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행동의 심리학 - 말보다 정직한 7가지 몸의 단서
조 내버로 & 마빈 칼린스 지음, 박정길 옮김 / 리더스북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남의 마음을 읽고자 하는 바람은 인류의 오랜 숙원이었다. 우리는 프로이트가 알려 주기 전에도 이미 인간의 속마음과 겉마음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이걸 아는 사람이 협상을 지배하고 권력을 차지한다. 당신이 하는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수 없다는 믿음. 그래서 기어이 그 속내를 펼쳐 보고 싶다는 욕망. 심리학에 대한 열망은 세상에 뿌려진 불신의 씨앗에서 싹을 틔운다.


<FBI 행동의 심리학>은 이 열망이 가장 치열하게 발휘되는 분야의 사례를 모아 놓은 책이다. 직업적 거짓말쟁이, 바로 범죄자들을 심문하는 일 말이다. 저자 조 내버로는 25년간 FBI 대적첩보 특별 수사관으로 활동, 고도로 훈련된 스파이들을 상대해 왔다. 거짓말을 할 땐 반드시 무의식적 행동 변화가 수반된다. 눈동자의 작은 흔들림,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 느닷없이 찾아오는 침묵. 숙련된 수사관은 현미경으로 세포를 훑듯 아무리 작은 행동의 변화라도 놓치지 않는다. 물론 승부가 항상 수사관의 승리로 끝나는 건 아니다. 왜? 적들도 내가 무엇을 아는지 알기 때문에. 바로 여기서부터 아주 치열한 심리전이 펼쳐진다. 무의식적 행동 변화를 충분히 인지하는 범죄자라면 진실을 얘기하면서 의식적으로 눈동자와 목소리를 떨리게 할 수도, 느닷 없이 침묵을 꺼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정보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조작된 건 그의 행동일까, 아니면 그의 말일까?


바로 여기에 대한 대답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책이었다면 아주 많은 재미를 얻었을 것이다. 물론 14,000원 짜리 책 한권에 30년 경력의 수사관이 지닌 모든 경험과 노하우를 담을 수는 없다. 그런 걸 바라면 도둑놈이지. 그런데 초판 72쇄를 찍은 책 치고는 어이 없을 정도로 당연한 얘기가 많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인간 거짓말탐지기' 조 내버로가 밝히는 커뮤니케이션의 비밀!


첫째, 스트레스를 받거나 초조해지면 사람들은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무릎 위에 손바닥을 문지르는 경향이 있다. 와우! 정말 몰랐네.


둘째, 실눈을 뜨고 이마를 주름지게 하면서 얼굴을 찡그리는 것은 고통과 불편함의 표시다. 세상에 난 이게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짓는 표정인 줄 알았는데.


셋째, 비웃음은 순간적으로 경멸 또는 경시를 나타낸다. 그것은 "나는 당신의 생각에 신경쓰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의미다. 하하하하!


최근에 취업이 어렵다고 하니 면접 시 하지 말아야 할 행동도 몇 가지 가르쳐 주겠다.


첫째, 의자에 앉아 엉덩이를 쭉 뺀 뒤 다리를 쩍 벌리고 늘어져 있지 마라. 면접관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것이다.


둘째, 고개를 숙이고 눈을 내리 깐 채 어깨를 귀쪽으로 올려 축 쳐진 자세를 하지 말라. 면접관에게 자신감이 없는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렇다. 우리의 일상 생활에선 굳이 행동 변화 같은 걸 유심히 관찰하지 않더라도 당신은 당신의 태도가 어떤 반응을 불러 일으킬지, 나와 대화하는 상대가 어떤 기분과 마음을 갖고 있는 지 충분히 알 수 있다. 감정이란 많은 경우 직관적으로 느껴지지 분석해서 알아내는 게 아니다. "저 사람이 나한테 화난 것 같아, 왜냐하면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턱을 쳐 들고 큰 소리로 얘기했기 때문이야" 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조 내버로를 최고의 수사관으로 만든 건 이런 행동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능력이 아니라 아주 작은 행동의 변화도 포착하는 뛰어난 관찰력과 그러한 반응을 유도하는 질문을 찾아내는 능력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까 당신이 정말 누군가의 진심을 알고 싶다면 이런 책을 읽고 연구하기 보다는 그냥 그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유심히 지켜보는 게 더 낫다. 뛰어난 관찰력이란 본디 애정을 갖고 오래 지켜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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