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고개 탐정 1 : 스무고개 탐정과 마술사 - 제1회 스토리킹 수상작 스무고개 탐정 1
허교범 지음, 고상미 그림 / 비룡소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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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문학상 스토리킹은 최종 본심에서 어린이들이 직접 당선작을 가려낸다. 때문에 초등학교 5학년 문양이가, 스무 가지 질문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스무고개 탐정과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하는 마술사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짜릿한 사건을 그린 대망의 스토리킹 1회 당선작 '스무고개 탐정과 마술사'는, 역시 어른들에게는 전혀 짜릿하지 않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아이들을 열광케 하는가?


나에게 남은 질문은 오로지 이것 뿐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나도 한 번 아동 소설이란 걸 써볼까?'하는 불순한 마음으로 이 책을 집어들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무엇에 열광하는가


첫째, 이야기. 어른들보다 집중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아이들이기에 아동 소설에 있어서만큼은 이른바 '손에서 뗄 수 없는'이라든가 '단숨에 읽어 내린' 따위의 상투적 수식어가 상투적이지 않을만큼 강력한 이야기의 힘이 필수적이다.


작가는 소설의 전반부를 '마술사의 비밀을 밝혀내는 스무고개 탐정의 추리'로 후반부를 '납치된 마술사를 찾아내는 삼총사의 모험'으로 구성한다. 그런데 추리가 무엇이냐? 모험이 무엇이냐? 그것은 이야기의 힘이 가장 큰 장르, 이야기 중의 이야기, 왕중의 왕 아닌가! 작가는 이 두개의 장르를 섞어 이야기의 힘을 극대화할 뿐만아니라 자칫 단순해질 수 있는 이야기 구조의 문제까지 해결하니, 참으로 매섭고 영리한 전략이 아닐 수 없다. 


둘째, 미스테리 또는 맥거핀. 이 소설에는 두 개의 맥거핀이 존재한다. 하나는 교장 선생님과 또 하나는 스무고개 탐정의 삼촌. 두 사람은 스무고개 탐정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듯 하나 정작 이야기의 흐름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인물들이다. 그들은 전형적인 맥거핀으로 보이나 스무고개 탐정의 비밀스런 정체를 더더욱 비밀스럽게 만드는 역할을 하며 이러한 비밀의 향연은 상상할 시간이 많고 친구들과 얘기할 시간도 많은 어린이들에게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준다. 이 책을 본 어린이들은 교장 선생님과 스무고개 탐정의 관계, 혹은 삼촌의 정체를 밝혀내느라(혹은 지어내느라) 끝없는 토론을 할 것이며 서로 자기 말이 맞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거침없이 후속작을 읽어내려갈 것이다.


셋째, 장난감.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장난감을 갖고 논다. 단지 그 가격과 종류의 차이가 생길 뿐이다.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장난감을 소설의 소재로 끌고 오는 건 매우 현명한 일이다. 그러나 여기 선택의 문제가 있다. 실존하는 장난감, 만화, 캐릭터를 데리고 오는 건 좋지만 소설이 너무 트렌디해지는 건 아닐까? 작가라면 누구나 시간을 초월한 작품을 남기길 원한다. 야심차게 도입한 포켓몬이 3, 4년 뒤 한물간 캐릭터가 된다면 그 누추한 냄새가 내 소설에까지 배게 된다. 뿐만아니라 여기에는 저작권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까지 해결해야 하는 난잡함이 있다. '크레용 신짱(짱구는 못말려)'의 작가는 아예 만화 안에 또 다른 만화(가면 라이더)를 만들어 이러한 문제를 비껴갔지만 '스무고개 탐정'의 작가는 그렇게까지 큰 노력을 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리하여 이 소설엔, 탄생 이후 시대를 초월해 아이들의 영원한 로망이 된 '프라모델 장난감'이 등장한다.



아이들이 되고 싶은 건 뭘까?


소설을 읽으며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되고 싶은 건 뭘까? 적어도 내 시대에는 과학자, 대통령, 소방관, 경찰관 같은 이름들이 거론됐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아이들이 되고 싶은 건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아이들이 되고 싶은 건 과학자나 대통령이 아니다. 그들은 언제나 


'어른'이 되고 싶어 했다. 


스무고개 탐정은 어른처럼 옷을 입고 어른처럼 행동하며 또래 아이들이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의 전모를 밝혀냄으로써 자신이 어른의 지능을 가졌음을 과시한다. 삼총사가 납치된 마법사를 구출하기로 마음 먹은 이유는 그것이 어른의 세계에 발을 디딜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이 모든 난리법석의 대미는 모든 아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여되는 표창장이다. 표창장은 아이가 아이답지 않은 행동을 한 것에 대한 칭찬, 즉 어른스러움에 대한 인정이다. 물론 어른의 세계에 들어서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그것을 뛰어 넘는 이야기를 그릴 수도 있다. 그것은 아마도 '구국 영웅'이나 '슈퍼 히어로'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여러분은 이 둘중에 하나를 골라 소설을 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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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12-22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아이들이 재미있어할만한 책을 어른이 쓴다는건 역시 어려운 일이네요. 출판사가 이런 공모전을 기획한 것도 그런 맥락인 것 같고요.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는 이야기는 결코 어른들이 그럴거라 섣불리 짐작한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것, 그것이 시작점일수도, 끝나는 점일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한깨짱 2013-12-24 13:12   좋아요 0 | URL
무엇을 쓰든 쓴다는 거 자체는 너무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배운 게 많은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