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괴짜경제학 - 세상의 이면을 파헤치는 괴짜 천재의 실전경제학
스티븐 레빗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책 얘기는 하나도 없어요.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에 대해 어떤 도움도 줄 수 없습니다.


나는 이 사람들의 책을 거슬러 읽고 있다. 형만한 아우 없다는 옛말을 상기 시키기라도 하듯 책이 점점 재밌어진다. 이 책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은 나의 인식 태도와 거의 비슷하다. 인간은 선한 본성을 지니지 않으며 매우 비이성적이다. 그런 인간들이 바글대는 세상도 마찬가지.


<슈퍼괴짜경제학>은 외환 위기, 경제부흥, 환율, 이자율 따위를 연구하는 거시 경제학 책이 아니다. 인간이 왜,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관심을 갖는다. 일명 미시 경제학. 좀 더 트렌디하게 말하면 행동 경제학에 가깝다. 다행히 나도 이 질문에 관심에 많다. 인간이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잘 예측하는 정도로 연봉이 결정되는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이 질문을 테러리스트, 대학생, 매춘부 등에게 던지지만 나는 모바일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한다. 행동의 원인을 찾는 게 1차 과제라면 그 행동을 바꿀 방법을 찾는 게 2차 과제다. 대개는 1차 과제만 훌륭히 해도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지폐 더미를 매트리스 밑에 깔고 자고 싶은 사람이라면 2차 과제를 잘 해내야 한다.


저자들은 2차 과제의 해결 방법이 대단할 필요가 없다고 역설한다. 사람들은 대개 어마어마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마어마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는 신화적 믿음에 불과하다. 비인륜적인 폭행과 차별을 당하는 인도 여성의 권리를 신장시키기 위해 케이블TV를 보급해야 한다면 몇 사람이나 귀를 기울일까? 매년 10조원 이상의 피해액을 발생시키는 허리케인을 개당 10만원 짜리 고무 튜브 1만개로 막을 수 있다면?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는 방법이 화력 발전소의 공해 물질을 성층권까지 쏘아 올리는 거라면? 아마 사람들은 <빽투더퓨처>의 괴짜 과학자를 떠올릴 것이다. 머리를 쭈뼛쭈뼛 미친놈처럼 세우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지껄이는 크레이지 사이언티스트.


1992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시카고 대학 경제학 교수 게리 바커도 딱 이같은 처지였다. 그는 기존의 경제학이라면 결코 다루지 않았을 주제에만 자신의 관심을 쏟았다. 범죄와 처벌, 약물 중독, 결혼의 비용, 육아, 이혼 같은 것들 말이다. 오늘날에 와서야 베커가 신경제학의 선구자로 칭송 받지만 당시는 어땠을까? 그의 회상을 들어보자. "오랫동안 나의 연구는 주도적인 경제학자 대부분이 무시하고 혐오하는 대상이 되었다. 나는 별종으로 취급되었으며, 경제학자로 볼 수 없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주류 사회에 속한 인간들은 원체 쑥쓰러움이 많다. 그들은 위대한 발견에 몸을 흔들며 춤을 출 용기가 없기에 근엄한 표정으로 비판을 한다. 하지만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방 안에 들어가 문을 잠근 채 팬티 바람으로 두둠칫 두둠칫 흉한 몸짓을 한다.


괴짜처럼 생각하는 것의 장점은 명확하다. 그 누구도 생각해 낼 수 없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머리 속 가득 갖게 된다. 하지만 괴짜의 삶이 언제나 현생에서 보답을 받을 거란 생각은 버려라. 우리도 충분히 괴짜처럼 생각할 수 있고 심지어 몇몇 위대한 발견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두가 스티븐 래빗과 스티븐 더브너(이 책의 저자들) 처럼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건 아니다. 평생 소외와 멸시 속에서 살아가느니 차라리 바보들 틈에 들어가 바보처럼 생각하라. 행복한 삶과 위대한 삶은 완전히 정반대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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