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나오는 번역이다. ˝~는 평소의 면모를 보인다.˝
˝평소 (모습)대로이다, 평소와 같다, 평소와 다를 바 없다 등등˝ 이렇게 쓰면 될 것을 왜 굳이 문어체로 쓰는걸까. 원문이 어떤지 알지 못하고 툴툴거리는 건지 모르겠지만. 서문은 더 심각해 문장을 교정해가며 읽다가 도저히 읽어지지 않아서 몇 쪽 건너띄었다. 슬프게도 자크 랑시에르가 쓴 다른 책도 같은 사람이 번역했다.

서문을 살펴볼까.
˝~ 세계의 전복은, 사유하기를 업으로 하지 않는 자들의 평온한 잠을 보통 노동자들이 누려야 했던 시각에 시작된다.~˝
˝ ~ 이 편지들에서 그가 퐁티에게 말하는 것은 자신들의 망가진 유년기, 잃어버린 삶, 평민적인 열광, 예속기계의 힘을 회복시키는 잠으로의 진입을 극단의 한계까지 늦추려 노력하는 바로 이 순간에 아마도 시작될 - 죽음 너머의 - 또다른 실존이다.~˝

내 독해력이 딸려서인가? 안 그래도 쉬운 내용은 아닐텐데 이 책을 끝까지 읽어갈 수 있을까.



1841년 9월의 라 뤼슈 포퓔레르 La Ruche populaire)는 평소의 면모를 보인다. 기이하게도 고딕체로 제목을 단 도제에 관한 이 기사에서 실증적 연구 대신에 여전히 어떤 탄식이 발산되고 있는 것이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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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손목통증 없이 산다 - 골프엘보, 테니스엘보, 월상골연화증, 손목건초염까지
이효근 지음 / 건강다이제스트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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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식구들이 팔, 다리가 가늘어서인지(허벅지랑 팔뚝은 두껍다.) 손목이 늘 시큰거리기도 하고 약하기도 하다. 뼈대 자체가 얇고 근육도 적은 체형이고 들어가는 부위(, 손목, 발목)가 유독 약해 탈이 자주 난다. 약하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지내다가 대학 때 4년 동안(4학년 땐 거의 활동하지 않았으니 3년이라고 해야겠지) 탈춤을 잘못(?) 춰서 발목 무릎이 이른 나이에 망가졌다. 오른 손목은 컴퓨터 과사용으로 더욱 안 좋았다. 요가 처음 시작할 때 손목을 다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오른손잡이라 습관대로 무게중심을 오른 손목에 주로 두다보니 손목이 성할 리가 있나. 그래서 나와 함께 요가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하면 다치지 않는지 수업 내내 잔소리(?) 하는 게 버릇이 됐다. 제목을 보고 내게 꼭 필요한 책인 줄 알고 후기를 훑어보았다. 얼리어답터가 아니어서 책을 고를 때 반드시 후기를 살펴본다. 후기가 많이 좋기에-이때 의심했어야 했는데, 책까지 그런 식으로 작업할 줄은 몰랐다. 아직도 순진(?)하게 속다니 어리숙하기도 하지-무턱대고 가까운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해두고 신청자 우선으로 빌려주는 이 책을 받아왔다.

 

, 읽다보니 혈압이 확 오르네. 어떻게, 어드렇게, 이럴수럴수 있을까. 뻔뻔하게도 이런 종이, 활자, 잉크... 낭비를 할까. 게다가 추천글을 빼고 나면 100쪽도 안 되는 분량이다. 어르신을 위해 글자 크기를 크게 했다는 헛소리까지 집어넣고는 책값을 1만원이나 책정했다. 이 저자, 양심 어디 갔나. 이러니 우리나라 출판계며 서점이 망하지. 내 돈 주고 산 것도 아닌데 열받고 멍청하게도 이런 슈레기(?)를 도서관에 사달라고 떼써(?) 국민 세금을 낭비했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고 창피하다. 몇 년 전부터 거창하게 전 지구까지는 아니어도, 너나없이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내 돈 아니면 괜찮아 가 아니라 네 돈이어도 아깝다. 언니가 심심하다고 서울오라고 할 때마다 평일 내내 근무로 꽉 차 있어서 나랑 놀아줄 것도 아니라서 차비 아까워 못 가겠다고 하면 자기가 차비를 주겠다고 한다. 그러면 내가 한 마디 한다. “언니 니가 차비 내면 안 비싸니? 안 아까워? 똑같지.”

 

이제야 다시 제대로 후기를 보니 진짜 작업 들어간 거였다. 보통 100자평은 경어를 쓰지 않고 자기 느낌을 반말로 편하게 쓰는데 이건 전부 “~습니다일색이고 책 출간일 2주 후, 비슷한 날짜에, 비슷한 내용과 어투. 아휴, 어쩌면 한 사람이 전부 쓴 건지도 모르겠다. 서평 쓴 사람들 서재 들어가 보니 티난다. 이 책 한 권에 대한 서평이 전부이거나 같은 저자 다른 책 서평 하나 더 있거나. 댓글 알바 싸게 썼나보다. 허접하기 이를 데 없네. 그래도 성공했네. 나 같은 바보 하나라도 낚았으니. 이 책은 별점 하나도 안 주고 싶은데 하나도 안 주게 되어 있지 않아서 별 수 없다. 그래도 새 책이고 이왕에 읽기 시작한 거 끝까지 다 볼까 하다가 마지막 몇 쪽 남기고 읽기를 그만 두었다. 추천사부터 넌 너무 잘났어하듯 저자를 과하게 칭찬하는 글에 읽는 내가 낯뜨겁다. 바보처럼 당한(?) 것이 억울하다. 다음부터는 꼼꼼히 후기 읽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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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X
기리노 나쓰오 지음, 유가영 옮김 / 문학사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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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좋아하는 소설로 기리노 나쓰오, 『아웃』을 꼽는다. 그 책을 읽은 뒤로 기리노 나쓰오를 전작주의 작가로 정했는데 그렇다고 이 작가 작품을 많이 읽지는 않았다. 이 소설은 한 마디로 발암, 혈압, 해로움, 울컥 등 화를 불러서 가슴을 꽉 조인다. 시쳇말로 고구마를 동치미나 우유 없이 마구 욱여넣은 느낌이다. '어리니까, 그래 어려서 그럴 수도 있지.' 라고 하기엔 막장에 가깝다. 범죄의식이나 도덕성 같은 것에 조금도 관심없는 거리 위 사람들. 그것을 용인하는 사회. 누구도 문제를 해결하려들지 않는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다. 가끔 길거리 청소년을 주제로 한 영화들을 보곤 하지만 나와 먼 얘기인 것으로 넘기게 되는데 막상 내가 그 처지라면 어떨까. 나 또한 인간성이나 양심 같은 것들을 거들떠보지 않을테지. 살아남는 것만이 전부인 세상은 지옥일까. 늘 있어왔던 평범한 일상일까.    


몰입도는 아주 높은 소설이다. 순식간에 읽어내려가게 되니까. 가까운 나라 얘기라서 우리와 별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지금도 어느 거리에서 이런 아이들이 갈 곳을 잃고 떠돌며 어디에서도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겠지. 암울하다. 작가가 이렇게 쉽게 써내려간 것 같은 책을 내어놓은 건 사회 현실을 고발하고자 한 거겠다. 기리노 나쓰오는 사회 현실을 낱낱이 드러내는 사회부기자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 서슬퍼런 시선이 좋다. 김모씨 딸 모 거니 여사-유쾌한 정숙씨에게는 여사라는 호칭을 붙여주기 꺼려하던- 스타일이 쩌네, 옷가지가 우아하네 하는 한심한 기사를 써대는 기레기들만 보다가 이렇게 뼈를 발라버리는 글을 보니 간극이 너무 크다. 소설이지만 소설같지 않게 실감나고 사연이 조금 긴 기사같은 글. 


60대 작가가 그려내는 10대 이야기가 새롭다. 그 나이 쯤 되면 10대 마음을 알기가 쉽지 않을텐데 타고나기를 작가로 나서 그런가 오롯이 10대 감성 그대로다. 작가가 그 아이들 세계로 들어가보려고 수십 번 수백 번 검토하고 공감하려고 애쓴 흔적이 드러난다. 나와 다른 이들과 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단순히 그 사람 생각을 몰라서이기도 하고 나와 다르면 받아들여지지 않는 좁은 속마음이 꽉 붙들고 같이 못 가게 잡아당긴다. 그 마음이라는 것이 아무것도 아닌데 그걸 느끼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  


일상을 나타내는 묘사가 뛰어난 작가인데 『아웃』에 비하면 조금 싱겁고 순한 맛이다. 이놈, 저놈 도대체 정상이 하나도 없다. 미쳐돌아가는 세상에서 '정상' 이라는 게 정상이 '아닌'건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게 영 껄쩍지근(꺼림칙)하다. '세상이란 게 다 그렇게 돌아가는거지' 하고 무심코 수긍해야 할 것 같다. 희망가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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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스치는 바람 2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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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는 쉽게 시를 썼는데 난 겨우 서평 쓰는 것도 어렵다. 생각이 두서없다 보니 문장은 더 뒤죽박죽이 된다. 책을 읽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셈이다. 그런 상태로 글을 쓰는 것이 부끄럽지만 읽었다는 기록을 남기려고 일부러 쓴다. 시간이 지나면 그 책을 읽었는지조차 가물거리기도 하니까.


군대간 조카에게 마커스 주삭, 『책도둑』을 보내주었는데 휴가 나온 아이가 그 책을 집에 두고 갔다. 마침 언니는 『책도둑』을, 나는 『별을 스치는 바람』을 읽기 시작했는데 『책도둑』과 『별을 스치는 바람』이 꽤나 비슷한 상황과 분위기를 띄고 있는 것이 공교롭다. 서울에서 책을 반납하지 않고 집에 돌아와 언니에게 반납기한 연장해 두었으니『책도둑』다 읽으면 『별을 스치는 바람』도 읽어보라 권했다. 『책도둑』이 히틀러 치하에서 죽음으로 내몰린 유태인들과 양심있는 독일인 이야기라면 『별을 스치는 바람』은 일제시대 고통받고 죽어간 조선인들과 양심있는 일본인 이야기이다.


책을 다 읽고 내처 영화, 〈동주〉도 보았다. 스기야마라는 인물을 부각시키기 위해서였을까. 소설에는 동주와 함께 자라고 일본으로 유학가고 같이 후쿠오카 형무소에 갇혀 비슷한 시기에 죽은 송몽규에 대한 언급이 없다. 최치수 라는 인물이 송몽규와 비슷하게 그려진다. 허구이기에 가능하겠지만 최치수만은 통쾌하게도 그 지옥을 벗어났다. 실제로 송몽규가 최치수와 같은 결말을 가졌다면 좋았겠지만 그것이 송몽규에게는 악몽이겠다. 윤동주 없이 혼자 살아남는다는 것은 또 다른 고통일테니까. 


윤동주가 점점 기억을 잃고 난 뒤에 한번 더 소설 속에 인용된 「별헤는 밤」을 읽으니 그제야 그 시가 동주가 쓴 유서로 읽힌다. 동주가 자기 죽음을 예감한 듯해 가슴이 저리다. 그동안 이 시를 읽을 때 별다르게 느끼지 못한 것은 영화 속 송몽규와 비슷한 관점을 가져서이다. 무장독립투쟁이나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 일제와 직접 싸우는 것만이 독립운동이라 여겼다. 지식인들이 민중을 교화 대상으로 여기고 계몽운동을 벌이는 것이 지식인들이 취해 있는 우월감이라 생각했다. 중학교 때 읽었는데도 심훈, 『상록수』같은 작품은 역겨울 정도였다. 식민지 상황이 아닌 지금 읽으면 불교 선(禪)이나 자연 속에서 찾은 삶이 깨달음을 주기도 하겠지만 당장 모두가 죽게 될 지도 모르는 판국에 현실도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자기들만 유유자적한' 청록파 시인들이 비겁하게 보였다. 그래서 일제와 직접 부딪치지 않았다 보았던 윤동주도, 그 시도 내겐 관심 밖이었다.


이 책을 통해 윤동주처럼 여리지만 단단하고, 부드럽지만 굳센 이들도 있다는 것을 보았다.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움직여야만 독립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책이 사람을, 삶을 바꾸고, 문학이 세상을 구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그린 작가 뜻이 이상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론 뭉클하다. 책을 읽다가 곳곳에서 무언가 콕콕 찌르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는데 역시나 이정명은 이정명이다. 시같은 단어와 문장들을 읽는 눈에 글자가 번져 시야가 흐리다. 이제는 「별헤는 밤」 제목만 들어도 눈물이 또륵 굴러 떨어진다. 이정명은 긴박하게 추리해나가는 전개를 통해 우리가 잘 아는 전형성을 가진 인물을 새롭고 뜻깊게 그려낸다. 그러니 이정명 작품을 좋아할 수밖에. 


'나' 라는 화자보다 스기야마라는 입체성 있는 인물에게 끌린다. 스기야마가 변해가는 과정이 스기야마 시선으로 더 많이 펼쳐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식민잔재로 숱한 문제들이 산적한 채 이 나라 구석구석이 병들어 있고 청산하지 못한 친일파들이 여전히 권력을 잡고 있지만 일본인들 잔학성에 치가 떨려 차라리 제국 후손이 아닌 식민지 후손인게 어쩌면 더 낫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 야만성이 그 후손들 유전자 속에 남아있을 것이라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끔찍하다. 우리가 피부로 느끼지 못할 뿐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 않나. 


책에 인용된 프랜시스 잠, 「그것은 무서운 일이었다」라는 시가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인체 실험도구로 쓰인 조선인들을 얘기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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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윤동주는 낭만주의자인가 보다. 악이 사라지는 날이 올 거라 믿었으니. 그 당시 사람들이 지금을 사는 우리보다 훨씬 순수했기 때문이겠지. 그랬으니 그 고통스러운 시대를 살아나갔겠지. 암울하고 비참한 식민지 시대를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지는데. 우리는 5년 뒤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명박그네를 거치고도 살아남긴 했지만. 5년이 채 걸리지 않기만을 희망한다.









"가장 아름다운 건 살아 있는 거야. 더럽고, 참혹하고, 지옥 같은 이 세상에 살아남는 거지. 천사처럼 순수하고, 영웅처럼 용감하게 죽기보다는 악마처럼 악하고 야수처럼 비열하게라도 살아남아야 해. 악마처럼 간악하게 살아남아야 천사처럼 착하게 죽을 수 있으니까. 살아남아야 더러운 전쟁이 끝나는 것을 보고, 악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고, 상처 입은 사람들이 위안받는 것을 볼 수 있으니까.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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