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글을 읽을 때마다 나의 사고를 반성하며.이 사회를 발로 지탱하고 있는 분들과 나의 천진한 탁상공론의 가치를 뒤바꿔 다루지 말 것을 상기하며. 이렇게 흔들흔들 흘러가지만 그래도 이 물길에서 이렇게 당신을 만날 수 있었음을 감사하며. 추도합니다.
나와 같이 징역살이를 한 노인 목수 한 분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그 노인이 내게 무얼 설명하면서 땅바닥에 집을 그렸습니다. 그 그림에서 내가 받은 충격은 잊을 수 없습니다. 집을 그리는 순서가 판이하였기 때문입니다. 지붕부터 그리는 우리들의 순서와는 거꾸로였습니다. 먼저 주춧돌을 그린 다음 기둥·도리·들보·서까래·지붕의순서로 그렸습니다. 그가 집을 그리는 순서는 집을 짓는 순서였습니다.일하는 사람의 그림이었습니다. 세상에 지붕부터 지을 수 있는 집은 없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붕부터 그려온 나의 무심함이 부끄러웠습니다.나의 서가(書架)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낭패감이었습니다. 나는 지금도 책을 읽다가 ‘건축‘ 이라는 단어를 만나면 한동안 그 노인의 얼굴을 상기합니다. (90쪽)
페미니즘은 성차별주의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끝내자는 운동이다. 남자들은 다 나쁜 놈이라고 꽥꽥 화를 내는 것이 아니다. 젠더, 인종, 계급의 관점에서 우리 모두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냥 페미니즘이 꼴뵈기 싫으시다고? 난 차별주의자라고 차라리 떳떳하게 밝히시던지.
페미니즘 정치의 목표는 지배를 종식하여 우리가 있는 그대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게끔 우리를 해방하는 것이다. 얼마든지 정의를 사랑하고, 평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말이다. 페미니즘은 모두를 위한 것이다. (p. 263)
갇힌 사람에게 ‘출소’의 가장 큰 의미는 독보권이란다. 가고 싶은 곳에 혼자 갈 수 있는 권리. 그래. 지난 10여년동안 내가 갇혀 지냈었던거구나. (또 그 지겨운 소리. 집과 직장만 챗바퀴 돌며 살았다는 또 그 넋두리냐고. 누가 그러래? 근데 여기저기 여행도 무지많이 다니지 않았어? 근데 뭐가 갇혀 지냈대. 배부른 소리하고 앉아있어.) 근데 내게 가장 중요한 건 ‘혼자’ 야. 오늘 독보권 실행중. 목포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