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큐 50 내 동생, 조반니
자코모 마차리올 지음, 임희연 옮김 / 걷는나무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할 얘기가 별로 없는 책이다. 제목을 보는 순간 내용의 99%가 예상된다. 이런 류의 이야기들은 너무 흔해서 이슈가 될 것 같지 않은데, 아마도 주인공의 사연이 YouTube에 공개되고(저자가 직접 만든) 이게 큰 호응을 얻어 책까지 나오게 된 것 같다. 소셜 미디어의 발달은 우리 모두에게 일확천금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엔 그 운이 이탈리아의 스무 살 청년에게 돌아갔다.


저자 자코모 마차리올은 1997년 이탈리아 카스텔프랑코 베네토에서 태어났다. 엄마 아빠 누나 여동생 자코모, 이렇게 다섯. 어린 남자 애가 종종 그러듯 자코모는 남동생 하나를 간절히 원했다. 이미 세 명이나 낳고 길러 허리가 휘는 부모님에게 또 다른 형제를 요구하는 건 씨알도 안 먹힐 제안이겠지만 역시 유럽은 유럽인가 보다. 어렵다 어렵다 해도 복지가 탄탄해. 외벌이로도 네 명 정도는 감당이 가능한가 보다. 엄마가 임신했다. 게다가 남자를!


자코모는 드디어 원하던 남동생이 나온다는 사실에 들뜨고 기뻤지만 조만간 그 애가 남들과는 조금 다른, 아주 특별한 아이라는 걸 알게 된다. 부모님의 침실에서 '다운 증후군'이라는 책을 발견한다. 자코모가 묻는다. 다운 증후군이 뭐에요? 자, 앞으로 무슨 이야기가 펼쳐질지 눈에 훤하지 않은가? 나도 이쯤에서 글쓰기를 마치고 영화나 보러 가고 싶지만 이렇게 짧은 리뷰는 한 번도 남겨본 적이 없기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간단히 소개한 뒤 끝을 내련다.


1. 자코모는 동생을 창피해 한다. 창피해 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1) 친구들에게 동생이 없다고 말한다.

(2) 길거리에서 동생을 모른 척 한다.

(3) 공원에서 아이들이 동생을 괴롭힐 때 모른 척 한다.


2. 자코모는 조반니와(아, 아직 동생 이름도 안 알려줬군) 함께한 경험을 통해 점점 장애의 본질에 대해 깨닫기 시작한다.

(1) 장애란 정말 모자람을 의미하는 걸까?

(2) 조반니는 게임의 규칙을 지키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룰을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규율에 얽매여 한 방향으로 밖에 못 보는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창의적인 것 아닐까?

(3) 조반니는 언제나 열정과 미소로 가득하다. 그는 웃음을 전염시킨다. 나는 고작 수학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에게 짜증을 내는데.


3. 짜잔! 자코모는 깨달음을 얻는다.
(1) 조반니는 모자란 게 아니라 그저 보통 사람들과 다를 뿐이다. 천사 조반니! 내 동생 조반니! 진짜 진짜 특별한 사람!


장애인 가족이 있다는 건 나로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나긴 하지만 자코모 마차리올의 가족에게 언제나 빛과 향기만 가득했던 건 아닐 것이다. 그들의 현명한 극복에 고개가 숙여진다. 편견일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 누가 아이를 네 명이나 낳는단 말인가! 고령 출산으로 인해 장애아 출산율은 점점 늘고 있지만 결국엔 이마저도 사라질 것이다. 10년만 지나도 출산은 커녕 결혼도 하지 않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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