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변명하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 - 아버지를 인터뷰하다
김경희 지음 / 공명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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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여름, 아빠가 떠났다.

열흘 전쯤부터 큰 태풍이 여러 차례 지나갔다. 그날도 아침부터 날이 잔뜩 흐렸고 뉴스에선 태풍6호가 지나는 중이라는 속보가 흘러나왔다. '날씨는 하늘의 기분'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그 말이 맞는다면 하늘의 기분은 2주 째 변화무쌍한 게 틀림없다. 날씨에 꽤 민감한 나는 태풍이 다가오고 지나가는 동안 내내 기분이 들쑥날쑥했다. 태풍이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그날 아침, 잠든 자식들이 깨어나기를 밤새 꼬박 기다리신 아빠의 호홉이 조금씩 옅어지기 시작했다. 오전 10시가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우리 남매들은 지난 밤 어쩐지 모두 아빠 곁으로 모여들었다. 밤늦도록 옛날 이야기를 나누었고 배가 고픈 나머지 크림빵을 흡입하듯 먹어치웠다. 그리고 여유롭게 커피를 다 마셨을 무렵에야 아빠의 호홉이 점점 더 잦아들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아빠가 곧 우리 곁을 떠나실 것을 직감했다. 너무 슬픈 일이 코앞에 다가와 있는데 이상하게 아무렇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실감이 나지 않았던 것 같다. (-30-)


그날 나는 단성사가 있던 자리도 들러보았다. 물론 영화관도 ,요구르트를 팔던 다방도 사라진지 오래였다. 모든 것이 변해버린 거리 한복판에 당시 서서, 30년 전 그때를 떠올려본다. 가족이 당시로는 파격적인 베드신이 있던 영화 <장군의 아들>을 함께 보던 시간들과 왠지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리던 기억, 시큼하고 달달했던 요구르트의 맛까지, 그날 영화를 다 보고 집으로 돌아온 뒤, 나는 뭔가 화가 잔뜩 난 채 우걱우걱 밥을 입에 밀어 넣으며 속으로 이런 말을 했던 것 같다

이건 아냐, 이건 정말 싫어! (-65-)


1987년으로 기억되는 어느 날에도 천하장사 씨름대회가 열렸다. 당대 최대의 라이벌이던 이만기(현대중공업) 와 이봉걸(럭키금성)의 맞대결로 개최 전부터 화제가 된 경기였다. 당시 정치판에 '3金' 이 있었다면 모래판ㅁ에 '3李' 가 있었다. '3李'의 선봉장은 단연코 이만기였다. (-121-)


돌이켜보니 아빠는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했는데 , 나는 아빠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놀기 좋아하는 것도 아빠고,귀가 얇은 것도 아빠이며, 남을 탓하지도,변명하지도 않는 것이 아빠라는 사람인데 말이다. 아빠는 이래야 한다는 공식이 있는 것도 아닌데, 한두 가지의 단점만 보던 나는 아빠의 수많은 장점을 보지 못했다. 그렇다, 명명백백한 나의 실수였다. (-200-)


아무튼 그렇게 자식에 대한 애착이 많았어. 그래서 네 엄마가 힘들게 살았지. 깡패, 건달 이런 출신의 사람들은 말이다. 집에 쌀이 떨어져도 그걸 내색하지 않는 사람들이야.쉽게 말해서 솥에 끓일 것이 없어도 다방에서 커피 한 잔은 마셔야 하는 허영이란 게 있지. 나는 특히 그랬어. 없이 살아도 물 한잔 마시고도 고기라도 먹은 것처럼 이쑤시개를 물고 다니고 그랬으니까.한마디로 폼이 중요하다고 해야 하나? 그러니 나 같은 사람들의 가족은 힘들 수 밖에 없지. 폼이 중요한 사람인데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낳고 살아가려니 모두가 힘들게 살았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275-)


한 사람의 인생을 기록한다는 것은 새로운 의미와 가치가 될 수 있다. 삶과 죽음의 스펙트럼 안에 나의 가까운 사람, 가정에서 아웃사이더로 존재하는 아버지라는 존재, 어렵고, 불편하고, 거리를 두고 싶은 아버지에 대해서 차곡차곡 담아나가고 있었다. 이 책은 1977년생 저자가, 1938년 생 아버지의 삶을 이해하는 과정을 한 권의 책으로 채워 나가고자 한다. 삶의 기준, 선택과 결정에 있어서 너무 다른 이질감, 그래서 아버지라는 존재를 멀리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딸과 아버지가 기질과 성격, 삶까지 너무 닮았고,도플갱어처럼 비슷하였기 때문에 발생하는 불편함이었다.무능하고, 가오와 폼생폼사로 살아온 그의 인생이야기 뒤에, 시골 익산에서 핵인싸로 살아왔던 지난날을 버리고, 서울에서 택시 운전기사로 살아온 그 삶이 느껴졌다. 돌이켜 보면, 깡패,.건달과 같은 삶을 살아왔을 것이다. 집에 쌀이 떨어져도, 주변 사람을 챙겨야 하는 스타일, 자신의 가오는 절대 버릴 수 없는 것으로, 무능한 한량과 같은 인생이 공존하고 있다. 남들이 보기에 지극히 멋있어 보일 수 있지만, 내 기준으로 볼 때, 지극히 무능한 존재, 그것에 대한 이해와 공감 저변에 깔려 있는 누군가의 삶에 대한 용서가 함축되어 있다. 이 책의 뒷 부분,100개의 아빠에 대한 인터뷰는 상당히 인상적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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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그리다 - 예술에 담긴 죽음의 여러 모습, 모순들
이연식 지음 / 시공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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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죽음'을 자주 말하다 못해 입에 달고 산다. 죽겠다, 죽고 싶다, 죽을 것 같다는 표현을 작은 투정에도 쉽게 사용한다. 실제 죽음이 갖는 위압적인 무게에 견주어 볼 때 괴상할 정도다. 그런 주문으로 죽음을 잊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죽음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다 전혀 의외의 상황에서 켜켜이 쌓아온 죽음의 무게가 한꺼번에 터져 버린다. (-8-)


이제 나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네, 햇살보다 아름다운 여자 여섯 명이 지금 옆방에 있어.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 내가 대기시켜놓았지. 자네도 동참하게나. 나처럼 여자들이나 품고서, 그 모든 미신의 허망한 궤변을 잊도록 해 보게. 위선이 낳은 어리석은 착각들이랑 깡그리 잊어버리라구. (-30-)


작품의 배경이 되는 벨기에 안트베르펜에 가서 네로와 파트라슈의 자취를 찾아 돌아다니고 ,마지막으로 안트베르펜 노트르담 대성당을 방문한다. 소설과 애니메이션에서 네로와 파트라슈가 숨을 거둔 곳이다. (-43-)


검정은 죽음의 색이다. 때로는 단순히 배경처럼 보인다. 그림자, 실루엣일 뿐이다. 하지만 그림자는 발끝에서 떨어지지 않은 채 인간으 따라다닌다. 때로 검정이 우리를 부른다. 오딜롱 르동의 그림은 고대 세계에서 지혜와 치유를 관장하고 우주의 비밀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신 아시스가 베일에 감사인 모습을 보여준다. (-120-)


<까마귀가 나는 밀밭>은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마지막 그림으로 '간택' 되었다. 빈센트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그림을 언급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숨졌고, 죽음을 암시하는 까마귀가 저물어 가는 밀밭 위로 날아가는 모습이 인생의 마지막 작품으로 삼기 적격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빈센트의 마지막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을 살필수록 허망해진다. 빈센트가 자기 아랫배를 틀어쥐고 비척거리며 하숙집으로 돌아온 그날, 아침에 갖고 나갔던 화구와 캔버스와 이젤을 가져오지 못했다. (-153-)


<가셰 박사의 초상>은 1890년 6월 반 고흐가 당시 머물던 오베르에서 의사 가셰를 그린 작품이다.가셰의 앞에는 강심제의 재료로 쓰였던 디기탈리스가 꽂혀 있고, 가셰 자신은 손을 얼굴에 괸채 우울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백셩의 꾸물거리는 터치는 주인공의 불안정한 심리를 암시한다. (-185-)


모든 인간은 죽는다. 죽은 자가 아니면 애도할 수 없다. 잠시 인간의 몸을 빌려 세상을 살았던 예수 그리스도는 부활하여 승천했다. 반면 아서왕의 부활은 유예되었다. 여전히 유예되고 있다. (-234-)


산 사람들은 죽은 사람을 기리고, 그리워하고, 회고하고, 슬퍼한다. 여기에는 대전제가 있다.'죽은 이는 절대 이 세계로 돌아오지 않는다.'이걸 바탕 삼아 산 사람은 마음껏 죽은 이를 그리워하고 슬퍼하면서 연민인지 자기연민인지 회고인지 회한인지 모를 감정에 흠뻑 빠져 지낼 수 있다. (-268-)


죽은 다음에는 어떤 세상을 만날까? 천국에는 무엇이 있을까? 먼저 나를 떠난 부모, 연인, 자식, 반려동물을 만날직도 모른다. 그럼 행복할까? 아버지보다 나이를 더 먹게 되어도 아버지는 아버지일까? 사랑하는 이를 다시 만나면 당장은 기쁘겠지만 이승의 질서로 해결할 수 없는 여러 문제가 생길 법도 하다. 그곳 나름의 규칙도 법도도 있지 않을까? 또 관계라는 건 언제든 권태로워질 수도 곪았던 감정이 다시 터져 나눌 수도 있다. (-298-)


인간의 삶 그 누구도 죽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삶을 기억하고, 죽음을 기록한다. 삶의 흔적과 죽음의 흔적을 동시에 남기며,삶의 원칙을 세우고자 하였다. 죽음을 그린다는 건, 예술 속에 채워진 죽음에 대한 아날로그적인 가치가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 속에 남겨진 신의 죽음이 인간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이후 부활에도 죽음과 종교적 가치가 결합된다.


삶은 위대하다. 죽음은 더 위대하다. 때로는 자신의 죽음으로서, 진심과 진정성은 내보이고자 한다. 인간은 그래서 동물적 속성을 지니지만, 동물과 차별화하고자 한다.어둠과 밝음, 뭉크의 절규 뒤에 숨어있는 죽음에 대한 어두운 그림자가 현존한다. 1494~1495년 피에르토 페루지노의 피에타는 죽기 전에 꼭 봐야 하는 명화 1001점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으며, 영화 피에타로 재현되었다.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파우로 프란체스카>에서는 인간의 욕정이 남자가 여자의 뺨에 입을 맞추는 기이한 형상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는 검은 색으로 빛과 대조를 이뤄서 어둠의 화가로 대표하고 있으며, 카라바조의 <성 루치아의 매장>,<마테오를 부르심>은 16세기 중세 유럽의 표상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으며, 인간의 본능적인 가치에 죽음으로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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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1-07 0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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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 인생이라는 장거리 레이스를 완주하기 위한 매일매일의 기록
심혜경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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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잘못 들었다는 생각이 들면 옳은 길을 되찾아 나오면 된다. 가야 할 일이 아니라면 아무리 멀리, 아무리 많이 걸어갔다 해도 미련 두지 말고 냅다 돌아 나오는 게 좋다. 잘못된 길인 줄 알면서도 많이 걸어간 것이 아까워서 계속 가는 것이야 말로 바보 같다고 생각한다. 길을 너무 멀리 간 것이 아까워서 계속 가는 것이야말로 바보 같다고 생각한다. 길을 너무 멀리 떠나와서 어디로 돌아갈지 알 수 없을 때는 그 자리에서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것과 속 시원한 해결책이다. 내가 하고 싶어 시작하고, 내가 하고 싶지 않아서 그만두는 건데, 나 아닌 그 누가 옳고 그름을 따지겠는가. (-24-)


모바일에서 사전 검색 기능을 사용할 때는 언어별로 각기 다른 브라우저 앱을 설치해서 사용한다. 컴퓨터나 모바일의 바탕화면이 깔끔한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앱 인심이 야박한 편이지만, 브라우저 앱이라면 아낌없이 설치한다. 새로운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일에는 퍽 진심인 편이랄까.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39-)


질 들뢰즈의 이 말이 모두에게 울림이 되기를.

헛되이 보내버린 이 시간 안에 진실이 있다는 것을 마지막에 가서 우리가 깨닫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배움의 본질적인 성과다. (-63-)


나는 중국어 스터디가 끝나기 전에 방송대 중어중문학과에 편입을 했다. 요산도서관에서 근무를 할 때라 그 근처의 '아베크엘'이라는 카페를 자주 이용했다. 직원 식당에서 식사하기 싫은 날은 그곳에서 해결하며 책을 읽거나 과제물 작성을 하곤 했다. 어느 날인가는 중국어의 어떤 문장이 틀린 것이며, 어디가 틀렸는지를 찾아내야 하는 문제와 씨름을 하고 있었는데, 옆 테이블의 남성이 중국어로 통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작은 카페였기에 내 뒤에 들어온 그가 한국어로 주문하는 걸 본 듯도 했는데 중국어를 엄청 잘하는 것 같았다. 그에게 잠시 나의 중국어 교사 지위를 부여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여기는 여행지가 아니라는 생각에 빠르게 단념하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문제의 페이지를 뚫어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내가 일찌감치 먹어 치운 케이크 접시의 포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1인용 좁은 테이블 위에 책과 공책을 어지럽게 늘어놓은 상태에서 고뇌하는 자세로 엎드리다시피 글을 베껴 적던 와중에 일어난 일이었다. 내가 몸을 일으켜 세우기도 전에 그의 동작이 한발 앞섰다. 아,이런 매너남이라니, 그가 주워서 내미는 포크를 바라보며 내 입에서 물 흐르듯 자신있게 흘러 나온 "셰셰" 라는 말 한마디에 게임 끝! 이런 기회를 놓칠세라 그에게 '과제물 들이밀기' 를 시전했다. 내게는 너무도 어려웠던 문제를 그가 일사천리로 해결해줬음은 물론 , 자신이 비록 이공계 엔지니어지만 공부하다 모르는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또 물어보라며 전화번호도 줬다. 내가 근처 도서관 사서라고 신분을 밝혀 안심을 했는지 자신이 이곳 동네 주민이며, 국내 굴지의 모 기업체에서 일하는 중국인이라는 사실도 말해줬다.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 업무에 복귀할 시간이어서 곧 헤어졌지만, 든든한 후원자를 알게 되었기에 그날은 퇴근할 때까지 산뜻한 마음으로 근무할 수 있었다. (-99-)


어릴 때 주위 어른들이 내게 붙여준 별명은 '책버레'였다.그래서 책을 유별난 애정을 상징하는 칼 슈피츠버그의 <책벌레 The Bookworm>라는 그림을 발견하고는 그림 속 수천권의 책에 둘러싸인 노학자를 마치 나의 도플갱어인 듯 바라보곤 했다. 그러다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도서관 사서>라는 그림을 만났을 때는 그 기발함이 사랑스러워 함께 아껴주게 됐다. (-165-)


가까운 지인에게 내가 공부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 타박하는 멘트를 가벼이 던지곤 한다. 공부 그만 배우고, 자신의 일을 도와달라는 1차적인 목적과 , 다른 것을 생각하라는 의미심장한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럴 때, 서운함을 감추고, 나에 대한 회의감이 들 때가 있다. 정말 공부를 멈추어야 하는건지, 스스로 회의감에 도취되며, 스스로 의심하게 되었다. 혼란하고,당황스럽다고 생가되는 그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뒤 ,나는 나에게 상처를 주었던 그 사람의 생각이 틀렸고, 나의 방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저자의 삶 속에 보여지는 나의 삶의 방식이 트리지 않았다는 것에 위로가 되었다. 책과 친구가 되어, 평생 배움 속에 파묻혀 살아도 괜찮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27년간 공공도서관 사서로 일했던 저자는 제 2의 인생으로 번역일을 하게 되었고, 퇴직 이후,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있다. 방송통신대학교, 언어 관련 학과를 입학하면서, 스스로 터득한 외국어, 생소한 언엋를 습득하면서, 배움과 꼼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 안되는 것은 없다는 당당함이 묻어난다. 나이가 들어서, 눈이 침침해서, 공부를 멈춰야겠다는 생각은 저자에게 사치 그 자체이다. 여전히 호기심 가득한 열정 속에, 공부에 대한 관심이 커졌으며, 궁하면 통한다는 사실, 모르면, 내가 모르는 것을 해결해 주는 귀인이 찾아온다는 것을 스스로 경험속에서 느꼈으며, 홀로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남다른 방식이 있었다. 사서 일을 하면서, 방송통신대학교 중국어학과에 입학하였던 저자는, 과제로 주어진 어려운 중국어를 몰라서 혼자서 끙끙거릴 때, 그 순간 찾아온 반가운 손님과 인연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배움에 대한 갈망이 진정성으로 전환되었고 , 학습에 대한 가치가 현존하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결코 놓칠 수 없는 배움의 끈,그것이 내 삶을 온전하게 존재할 수 있는 또다른 이유가 되고 있었다. 즉 저자의 삶 속에 배움에 대한 갈망, 책벌레로서 살아가는 것이 마냥 나쁜 것은 아니라는 사실, 자기만족, 마중무로서 살아가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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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1-07 0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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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나온 여자 - 양선희 작품집
양선희 지음 / 독서일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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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 단어가 입 밖에 나온 그 순간부터 나는 주체할 수 없이 엄마를 반복해 부른다. 고등학교만 나와 빵집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했던 엄마는, 내가 당시의 '성공의 증표' 라고 생가했다. 친구들에게 "우리 딸은 이대 다녀."하고 자랑했다. 명문대 출신의 대기업 직원인 사위에 대한 자긍심도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한순간 망할 수 있다는 걸 엄마도 나도 몰랐다.IMF 위기가 오고, 남편의 회사가 공중분해 되면서 일자리를 잃었을 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가 곧 직장을 찾을 줄 알았다. 한데 그는 회사의 울타리가 사라지자 급격하게 위축됐다. 잠시 들어간 중소기업엔 적응을 못했고, 그렇게 들락날락 하다가 그는 아예 집안에만 머물렀다. 그래도 그걸로 내가 그 사람과 헤어질 것으론 생각하지 않았다.
'엄마만 아니었다면....'
그 무렵 엄마가 뇌종양으로 쓰러지고, 수술을 받고, 그 수술에서 잠시 깨어나 "김서방은 취직했니?"하고 묻지만 않았다면, 그 말을 마지막으로 엄마가 숨을 거두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엄마의 마지막 평생의 자긍심을 모너뜨리는 것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28-)


작가 양선희의 <이대나온 여자>에는 다섯편의 단편이 모여 있다. 이대 나온 여자, 흐러간 지주, 롱아일랜드 시티, 윻령의 시장, 아빠의 연인이다. 이 소설에서 첫 번째 <이야기 이대 나온 여자>는 IMF를 겪어 보지 못한 세대들에겐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문학 작품이다. 1990년대 초만 하여도, 대한민국은 연 10퍼센트 성장률을기록하였고, 아시아 네마리의 용이 되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달러가 부족한 상태에서 부실 대기업은 우후죽순 넘어가게 된다. 그 과도기를 겪은 이가 이 소설의 주인공 소진 엄마다. 


소진엄마는 이대를 졸업한 재원이다. 배움이 짧은 소진의 할머니는 자신의 딸이 이대나온 것을 자긍심으로 삼고 있었으며, 평생 직장과 평생 출세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깨에 뽕이 잔뜩 들어간 상태에서, 소진의 할머니는 평생 자신의 딸을 자랑으로 여기게 된다. 대기업 사위도 자랑거리다. 하지만 세상은 한치 앞도 모른다는 걸 알게 해주는 IMF 외환위기가 닥치게 된다. 기세 등등한 사위느 대기업에 나올 수 밖에 없었고, 중소기업에 취직하지만 적응하지 못한다. 대한민국 사회의 엘리트가 하류인생으로 추락한 것은 한순간이다. 소진엄마도 잘나가는 여성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남편의 추락을 보면서, 스스로 자존감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과외를 가르치면서, 생활비를 마련했던 소진엄마에게 과외 의뢰를 하는 학부모들은 소진엄마의 이대 나온 이력을 보고 신뢰를 하지만, 그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하였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스스로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게 된다. 그런 모습에 일침을 가하는 이가 소진이다. 즉 우리 나라의 교육 현실에서, 이대 나온 소진 엄마는 경쟁력에서 밀린 것이며, 스스로 자기계발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소진엄마의 비참한 삶을 엿볼 수 있다. 이 소설은 지금 현재에도 여전히 학벌 중심 사회에 놓여져 잇느 대한민국 사회에 일침을 가하고 있다. 서울대, 연고대, 이대를 나오면 출셋길이 보장된다고 생각하는 대한민국 정서가 만연한 가운데, 그것이 꼭 정답은 아니라는 걸, 소진엄마가 잘 보여주고 있다.학벌에 의존하지 말고, 학벌 프리미엄에 도취하지 않는 것, 스스로 온실 속의 화초처럼 살아간다면,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힘들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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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공포 탈출 솔루션 - 실용심리학으로 치유하는
이진식 지음 / 청년정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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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 상태에 있는 경우
1.몸과 마음이 최대한 이완돼 편안함을 느낄 때
2.명상을 할 때
3.졸음이 밀려와 비몽사몽할 때
4.무언가에 집중해 시간이 가는 줄 모를 때 (ex. 작업에 몰두 할 때, 게임, 영화, 감상,TV 시청, 친구와의 수다 등)
5.깜짝 놀라거나 당황(혼란) 스러움을 느낄 때 (-24-)


이버에는 청각 스위시다. 청각 스위시는 마음속에서 또는 내면에서 부정적인 목소리들이 느껴질 때 쓰는 방법이다.
그동안, 칭찬보다는 비난을 많이 들어온 경우, 발표를 못한다는 소리를 들어온 경우에는 그러한 목소리들이 내면에 잔상으로 남아, 귓가레 들려오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들이 있다.'넌 못해.','넌 왜 그것 밖에 못하니,'넌 왜 항상 그 모양이야.','비웃음 등의 부정적 목소리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흘려보내면 아무 문제가 없다. (-101-)


그중에서 '졸음이 밀려들어 비몽사몽일 때'가 자연스럽게 잠재의식이 활성화되는 , 최고의 자연스러운 트랜스 상태라고 할 수 있다.잠들기 직전이나 잠에서 깨기 직전의 약간 몽롱한 상태가 바로 의식이 약간 변형된 상태인 트랜스 상태다. 즉 잠이 들기 직전 또는 잠에서 깨기 직적이야말로 아주 훌륭한 자연스러운 트랜스 상태에 있는 것이다. (-174-)


삶에서 절대 해결되지 않는 것이 사람마다 존재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낯을 가리거나, 소심하거나, 발표를 못하거나, 노래방에 가지 못하거나, 길치이거나, 술이 안 받거나, 사람을 삐딱하게 보거나 등등이다. 이런 상황은 의식주와 무관하지만 사회생활을 할 때,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직장생활에서 , 발표공포증,무대 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아무리 똑똑해도 , 승진이 어렵거나 적응이 쉽지 않다. 그래서 ,그들이 발표 공포증, 무대공포증을 해결하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한국인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 중에서 삼성의 이건희 조차도 발표 공포증을 가지고 있으며, 국제행사에서 사람들 앞에 나서야 할 때, 잘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만, 이건희는 살아생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위의식과 리더십을 십분 발휘한 사람이며,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있었다.


이건희와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발표공포증은 스스로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5분 정도 사람들 앞에서 나서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나의 경우, 6년동안 책을 읽었던 이유도, 내 안의 발표공포증을 풀기 위해서였다. 나의 경우, 발표 장소와 노래방에 가는 것이 불편하고 쥐구멍이 있다면 숨고 싶을 때가 있다. 어떤 이는 자신의 내면 속 지식을 십분 발휘하고 있으면서,사회자로서 발표를 즐기고 있다. 발표 공포증은 심리적인 요인이면서,심리적인 요인이 아닌 경우도 있다. 저자의 경우 ,실용심리학으로 발표공포 탈출 노하우를 제시하고 있지만, 나의 경우와 무관한 예외조항에 포함한다. 즉 사람들 앞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 안에는 내안의 열등감이 숨어 있다. 발표를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일상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전혀 문제없는 사람이 앞에 나서면 ,얼어버린다. 그러한 경험이 쌓인다면, 발표공포증은 현실적인 트라우마로 이어지게 된다. 가랑비에 옷 젖듯, 발표에 대한 자신감을 조금씩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며, 스스로 발표를 즐길 수 있는 사람, 발표 실패해도 된다는 관대함이 있을 때, 스스로 발표 공포증에서 탈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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