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부아르>를 다 읽었다. 4-5일 걸린 것 같다. 뭐 손에 땀을 질질 쥐어짜며 밤을 새워 읽은 건 아니지만 어쨌든 재미있게 읽었다. 훌륭한 책들이 흔히 그렇듯이 뒤로 갈수록 더욱 재미가 난다. 소설이 문학적으로 뛰어난지 미흡한지는 소생같은 축생으로는 감히 짐작도 하기 어려운 일이고 다만 소생이 알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것은 발꾸락 끝까지 째리해지는 그 말초적인 쾌락(?)으로, 말하자면 뭐 ‘재미’라고 할 수 있는 것이관대, 소설이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 여부는 독자제위 개개각각의 그 다양무수한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소생의 짧은 소견으로는 소설의 결말에 대한 궁금증과 소설의 재미가 정비례 관계에 놓여있는 듯하다는 생각이다. 그 끝이 궁금하면 할수록 소설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되고 종내에는 그 끝장을 보지 못하면 두 다리를 뻗고 단잠을 쿨쿨 자지 못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써놓고 보니 뭐 당연한 이야기를 부언중언한 것 같다. 아둔하고 한심한 돼지로고.

 

등장인물 개개인에 대한 시시콜콜한 후일담인 ‘에필로그’가 굳이 필요했는지 잠깐 생각을 해봤는데, 소생같은 축생이 짧은 족발을 쭉 펴고 잠자리에 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소생의 경우로 말하자면, 흔히 말하듯이 열린 결말이니 뭐니 해서 무슨 소리인지 알듯말듯한 아리송한 결말로 소설이 끝나버리면 정말 화딱지가 버럭 나고 ‘흥!!!’하면서 커다란 코딱지까지 불현듯 툭 튀어 나올 때도 있었던 것이다. 그 끝장 막장을 보려고 밤새워 가며 읽었는데 뭐?? 열린 결말?? ‘제기랄...그래서 어떻게 되었다는 말이야?? 이게 말이야 막걸리야?’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오르부아르>는 소생 마음에 든다.

 

그런데, 그 에필로그의 후일담 중에서 알베르를 제외하고는 에두아르의 유일한 친구였던 예쁜 어린 소녀 ‘루이즈’에 대한 부분에서, 알베르와 에두아르가 각각 그녀에게 많은 돈을 남겼다는 것은 충분히 알겠는데, 이건 무슨 이야긴지 도무지 모르겠고 그래서 매우 궁금하다. “루이즈의 운명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았다. 우리가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될 1940년대 초반까지는.”  책을 끝까지 읽어도 1940년대 초반 이후에 그녀가 어떻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없다. 아아아아 궁금하네..... 내가 뭐 놓친 게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마지막 ‘감사의 말’에서 작가는 이 소설을 쓰면서 몇몇 작가들을 차용했으며 그 차용은 그 작가들에 대한 오마주로 받아들여 줬으면 한다고 적고 있다. 그 몇몇 작가들이란 "에밀 아자르, 루이 아라공, 제랄드 오베르, 미셸 오디아르, 호메로스, 오노레 드 발자크, 잉마르 베리만, 조르주 베르나노스, 조르주 브라상, 스티븐 크레인, 장루이 퀴르티스, 드니 디드로, 장루이 에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빅토르 위고, 가즈오 이시구로, 카슨 매컬러스, 쥘 미슐레, 안토니오 무뇨스 몰리나, 앙투안 프랑수아 프레보, 마르셀 프루스트, 파트리크 랑보, 라르슈푸코 등등" 이라고 한다. 언급된 인사만 23명이다. 소생은 이중 절반 이상은 이름도 금시에 초문인 수준이니, 그 작품들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당연하게도 이 소설을 읽으면서 누구에 대한 오마쥬라고 느낀 부분은 단 한 부분도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만약 이런 오마쥬들을 알아보고 읽었다면 얼마나 더 재미가 있었을까 생각하니 몹시 안타깝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소생의 상기 글을 ‘리뷰’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소생은 축생인 주제로 일정 형식을 갖추어 누구의 작품을 감히 ‘평’하는 것에는 마음이 영 ‘편’하지 않다. 그냥 생각나는대로 주절거리고 주디 나불대는대로 쓰는 잡글이 소생 주제에 제격이다. 소생이 리뷰를 잘 쓰지 않는 까닭이고 페이퍼를 선호하는 소이다.

 


댓글(32) 먼댓글(1)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감사의 이스터 에그
    from 冊性愛子 2016-02-03 17:42 
    며칠 전에 붉은돼지님의 글(제목: <오르부아르>를 다 읽었는데요...)을 읽고 피에르 르메트르 작가의 성격을 다시 봤다. 사실 나는 르메트르 작가의 소설을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다. 이 작가가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내는지 잘 모른다. 그냥 작가의 이름만 스쳐봤을 뿐이다. 르메트르는 자신의 소설 《오르부아르》의 ‘감사의 말’에 여러 작가와 유명인 들을 오마주한 사실을 밝혔다. 르메트르는 소설을 출간하면 집필에 영향을 준 사람들에게 고마운 심정으로
 
 
초딩 2016-01-31 1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밀 아자르가 두번 받은 콩쿠르상을 수상한 책이군요!!
글쓰신거 아주 잼나게 읽었습니다~
저도 끝판 때문이 놓치못하는책 참 좋은거 같아요.
그리고 책 중간마다 너덜거리게 뱉아내는 책 - 그런책은 끝판이 그만큼 궁금하진 않지만 상대적으로 - 도 좋은 것 같습니다 :-)

붉은돼지 2016-01-31 19:00   좋아요 2 | URL
저는 부끄럽지만 에밀 아자르를 아직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ㅜㅜ
<오르부아르>는 에필로그에서 등장인물 개개인에 대하여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시시콜콜하게 이야기해주는데요...등장인물들의 결말을 다 알게되니....속이 다 시원하더군요...책도 한 권 완전히 다 읽은 거 같구요.ㅎㅎㅎㅎㅎ

살리미 2016-01-31 19: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제목이 영 어색해요. 미천하게나마 고딩때 불어를 조금 배웠는데 오 흐브아~ㅎ 로 발음했거든요. 그래서 처음에 한글제목을 봤을땐 전혀 그 말인지 몰랐습니다.
ㅎㅎ
저도 열린결말따위 개나 줘버리고 싶은 단순한 독자라 에필로그에서 시시콜콜 말해준다니 엄청 맘에 드네요!!

붉은돼지 2016-02-01 15:06   좋아요 0 | URL
오호!!! 불어를 전공하셨군요....원래 발음은 ..... ˝오 흐브아~˝ 에 가깝군요.ㅎㅎㅎㅎㅎ
처음 읽을 때 오르부아르가 무슨 뜻인지 나왔던 것 같은데...지금 생각하니 기억이 안나요 ㅜㅜ
다시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인사말이군요....˝잘가요 안녕˝

cyrus 2016-01-31 1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작가가 직접 24명의 작가들을 언급한 이유가 독자들에게 독서를 권장하기 위한 좋은 의도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24인의 작가의 작품을 읽은 1%의 독자는 오마주의 흔적을 찾기 위해 다시 《오르부아르》를 읽는 거죠. 결국 《오르부아르》 작가가 만든 고도의 전략일 수 있습니다. ^^

붉은돼지 2016-02-01 15:10   좋아요 0 | URL
cyrus 님 말씀대로 그런 고도의 전략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ㅎㅎㅎㅎ
작가소개를 보니 작가가 문학 세미나 강좌를 운영했다고 하더군요...그래서 그런지 언급한 작가가 너무 많아요 ^^

서니데이 2016-01-31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붉은돼지님 ,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붉은돼지 2016-02-01 15:11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 항상 이렇게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오늘 좋은 저녁되시길^^

보물선 2016-01-31 1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읽고 싶어요! 샀는데.... 아직^^

붉은돼지 2016-02-01 15:11   좋아요 0 | URL
사셧으면 읽으셔야죠 ㅋㅋㅋㅋ 좀 두껍지만 그래도 재미있어요^^

컨디션 2016-01-31 2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마주 인사 24인을 토씨하나 안빼고 열거해주신 붉은돼지님의 축생체(소생체라 해야 옳으나 괜히 한번^^)에 깊은 오마주를 바치옵나이다.^^

붉은돼지 2016-02-01 15:12   좋아요 0 | URL
컨디션님 오늘 컨디션 좀 어떠신가요??? 컨디션님을 뵈올 때마다 항상 묻고 싶어집니다.^^

AgalmA 2016-01-31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딱지ㅋㅋ...저는 닫힌 결말이면 답답해! 흥~하는 스타일인데ㅎ

붉은돼지 2016-02-01 15:18   좋아요 0 | URL
손가락으로 코딱지 파는 짓은 이제 그만해야겠어요 정말.....나이도 있고 말이죠.ㅋㅋㅋ
어떨 때는 너무 시시콜콜하게 후일담을 다 이야기해버리면 재미가 반감되는 경우도 있죠...
독자들이 상상할 수 있도록 아련한 여운을 남기고 끝내는 것이 괜찮을 때도 있고 그런 것 같습니다. ^^

기억의집 2016-02-01 00: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루이즈는 루이즈를 주인공으로 하는 번외편으로 해서 책으로 나올 것 같더라구요. 이 작가 스탈로 봐서....그래서 루이즈는 열려놓은 상태로 끝을 맺었고,

이 작가의 이렌이란 작품의 첫 페이지의 인용구가 작가는 따옴표 없는 여러 인용구들을 효율적으로 짜 맞추는 사람이다라는 롤랑 바르트의 말을 인용했는데, 아마 자신의 작품이 여러 작가의 영향으로 탄생된 작품이라고 하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저는 그 인용구보고 좀 의외였어요. 사실 프랑스가 조르주 심농이라는 쟝르소설가 빼고는 이렇다할 쟝르 소설가가 없을 정도로 순수 문학 토양이었거든요. 유럽 문학이 이렇다할 쟝르 문학 줄기가 없다고 하더라구요. 유럽 전역이 쟝르 문학에 약했다가 이천년대 들어와서 확 바껴서 미스터리 소설가들이 대거 나오더라구요. 질적으로 양적으로 다요. 특히나 프랑스는 순수 문학이 강세여서 쟝르 문학이 기를 못 폈는데 르메트로가 나오면서 저는 프랑스의 쟝르문학에 대한 생각이 바꼈을 정도입니다. 심농 소설 읽다가 저는 못 읽겠더라구요. 사건 풀어나가는 기술이 그닥 매력 없어서.. 그러다가 이 작가의 작품 읽으면서 우와, 프랑스에서 이런 작가가 나오다니, 어쩜 순수 문학이든 쟝르 문학이든 문학의 토대가 강하면 이런 멋진 작가가 나올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더랍니다. 뭐든지 기초가 단단하고 강해야 어떤 쟝르든 멋진 작품이 나올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이 작가가 나열한 작가들 읽으면서 진짜 많이 읽었구나... 생각 했어요.

붉은돼지 2016-02-01 15:32   좋아요 1 | URL
아아 그럴수도 있겠군요...루이즈를 주인공으로 하는 또 다른 소설...루이즈도 아주 특이한 캐릭터죠..보통사람하고는 다른...

저도 심농의 매그래 한 두 권 정도 읽었는데 저하고는 안 맞는 것 같더라구요.(열린책들에서 나온 매그래 시리즈 19권은 책이 예뻐서 다 사기는 샀어요,,반값 세일할 때 - 아 그때가 그립군요.. - 중간에 끝나서 섭섭했습니다. 물론 책은 별로 재미가 없었지만서오요) 그리고 프랑스 작가가 쓴 추리소설 중에 몽셍미셀을 배경으로 한 `이중설계`라는 책이 있는데요....정말 너무 지루해서 중간에 읽다가 포기한 기억도 납니다. ^^

fledgling 2016-02-01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익숙한 역자의 책이군요! 리스트에 추가하고갑니다~

붉은돼지 2016-02-01 15:39   좋아요 0 | URL
누구신가 싶어 역자 소개를 보니 심농 작품과 베르베르 작품 번역하신 분이군요...
요나슨 작품도 번역하셨는데....스웨덴어로 잘 하시는 모양입니다. ^^

yamoo 2016-02-01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보에 가보니, 이 책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더이다. 두껍던데...이 책을 다 읽으셨군요! 재미있나 봅니다. 리뷰 잘 읽고 갑니다~~^^

붉은돼지 2016-02-02 11:44   좋아요 0 | URL
우와!!! 산더미처럼...
네 좀 두껍긴 두껍습니다. 나름 재미도 있구요..시간나시면 한번 읽어보세요...곧 영화도 나온다고 하더라구요^^

고양이라디오 2016-02-02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붉은 돼지님의 글을 읽으니 이 책을 읽고 싶어지는 군요ㅎㅎ

전 언급된 24명의 인사 중에 에밀 아자르의 <자기앞의 생>만 읽었는데, 이 책 정말 추천드려요. 콩쿠르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고 너무나 사랑스러운 소설이었습니다^^

붉은돼지 2016-02-02 11:46   좋아요 1 | URL
로멩가리의 소설은 저도 언제 한번 읽어본다 본다 하다보니 어느듯 수십년(???)이 흘렀습니다.^^
예전엔 `모모`가 미하엘 엔더의 그 `모모`인줄로 알았었죠 ㅎㅎㅎㅎ

고양이라디오 2016-02-02 15:32   좋아요 0 | URL
주인공이름까지 아시고ㅎㅎ
저도 책 읽으면서 미하엘 엔더의 `모모`를 떠올렸던 기억이 나네요ㅎ
`모모` 아주 사랑스럽고 매력적입니다ㅎ

2016-02-02 0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2 1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2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2 2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2-03 08:29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

붉은돼지 2016-02-03 1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르메트르가 `오마주`로 언급한 작가는 총 23명으로 최종 확인되었습니다.
불초한 소생이 조르주 베르나노스를 두번 언급했습니다. 본문 내용은 수정했습니다.^^
한명이라도 줄어서 다행입니다. 뭐가 다행인지는 잘 모르겠지만.....ㅎㅎㅎㅎㅎㅎ

에이바 2016-02-03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마주한 작가들을 언급함으로써 재치와 겸손을 한 번에! 저는 아직 안 읽었는데 재밌을거라 확신하고 있어요. 기억이 맞다면 공쿠르 수상작 중에서도 역대 최고 판매량을 달성했을걸요. 르메트르 부럽습니다...ㅋㅋㅋ

붉은돼지 2016-02-07 14:08   좋아요 0 | URL
재미있습니다. 1차대전 후 전사자 처리 문제 등 전혀 생각지 못했던 역사적인 사실들도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이게 장르소설인지는 모르겠지만...어쨋든 소개에는 장르소설로서는 처음으로 콩쿠르상을 수상했다는 그런 문구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

보물선 2016-02-09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취향은 아니지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프랑스소설답지않게 명쾌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