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라이들의 시대 - 세상에 없던 나만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성공하는
알렉사 클레이.키라 마야 필립스 지음, 최규민 옮김 / 알프레드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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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주제를 배회하는 책이다. 괴짜들의 독특한 성공 사례를 분석, 소개하겠다는 컨셉인데 내용이 전혀 따라주질 않는다.


저자가 제시하는 또라이들의 성공 전략은 허슬, 복제, 해킹, 도발, 방향 전환이다. 허슬은 '하면 된다'는 마음가짐이다. 사막 위에 카지노를 세우거나 캘리포니아에 실리콘 벨리를 만드는 것. 둘째는 복제. 자기 아이디어에 집착하지 말고 남의 것이 더 좋아보이면 과감히 베끼라는 것이지. 제록스 연구소에서 GUI를 훔쳐온 스티브 잡스나 기존  MMORPG에서 좋은 시스템만 싹싹 긁어모아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들어낸 Blizzard를 생각하면 된다. 셋째는 해킹이다. 기존 시스템을 갈기 갈기 분해해 재구성 하라는 얘기다. 딱 맞는 예시를 찾기는 좀 힘든데, 음악이나 영상을 소유한다는(다운로드) 개념에서 경험한다는 개념으로(스트리밍) 바꾼 Netflix나 Spotify, 멀게는 롱테일 마켓을 창조한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를 떠올리면 된다. 넷째는 도발이다.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에 과감히 이의를 제기하는 것. 애플의 1983년 슈퍼볼 광고 얘기는 안 해도 되겠지? 마지막은 방향 전환이다. 책은 꼭 필요한 사람들을 내 편으로 만드는 기술이라는 부제를 달았는데 이쯤되면 이 책이 거의 제정신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까지 든다. 방향 전환은 스타트업 비지니스에서 자주 보여지는 피벗이라는 개념이다. 애초의 기획 의도대로 제품을 만들어 세상에 내놨더니 우리가 의도한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사용하더라. 이 경우 회사가 기존의 기획을 과감히 버리고 새 방향으로 컨셉을 트는 것. 이것이 바로 피벗이다. 스타트업의 경우 아예 업종을 전환하는 경우도 많다. 국내에서도 최근에 5Rocks라는 회사가 이 피벗을 제대로 보여줬는데, 이 회사는 원래 모바일 게임 회사였고 자사의 게임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툴 하나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 분석 툴이 의외의 반응을 얻자 게임을 접고 툴 제작에 올인해 외국 회사에 매각까지 하게 된다! This is Pivot!


어쨌든 이 책은 위에서 소개한 다섯가지 정신이 비주류 경제권에서 활약하는 B급 인생, 즉 또라이들의 성공 법칙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내가 일부러 유명한 회사와 인물을 언급한 것처럼 이것은 B급 인생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허슬로 따지면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를 따를 자가 없고 복제에선 스티브 잡스, 해킹에서 제프 베조스, 도발로는 이들 모두, 피벗으로는 마블(저작권 판매에서 자체 제작으로 방향을 전환해 최근 헐리웃을 휩쓸고 있다)이 최고봉이다. 저자는 인터뷰에서 "이제 위대한 기업에게 배우는 성공은 지겹지 않나요?" 라고 물어보는데 본인이 그렇게 얘기해 놓고 위대한 기업의 성공 법칙을 그대로 베껴오면 어쩌자는 말인가? 복제의 원칙을 몸소 실천해 보인 거라고 해야 할까? 이목을 끌려면 뭔가 다른 내용이 있어야 하니까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소개하는 건 좋다. 그런데 책을 읽고 있으면 이 사람들의 성과를 성공이라고 보는 게 맞는지, 좀 더 두고 볼 필요는 없는지 의심이 될 때가 많다. 자기 주장을 위해 현실을 지나치게 호도하는 건 문제의 소지가 있다.


차라리 이 비주류 인물들의 삶을 심도 있게 다뤘다면 나름 얻는 게 있었을지도 모른다. 세상엔 이미 또라이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을테니까. 본 모습을 감춘 채 조직에 숨어 할딱 할딱 숨을 몰아 쉬고 있거나 자신의 또라이 감성이 먹혀들지 않아 사사건건 조직과 충돌하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도 있었겠지. 그러나 심도는 개뿔, 너무 빠르게 겉핥기를 하느라 해가 아릴 정도다.


기존의 경영서들이 MBC의 <성공 시대>라면 <또라이들의 시대>는 SBS의 <순간 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 가깝다. 하지만 이 책은 <세상에 이런 일이>가 조명하는 소박한 특별함, 그 따뜻한 위로를 반에 반에 반도 담지 못한다. 이 책의 가장 훌륭한 점은 그 제목에 있다. 원제는 <The misfit economy>. 직역하면 부적응자의 경제학이라는 말이다. 이 책이 한 달만에 3쇄를 찍은 건 오로지 그 제목의 힘이리라. 마케팅 만세! 마케팅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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