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아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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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작가들의 소설들은 정작 잘 읽게 되지 않는다. 이유가 딱히 없지만, 아무래도 흥미도가 떨어져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도리스 레싱도 십여년전 노벨상을 수상한건 알았지만, 관심이 가지 않았다. 나름 철학적이고 어려운 소설이겠거니 했는데 책을 보고 나서 그런 생각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훨훨 날라갔다.


이렇게 흥미롭고 재미있게 쓰시는 할머니라니, 매우 깜놀했다. 사실적이면서 건조한 문체도 무척 마음에 들었고 소재를 다루는 작가의 솜씨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흡입력이 매우 강한 소설이었다.


200 페이지 남짓한 짧은 분량도 그렇지만 지루하지 않고, 어려운 편의 소설도 아니라 하루 반나절이면 너끈히 읽어낼만한 소설이다. 그저 평범한 두 남녀가 만나서 행복한 가정을 꿈꾸고 많은 아이들을 낳게 되면서 겪는 어려움, 그리고 남들과 전혀 다른 다섯째 아이 벤을 낳는 부분에서 오멘의 데미안이 떠오르는 오컬트적인 분위기도 느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결말을 뚜렷하게 정한건 아니지만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못하는 특이한 아이들이 있을 수 있고, 장차 이런 아이들이 어쩌면 사이코패스 내지 소시오패스로 성장할 개연성이 있다는 언급도 흥미로웠다.


스웨덴 한림원에서는 ˝ 다섯째 아이는 가족을 향한 억압되고 부정된 여성의 공격성을 이어받은 괴물 같은 어린 소년의 이야기를 완성도 있게 그린 심리 스릴러이다˝라고 밝혔는데 짧은 문장에 이 소설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것 같다.


일단 재미있는 소설이고, 글을 쓰고자 결혼 생활을 포기했을 정도로 문학을 사랑하는 작가이니 만큼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완성도 높은 소설을 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도리스 레싱의 다른 소설들도 몹시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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