 결과와 책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마음에 새겨진 상처의 갯수만큼 정확히, 우리는 성장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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