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내 인생 도넛문고 7
윤해연 지음 / 다른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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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둘이라면?

<레인보우 내 인생>(윤해연 소설 / 다른 / 2024)은 이 일곱자의 질문으로 시작할 수 있을 듯하다.

요즘은 예전에 비해 가족 구성이 다양해졌다고는 하지만, 동성이 이루는 가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다. 150여 페이지의 짧은 이야기이지만 책을 읽고 한참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얼마나 많은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던가.

레즈비언 부부와 중학생 자녀. 둘은 부모와 자식이 아닌 동거인으로 묶이게 된다. 이들을 가족으로 묶을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여자와 여자 사이에서 출산은 할 수 없으니, 아이는 고아 신분으로 남아 있다.

주인공인 '온이다'는 무척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인물이다. 온다와 난다 두 엄마와 시끌벅적 잘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다는 겉에서 볼 땐 무척 쿨해보였지만 독자가 보기엔 드러나지 않은 결핍이 가슴 한켠에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을 낳아준 부모에 대한 궁금함이었다.



낯선 형태의 가족 구성원이 점차 눈에 익을 무렵, 이다는 자신의 궁금증을 마침내 알게 되고 그 이후에 벌어지는 상황들도 겉잡을 수 없이 커졌다. 갈등이 폭발하는 순간, 나도 같이 동요됐다. 그 순간, 내가 갖고 있던 편견과 고정관념이 깨졌다.




없는 게 아니라 안 보이는 거여.

꼭꼭 숨어서 세상 밖으로 못 나오는 거지.

그게 좋은 세상일까?

아니여. 그런 세상은 좋은 세상이 아니여.

장애인들도 세상 밖으로 나오고,

성소수자들도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세상이 좋은 세상인 거여.

그래야 그들을 바보 형이나 미친년,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부르지 않을 수 있어.

우리랑 하나 다를 게 없는 그냥 사람이여.

조금 불편하거나 조금 다른 사람들.

그게 뭐가 이상하겄어.

웨어아유프롬반의 허 할아버지가 한 의외의 답변에 숙연해졌다. 성소수자를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던 사람들. 어쩌면 나도 그 중 한 명이었을지도 모른다. '틀림'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여전히 그런 시선이 내게도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작가의 말처럼, 성소수자라는 소재는 아직 (여전히) 조심스런 소재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소설을 통해 성소수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마지막에 본 '이다'는 많이 성장했고, 생각의 깊이도 더 깊어졌다. 특수성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해달라고 강요하거나 애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조용히 이야기해 준 덕분에 조금 더 그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성소수자를 연상하는 레인보우. 그만큼 다양한 인생과 사람이 존재하며, 그들의 삶 모두 소중하고 특별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제목이 주는 울림이 처음보다 컸다.

우리 아이들도 이 책을 통해 정상과 비정상이 아닌 '다름'으로 성소수자를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레인보우 내 인생>은 짧지만 울림이 컸던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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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내 인생 도넛문고 7
윤해연 지음 / 다른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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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들이 틀린 게 아니라, 다르다는 걸 깨닫게 해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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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 문해력의 비밀 - 국어·영어 교사가 들려주는 특급 처방전
김수린.배혜림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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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가 중학생이 되었다. 다른 부분은 걱정이 되지 않는데, 단 하나. 책과 멀리하는 생활이 너무 마음에 걸렸다. 초등학생 때 독서 습관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했으나 엄마의 노력을 이긴 게 영상이었다. 영상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촬영과 편집 고수가 된 반면, 책과는 점점 멀어졌다. 문제는 책과 멀어진 것뿐만 아니라,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문해력이었다.

<중등 문해력의 비밀>은 중학교 영어/국어 교사이자 중학생 자녀를 둔 두 저자가 함께 쓴 책이다. 중학교에 갓 입학한 자녀를 둔 엄마로서, 책을 잘 읽지 않는 자녀를 둔 엄마로서 이 책에 손이 갈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아이의 문해력을 높여주는 노하우를 얻고 싶었다.

문해력은 말 그대로 글을 읽고 이해하는 정도를 말한다. 그런데 요즘엔 글보다 영상에 익숙한 아이들이 많다 보니 글을 읽고도 무슨 뜻인지 모른다는 아이들이 많다는 뉴스를 많이 접했다. 예전보다 문해력이 떨어져서 큰 문제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알아서 글을 써주는 기술이 나왔고, 알아서 요약도 해주고, 생각하기 전에 영상으로 보여주니 마음에서 받아들이고 되새길 틈이 없다.



남이 요약해 놓은 것만 계속 읽으면 문해력을 제대로 키울 수 없습니다. 온전한 한 권의 책이 아닌 요약된 글만 읽다 보면 나중에 어떤 글을 읽더라도 그 글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게 됩니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라고 할 때, 그건 글의 줄거리가 아니라 글을 읽고 난 후의 생각과 느낌을 적어야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책을 읽기도 힘들어하거니와 읽은 후에도 줄거리만 늘여놓는다. 그런데 인터넷 서점만 들어가도 요약본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문해력 훈련을 점점 등한시하게 된다. 그렇게 남이 요약한 글에 익숙해지다보면 생각하는 훈련은 더욱 하지 않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아이에게 좋지 않다.



이 책은 중학교에서 영어와 국어를 가르치는 교사의 입장에서 바라본 아이들의 현실과 고쳐야 할 점, 훈련하는 방법 등을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단순히 '책을 읽어야 한다'는 교과서적 이론이 아니라,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당위성을 고개가 끄덕여지도록 설명해준다.

또한 공감이 간 부분은, 선생님 자녀라고 해서 태생부터 책을 좋아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독서 습관을 위해 환경을 만들고 끊임없이 훈련을 해온 결과가 뒷받침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습관 들이기에 노력한다면, 지금보다는 책과 가까워지지 않을까란 희망이 생겼다.



책을 읽으면서 밑줄을 긋는 부분이 많았다. 그만큼 내용이 알찼고, 중학생 엄마의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내용이 많았다.

문해력은 국어와 영어 등 언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문해력이 뒷받침되어야 수학 문제도 이해할 수 있고, 과학 내용도 이해할 수 있다. 모든 과목에 문해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머리로는 알면서도 자꾸 잊을 때가 많다.

결과적으로, 문해력을 높이는 방법은 독서이다. 너무 고전적인 방법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게 진리인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처음부터 어렵고 두꺼운 책을 아이에게 내밀면, 오히려 반발감과 부정적인 감정이 먼저 들 것이다.

요즘엔 볼 게 너무 많다. 읽지 않고 보는 것 말이다. 읽어서 이해하고 내 방식대로 해석을 하는 과정을 반복하여 문해력을 높이는 습관을 지니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국어와 영어를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과목별로 어떻게 공부를 시켜야 할지 현직 두 선생님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유용했다. 당장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부족한 점을 때론 부모보다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중학생 자녀의 부모로서의 공통된 고민과 걱정을 털어놓고 해결방법을 제시해주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영상 세대에게 영상 보는 것을 금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독서의 즐거움을 알고 깨닫는 것처럼, 아이들도 책을 읽고 채워가는 즐거움을 함께 누렸으면 좋겠다. 그러면 저절로 문해력이 따라올 테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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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 - 제2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보름달문고 93
하신하 지음, 안경미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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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작.

<우주의 속속삭임은 가장 최근에 나온 수상작이기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동화를 좋아하는 나에겐 교과서와도 같은 필수 도서.

이 책에는 5편의 SF동화가 실려 있다. 우주라는 광활한 무대를 배경으로 최대치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써내려간 다섯 편의 이야기. 이야기마다 감동이 있고 뭉클해진 순간도 자주 있었다. 그저 머나먼 미래의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라, 마치 곧 다가올 미래가 이럴 것이라는 생생함이 느껴졌다.

<반짝이는 별먼지>

<타보타의 아이들>

<달로 가는 길>

<들어오지 마시오>

<지나3.0>

이 다섯 편의 동화는 SF라는 공통된 장르가 있지만, 내용은 무척 다채로웠다.

할머니가 50년 전에 응모했던 우주 복권에 당첨되어 우주에 간 이야기,

모두가 떠난 행성에 로봇의 유일한 친구가 되어 준 이끼의 이야기,

아이의 자리를 대신하는 로봇의 마지막 순간,

학교 폭력으로 인해 상처받은 아이에게 다가온 빛나는 시간,

우주를 떠도는 가족, 그 안에서 발견하는 따뜻한 사랑.

보통 단편집을 보면 기억나는 동화와 그렇지 않은 동화가 있기 마련인데 <우주의 속삭임>은 다섯 편마다 이야기가 탄탄하고 전하려는 메시지가 다양해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이봐, 우리가 이름을 부르는 건 서로 잘 안다는 뜻이야.

더구나 별명이나 애칭을 부른다면 그건 친구라는 뜻이지.

이제부터 너를 티티라고 부를게.

<타보타의 아이들>에서 홍박사가 로봇에게 이름을 붙이면서 말하는 게 인상깊었다. 이름을 부르는 사이가 될 정도로 잘 알고 가까워졌다는 것.




무아무아족은 별 볼 일 없는 지구 소심이인 나에게 다가온 우주의 행운이었다. 그러나 지호에게 무아무아족은 앞으로도 그 정체를 모르고 답답한 채 살아야 하는 막막한 우주의 별이 되었다. 나는 아무에게도 무아무아족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것이다. 우주의 신비로 간직할 셈이다.

괴로힘을 당하는 나에게 다가온 우주의 존재, 무아무아족을 만나면서 용기를 얻게 된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졌고, 그래서 참 좋았다. 무아무아족이 필요한 아이들이 주변에도 많을 터. 많은 아이들이 위로와 용기를 받았으면 좋겠다.




지나야, 몸은 중요하지 않아. 난 너와 함께 있단다. 영원히.

자신의 아이를 위하 온전히 몸을 내어준 아빠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한 줄의 문장. 지나가 지나2.0을 넘어 3.0이 될 수 있던 것에는 아빠의 사랑과 희생이 있었던 거다. 엄마와 동생이 동면에 들어 나이를 먹지 않은 채, 나만 나이드는 모습도 생경했지만 재미있는 설정이었다.

머지않은 미래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라, 다섯 편의 동화가 더 특별했다. 보너스로 우주 복권을 책에 끼워준 것도 의외의 선물이었다.

SF동화가 어렵고 복잡해서 잠시 머뭇거릴 때가 종종 있는데 <우주의 속삭임>은 저학년도 편하게 읽을 만큼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또 장면도 금방 상상되는 재미있는 동화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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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 - 제2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보름달문고 93
하신하 지음, 안경미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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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뭉클함이 가득한 SF동화 다섯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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