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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의 시계탑
니시노 아키히로 지음, 노경실 옮김 / 소미아이 / 2022년 9월
평점 :
'폰초네 책방'을 보며 가슴이 따뜻해졌던 터라 니시노 아키히로 작가님의 신작인 <약속의 시계탑>도 기대를 갖고 펼쳐보았습니다.
저녁 노을이 온 세상을 따사로운 주황빛으로 물들이고 연인인 듯 보이는 두 친구가 등을 맞대고 앉아 있는 모습이 평화로운 표지.
두 친구의 표정이 행복해 보이기에 <약속의 시계탑>이 품은 이야기는 행복한 결말이지 않을까 기대해도 될 것 같네요. ^^
누군가 마을에서 한참 떨어진 숲속 시계탑에 사는 틱톡 씨를 찾아 왔습니다.
오래 전부터 시계는 11시 59분에 멈춘 채 움직이지 않지요.
하지만 시계는 고장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멈춰 선 것이었어요.
틱톡 씨는 시계를 고치러 자신을 찾아온 이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틱톡의 마을에 나타난 니나는 불새가 자신의 마을을 공격해 가까스로 살아남아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데요.
마을 사람 모두가 그녀를 예뻐하고 틱톡은 누구보다 니나를 아끼지요.
니나와 틱톡은 시계탑 안에서 많은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사랑을 키워갑니다.
그러나 니나에게는 누구에게도 말 못한 비밀이 있어요.
그녀의 어머니 몸에서 나무가 자라 마침내 온 몸이 나무가 되어버렸고 니나도 같은 저주에 걸렸다는 비밀이요.
니나는 틱톡에게만 그 비밀을 알려주고 그런 니나를 위해 틱톡은 약속을 하는데요.
시계가 자정을 알릴 때 함께 하자고 말이에요.
반딧불이 모두 깨어나 빛을 내는 자정의 아름다운 순간을 니나에게 보여주고 싶은 틱톡.
그러나 그날 밤 불새가 틱톡의 마을을 공격하고 니나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립니다.
모두가 니나의 죽음을 슬퍼하지만 틱톡은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지요.
틱톡은 니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요.
그런 틱톡의 마음과 같아서였을까요?
시계도 11시 59분에 멈춰 섭니다.
고장이 난 것도 아니고 누군가 일부러 그렇게 한 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마치 니나를 기다리는 틱톡처럼 시계도 무언가를 기다리고 기다립니다.
그렇게 누군가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는 사랑을 지키기 위해 기다리고 또 기다립니다.
짧은 바늘과 긴 바늘이 하나가 되는 자정의 약속은 어떻게 될까요?
틱톡과 니나의 약속은 이루어질까요?
우리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기도 하고, 지키지 못한 약속을 아쉬워하며 살아가기도 하지요.
<약속의 시계탑>은 우리가 서로를 잊지 않는다면, 함께 한 약속을 기억한다면 우리의 기다림과 희망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우리 모두가 누군가를, 무언가를, 언젠가를 기다리고 기다리며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이 두 사람의 약속이 이루어지길 누구보다 바라게 되는데요.
그래서 두 사람의 기다림을 응원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기다림을 응원하는 게 아닐까요?
이 길고 긴 기다림의 끝에 놓인 결말은 어쩌면 <약속의 시계탑>이 우리에게 건네는 약속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 우리의 기다림이 헛되지 않을 거라는 희망의 약속 말이에요.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