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사람들·계엄령 알베르 카뮈 전집 13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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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주의 작가이자 ‘이방인‘ 작가로 유명한 카뮈. 그가 이번에는 희곡을 선보였다. ‘정의의 사람들‘과 ‘계엄령‘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정의의 사람‘이라는 작품 하나 때문이었다. 그 이유는 얼마전에 읽었던 보리스 사빈코프(일명 롭쉰)의 ‘창백한 말‘과 ‘검은 말‘과 비슷한 양상을 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즉, 이 ‘정의의 사람들‘이라는 작품은 테러리스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뜻이다.
비록 희극이라 사빈코프 작품처럼 느껴지진 않았지만 배경이 러시아인 점과 여러 테러리스트가 고위 관리를 죽이는 설정은 매우 비슷했다. 카뮈도 사빈코프의 작품을 읽었던 것인지 기쁜 의구심이 들었다.

여하튼, 자꾸 사빈코프와 비교하는 것은 좀 그렇지만 그 둘을 비교하면 카뮈가 말하고자하는 바를 제대로 알 수 있다. 물론 사빈코프도.
일단 결론만 말하자면, 사빈코프의 ‘창백한 말‘, ‘검은 말‘은 사회적 정의보다 테러리스트의 감정과 혼란을 그려내고 있지만 카뮈의 테러리스트 이야기 ‘정의의 사람들‘은 사화적 정의에 대한 테러리스트의 깊은 성찰이 담겨있다.
카뮈의 작품이 좀 더 교훈적이고 정의로웠달까.
(사빈코프 작품이 체육 실습이면 카뮈는 체육 이론책인 셈이다)

‘정의의 사람들‘에 나온 테러리스트들은 세르게이 대공을 죽이려한다.
그들은 테러를 감행하는 직전에는 흥분과 희열을 느낀다. 하지만 막상 대공을 죽이려 할때 아이들이 함께 타 있다던가 본인의 긴장감(?)을 이기지 못하고 실패해 괴로워한다.
결국 칼리아예프라는 이상주의적인 사람이 대공을 암살하는데 성공해 교수형을 당하게되지만 그들의 대화는 계속해서 성찰하고 되돌아보는 모습을 보인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등장인물마다 성질이 다 다르다는 점이다. 당연히 성격이나 성질이 같으면 안되지만 이 작품에선 뚜렷하다.
가령 스테판은 어린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압제자 계급인 자들을 모조리 죽여야한다는 극단적인 혁명가의 모습을 보이지만 아넨코프와 도라는 무자비한 테러를 경계하는 온화한 혁명가의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스테판이 모든 것을 증오해서 테러를 저지르는 반면 칼리아예프는 모든 것을 사랑하기에 테러를 저지른다.
거기에 진정한 혁명의 폭력적인 면에 충격을 먹고 뒤로 물러서는 지식인의 면모를 보이는 부아노프.

카뮈는 러시아 혁명 당시 혼란스러웠던 사회에 살았던 다양한 군상들을 보여주고 이들의 입을 빌려 진정한 혁명과 테러의 의미를 보여줌과 동시에 인간의 깊은 성찰을 보여주고 있다.

역자가 머리말에 써놓은 것처럼 테러리스트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야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이념에 죽고 살지만 이 테러리스트들은 파괴 행위에도 질서가 있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들이 진정한 ‘정의의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파괴 행위에도 어떤 질서가 있고 한계가 있는 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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